George Bush's Great America RAW novel - Chapter (202)
조지 부시의 위대한 미국-201화(202/377)
< 201화 >
‘군인의 미덕은 무슨 일이 있더라도 상급자에게 명령받은 대로 하는 것이다. 나도 잘 알고 있지. 하지만 이건···.’
미친 작전이다. 사람을 갈아 넣는 작전이다. 부하들을 사지로 몰아넣는 작전이다. 멍청한 정치인들이 자신의 자리를 보존하기 위해서 군인을 희생하는 작전이다.
“우릴 희생양으로 삼을 생각인가?”
자신이 전쟁터에서 오래 있어서 혹시 매사에 부정적으로 변한 게 아닌지 걱정하며 다른 가능성을 고려해보려 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현장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오로지 정치적 판단에 의한 막장 작전이었다.
“유리 대령님! 이건 미친 짓입니다. 저 숲은 온갖 함정이 도사리고 있으며 숙련된 수천 명의 게릴라가 잠복해 있습니다. 저들은 민간인이 아닙니다. 그렇다고 정규군도 아니지만, 그들은 저희가 겪어본 군대 중 가장 교활하고 악랄합니다.”
함정이 도사리고 있다는 소리는 결코 비유나 과장이 아니었다. 지금까지 겪어본 함정만 해도 참으로 가지각색이었다. 그들은 자연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건 다 얻었고, 할 수 있는 건 다 썼다.
깊은 구덩이에 나무 말뚝을 박아놓은 간단한 함정부터, 자연의 뱀이나 곰을 이용한 함정은 물론이었고, 한 명을 발견해서 뒤쫓으면 어김없이 기관총 등으로 매복해 있는 장소로 유도했다. 요즘에는 이런 일을 몇 번 겪고 나니 도리어 한 명 발견하면 무조건 매복이 있는 것으로 확정 짓고 군대를 움직여야 했다.
군의 사기가 이미 떨어질 만큼 떨어진 것도 하나의 원인이었다. 고향인 러시아를 지키는 임무라면 어쨌든 이건 해외 원정이다. 의로운 전쟁이라고는 하나 그건 밖에서 봤을 때나 의로운 거지 아침 이슬 해치며 시커먼 괴물의 입과도 같은 그늘진 숲속으로 전진해 나아가는 병사들 입장으로는 욕이 나오다 못해 슬슬 그것이 행동으로까지 나올 지경이었다.
‘하긴 나 같아도 월급으로 2,500루블 받고 일하고 싶진 않지. 그렇다고 나도 그렇게 많이 받는 것도 아니지만.’
당연하겠지만, 사기가 낮으면 사기가 낮은 이유가 다 있었다. 사기는 아무런 이유 없이 낮아지는 것이 아니다. 애당초 이들이 이곳에 온 이유도 빌어먹을 정도로 낮은 박봉을 어떻게 해보기 위함이었다. 이곳에 파견 오면 기존에 받던 월급의 최대 3배까지 받을 수 있었다. 그럼 뭐하나, 그 3배짜리 봉급은 받지도 못하고 하늘나라로 승천하고 있는데.
유리는 저도 모르게 어느새 입에 담배를 꼬나물고 있었다. 하도 유리의 답답한 마음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행동이 되어 표출되었으리라. 갑으로 다시 집어넣으려고 해도 주인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이미 시뻘겋게 머리부터 타고 있었다.
“시발(Блять).”
결론은 모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총공격하라는 소리였다. 상부는 사람을 갈아 넣어서 피와 시체로 산을 쌓아 해결할 생각이었다. 게릴라가 잠복하고 있는 숲에 사람을 밀어 넣으면 넣는 족족 게릴라들의 밥이 될 뿐이지만, 물량이 무한하면 언젠가는 정복할 수 있다. 그건 맞는 말이다.
‘책임은 내가 지고 내려오겠지. 빌어먹을 새끼들!’
유리는 분을 못 이겨 담배를 피우다 말고 꺾어서 마구 짓밟았다. 30년 동안 국가에 봉사한 대가가 이거라니?
“아냐, 이렇게 할 수는 없어.”
마음만 같아서는 불가능하다고 버티면서 질질 끌고 싶었다. 아니면 적어도 공습 허가를 받아내고 싶었다.
‘이 빌어먹을 위선자 새끼들. 고작 숲 하나 때문에 더 많은 사람이 죽어야 한다니! 숲은 중요하고 사람은 안 중요하다 이거냐?’
가능하다면 이 저주받은 숲을 모조리 불태워버리고 싶었다. 어차피 이젠 이 숲은 야생동물의 안식처라는 기능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할 수준으로 수많은 덫이 깔려 있었다. 아마도 전투 기간보다 복구 기간이 더 오래 걸릴 터였다.
러시아군이 괜히 눈이 삐었거나 멍청해서 함정에 걸리는 게 아니었다. 덫을 은폐하는 솜씨가 너무 교묘하여 도저히 정상과 비정상을 구분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 증거로 한 번 진군하고 나면 러시아군이 아니라 야생동물이 대신 희생된 장소를 어디에서나 찾을 수 있었다. 개 중에서는 생태 피라미드 가장 최상위에 위치해 있는 그리즐리 베어도 있을 정도였다.
“좆 같은 새끼들!”
유리한테는 선택권이 없었다. 유리가 그런 불합리한 명령은 수행할 수 없다고 버텨봤자 유리는 명령 불복종으로 잡혀가고 다음 적임자가 유리의 자리를 꿰찰 뿐이었다. 유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오로지 명령에 복종하는 것뿐이었다.
“그럼요. 할 수 있습니다. 충분히 가능합니다.”
사람 갈아 넣는 게 의외로 별로 어려운 일이 아니다. 좀 높으신 분께서 작정하고 서류 위에서 싸구려 볼펜으로 선 몇 번 그어주면 그게 사람 갈아 넣는 일이 아니겠는가?
“저는 이번 기회가 EU에 우리 군의 저력을 보여주는 계기가 되리라 감히 추측해봅니다.”
윗선에서 사람을 갈아 넣는 명령을 내렸다는 것은, 윗선에서 사람을 갈아 넣지 않는 것보다 사람을 갈아 넣는 게 더 낫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사건의 전말을 서술하자면 다음과 같다.
개요는 궁지에 몰린 EU가 러시아와 일종의 ‘국제급 쿨거래’를 했다는 점이다. 미국의 대통령이 이따위로 할 거면 중동에서 꺼지라고 EU를 협박하다시피 압박했고, EU도 압박당하면서도 지금 이대로 가면 좋은 게 하나도 없다는 걸 알고 있었기에 다소 손해를 보더라도 러시아와 거래를 하는 게 옳다고 판단했다.
거래 조건은 한시라도 빨리 리가 교외에 진을 치고 있는 쿠르드족이 불법 점거한 영토를 진압하는 것이었다. 이를 받아들일지 거부할지는 러시아의 몫으로 남아있었는데, 러시아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적어도 ‘정치적’으로는 최고의 상황이었다. 어차피 진압을 길게 끌어서 좋은 게 하나 없었다. 원래 군대를 쓰는 일은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여론은 나빠지기 마련이다. 현대 사회에서 정치가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이 무엇이던가? 바로 여론이 아니던가?
그리고 도덕적으로는 최악이지만, 몇몇 정치인은 도리어 라트비아 땅에서 러시아 군인이 더 많이 죽어주길 바랐다.
러시아 군대가 라트비아 땅에서 죽으면 죽을수록 그것은 라트비아의 빚으로서 작용한다. 한 사람 한 사람 죽을 때마다 전부 라트비아가 짊어져야 할 무거운 짐이자 멍에로 변하는 것이다.
몇몇 양심적인 정치인들이 정치판 자체를 역겹고 두려운 것으로 표현하는 이유가 이렇듯 다 있었다. 정치의 정의란 치세의 도구이자 끝내는 개인적인 이익 실현에 있다.
어쨌든 전력 보존과 쿠르드족 독립으로 EU에게 엿을 먹이기 위해서 진압을 장기화할 것인지, 아니면 빠르게 진압하고 깔끔하게 끝낼 것인지 갈피를 잡을 무렵이었는데, EU가 생각지도 않던 떡을 던져준다고 하니 독이 들어 있는지 없는지 확인조차 하지 않고 달려들게 되는 건 필연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결론적으로 러시아 정부는 지금 사람을 갈아 넣는 게 모든 면에서 가장 효율적이라고 판단했다. 다수의 이익 앞에서 소수의 권리 따위는 있으나 마나 한 환상에 불과했다.
제대로 된 화력 지원 없이 오로지 소수의 전투 헬기와 보병만으로 이뤄진 구시대적이고 제한적인 전투는 고작 이틀 만에 정리되었다. 러시아와 쿠르드 중동연합. 양측의 시산혈해로 인해서.
그중에서는 미처 탈출하지 못한 CIA 협조자도 꽤 있었다. CIA 요원이 아니라 돈에 매수된 협조자들이었기 때문에 뿔뿔이 흩어졌고 리가 시내에서 잠복해 있는 CIA 요원들은 전투 현장 정보는 오로지 협조자에게 의존해 있었기 때문에 전투 상황을 실시간으로 자세하게 알 도리가 없었다.
“늦은 이유가 이런 이유란 말인가?”
다시 백악관 대통령 집무실. 부시는 CIA로부터 직접 보고를 들었다. EU야 그렇다 치는데 어떻게 러시아의 속사정까지 털어왔는지는 모르겠으나, 보고 자체는 제법 훌륭해서 금세 대충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상황이 파악되었다.
그 자세함이 현장에서 일은 다 끝났는데 정작 정보가 하나도 없다는 초유의 사태에 눈이 돌아가서 CIA한테 지랄한 게 다 미안해질 정도였다.
‘죽었단 말이지.’
현장 협조자들은 원래 항상 생명을 잃을 수 있는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다. 미국 국적을 가진 사람들도 아니고 일반 협조자들이었으니 실질적인 손해는 없지만, 알고 있어도 정보를 위해서 생명이 죽었다는 사실에 마음 한구석이 착잡해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그래, 그럴 수도 있지.”
정작 마음이 착잡한 부시와는 달리, CIA는 오늘도 난리가 났다. 대통령께서 또 크게 노하셨단다. 정보가 ‘또’ 늦어서 유례가 없을 정도로 매우 크게 노하셨단다. 본 대통령께서는 CIA에게 아주 실망하셨단다!
원래 계급 사회에서는 책임이 인종 문화를 불문하고 위에서부터 아래로 물 흐르듯 내려가는 법이다. 까임은 아래로 내려가면 갈수록 점점 무거워지고, 과장되고, 부풀려졌다. 그 까임이 라트비아의 현장에 닿았을 무렵에는 라트비아 현장 요원들은 거의 대역죄인 취급으로 변해있었다.
“예? 감봉이요?”
영화에서야 CIA 요원이 감봉을 두려워하는 장면이 자주 나오지만, 사실 감봉된다는 건 예삿일이 아니다. 중요한 정보를 다루는 요원이 변심하기라도 하면 큰일이기 때문이다. 혹자는 엄중한 처벌로 이를 다스리면 되지 않느냐고 할지도 모르지만, 엄중한 처벌로 이를 예방할 수 있다면 세상에 범죄가 왜 존재하고 형량에 왜 존재하겠는가?
원래 할 놈은 다 한다고는 하지만, 그렇다고 환경 때문에 범죄에 손을 대는 사람이 없는 것도 아니다. 어쨌든 사정이 박해지면 무거운 입이 철칙이자 국가에 대한 봉사가 미덕인 CIA 요원이라고 해도 절로 입이 가벼워지기 마련이다.
물리적인 자물쇠는 일정 이상 힘을 가하면 풀려버리는 법이지만, 마음의 잠금쇠는 물리적인 방법으로는 출 수 없을 때가 더 많다. 그럴 때는 마치 북풍과 태양과도 같은 방법이 유효하다. 당연하겠지만 다른 국가도 이를 알고 있는 탓에 현장에 있는 요원들은 새로운 요원들로 교체되어야만 했다.
억울하다면 억울하고 어쩔 수 없다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리고 그 까임은 아프리카까지 돌아갔다. 아프리카까지 들어왔을 땐 많이 약해져 있었지만, 대충 요지는 ‘요즘 CIA 요원은 냉전 시절을 기억 못 해서 그런가 첩보가 어려운 줄 몰라!’였다.
“참나, 냉전 끝난 지가 얼마나 되었다고. 이건 또 무슨. 그렇게 개판으로 돌아가는 거 알면 인력이나 충원해 줄 것이지.”
영웅으로 추앙받으며 드디어 이 거지 같은 아프리카에서 탈출하나 싶었지만, 총기 불법 반입으로 인하여 모든 공적이 소실되었고 동시에 죄도 무마되었다. 그가 이 사건에서 얻은 것은 아들은 물론 손자까지 대대손손 들려줄 이야깃거리 하나 정도였다.
“이걸 어쩌나, 돌아버리겠네. 이거 올리면 또 지랄하는 거 아니야?”
그가 작성 중인 보고서는 서수단에서 내분의 조짐이 있다는 보고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