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orge Bush's Great America RAW novel - Chapter (204)
조지 부시의 위대한 미국-203화(204/377)
< 203화 >
“매번 말씀드리는 거지만, 말을 좀 골라서···.”
“아니 그럼 지금 진정하게 생겼나? 나는 잘 해냈어. 아프가니스탄도 남수단도 북한조차도! 그런데 서수단 때문에 개판이 나게 생겼단 말이야!”
부시는 진정으로 분노했다. 그동안 꾸준히 축적된 책임감으로 억눌렀던 감정이 폭발했다. 이성적 사고와는 거리가 먼 인물이긴 했지만, 그동안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는 본성으로 움직이는 것 같이 움직이면서도 제법 이성적으로 움직이긴 했었다.
“진정하십시오. 대통령님답지 않습니다.”
그것을 본 비서실장이 크게 당황하였으나 그가 당황하든지 말든지 부시는 전혀 개의치 아니하였다. 비서실장은 전혀 눈에 들어오지 않을 정도였다.
“나답지 않아? 이것보다 나다운 게 뭐가 있지? 비서실장. 사람들이 죽어가. 내가 손댄 곳에서 사람이 죽어가고 있다고. 이번에는 더 많이 죽을지도 몰라. 자기 보신이 중요한 병신들 몇몇 덕분에 더 많은 사람이 죽어간다고.”
“분노만 하고 있을 때가 아닙니다. 대책을 생각하셔야죠.”
그래, 맞는 말이다. 그렇게 생각한 부시는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가 내쉬었다. 뜨거운 숨과 함께 혈기가 밖으로 빠져나가는 것이 느껴졌다.
“대책이라고 해도 간단하지. 인륜적으로 보았을 땐 이는 분노해야 마땅한 일이지만, 슬프게도 정치적으로는 상당히 좋은 기회야.”
서수단에 대량으로 구호물자를 풀면 된다. 할 일은 단지 그뿐이지만, 미국이 거둘 파급효과는 상당하리라.
“그걸 민간에 풀지 않고 가져다 팔 거나 꿍쳐두고 있으면 그땐 정말로 무력을 행사해야겠지만.”
무력이라고 해도 별거 아니다. 사실 무력이랄 것도 없다. 군을 통해 ‘서수단 정부가 구호물자를 착복하고 있다.’라는 내용이 적힌 전단이나 라디오 방송만 몇 번 날려주면 증오의 대상이 서수단 정부로 집중되어 알아서 전복하려 들 것이다. 기존과 다른 점은 이건 군벌이 형성되기 힘들다는 점이다. 군벌이라는 게 마음이 맞는 사람들끼리 만나서 손뼉 몇 번 치고 나면 뚝딱하고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 충분한 무기와 충분한 영향력. 그리고 충분한 사람으로 세력이 만들어졌을 때 생기는 것이다.
그때 미국은 서수단의 평화적 전복을 지지하고 준비되어 있던 군을 투입하면 그걸로 끝이다. 그들이 제정신을 가지고 있다면 시위대와 미군에 맞설 생각은 하지 않을 터다. 만일 저항한다면 그때야말로 무력으로 누를 뿐이다.
“모든 생각이 점점 폭력적으로 변해가는 게 너무나도 슬프군.”
비서실장은 ‘언젠 안 그랬던가?’라며 의아해했지만, 부시는 진심이었다. 점점 자신이 폭력적으로 변해가고 있는 것 같았다. 그렇다. 그뿐만 아니라 의심병도 자라는 것만 같았다. 당장 부시의 투박한 검은 무기고, 보편적으로는 책상으로 불리는 이것만 해도 그것의 연장선 아니던가?
사실 의심병은 어쩔 수 없는 부분이긴 했다. 세상을 보는 눈 자체가 잔뜩 삐뚤어졌는데 그나마 지금 같은 성격이나 가치관을 유지할 수 있는 것 자체가 거의 기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렇게 해서라도 내가 해결할 수 있다면 그걸로 좋다.’
애당초 부시에겐 선천적인 한계가 있었다. 이미 김갑환이 알고 있던 역사와는 너무나도 달라져 있기에 그가 가지고 있던 지식은 무용지물로 변해 버리게 된 지 오래였다. 지금이야 미국의 방대한 부와 그동안 억지로 서류의 산을 오르며 쌓아온 경험을 기반으로 겉보기에 뭐든지 할 수 있지만, 이 이상으로 장기간이 되면 분명 어딘가에서 삐걱거리기 시작할 터였다.
‘내가 그나마 대통령이라서 다행이군. 늙을 때까지 영원토록 통치하는 전제군주였으면 진작에 경호원이 차고 있는 권총을 강탈해서 자살했을 거야.’
중세 군주들이 나이를 먹으면 괴팍해지는 이유를 사뭇 알 것만 같았다. 당장 손권만 해도 말년에 망집이 들었니, 노환이 들었다며 말이 참 많지만, 부시는 하도 오래 통치하다 보니 과중한 스트레스로 정신에 손상이 갔으리라 추측했다.
“서수단은 내가 말 한대로 진행하게.”
‘다만 이게 세계 평화를 지키는 건지, 세계를 전쟁의 불씨에 몰아넣는 건지는 모르겠지만.’이라는 말은 목구멍 뒤로 삼켰다. 거대한 힘이 움직이면서 생기는 분쟁이 너무나도 많았다. 마치 인간이 걸어가면서 바닥에 기어 다니는 벌레들에게 의도치 않은 피해를 주듯이, 혹은 사람이 장난으로 던진 돌에 개구리가 맞아 죽듯이, 부시가 힘을 평화를 위해 투사할 때마다 다른 곳에서 이상한 일이 터지는 것 같아 속상했다.
‘그렇다고 아무 일도 하지 않는다면 그것이야말로 죄악이다.’
그렇다. 파급효과니, 뭐니 생각해봤자 이미 멀리 와버렸다. 부시가 해야 할 일은 아주 간단했다. 자기가 옳다고 생각하는 일을 행하는 것이다.
‘그렇지. 맞아. 꼭 외교문서 마지막에 우리가 보낸 물자를 허튼 곳에 쓰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라는 말을 붙여야겠군.’
‘그리고 마지막에는 ‘개새끼만도 못한 작자들’이라는 단어를 꼭 쓸 거야. 정말로 신나는 외교문서가 아닐 수 없겠어! 아, 난 이때가 가장 설레더라.’
뒤숭숭하고 복잡한 주인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화이트가 다가와 무릎 위에 앉았다. 고양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굉장히 묵직했다. 그 무게가 선천적으로 몸이 약한 사람은 아예 일어나지조차 못할 정도로 무거웠다. 구체적으로는 약 18kg 정도 되는 것 같았다. 일반적인 메인쿤의 성체가 8kg이라는 것을 상기했을 때 이 녀석은 과도할 정도로 컸다. 당연하게도 기네스북에도 가장 큰 고양이로 등재되었을 정도였다.
다만 야성 때문인지 여자들보다는 남자들이 좋아했고, 특히 마초 사이에서 인기가 대단했다. 화이트의 사냥 실력은 나날이 늘어 이미 중형 포유류를 가볍게 사냥할 정도였고, 이미 무기를 들지 않은 사람은 상대조차 되지 않을 정도가 되었다. 다만 다행스러운 건 이 영악한 것이 사람한테만큼은 무슨 일이 있어도 대들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특히 그 주인인 부시에겐 무조건적이라고 할 정도로 충성스러웠다. 그래서 오늘은 아주 특별한 날이었다. 이 고양이가 드디어 처음으로 주인에게 반기를 들었으니 말이다. 하는 짓이라곤 덩치에 맞지 않게 주인의 관심을 끌기 위해서 온갖 애교를 부리는 것이지만,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반기라고 할 만하다.
그 주인 되시는 분께서는 눈코 뜰 새 없이 바쁘시단 말이다.
“그리고 화이트 저 녀석을 좀 오늘은 밖으로···.”
그 순간 집무실의 육중한 문이 노크 없이 열렸다. 이가 뜻하는 바는 긴급이라는 뜻이렷다. 제발 차라리 쉽게 손을 써볼 수 있는 국내의 일이길 바라며 잔뜩 인상을 찌푸린 부시가 입을 열었다.
“또 긴급인가?”
보고자는 부시의 보좌관 중 한 명이었는데, 마치 마라톤이라도 하고 온 듯 온몸으로 비지땀을 흘리고 있었다. 필시 이를 알리기 위해서 버선발로 뛰어왔으리라. 이쯤 되면 내선 전화를 쓰거나 다른 사람을 보내면 되지 않았을까 싶지만, 아마도 그만큼 사태가 중대하기 때문이리라.
“중국에서 우려하던 일이 드디어 일어났다고 합니다.”
부시는 반사적으로 입에서 나오려는 ‘시발’이라는 단어를 다시 속으로 욱여넣었다.
“무슨 일? 뭐 반란이라도 일어났나?”
“그건 아니지만, 조만간 일어날지도 모르겠습니다. 왜냐하면 중국이 슈퍼 사스의 치료제를 완성하고 배포 중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그것이···.”
“그런데 그것이 제대로 된 임상시험조차도 거치지 않고 배포 중이로군?”
“아. 예, 맞습니다.”
추론하기 너무나도 쉬웠다. 그것보단 이 사태는 이미 예상 범주 내에 있었다. 슈퍼 사스의 백신 및 치료제 개발은 미국이 대거 자금을 투자한 뒤로 완전히 미국이 주도하고 있었다. 다시 말해서 중국에 존 폰 노이만에 비견되는 천재라도 나오지 않는 한 미국보다 먼저 나오는 일은 결코 없었다.
지금의 미국보다 일찍 치료제를 만들기 위해서는 기존까지의 방법으로는 불가능했다. 지금 의학계가 사용하고 있는 치료제 개발 패러다임 자체를 바꿔야만 가능한 일이었다. 적어도 부시가 아는 선에서 중국에 그런 사람은 없었다. 만일 있다고 해도 정보원에 의해 쉬이 알아차렸을 것이다.
“빌어먹을 제대로 돌아가는 일이 정말로 하나도 없군.”
서양에서 고양이는 불행의 상징이라고 했던가. 부시가 그리 강렬하게 미신을 믿는 편은 아니지만, 겪은 경험이 경험인 만큼 오늘은 애꿎은 화이트가 원망스러웠다. 어쩌면 앞으로 다가오는 불행한 일들을 경고하려고 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감정의 변화를 느낀 모양인지 화이트가 불만스럽다는 듯 골골거렸다. 그 묵직한 떨림은 다시 사고의 늪으로 빠져들려던 부시의 정신을 완전히 일깨워놓기에 충분했다.
“이런 제기랄. 그래도 너는 나를 돕는구나.”
화이트가 이번에는 짧으나 한편으로는 미약한 골골거림으로 대답했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공식적으로 항의를 보내는 거지.”
“그래봤자 씨알도 안 먹힐 겁니다. 그리고 어차피 그 치료제라는 건 중국 내에서만 돌 겁니다. 공식적으로 항의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요? 성명 발표를 통해 비꼬면 그만일 듯싶습니다만.”
비서실장의 말에는 제법 일리가 있었다.
“하지만 나는 저런 꼬락서니를 그냥 보고 있을 수가 없어. 저 치료제의 정체를 WHO를 통해서 알아봐야겠군. 설마 WHO한테까지 꽁꽁 감추지는 못하겠지.”
훗날 WHO는 돈에 눈이 멀어 수장되는 사람이 완전히 꼭두각시가 되어버리는 바람에 WHO라는 조직이 있으나 마나 한 수준의 능력을 보여주지만, 지금은 그 물주가 미국이었다. 따라서 지금의 WHO는 미국의 말을 들을 수밖에 없었다.
“어쩌면 그럴지도 모르죠. 돈이 궁하니 국가적인 이익이니 뭐니 하면서 버틸지도 모릅니다. 그들도 치료제에 꽤 많은 돈을 퍼부었으니 말입니다.”
부시야 돌팔이 치료제라고 비하했지만, 그들은 그 돌팔이 치료제가 진짜 치료제라고 인식하고 있었다. 아닌 사람도 있겠지만, 아마도 대부분은 진짜 치료제라고 여길 것이다. 피땀 흘려 만든 것을 빼앗아 간다고 여길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인구수가 많으니 인민이 좀 죽더라도 타격은 없다는 건가.”
인구가 너무 많아 억지로 줄이고 있는 시점이니 이는 인구수를 조절하려는 이들에게 있어서 도리어 호재일지도 몰랐다. 경제적으로는 최악이었지만, 어쨌든 위기는 기회라고들 하지 않던가?
부시는 이를 바득바득 갈았다. 이럴 때만큼은 정치라는 단어 자체가 혐오스러워졌다. 하지만 정치가 꼭 혐오스러운 것만은 아니었다. 당장 부시가 행하고 있는 것도 정치 아니던가? 본디 도구란 다루는 사람에 의해서 용도가 천차만별로 바뀌는 법이다.
당장 부시의 손에 들려 있는 만년필도 본래의 용도인 종이에 무언가 적는 용도로 쓰일 수도 있었고, 심심한 학생의 손에 들려 손장난 용도로 쓰일 수도 있었으며, 때때로 사람 머리에 박으면 갑자기 없어지는 소름 끼치는 마술 소품으로 변할 수도 있었다.
부시가 정치라는 만년필을 제대로 된 용도로 사용하면 그만이다.
“일단 서수단 건과 중국 건은 이걸로 끝이군.”
라고 말하기 무섭게 또 한 번 노크 없이 문이 열리고 또 다른 한 명의 보좌관이 들어왔다.
“대통령님 긴급입니다.”
“아, 시발(Fu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