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orge Bush's Great America RAW novel - Chapter (205)
조지 부시의 위대한 미국-204화(205/377)
< 204화 >
“시발 장난하나.”
‘드디어 뭍으로 나온 일본의 헌법 개정안! 일본의 징병제 부활하나?’
‘장병들의 복무일수 늘려야. 국방부 군 장병들의 복무일수 늘리는 방안 대대적으로 검토 중.’
이것이 한국의 모든 주류 신문의 헤드라인이었다. 조회수 벌이용의 한낱 찌라시에 불과했지만, 이 소식은 당연하게도 전국 팔도의 군 장병에게도 퍼져있었다.
“야, 국방일보 좀 봐라.”
“김병장님 어차피 내일 모래면 민간인이신데 뭐 그렇게 열심히 읽으십니까. 어차피 복무일수 늘어나도 김병장님은 해당 사항 없으시잖습니까.”
“야, 야 시간이 안 가 시간이. 그리고 인마. 내가 이 대한민국의 미래가 걱정되어서 그런다! 미래가!”
그걸 듣고 있는 후임병의 표정은 가히 구내식당의 짬통 속이라도 보는 듯했다. 온갖 핑계로 작업 빠지기가 일상인 인간이 무슨 얼어 죽을 걱정은 걱정인가. 제일 질이 나쁜 것은 이 인간이 머리는 좋아서 간부들이나 매일 자기 장비 만지는 특기병들도 모르고 있는 걸 당연하다는 듯 알고 있다는 점이었다. 특히 CCTV 같은 것에 정통했다.
“아이고, 그래도 김뱀 있었을 때가 그립다.”
욕설도 오지게 잘했지만, 일도 오지게 잘했다. 사비 들여서 후임들도 제법 잘 챙겨줬고, 그것에 영향을 받아서 김지훈도 잘해주지는 못할망정 적어도 똥군기는 잡지 않고 있다. 사고만 치지 않으면 기본적으로 방임하고 있었다.
그보다 아직도 기억나는 건 그거다. 미국 대통령이 전투기를 타고 날아와서 시찰하고 간 그 사건 말이다. 덕분에 말년휴가까지 다 잘리고 아주 난리도 아니었다. 그때 김뱀이 모든 병사의 염원을 담아서 했던 욕설이 아직도 기억에 남아 있다.
정작 김지훈은 당시 대통령과 이름이 똑같은 바람에 애꿎게 욕이란 욕은 다 퍼먹어야 했지만, 장난이라는 걸 알고 있었기에 그냥저냥 넘어갈 수 있었다. 사실 마지막에 물려주고 간 군대에서는 공식적으로는 구할 수 없는 잡지가 한몫하긴 했다.
“야, 이홍열.”
덕분에 이런 희귀한 장면도 볼 수 있다. 아무리 휴일이라지만, 감히 일병 나부랭이가 자기 자리에서 갑자칩 씹어먹으며 퍼질러 자고 있지 않은가.
“왜 그러심까?”
군대란 참으로 신비한 곳이다. 자고 있는데도 꼬박꼬박 대답하지 않는가.
“넌 어디 편이냐.”
“아이 씨 그것 좀 하지 말라니까.”
아무리 방임주의라고는 하지만, 방임이라고 해서 선임한테 욕설까지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사실 군대에 입대하기 전에도 어느 정도 절친한 친구였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보는 눈이 있어서 평소에는 ‘다나까’가 오가지만, 간부가 없으면 줄곧 이렇게 놀고 있다.
“와, 매국노다. 매국노.”
기수마다 꼭 한 명씩은 있다. 외국 국적의 혼혈이지만, 한국 국적을 따기 위해서 군대에 입대하는 경우가. 이홍열은 그런 사람이었다. 일본에서 태어나서 반평생을 일본에서 살았지만, 반평생은 한국에서 살았다.
“아, 선진병영만 아니었어도. 너무 억울하다. 그렇지 않냐 경식아. 저 매국노 뒤통수 좀 나 대신 네가 갈기고 와라.”
“상병 김경식! 제 생각에는 김병장님 약 드실 시간이 된 것 같습니다!”
“와, 이거 항명이야 항명! 우진아! 어떻게 생각하냐!”
“야! 손우진이! 너 잘 생각해 인마! 저 양반 이제 내일 모래면 나갈 인간이다!”
이병 때 누구나 한 번 즈음은 당한다는 그것이었다. 그렇기에 대책도 전부 비슷비슷했다. 손우진은 가장 현명한 선택을 하기로 했다.
“이병! 손우진!”
“관등성명 말고 대답을 하라고 인마 대답을.”
“이병! 손! 우! 진!”
선임들도 심심해서 그런 것이니 이렇게 대답하면 대체로 해결된다. 어쨌든 재미가 없어진 김지훈은 아무것도 모르는 병아리 이병한테서 다시 매국노로 타겟을 바꿔서 이야기를 이어가기로 했다.
“느그 일본에서는 뭐라고 하든?”
“아니, 좀 하지 말라고.”
이홍열은 눈을 흘겼다. 본가가 일본에 있는 탓에 좋든 싫든 통화할 때마다 꾸준하게 들은 바가 있긴 있었다. 당장 오늘만 해도 천장에 숨겨둔 휴대전화로 열심히 이야기했다. 사실 월급 대부분이 국제전화 비용으로 나가고 있었다.
“아주 서로 관음 종자들이 따로 없다. 쟤들은 대충 나날이 강해지는 자위대의 전투력에 우리 복무일수 늘어나는 거 보도하고 있던데?”
“복무일수 늘어나는 거 아직 확정 사안 아니잖아. 지금은 그냥 루머 아냐?”
“그러니까 관음 종자지. 얼마나 서로 지켜보고 있으면 이런 말도 안 되는 찌라시까지 물어서 대대적으로 보고를 해? 아주 제대로 미친놈들이야.”
요는 이홍열이 생각하기에 둘 다 쌍으로 병신이라는 거였다. 일본과 한국에서 인생을 딱 절반씩 산 사람으로서 감히 말하겠는데, 사람 사는 곳은 둘 다 거기서 거기였다.
한국이나 일본이나 5명 모이면 반드시 1명은 쓰레기가 있고, 가까운 만큼 서로 관심이 있고, 서로 앙금이 있는 만큼 조금이라도 허점이 보면 열심히 물어뜯는다. 이것을 한국과 중국, 일본과 중국으로 바꿔도 그다지 바뀌는 게 없으리라. 문화 차이 정도야 있었지만, 그렇다고 크게 하는 짓이 바뀌는 것 같지는 않았다.
“글쎄다. 기간은 늘어나지 않을까?”
“아, 넌 나간다고 좀 지랄하지 마라. 그렇지 않아도 불안해 죽겠는데.”
“아니, 생각해봐. 새끼야. 지금 그렇지 않아도 땅크랑 장갑차 더 찍어내서 새로운 기계화 부대 만들고 있잖아. 국방부가 돈 아끼느라 나는 아직도 6.25 시절에 미군이 쓰던 더러운 수통에 새카만 반합 쓰고 있는데, 그 비싼 전차를 수십 대씩이나 더 찍어내고 있다니까? 북한하고 통일한다고 설레발 치고 있는 판에 이걸 왜 만들고 있는 거 같냐?”
“국방부가 언제는 안 찍어냈냐?”
심사가 잔뜩 뒤틀린 이홍열이 비아냥거렸다. 자기 복무일수가 늘어난다는데 반길 사람이 도대체 어디 있겠는가?
“적어도 그동안 뉴스에 대대적으로 보도시킬 만큼은 아니었지. 벌써 이름도 붙여줬잖아. ‘개마 사단’이라고 했던가? 난 보기가 다 부끄럽던데. 개마고원에 배치할 예정이라고 해서 개마 사단이라고 붙였다는 거 내가 봤을 때 순도 100% 새빨간 거짓말이다. 분명 개마무사에서 따온 게 틀림이 없어.”
“그게 뭐 어때서?”
“내가 마음에 들지 않아.”
“아, 시발. 알 게 뭐야! 전역하고 싶다!”
이홍열은 모포를 발로 뻥뻥 차댔다. 마음만 같아선 ‘예? 이홍열? 제 이름은 다카무라 류이치입니다. 그건 누구죠?’라고 하고 국적을 과감하게 포기하고 싶었지만, 입대하지 않으면 아버지가 호적에서 파버린다고 협박했기 때문에 입대했다. 다카무라 류이치는 어머니가 지어주신 이름이고, 이홍열은 아버지가 지어주신 이름이다.
“히히, 나는 전역 한다. 너는 열심히 좆뺑이나 치고 있어라, 다카무라 일본인 새끼야! 이 형님은 내일 모래 집 가신다.”
“지금 태어나는 놈들은 좋겠다. 이런 인생의 낭비는 하지 않아도 되니까.”
“뭔 헛소리야. 걔들도 다 군대 간다.”
“곧 통일하잖아. 작년까지만 해도 정훈 시간에 그렇게 마르고 닳도록 듣던 게 대한민국의 징병제가 유지되는 이유는 다 북한 때문이다. 그거 아냐?”
“어허, 이 순진한 원숭이 친구야. 북한하고 통일했다고 치자. 그럼 우리가 국경을 맞대야 하는 상대가 누구지?”
“중국이랑 러시아잖아. 그게 뭐 어때서.”
“뭐긴 뭐야. 땅덩어리가 빌어먹을 정도로 좁아터졌으니 병력이라도 많아야지. 바로 동서남북이 죄다 세계에서도 손을 꼽을 정도로 군사 강국인데 도대체 무슨 수로 징병제를 없애냐. 당장 북한만 해도 통일하고 나면 관리 들어가야 하는데 북한군을 그대로 쓸 수가 없어. 일부만 남기고 다 해체해야지. 죄 해체하고 나면 또 뭐야. 거기 지킬 병력 있어야지. 그럼 그게 누구겠어.”
“개마 사단?”
“바로 그거야. 일부긴 하지만, 어쨌든 그 사단이 유지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거기까지 말하면 아무리 멍청이라도 알아듣는다. 다른 건 몰라도 눈치 하나는 제법 빠른 편인 이홍열이 그걸 못 알아들을 리가 없었다.
“이런 염병. 그래도 나 때는 징병제였다면서 부심이라도 부리려고 했는데 그마저도 사라졌군.”
“너 어차피 전역하고 나면 일본으로 돌아갈 거잖아. 거긴 군인이 먹혀준다며.”
“너 같은 새끼들 때문에 자꾸 혐한이 퍼지는 거야. 나중에 일본에 나 만나러 오면 헌팅하고 다니지 마라. 직업 말고 와꾸가 되야지 와꾸.”
와꾸는 테두리를 뜻하는 일본어였다. 다만 한국에서는 이를 얼굴이라는 은어로 사용하는데, 정작 일본에서는 사용하지 않았다. 그렇기에 그의 사용법은 완벽한 로컬라이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러나 발음 자체는 어쩔 수 없이 일본 현지민의 맛깔나는 발음이었다.
“어어, 이 새끼 일본어 쓴다.”
“너 전역 날에 걸어 나가기 싫냐?”
대한민국 국군에는 육해공 가릴 거 없이 전역 날에는 모포나 포단에 멍석말이 되어 두들겨 맞는 아름다운 풍습이 있었다. 다시 말해서 그동안 쌓아온 업보가 그대로 돌아오는 날이었다. 참고로 천사 선임 김뱀은 마치 조선 시대에 양반에게 형을 집행하듯 형식상으로 두들겨 맞았다.
최근 들어 다른 사단에서 악마 선임이 전역 날 그렇게 한 명 죽고 난 다음에 멍석말이는 주춤하게 변했지만, 여전히 구타는 그대로였다.
“말해봐라! 다카무라 류이치! 독도는 누구 땅이라고?”
“독도는 우리 땅.”
“우리 땅? 우리 따앙? 야! 이 일본놈이 독도는 자기네들 땅이란다! 야! 손우진! 어떻게 생각하냐!”
“이병! 손우진!”
“야! 우진아! 내일 모래 전역하는 저 새끼 갈구고 오면 너 오늘부터 PX 마음대로 가도 되고 공중전화 마음대로 써도 된다! 아니다! 내가 그냥 휴대전화 빌려줄게!”
과연 그 말에는 혹할 수밖에 없었다. 여자친구가 고무신 거꾸로 신지 않을까 너무나도 걱정되어 전화가 워낙 절박했다. 그렇기에 장난임을 알고 있음에도 마음속으로 한 번 정도는 저 병장의 뒤통수를 후려쳐야 하는지 진지하게 고민했다.
그 순간이었다. 갑자기 훈련 시에나 듣는 ‘웨에에에엥!’하는 사이렌 소리가 그들의 귀를 급습한 것은. 심지어 음량도 최대였는지라 단체로 귀가 먹먹해질 정도였다.
“아! 짜증 나게! 오늘 근무 누구냐? 어떤 새끼가 휴일에 사이렌을 울려?”
“아, 시발 뭐야. 어떤 짬찌 새끼가 건드렸어.”
장병들 사이에서 불만이 속출했다. 달콤하진 않지만, 일주일에 2번 있는 휴일에 건드렸으니 그럴 법도 했다. 연이어 마이크를 몇 번 두드리더니 마이크에 ‘후후’거리며 숨을 불어넣어 마이크가 멀쩡한지 테스트하는 소리가 들렸다.
“행정반에서 당직사관이 전파한다! 실제상황! 실제상황! 제1부! 라운드 하우스! 라운드 하우스! 제2부-!”
모두가 이를 듣고 새파랗게 질렸다. 실제상황이라는 말에 아무도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다만 몸만은 완전히 숙달되어 일주일 전에 전입한 이병부터 내일 모래 전역이 병장까지 이미 전투복으로 환복하는 중이었다.
“시발?”
본능적으로 환복하는 와중에도 김지훈의 입에서는 외마디 욕설과 함께 의문이 떠나질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