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orge Bush's Great America RAW novel - Chapter (206)
조지 부시의 위대한 미국-205화(206/377)
< 205화 >
“이, 이게 무슨.”
서수단이나 중국도 충분히 긴급사항이었지만, 단순히 파급력이나 긴급도로 따지면 그 무엇도 소식에 비견될 수 없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그가 죽다니! 이건 정말이지 끔찍한 일이었다.
‘김정일이 사망했다고? 내가 지금 꿈을 꾸고 있는 건가? 원래 2011년에나 노환으로 죽는 인간이 2004년에 죽는다고?’
꿈일 리가 있나. 멍을 때린 것도 아주 잠시. 부시는 금세 제정신을 차렸다. 이 또한 예견되어 있던 일이었다. 김정일이 부시가 병문안을 핑계로 방문한 뒤로 건강이 급격하게 나빠졌다는 사실은 그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지 않았던가? 그것도 언제 가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나빠졌다는 사실도 완전히 숙지하고 있었다.
부시는 피곤함에 절어 뻑뻑해진 눈을 돌려 보고서를 보았다. 그곳에는 사망한 이유와 시각이 적혀 있었다. 내부에 잠입해 있는 CIA 요원이 밝혀낸 사실들이다.
“심장질환으로 사망? 그것도 스트레스성 심근증?”
솔직히 지금 와서 김정일이 죽었다고 해도 달라지는 건 없었다. 김정일의 부제 도중 북한은 이미 경제적, 정치적으로 남한과는 때고 싶어도 때어놓을 수가 없는 관계가 되어버렸으며, 남한과 미국의 입맛에 맞게끔 김정일의 차기 후계자도 전부 정해져 있었다.
그런데 공개된 김정일의 유언이 심상찮았다. 그 양반이 인민의 아버지 행세를 하든지 할아버지 행세를 하던지 어차피 머잖아 자발적으로 무너질 국가인지라 상관은 없는데, 유언 내용이 반드시 복수해달라는 장문의 내용이었다.
전문은 다음과 같다.
– 전체 당원들과, 인민군 장병들과, 인민들에게 고함. 우리의 전체 당원들과 인민군 장병들과, 인민들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와 조선로동당 중앙군사위원회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방의원회와 최고 인민위원회 상임위원회 내각은 조선로동당 총비서이시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방의원장이시며, 조선인민군 최고 사령관이신 위대한 영도자 김정일 동지께서 주체 93, 2004년 7월 29일 9시 15분. 병상에서 서거하셨다는 것을, 가장 비통한 심정으로 알린다.
– 투병 도중 끔찍한 고통 속에서도 하루도 끊임없이 매일매일 간악하고 사악한 미제 주의자에게 굴복하지 말 것을 당부하시었다. 지금은 힘이 없어 침략당하였으나 인민이 주체사상으로 대동단결하여 일어선다면 감히 미제놈들도 어찌할 줄 모르리라 하시었다. 아아! 궐기하라 인민들아! 주체사상 수호를 위해 그 한목숨 불사르라!
“이, 이를 어쩌나!”
공산당원들은 남한 정부와 합쳐질 때를 대비하여 공공연하게 이젠 문화어가 아니라 남한 표준어를 사용하고 있었다. 유언장 공개는 그들의 의지가 아니었다. 한 줌 남은 김정일의 측근에 의해 비밀리에 진행된 것이었다.
“그래도 한 번은 공격하는 시늉이라도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이제 인민들이야 완전히 세뇌된 사람이 아니고서야 ‘꺼져! 그리고 좆까!’ 수준이었지만, 김정일의 파급력은 대단했다. 이건 어디까지나 인민들 다시 말하자면 서민들의 이야기고 이 나라를 좌지우지하는 지배 계층인 공산당의 의견은 크게 둘로 나뉘었다.
“그럽시다. 미국과 남한에 통보한 뒤 짜고 치면 큰 문제가 없을 겁니다. 어디 공터나 바다를 향해서 포격이라도 가하고 나면 잠잠해질 겁니다.”
우선 남한이나 미국에 무언가 위해를 가하려는 시늉이라도 해야 하겠다고 생각한 쪽이다. 이유는 하필 저 유언이 방송을 타버렸다는 점에 있었다. 공산당원들이야 몇 년 전 미국이 북한의 폐쇄된 문을 힘으로 강제로 열어버리기 전부터 자본주의의 참맛을 뼛속 깊이 느끼고 있었던 사람들이니 문제가 없었다. 도리어 예전보다 한결 편해졌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적어도 죽을 걱정은 없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지금도 김정일을 여전히 지지하는 인민들이 있다는 점이었다. 공포가 아니라 경외감으로 그를 신봉하고 신격화하던 사람들이다. 공산당이 만들어낸 괴물이 지금은 도리어 공산당을 조여오고 있었다.
“지금이 기회입니다! 오늘 그냥 싹 다 숙청해 버립시다!”
다른 한쪽은 지금이야말로 숙청의 때라고 부르짖는 사람들이었다. ‘어차피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 지금 추후 문제가 될 구시대의 잔재를 다 없애버리자!’ 이 말이었다. 이는 아직 주권이 북한에 형식상으로나마 남아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절대로 정상적인 국가에서 나올 말은 아니지만, 하필 북한은 그 정상적인 국가가 아니었다.
자신들의 통치를 방해하는 인민 한 십만 명에서 백만 명 정도는 가볍게 생매장할 수 있었다. 별 방법도 아니었다. 자발적으로 들고 일어날 텐데, 그걸 진압해주기만 하면 그만이었다. 남한 눈치도 볼 것도 없었다. 이건 어디까지나 민중봉기나 쿠데타를 진압하는 과정이었고 그 과정에서 약간의 손해가 나는 것뿐이었다.
게다가 남한도 딱히 이를 말릴 리는 없었다. 그야 겉으로는 이 비인도적인 진압을 멈추라고 경고하겠지만, 결국 한국군 병력이 움직이면 그게 전쟁이었다. 절대로 전쟁만큼은 원치 않는 한국은 절대로 움직일 수 없었다. 정치적으로도 그렇다. 훗날 그들에게 확실한 위협요소가 될 될 인간들을 남겨둬서 좋을 게 도대체 뭐가 있겠는가?
그런데 공산당이 움직이기 전에 인민들이 먼저 움직였다. 이쪽은 크게 패가 셋으로 나뉘어 있었다.
“내래 절대로 밖으로 나가선 아니 된다고 하지 않았니! 어서 들어가라!”
일단 지켜보자는 사람들이었다. 이 사람들은 시대의 흐름에 타기보다는 자신의 안전을 우선시하는 사람들이었다. 이들은 주로 공포 정치에 익숙해져 있었으며 태풍이 지나갈 때 절대로 맞서지 않고 웅크려서 태풍이 지나가기를 기다리는 사람들이었다. 이들은 대부분 고난의 행군을 겪은 세대이기도 했다. 그렇기에 제법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고 어떻게 하면 제 몸 하나에 자기 가족은 건사할 수 있는지 알고 있었고 힘이 있는 사람들에게 밉보이지 않는지 알고 있는 지혜가 있었다.
“아바디! 김정일 장군님의 은혜를 무시하겠다는 말입네까! 내래 듣지 못한 거로 할 터이니 아바디를 반동분자로 신고하는 불효자로 만들지 말라우!”
또 하나는 하늘에 계신 김정일 장군님의 의지를 받들어 지금이라도 미국을 공격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들은 주로 아기 때부터 철저한 세뇌 교육을 받은 신세대였다. 평양을 제외하고 전국에서 방송이 나가자마자 동시다발적으로 봉기했지만, 정작 남포항 근처는 조용하다 못해 고요하기까지 했다. 평양 이상으로 이미 충분히 3끼 이팝에 고깃국을 넘어 후식으로 달콤한 디저트까지 먹을 수 있는 자본주의를 맛본 이들이 김정일 따위가 눈에 들어올 리가 없다.
게다가 평소에 훈련하는 걸 직접 지켜봐서 그런지, 인민군 시절에 훈련을 받긴 했으나 농사나 열심히 지었지 훈련은 어디까지나 형식상으로만 받은지라 오합지졸 비무장 인민이 봉기해봤자 단번에 진압된다는 사실을 깨닫고 있었기에 실로 얌전했다. 도리어 훈련을 받았기에 압도적인 전력 차를 이해할 수 있었다.
“김씨 일가가 우리에게 해준 것이 무엇인가! 지금이라도 공산당을 무너뜨리고 새로운 정권을 새워야 한다! 저 김씨 일가의 개돼지들을 몰아내자!”
마지막으로 아예 봉기하려는 이들이었다. 당연하겠지만, 얌전히 있는 사람들을 제외하곤 공산당은 어느 쪽도 별로 달갑지는 않았다. 어느 쪽이라도 지금의 지배 계층인 공산당을 무너뜨리려는 것이다.
“그래도 군이 우리 편이라는 사실이 너무나도 다행스럽군.”
군은 몇 년 전에 비하면 규모가 꽤 많이 줄어 있었다. 덕분에 지금 있는 군대는 잘 먹고 잘 입고 잘 훈련받은 정예병이었다. 이들은 남북한이 통일하고 난 뒤 실제로 운용될 군대였다. 수천 대에 이르는 전차와 장갑차를 해체하여 모조리 예비부품으로 돌리고 그나마 제대로 돌아가는 기갑 병력과 기계화 사단 위주로 재편된 이들이었으며 소속은 평양 방어 사령부 소속이었다.
그 외에도 명목적으로 방어를 위해서 지방마다 방위군 개념의 보병 부대가 있긴 있었다. 규모는 전과 비교할 수도 없을 정도로 줄어들었지만, 줄어든 만큼 보급은 넉넉해질 수 있었다. 뭇국에 참기름 한 방울 올리고 삼각 무절임 사각 무절임 육각 무절임을 곁들여 먹는 일은 없다 이거다.
“저희는 어찌합네까?”
표면적으로는 장군님의 은혜니, 뭐니 떠들어댔지만, 이것이 자본주의에서 비롯되었다는 사실은 하전사부터 장군까지 모르는 이가 하나도 없었다. 그러나 차마 미제를 찬양할 수 없었던 군은 공식적으로는 위대하신 장군님과 공산당의 공으로 돌렸다. 어쨌든 군의 충성도는 하늘을 찌를 듯했고, 김정일이 서거한 지금 오로지 공산당이 가리키는 곳으로만 갈 터였다.
“어찌하긴. 우리는 오로지 상부의 명령만을 따른다. 명령 없이 움직이는 놈들은 죄다 반동분자야!”
공산당에서 토론이 오갈 동안에도 시간은 흐른다. 인민은 점점 모이고 평양을 향해 움직였으며, 남한에서는 발령된 실제상황에 모든 군 장병이 그 흔한 욕지거리조차 하지 않고 입을 굳게 다물고 대기하고 있었다.
그리고 미국에서는 조금 다른 이야기가 오갔다.
“큰일이야.”
칼 로브는 사태의 추이를 지켜보며 작게 구시렁거렸다. 이는 결코 대통령에게 좋은 일이 아니었다.
“11월에 대통령 선거가 있을 예정이신데. 이런 일이 있으면 대통령님에 대한 업적이 흔들리면서 지지도 같이 흔들릴지도 몰라.”
재선에 큰 문제가 될 수도 있었다. 부시의 재선은 사실상 확정이었지만, 가장 큰 업적이라고 칭송되고 있는 북한 건이 망가지면 문제가 있었다.
부시가 노벨상을 거절했을 때 ‘남북한이 진짜로 통일하면 받겠다. 그것이 1년 후가 되든 10년 후가 되든.’이라고 대답했는데, 부시의 측근은 하나 같이 당혹스러워했으나 지금 와서 보면 노벨상을 받지 않은 게 답이었다. 설마 이런 일이 생길 줄 누가 알았겠는가?
“대통령님께서 매번 강조하시듯 세상에 ‘절대’는 없지. 무언가 조치가 필요하다.”
칼 로브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대통령 집무실 앞에 당도했다. 안에서는 이미 난리가 벌어지고 있었지만, 칼 로브가 그걸 알 리가 있나. 노크하고 들어가니 아주 난장판이 이런 난장판도 없었다. 서류의 산은 무너져 바닥에 아무렇게나 널브러져 있었고, 대통령은 초상이라도 치르는 듯 천장을 보고 있었다. 비서실장과 보좌관 한 명은 빈 종이에다가 열심히 무언가를 적어 내리고 있었다.
유일하게 평온한 생명체는 대통령의 애묘(愛猫) 화이트뿐이었다.
‘뭐지? 내가 대통령 집무실 문이 아니라 지옥문을 열었나?’
발을 들이밀어야 할지 뒤로 빼야 할지 진지하게 고민하다가 다시 이성을 부여잡고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갔다.
“부비서실장. 때마침 잘 왔네. 그렇지 않아도 자네를 부르려던 참이야. 악마도 제 말하면 온다더니(Speak of the devil).”
칼 로브의 뒤로 저도 모르게 식은땀이 흘렀다. 이성이 아니라 본능이 느낀 것이었다. 경애해마잖은 대통령이 그날따라 이상하리만치 무섭게만 느껴졌다.
“무슨 일로?”
그 모습을 지켜보던 화이트가 꼬리를 흔들며 느긋하게 하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