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orge Bush's Great America RAW novel - Chapter (208)
조지 부시의 위대한 미국-207화(208/377)
< 207화 >
“인권은 환상이지. 환상에 힘을 불어넣으려면 어떤 방식으로든 외부 자극이 필요해. 문제는 그걸 언제 깨닫느냐지.”
테러가 실패하자 크게 실망한 웨스커는 바로 회사를 정리했다. 정확히는 죄다 들고 날랐다는 말이 맞았다. 웨스커가 알 카에다에 제공해준 장비들은 완벽했다. 하지만 정작 웨스커는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건 하나도 얻지 못했다. 그렇기에 이 거래는 그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한 무수한 발판 중 하나였다.
“반인륜적인 사업을 잘도 포장해대는군.”
방독면을 쓴 사내는 웨스커의 말을 비아냥거렸다. 웨스커는 그 말 그대로 돌려주고 싶었지만, 능숙하게 참아냈다.
“나는 그저 돈이 가진 힘에 대해서 말하고 있을 뿐이라네. 돈이 아니었으면 난 진작에 감옥에서 썩고 있었을걸.”
포로가 된 알 카에다 조직원들이 폭로함에 따라 그들에게 장비를 판매한 웨스커 또한 잡혀들어갔으나, 미리 들어둔 보험 덕분에 다른 사람이 잡혀들어가고 혐의 불충분으로 풀려났다.
“마약도 팔리는 마당에 이런 게 팔리지 않을 리가 없지. 자넨 왜 마약 중독자들이 인생까지 망쳐가면서 마약을 복용하는지 알고 있나?”
“흠···. 쾌락?”
“비슷해. 하지만 다르군. 마약으로서 쾌락을 얻음으로 인해 극도의 안심감을 얻으려는 거야. 그 안심감을 위해서라면 인생을 포기해도 좋을 정도로 말이야. 좀 모순된 이야기지만, 여하튼 도박도 비슷하지 않나. 손에 패가 들려있지 않으면 극도로 불안해지지.”
“그래서?”
“그러니까 내가 파는 건 안심감이고, 그럼으로서 내가 얻는 건 돈이지. 돈은 환상에 힘을 불어넣기에 너무나도 좋은 소재 아닌가?”
웨스커의 손에 들린 것은 검은 서류 가방이었는데, 겉으로 보기에는 일반적인 가방이었다.
“쟁취하여 너 스스로를 구하라. 아, 인권이란.”
“이제 떠들 만큼 떠들었으면 슬슬 물건 좀 넘겨주면 안 되나?”
방독면을 쓰고 있는 사내는 이제 질린듯한 표정이었다. 그도 대화를 그리 싫어하진 않으나 이 자는 도를 넘었다. 더는 듣지 않겠다는 제스처를 취하기 위해서 팔짱을 끼자 허리춤에 걸려있는 작은 손가락 크기의 인형이 흔들렸다. 그 인형에는 ‘고든’이라고 적혀있었다.
웨스커는 알아들었다는 듯이 사내에게 가방을 넘겼다. 사내가 받은 가방은 상상 이상으로 묵직했다.
“이 가방에 들어 있는 치료제 한 병에 2만 달러짜리야. 그리고 총 100병 들어있지. 다시 말해서 가방 하나에 200만 달러. 이 가방이 10개니까 2000만 달러짜리 거래로군.”
“2만 달러? 이봐 단순한 바가지 수준이 아니잖아. 우리도 팔아야 한다고.”
“암거래에 말도 안 될 정도로 프리미엄 붙는 일이야 허다하지. 하물며 그게 희귀품목이라면 더더욱. 상인의 감이지만, 거기에 5천 달러씩 더 얹어서 팔아도 될 거야.”
“5천 달러라. 그게 우리가 얻는 차익인가?”
웨스커와 사내 사이에서 묘한 기류가 흘렀다.
“그것을 고려하더라도 너무 비싼 가격이군. 우리 말고 구매하는 고객이 있긴 있나?”
“돈으로 안심을 사려는 사람들은 차고 넘치지. 자네 같이 그걸 기회 삼는 이들은 더 많고.”
사내들 사이에 서로 가방이 오갔다. 한 가방에는 돈이, 다른 가방에는 약이 들어있었다. 생김새도 내용물도 다른 이 두 가방의 공통점이라곤 내용물이 더럽게 비싸다는 점이었다.
“야심이 차고 넘치는군. 확실히 우리 말고 다른 조직에 넘기진 않았겠지?”
“글쎄 적어도 한 달 내외로는 계획에 없군. 있다고 하더라도 적어도 이 나라는 아니겠지. 사실 수중에 있는 약도 그게 전부야.”
이것만은 거짓 한점 없는 사실이었다.
“이거 진짜 효과는 있는 물건인가? 유럽에서 메이드 인 차이나는 그다지 환영을 받지 못하는데.”
“중국 공산당 정부의 주장에 따르면 완벽한 치료제라고 하더군.”
사내는 코웃음 쳤다.
“‘정부의 주장에 따르면’이라. 그것참 신뢰 가는 말이로군.”
“실제로는?”
“적어도 내 정보에 의하면 아직 까지는 부작용은 없군. 하지만 임상시험이라는 게 왜 있겠나? 솔직히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고 생각하네.”
“과연.”
그는 허리춤에 걸려있는 토마호크를 매만졌다. 토마호크 자루에 매달린 고든이 작게 흔들렸다. 1초. 단 1초면 저 두개골을 반으로 갈라놓을 수 있었다. 리가 안에서 보낸 몇 개월은 사내의 육체와 정신을 전투 병기로 바꿔놓았다.
“흠. 내가 여기에 혼자 왔으리라고 생각하지는 말아주게나.”
확실한 불안감을 느낀 웨스커가 손짓하자 그의 뒤에서 액세서리를 덕지덕지 붙인 돌격소총을 든 호위 몇 명이 웨스커와 사내의 사이를 갈라놓았다. 그들이 반응하기 전에 두개골을 쪼개놓는 건 어렵지 않지만, 쪼개놓은 뒤에도 무사하긴 글렀다는 판단을 내리자 도끼에서 손이 절로 떨어졌다.
‘중동행도 이걸로 마지막이 될 것 같군. 중동에 있는 모든 조직이 나를 바라보는 시선이 영 곱지 않아.’
웨스커의 눈에는 중동에 새로운 불이 보이는 듯했다. 중동에서 올라올 전쟁의 불길이.
“훌륭하군.”
칼 로브가 화재복구 현장에 도착해서 처음으로 내뱉은 말이었다. 한때 절대로 꺼지지 않을 듯한 맹렬한 화마만이 도사리던 숲이었으나, 지금 그 숲에는 화재의 흔적조차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짙은 녹음(綠陰)만이 존재했다.
솔직히 화재가 발생했던 숲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였다. 화마의 흔적이자 식목의 증거로 찾아볼 수 있는 것이라곤 키 큰 나무 사이에 심어진 묘목 정도였다.
‘여기까지만 보면 보고서가 도리어 축소된 느낌마저 드는군.’
한편으로는 화재에서도 살아남은 칡을 제거하고 있었다. 그것들을 찾기 위해서 땅을 헤집어놓을 필요도 없었다. 칡은 이미 화마의 상처를 훌훌 털어버리고 지상으로 머리를 내밀고 있었다. 그렇게나 큰 화마에서도 살아남는다니 정말이지 끈질긴 식물이었다.
특별히 기술할만한 특이 사항이 있다면, 작업자들 전원 일회용 마스크를 쓰고 있다는 점이었다. 본래라면 시기가 시기인지라 사람이 대규모로 모이는 일은 최대한 지양해야 해야 했으나, 세상에는 어쩔 수 없는 일이라는 게 존재하기 마련이다. 이건 그런 부류였다. 바이러스가 무섭다고 시커멓게 숯으로 가득 찬 숲을 그대로 둘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그렇다고 숲을 살리자고 사람을 죽일 수도 없기에 방역에 대한 철저한 교육과 마스크를 지급하여 어떻게든 교차 감염을 막아보려고 노력했다. 그들의 노력이 하늘에 닿기라도 한 모양인지 아니면 아직 밝혀지지 않은 건지는 모르겠으나, 노동자들이나 공무원들 사이에서 감염자가 나오는 일은 없었다.
그렇다고 사고나 문제가 없는 건 아니었는데, 숯과 재 사이로 감춰졌던 덫이 사람이 걸려서 중상을 입거나, 감춰진 구멍에 긴 시간 작업으로 인해 부주의해진 사람이 빠지는 등. 온갖 일이 벌어졌다.
‘그래도 이건 상정 안에 있던 피해니까. 어쩔 수 없지.’
한쪽에서는 새로운 묘목이나 나무가 심어지고 있고, 한쪽에서는 숯 더미를 치우고 있으니 그 광경이 실로 기괴하다 할만했다. 숯은 재해 복구를 위해서 압축탄으로 만들어 해외에 수출할 예정이었다. 타고 남은 일부는 예술을 위해서 쓸 예정이라고들 하는데, 솔직히 거기까지는 칼 로브의 소관이 아니었고 딱히 알고 싶지도 않았다.
‘새로 심는 거라서 숲이 전체적으로 낮긴 낮구먼.’
미국의 숲은 다른 나라와는 달리 도대체 양분으로 뭘 먹고 자란 건지 대체로 사람을 티끌처럼 보이게 할 정도로 높은 나무밖에 없었다. 그래서 그런지 복구하고 있는 숲을 보고 있노라면 마치 외국에 온 듯했다.
‘아니지, 아니야. 중요한 것은 이 보고서에 적힌 수치가 현실과 얼마나 괴리가 있느냐니까.’
그것을 위해서 먼 걸음 온 것 아니겠는가? 감찰을 통보하긴 했지만, 따로 옆에 현장 사람을 붙이지 않고 혼자 다니는 이유도 그것이었다. 직접 발로 걸어 보고서와 하나하나 대조하여 검사하기 시작했다.
가장 첫 번째 리스트부터 최하단의 마지막 리스트까지 전부 체크가 끝났을 무렵에는 칼 로브는 자신의 눈을 의심해야만 했다.
‘뭐야 왜 다 맞아요.’
일부러 꼬투리를 잡기 위해서 부정적인 시선으로 봤는데도 보고서와 진행 상황은 완벽하게 일치하고 있었다. 그야 사소한 부분에서 괴리가 아예 없는 건 아니었으나 보고서가 올라온 게 일주일 전이라는 사실을 고려했을 때 충분히 참작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도리어 초과한 부분도 있었다.
“이럴 리가 없는데.”
아무리 잘난 사람이라도 먼지를 털면 반드시 하나라도 나오게 되어 있다. 하물며 수만 명, 자원봉사자까지 합치면 거의 백만 명이 모여 있는 곳에서 먼지가 나오지 않을 리가 없었다. 그렇게 대통령이 정해준 일주일의 절반을 소모하고 나서도 칼 로브가 찾은 먼지라고는 사방에 널리고 널린 새하얀 잿가루뿐이었다.
“일부러 꼬투리를 잡아서 내리까는 매국노가 되기라도 한 기분이군.”
그러나 어쩌겠는가. 감찰이란 게 다 그런 거 아니겠는가? 감찰도 자기 실적이라는 게 있다. 그렇기에 눈에 불을 켜고 꼬투리를 잡으려는 거다. 원래 행정이 다 그렇게 돌아가긴 하지만, 설령 칼 로브가 여기서 아무런 성과도 내지 못했다고 해서 처벌받거나 불이익을 받는 일은 없을 터였다. 그는 감찰관으로 오긴 했지만, 직책은 어디까지나 부비서실장이었으니 말이다.
“그래도 이대로 아무런 성과 없이 돌아가면 대통령님이 미쳐 돌아가실 텐데.”
부시가 대통령이 되고 나서 얻은 고질병인 의심병이 도지리라는 사실을 아주 잘 알았다. 사실 대통령의 과중한 업무는 대부분 본인이 자처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게 아니었으면 지금 업무량의 20배 정도는 줄일 수 있었다.
대통령은 상담조차 받지 않았다. 정확히는 너무나도 바쁜 바람에 누군가가 상담 권유를 해도 받지 못했다는 말이 맞았다.
정치란 참으로 고되고 힘든 일이었다. 현장이 잘 돌아가도 잘 돌아간다고 그대로 보고하면 안 된다니. 이 얼마나 짜증 나는 모순이란 말인가? 그렇다고 대통령이 나쁜 건 아니었다. 멀쩡한 선인한테 의심병을 도지게 할 정도로 끔찍한 정치판이 문제였고, 이 세상이 문제였지.
“아, 뭐라도 하나 건져야 하는데.”
그렇다고 칼 로브가 ‘너무나 잘 돌아갑니다.’라고 하면 칼 로브한테 뭐라고 하진 않아도 사람을 풀어서 반드시 뭔가를 찾아낼 사람이었다. 예를 들면 아직 칼 로브도 보지 못한 예산이 유출되고 있다던가. 예산 누수라는 게 의외로 별거 아니었다. 그냥 이상한 곳에 쓰이고 있으면 그게 예산 누수였다. 노동자들에게 커피 한잔 공급해도 계획에 없던 일이면 그게 예산 누수다.
뭐 그렇게까지 하나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예산 편성이라는 게 그럼 왜 있겠는가? 예산에서의 유연함은 비리로 이어지기 십상이다.
‘그렇다고 멀쩡하게 돌아가는 곳을 모함할 수도 없으니···.’
그 순간 하늘에서 내려온 아이디어가 부비서실장의 뇌리를 스쳐 지나갔다.
“그래, 그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