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orge Bush's Great America RAW novel - Chapter (209)
조지 부시의 위대한 미국-208화(209/377)
< 208화 >
“구축함은 다시 뽑으면 돼. 하지만 사고를 일으킨 사람을 다시 쓸 수는 없지. 잘잘못 여부를 철저히 조사하도록 하게. 그놈의 연대 책임 말고 무관계한 이들에겐 절대로 불이익이 없도록.”
“알겠습니다.”
중요하지 않은 것은 대부분 신임할 만한 이들에게 구두로 명령이 내려갔다. 구축함이 서류가 아니라 구두로 해결할 사안이냐고 물을 수도 있겠지만, 그만큼 구축함보다 더 중요한 사안들이 널려 있기 때문이라고도 할 수 있었다.
“빌어먹을 김정일 자식. 죽으면서 나한테 거대한 엿을 주고 갔어.”
그 양반은 갈 때까지 민폐였다. 황금으로 치장한 골방에서 조용히 갈 줄 알았더니만, 기어코 그동안의 보답이라는 듯 뒤통수를 후리고 갔다.
“이 세상에 권선징악이 없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되는군.”
“적어도 나쁜 소식만 있는 건 아니잖습니까?”
드디어 본격적으로 셰일층에 숨어 있는 검은 황금을 캐낼 수 있게 되었다. 그야말로 각고와 인내의 시간이었다. 정부에게 정유 회사의 CEO에게나 똑같이 말이다. 덕분에 앞으로 무슨 일이 있더라도 근 50년은 절대로 무너지지 않을 패권 구축이 가능했다.
“그렇다고 너무 석유에 의존하는 것도 좀 그렇지만, 지금은 석유 없이는 살아갈 수 없는 시대니까.”
사람들이 석유 에너지 대신 깨끗한 대체 에너지 등을 쓰면 되지 않느냐고 말하면서 자주 간과하는 게 있는데, 그 대체 에너지를 만드는 데에도 석유가 들어간다. 정확히는 대체 에너지를 생성하는 장치의 모든 제품에 거의 하나도 빠짐없이 석유가 들어간다. 이 세상은 정말로 석유로 돌아가고 있었다.
“첫 시추가 내일이군. 스케줄에 큰 변동이 생기겠어.”
변동이라고 해봤자 처리해야 할 서류가 좀 뒤로 밀려나는 것이지만, 그건 대통령의 이야기고 그 처리된 서류를 받아서 움직여야 하는 이들에겐 정말로 큰 변동이 맞았다.
“일본 헌법 개정 쪽은 대통령님이 직접 성명을 내셔야 할 거 같습니다. 이대로 있으면 미국은 묵인하고 있거나 침묵을 지키고 있다고 착오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사실 외교적으로는 침묵이 가장 정답이었지만, 비서실장이 아는 그 대통령께서는 도저히 외교적인 이유로 침묵을 지킬 것 같지도 않았다. 구체적으로는 공식 석상에서 시원하게 욕지거리를 할 것 같았다.
그렇게 되지 않기 위해서는 대본이 필요했다.
“그건 자네가 알아서 짜. 아니면 내가 직접 짜길 바라나? 그렇다면 얼마든지 짜줄 수도 있지. 한 장짜리겠지만.”
그동안의 즉흥적인 연설문이 파노라마처럼 비서실장의 뇌리를 스쳐 지나가면서 비서실장의 머리에 경종을 울렸다. 아마도 한 장이라고 말하긴 했지만, 아마도 한두 줄일 확률이 높았다. 내용도 구체적으로 떠올랐다.
‘전쟁이다! 이 악의 축들아!’라고 말이다. 지금 생각해보니까 두 줄이 아니라 한 줄이었던 모양이다.
“···저와 유능한 보좌관들이 최고의 연설문을 작성하겠습니다. 하루만 기다려주십시오.”
부시는 다시 북한 서류로 눈을 돌렸다.
“좋아. 북한에 거주 중인 사람들은 전세기와 군대를 동원해서 남한이나 본국으로 대피시키고 그들의 재산은 군대가 지키게 하게.”
“다 지킬 수 있겠습니까?”
“민중들의 목적이 현 정부인 공산당인 만큼 대부분 평양으로 몰리겠지. 우리 자본이 집중되어있는 곳이 남포항이라서 다행이군.”
남포항 부근은 거의 미국의 자치령이나 다름없었다. 자치령이라고 해도 그저 치외법권이나 다름없다는 소리에 불과하긴 했지만, 이런 비상시에 이것보다 좋은 선택지도 없었다.
“3일째 지지부진하게 경과만 지켜본 것 치곤 그럭저럭 괜찮군.”
바로 결정할 수 없는 것들이 너무나도 많아서 시간의 흐름이 필요했다. 북한의 봉기가 좀 느린 것은 그 동네 생활 수준이 1950년에 머물러 있다는 점에 기인했다. 평양 말고는 제대로 된 연락 수단이 구두밖에 없었기 때문에 사람들이 모여서 평양으로 가는데 좀 오래 걸렸다. 이미 북한 내에 있는 많은 미국인이 남포항으로 대피해 있었고 결재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쿠르드족은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게 아니군. 그들이 어련히 알아서 잘하시겠지. 일단 최대한 주변국을 압박해서 전쟁이 나더라도 축소해야겠어. 이제 좀 살만한 아프가니스탄과 인도를 움직여볼까?”
“서수단은 어떻게 추가로 조치하실 부분은 없으십니까?”
그 말을 들은 부시는 곰곰이 생각하더니, 이내 결의에 찬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적어도 한 달은 지켜보도록 하지. 바로 바뀌는 건 어려우니. 유사시에는 정부를 우리가 갈아치워야 할지도 몰라. 욕은 좀 먹겠지만, 나는 그 꼴을 그냥 보고 있을 수가 없네. 어차피 UN 회원국 대부분은 침묵할 거고. 상관없겠지.”
다만 후임자가 좀 걱정이긴 했다. 부시가 벌여놓은 일은 많은데 수습은 후임자가 해야 할 것 아닌가. 그런데 막말로 그건 남 일 아닌가?
‘나만 아니면 그만이지!’
이렇게 급한 문제 대부분을 해결하고 진짜로 한시름 놓았다. 그래봤자 끔찍한 서류의 산은 바뀌는 게 없지만. 그렇기에 가끔 좀 쉬면서 하자고 해도 부시는 절대로 그 말을 듣지 않았다.
특히 비서실장이 너무나도 힘들어서 말을 꺼내면 ‘고작 자네와 나 때문에 미국의 발이 묶여 있다니 말도 안 되지. 암.’이라면서 도저히 쉴 생각을 하지 않았다. 물론 이런 생활을 본인이 자처하긴 했지만, 자처하는 것과 그걸 헤쳐나가는 것은 완전히 별개였다.
그렇다고 비서실장이 휴가를 쓰자니 ‘그때 그 꼴’이 또 나버릴까 봐 도저히 쉴 수도 없었다. 휴가지에서 들었던 소식들을 떠올리면 아직도 심장이 떨려왔다. 세상에나! 소식은 들려오는데 정작 자신은 전화 말곤 아무것도 할 수 없다니!
“아, 그렇지. 마지막으로 이란의 성명에 대해서는 규탄하고 비판할 건데. 이건 내가 쓰겠네. 문제는 없겠지?”
“예? 아···마도요?”
직설적으로 욕설을 해도 별문제는 없을 정도였다. 정말로 문제가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었지만, 그렇게 해서 잃는 것보다 얻는 게 더 많았다. 잃을 거라고 해도 제3세계에서의 신망 정도였는데, 이건 처음부터 있지도 않았고 국내에서의 인기라도 얻어야 했다. 그렇지 않아도 대통령 선거가 얼마 남지 않은 시점이었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인기를 긁어모아야 했다.
전문가들도 하나 같이 입을 모아 재선 확정이라고는 하지만, 세상에 절대는 없다고들 하지 않은가? 그러니 한 명이라도 더 많은 표를 얻어야 했다. 그리고 이란 같은 자유가 억압된 나라를 공개적으로 비난하는 건 사실 굉장히 유효한 전략이었다.
“음, 부비서실장으로부터 올라온 보고입니다.”
“벌써? 넉넉하게 일주일을 준 거 같은데?”
“보고서에 틀린 부분 없으며, 아직 까지는 잘 돌아가고 있다고 합니다. 도리어 초과하는 부분도 있다고 하더군요.”
“정말인가? 그럴 리가 없는데.”
서류를 넘겨받은 부시가 의아하다는 표정으로 서류를 빠르게 훑었다. 일주일 전에 올라온 보고서와 부비서실장이 비교한 그래프를 무자비하게 해체하여 음미했다. 그러다가 부비서실장이 직접 달은 주석에서 부시의 눈길이 멈추었다.
“아, 보고되지 않은 비공식적인 자원봉사자가 더 늘었다고?”
“사람이 늘면 당연히 일 효율이 높아질 수밖에 없죠. 이게 대통령님께서 말씀하신 인해전술의 장점 아닙니까?”
“그렇다면 이 초과 달성도 말이 되고 실로 기쁜 일이지. 하루라도 빨리 다시 숲에 녹음이 드리웠으면 좋겠군.”
“이 부분을 좀 포장해서 선전해도 나쁘지 않겠군요.”
국가에서 직접 영상매체를 만들어 국민성을 드높이고 고취 시키는 일은 종종 있는 일이었다. 유럽에서 신문이 정부의 유효한 정치 수단으로 쓰이기 시작했을 무렵부터 이어진 유서 깊은 방식이었으며, 제2차 세계대전에서 징병하기 위해 쓰였던 포스터도 비슷한 부류의 물건이었다.
“긁어 부스럼 만들지 말고 그냥 놔두게. 구태여 만들 거면 완전히 다큐멘터리로 만들고.”
“왜 그러십니까?”
“국민의 노력을 정부의 성과로 포장하는 것만큼 꼴사나운 일도 없으니까 그렇지.”
그리고 동시에 이는 독재국가에서 이뤄지는 것들이기도 했다. 정부의 성과를 최대로 올려 지배의 정당성을 확보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부시는 이런 일들이 껄끄러웠다. 그리고 이런 영상들은 10년 뒤에 보면 제법 부끄러워지기도 했기 때문이었다.
원래 영상이라는 게 같은 사건이라도 어떤 각도로 다뤄지냐에 따라서 전혀 다르게 받아들여질 수도 있는 것 아니겠는가? 국가에서 제작하는 영상은 전부 다 그런 부류였다. 잘 상상이 가질 않는다면, 군대 정훈 교육 시간에서 질리도록 본 영상들을 상기해도 좋다.
“대통령님의 뜻이 그러시다면 그쪽으로 갈피를 잡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그건 그렇고 우린 그냥 남포항이나 지키고 있으면 된다지만, 한국은 힘들겠군. 그래, 상황이 대충 어떻게 돌아가고 있나?”
평양. 북한의 수도이자 모든 인프라가 집중되어있는 도시. 그 평양은 유일무이하게 밤에 인공위성으로 보았을 때 북한에서 불이 켜져 있는 도시였다. 지금이야 남포가 포함되지만, 적어도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그랬다.
어쨌든 그 평양은 본래도 한산했지만, 오늘은 더 한산했다. 국방색 옷을 입은 정예 군인들이 실탄으로 무장하고 진입로를 지키고 있었다. 본래 남한의 침공을 막기 위해서 쓰일 예정이었던 벙커와 요새는 인민들의 진격을 막기 위해서 점거되어 쓰이고 있었다.
정예 중의 정예라는 말은 다른 말로 하면 가장 군인 같은 사람들을 모아놓았다는 말이기도 했다. 군인의 미덕은 상명하복이며, 그 이외에 아무것도 없었다. 죽으라면 죽고 싸우라면 싸우는 것. 그게 군인이었다.
인민들에게 가장 이상적인 방향은 군인들이 스스로 총을 내려놓는 일이었지만, 그것은 실로 요원한 일로 보였다.
타국에선 실탄이 발포되는 일 자체를 큰일이라고 보며, 동시에 쿠데타 혹은 혁명이라고 인식하지만, 북한에서는 원래 인민에게 총 좀 갈긴다고 해서 바뀌는 게 없었다. 본디 몇 가지 하찮은 사유로 심심찮게 벌어지는 일이었다. 그래도 대부분은 교정시설에 들어가기도 했지만, 어쨌든 총 맞아 죽는 사람도 흔하다는 소리였다.
문제는 전부 이렇게 대응할 수가 없다는 점이었다. 그것도 한두 명이지, 수천을 넘어 수만 명이 되면 공산당도 감당하기 힘들었다. 아마 몇 년 전이였다면 그다지 큰 문젯거리도 아니었겠지만, 지금은 혼란스러운 정권 교체 시기였다. 그들이 억지로 새로운 정부라도 새웠다간 아주 삼국시대를 찍게 생겼다.
“이를 어찌합니까?”
“남한에서는 병력 파견 의사를 보였습니다.”
“누구를 지키기 위해서요? 인민을? 아니면 우리를?”
“공식적으로는 둘 다라고 하는데, 아마도 우리는 대부분 그 과정에서 실각 될 확률이 아주 높습니다.”
“이런 빌어먹을!”
공산당 내부는 그야말로 혼돈의 도가니였다. 그들의 계획은 천천히 우위를 가지고 남한에 합병되는 것이었는데, 당장 망하게 생겼으니 온갖 의견이 나왔다. 개중에서는 정말로 싹 다 밀어버려야 한다느니, 남한으로 탈북하자느니 별의별 해괴한 이야기가 다 나오고 있었다.
“지금 당장 어떻게 해봐야죠. 지도자를 세웁시다.”
“이제 와 백두혈통을 가진 새로운 지도자를 내세운다고 해봤자 주민들은 여전히 반발할 것이 틀림없습니다.”
“우리가 세운 지도자가 일단 반미를 외치고 재편한 군을 명목상 일부 부활시키면 됩니다. 나중에 합병 뒤에는 큰 문제가 되긴 하겠지만, 그건 통일 정부가 해결할 문제 아니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