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orge Bush's Great America RAW novel - Chapter (210)
조지 부시의 위대한 미국-209화(210/377)
< 209화 >
군대가 해체되어 명목상의 치안 유지부대 수준의 병력을 운용할 수밖에 없었던 군대는 인민들을 막을 힘을 가지지 못했다. 도리어 오는 족족 평양에나 설치되어있는 자동문처럼 열어줄 뿐이었다.
“정말로 이래도 되는 겁네까?”
검문소마다 소대 수준의 병력이 배치되었는데, 그마저도 허술하기 짝이 없었다. 몇 년 지나지 않아 북한의 검문소 대부분이 해체 수순을 밟을 예정이었던 탓이다. 한때 인민들에게 공포의 대상이었던 검문소는 지금 와서는 밥이나 축내는 게 일이었다.
북한 전국의 검문소에 ‘이동을 차단하라!’라고 명령이 떨어졌지만, 어디 이 허술한 병력으로 수만의 인파를 막는단 말인가? 그들은 일반 사병이었지, 무슨 전설처럼 내려오는 조국인민 해방전쟁에나 간간이 나오던 3용사니 6용사니 하는 존재들이 아니었다.
“그럼 넌 성난 인민의 발에 짓밟히고 싶니? 내는 아니다 야.”
선전과 홍보 그리고 배운 바에 따르면 고작 소대 단위로 소총 몇 자루로 몇몇 고지에서 미제놈들이나 남조선의 침략을 능히 막아냈다는 이야기가 있긴 하지만, 전설은 전설이라고 불리는 이유가 있다. 범인으로서는 도저히 불가능하기에 전설이라고 불리는 것 아니겠는가?
“내래 추측하기로는 이번 건으로 상부도 어찌하진 못할 기야.”
“고 예전 그 빡빡한 분대장이었으면 통과시키지 않고 다 같이 죽자고 할 게 분명한데. 우리 분대장이 이태식 분대장이라서 다행입네다.”
예전 분대장은 당의 명령이라면 그 자리에서 자기 배를 갈라 간이라도 바칠 것처럼 굴더니 재편할 때 기어코 평양으로 발령이 났다. 거기서도 두각을 보이고 있다는 소식이 간간이 들렸고 ‘평양 생활은 이렇단다. 거긴 어떠니.’라고 적힌 편지도 가끔 왔다. 규칙이 좀 빡빡하긴 했어도 정은 많은 사내였다.
“고저 저기 있는 남조선 아새끼들 난리 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조용합네다?”
경수로 경비 병력을 말하는 것이었다. 남한에서는 1기 개마고원 군번이니, 뭐니라면서 까는 부대였다. 휴가도 마음대로 못 나가는 탓에 불쌍해 죽겠다며 새롭게 최악의 부대 중 가장 밝게 타오르는 신성으로 꼽히고 있었지만, 어쨌든 그건 현장 간부랑 병사들 사정이고 수뇌부 되시는 국방부 대가리들 사정은 좀 달랐다.
“멍청한 새끼들!”
거만하고 오만하기 짝이 없는 시대에 뒤떨어진 국방부 장관들이나 국회에 금배지 달고 격투기나 연마하는 놈들이나 다 거기서 거기였다. 추이를 지켜보자니 이게 말이나 되는 일인가?
이유는 다음과 같았다. 북한의 민심이 들고 일어난 지금 군을 투입하는 일은 사태를 더 악화시킬 뿐이라는 말이었다. 그렇기에 사태의 추이를 지켜보고 협력하는 게 낫다고 생각한 거다. 정치인들이 가장 무서워하는 게 무엇이던가? 바로 여론 아니던가? 여론이 가장 악화할 때는 바로 전쟁할 때다.
쉽게 말하면 외국 자본이 다 빠져나가는 꼴을 보고 싶지 않았다. 아마 전쟁 그 자체는 국민도 여론이 반반 갈려서 열심히 싸울 거다. 그런데 그 전쟁 덕분에 경제가 악화하고 당장 밥상 위에 올릴 쌀밥에 김치가 없어지면 들고 일어나는 거다.
아니면 더 일찍 일어날지도 모른다. 사실 지금만 해도 벌써 유구한 전통에 따라 시위대가 서울 광화문에 집결해서 북한에 뭔가 해야 하지 않느냐면서 아우성치고 있었다.
그런데 문제는 뭘 어떻게 해야 할지 구체적으로 제시하는 놈이 하나도 없다. 아니, 한둘 즈음은 있다. 그런데 의견이 모조리 다르다. 손발이 맞는 놈은 한 명 없고 제각기 다른 의견으로 싸우고 있었다. 좀 다행인 것은 이번 슈퍼 사스 문제로 그 규모가 그다지 크지 않다는 점이었다.
예산 편성 문제도 좀 그랬다. 지금이야 갑자기 들어온 예산이 어마어마하기에 추경안 없이 무난하게 버티고 있는 거였다. 그래도 그게 한계까지 닿아서 드디어 추경안 이야기가 나오고 있었다.
추경안? 얼마든지 동의한다. 사실 한참 전에 나왔어야 할 것이, 유래를 찾아보기 힘든 경제 호황 덕분에 유야무야 미뤄지고 있었을 뿐이었다. 그런데 그동안 뭘 어디다 어떻게 썼는지 구체적인 자료를 제시하지 않고 바꾸자고만 씨부린다. 이게 말이나 되는 소리인가?
행정부도 변명거리는 있다. 공무원 사이에서도 전통이라는 게 있다. 정부 자체는 100년조차 되지 않아 그렇게 오래된 정부가 아니지만, 10년만 있어도 생기는 게 전통이라는 것이다. 전통에는 깊고 얇음 따위는 구애되지 않는다.
그런데 그 빌어먹을 전통대로 한 결과가 이거다. 제대로 처리했으면 이 꼬락서니가 났겠는가? 그걸 바꾸겠다고 하는 게 바로 선거다. 대충 정치인이 나서서 ‘우리가 이 곰팡내 나는 전통을 이렇게 바꾸겠습니다! 여러분!’하면 시민은 그 사람을 뽑아주는 거다.
그런데 바뀌지 않는다. 행정 시스템, 정경유착, 양극화, 군대 문화까지. 바뀌는 게 없다. 그들이 정치권 적폐를 청산하겠다고 부르짖어도 절대로 바뀌는 게 없다. 왜? 그들이 적폐니까. 적폐가 적폐를 처리하는데 어떻게 적폐가 해결되겠는가? 바닷물을 처리하겠다고 소금물을 들이붓는 격이다.
특히 그중에서도 가장 끔찍한 것이 군대인데, 맨날 군대 문화를 바꾸니 뭐니 하면서 정작 슈퍼 사스 사태가 터지자 감염을 방지하기 위해서 비축하고 사용하는 군대의 일회용 식기나 마스크 전부 ‘간부 지갑’에서 나가고 있다. 이러니 생활 비리가 없어질 리가 있나?
상부에서 대책이랍시고 내놓은 게 의무적으로 김치 많이 퍼먹이는 게 전부다. 김치가 슈퍼 사스에 좋다는 언론이 내놓은 병신 같은 말을 그대로 믿은 거다. 그럼 차라리 전투력이라도 증진 시켜야 하는데 모 사단 모 부대 김 이병이 쓰고 있는 물통은 6.25 시절에 파병 온 모 사단 모 부대 마이클 이병이 쓰던 알루미늄 수통이다.
다른 나라는 제식 소총에 광학장비 달고 새로운 훈련법을 고안해내기 위해서 혈안이 되어 있는데 주력은 보병인 주제에 무식하게 화력이 전부라면서 포에만 눈깔이 돌아갈 정도로 돈을 퍼붓고 있다. 그렇다고 그 포라는 것이 제대로 된 물건이냐고 하면 그건 또 아니다. 무식하게 무겁고 무식하게 오래되었다.
목적은 또 무엇인가 하면, 그냥 많이 쏘는 거다. 그렇다. 이길 생각이 아니라 그냥 많이 보복할 생각하는 거다. 땅이 좁아서 전혀 틀린 말은 아니었지만, 그럴 거였으면 벙커라도 제대로 더 많이 만들어야 하는 것 아닌가? 20, 30년 전에 만든 콘크리트 부스러기 떨어지는 그런 벙커 말고.
그리고 군 병원은 전부 감염되어 붕괴한 지 오래지만, 이를 공표하지는 않는다. 언론은 언제나 투명한 언론이라며 언론 플레이를 실천하고 있지만, 참으로 코웃음 나는 일이다. 이마를 탁! 피떡이 되도록 쳐도 계속해서 생겨나는 신박함에 감탄을 금치 못해 뒤져도 모자를 일이다.
자유 언론이라고 했던가? 그래서 그 결과가 이건가?
치료제를 써도 모자랄 마당에 김치 좋다고 검증조차 되지 않은 말이나 돈 주고 고용한 전문가인지 뭐 하는 놈인지도 모를 좆만한 새끼의 입을 빌려서 뉴스에서 민간요법을 종용하는 일? 자극적인 기사와 자극적인 단어 선정으로 국민을 현혹하는 일?
그렇다. 지금의 대한민국은 주춧돌이다. 무너지려는 기둥에 주춧돌을 빼서 재빠르게 돌려막을 수는 있으나, 주춧돌은 서서히 닳는 거다. 그리고 어느 순간 갑자기 모든 것이 도미노처럼 와르르 무너지리라.
“다 찢어발겨 죽여도 모자랄 새끼들.”
그리고 이렇게 이를 바득바득 갈고 있는 인물은 놀랍게도 이 나라의 16대 대통령. 현원섭이었다. 어떻게 해볼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 차라리 한 집권 2년 정도 되었으면 무난하게 힘을 휘두를 수 있겠지만, 이제 막 정치권을 휘어잡기 시작한 몸인지라 강력하게 끌고 가질 못했다.
정확히는 마치 산책갔다가 집으로 끌고 돌아갈 때 전력으로 버티려는 개처럼 버티고 있었다. 끌고 가고 싶어도 버티니 어쩔 도리가 없었다.
‘내 소싯적에 미 대통령을 미국을 독재국가로 이끄는 개새끼라고 규탄했는데, 설마 그게 부러워질 줄은 상상조차 못 해봤는데.’
적어도 언론에 철퇴를 휘두른 건 잘했다고밖에 할 수 없었다. 대한민국의 역사는 억압의 역사인지라 대놓고 그럴 수가 없다는 게 참으로 한스러울 뿐이었다.
“가장 시급한 것은 역시나 북한 문제인데.”
다른 건 몰라도 군대를 움직이는 결정만큼은 다른 간섭 없이 대통령만이 할 수 있었다. 이번만큼은 다른 선택지 없는 양자택일이었다. 지금의 정부에 협조적이며 동시에 통일 보증 수표인 공산당을 지키기 위해서 평양에 군을 파견할 것인가? 아니면 세워질지 세워지지 않을지도 모를 새로운 정부를 위해서, 더 정확히는 정부의 여론을 위해서 군을 파견하지 않을 것이냐?
“이거 참 곤란하군. 전 대통령이 세운 업적을 내가 다 망가뜨렸다고 평가받게 생겼어.”
물론 현실은 전혀 관련이 없었지만, 언론에는 이보다 맛깔나는 먹이도 없을 터였다.
“미국 측은 우리가 알아서 하길 바라는 지 한 발 뺀 상태고. 이거야 원. 돌아버리겠군.”
차라리 남포항에 주둔해 있는 미군이 움직였으면 핑곗거리라도 생겼을 거 아닌가? 그렇게 갈아 마시고 싶어 했던 이웃인 공산당이냐, 아니면 현 상태 유지인가. 무엇을 골라도 난감하기 짝이 없는 선택지들이었다.
전자를 고르면 통일은 무난하게 할 수 있을 터였다. 다만 훗날이 문제였다. 통일하고 나면 좋든 싫든 정부에는 저런 사람들이 들어올 터였다. 독재자가 되려거나 독재에 충성하는 사람들 말이다. 이는 절대로 있어서 안 되는 일이었다. 현원섭 대통령은 전 대통령과는 달리 시간을 두고 차근차근 진행하고 싶어 했다.
후자를 고르면 그것대로 문제였다. 그냥 원상 복귀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 물론 더 친화적인 정부가 세워질 수도 있었다. 지금 평양으로 진군 중인 시위대는 꼭 김정일에게 충성하는 자들만 있는 게 아니었다. 도리어 반대로 이 틈을 타서 그동안의 설움을 풀고 그들의 의사로 돌아가는 민주주의 정부를 세우려는 이들도 있었다.
하지만 이건 복권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 말이 민주주의지 실상 그냥 머리가 바뀌는 것에 불과할지 누가 알겠는가. 훗날 그럭저럭 살게 된 그들이 통일을 거부할 수도 있는 것 아닌가? 지금 그들이 통일하려는 것은 돈의 맛을 보았고, 남한과 통일하면 그 돈맛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정말로 되는 일이 하나도 없구먼.”
정말로 되는 일이 하나도 없었다. 대통령이 말이 대통령이지 이쯤 되면 그냥 대통령 감투 씌워둔 늙은 중년이랑 다른 게 뭔가? 물론 진짜로 허수아비라는 게 아니었다. 권력은 충분할 정도로 있었다. 다만 그것을 휘둘러도 해결할 수 있는 게 하나도 없어서 되는 게 없다는 거지.
이 되는 일 하나도 없는 혼란스러운 정국에서 과연 대한민국 대통령의 선택은 무엇인가?
“다 꺼져. 인생은 주관식이다.”
그가 선택한 것은 아예 파병을 넘어선 대규모 진군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