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orge Bush's Great America RAW novel - Chapter (213)
조지 부시의 위대한 미국-212화(213/377)
< 212화 >
“뭔 미친.”
부시가 한반도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에 대해서 보고를 받은 순간 내뱉은 말이었다.
“저는 이 시대에 이렇게 독특···한 사람이 지도자가 될 거라곤 상상조차 못 해봤습니다.”
‘그것도 두 명이나.’라는 말은 속으로 능숙하게 삼켰다. 비서실장의 표정 관리는 완숙에 이르렀다가 이젠 완벽에 닿았다. 구체적으로 맨정신에 모진 고문을 당하더라도 표정을 유지할 수 있을 정도였다. 반대로 부시 행정부에서 적어도 이 정도가 되지 않으면 비서실장이라는 자리는 못 해먹을 자리라는 말도 되었다.
“이게 실제로 잘 돌아가고는 있는 건가?”
사실 이는 거의 불가능한 일에 가까웠다. 적어도 부시가 알고 있는 선에서는 그러했다. 생각해보라, 고작 쌀 따위로 무혈입성할 수 있다면 왜 다른 나라들이 그런 전략을 사용하지 않겠는가?
“보고서대로라면 그렇겠죠. 아무래도 이 전략이 유효한 것은 ‘한반도 정세’가 가지는 특수성에 기인한 것 같습니다.”
여기서 ‘특수성’이라는 단어는 괜히 들어간 것이 아니었다. 지금 남한 정부가 쓰고 있는 전략은 인류가 겪어온 그 어떤 상황에서도 쓸 수 없는 전략이었다. 오로지 이 순간 지금 한반도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전략이라고 해도 전혀 과언이 아니었다.
반강제적이긴 했지만, 남한과의 교류는 북한 공산당의 쇄국정책으로 인해 북한이 가장 완벽한 나라이자 지상낙원이며, 인민들을 이끌 수 있는 건 오로지 세상에서 가장 위대하고 현명한 장군님과 기쁜 마음으로 하늘에서 지켜보고 계시는 수령님뿐이라고 세뇌된 수많은 인민에게 현실 감각을 돌려주기에 충분했다.
수채통 안에서 한번 터지기 시작한 봇물은 그 무엇으로도 막을 수 없듯이, 해외로의 관심은 하늘을 찌를 듯 치솟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것이 절정에 달했을 무렵이 바로 지금이었다. 그것을 막아야 할 김정일은 힘을 잃고 침대에 누워 있었고, 이를 대신할 공산당은 이미 북한의 몰락을 예측한 뒤 받아들이고 새롭게 태어날 통일 한국에 자기 자리를 만들기 시작했다.
여기까지만이라면 무난하게 통일되었을 터지만, 김정일이 사망하면서 유언으로 현 공산당을 겨냥하고 교시를 내리고 사망한다. 마음만 같아선 미국을 치고 싶었겠지만, 완전히 무장해제를 당했기도 했고. 원래부터 그럴 능력 따위는 없었기에 자신을 배신한 공산당을 파멸시키기로 한 것이다.
여기서 그나마 도시나 마을 등에서 마귀와도 같은 자본주의의 유혹에 굴하지 말라며 정신 무장을 주장하던 사람들마저 평양으로 떠나면서 이 희대의 정신 나간 작전이 한 대통령의 상상 속에서 힘을 가지게 되면서 절대로 깨지지 않을 것 같았던 현실의 껍질을 까고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상상하는 건 그렇다고 치더라도, 그걸 현실에서 직접 실천하는 인간이 존재할 줄은.’
엄연한 주권국가에 군을 동원했다는 점에서 사실상 침략 행위에 가깝긴 했지만, 그걸 제지할 국가라곤 미국과 러시아 그리고 중국 정도였다. 문제는 미국의 경우 당연히 침묵 중이었고, 중국은 그냥 주화입마에 들어버린 내부를 수습하느라 외부에 신경 쓸 틈이 없고, 러시아의 경우 명분이 없었다. 북한의 치안 유지를 핑계로 그냥 내려오자니 남포항에 주둔 중인 항모가 눈에 밟혔고, 그렇다고 미국과 신경전을 벌이면서까지 북한 땅을 점거할 이유가 없었다.
구태여 핑계를 찾자면, UN 회원국이자 명실공히 주권국가인 북한의 정부인 공산당에서 러시아에 도움을 요청했을 경우인데, 공산당은 여우를 쫓아내자고 범을 불러들일 정도로 그렇게까지 멍청하진 않았다.
무엇보다 인민이 얼마나 평양으로 몰리던 결국 인민은 인민. 비무장 집단이 제대로 무장되고 훈련된 정예 강군을 이길 수 있을 리 만무했다. 북한에서 핵이 조금 더 일찍 개발되었다면 외부적으로나 내부적으로나 선택지가 꽤 많아졌겠지만, 지금 공산당이 고를 수 있는 선택지는 그저 ‘다 죽이거나, 죽거나’로 한정되어 있었다.
“외부로부터의 개입이 없다면 그렇게 되겠지.”
“지금 저희가 개입하는 건 분쟁의 요소가 될 수 있습니다.”
그 말대로였다. 물론 다른 나라가 미쳤다고 간이 탱탱 불다 못해 터지는 한이 있더라도 북한에 개입을 시도하지는 않겠지만, 미국이 앞장서서 분쟁의 요소를 만드는 건 좀 이야기가 달랐다.
지금 당장은 세계가 미국을 포함하여 슈퍼 사스 하나 덕분에 미쳐 돌아가고 있으니 이젠 미국의 앞마당이나 다름없게 되어버린 북한에서 미군이 좀 날뛴다 한들, 먼나라 이웃나라 일쯤으로 생각하여 별로 신경 쓰지도 않겠으나 그 이후가 문제였다.
만약 말이 나오더라도 어찌어찌 미국이 자랑하는 국제적인 영향력을 움직여서 무마해볼 수 있다지만, 강압적인 방법이 탈이 없을 리가 만무했다.
“딱히 우리가 개입하지는 않을 걸세. 이미 한국이 전력으로 개입하고 있지 않은가? 그들이 알아서 하겠지. 만약 저 평화 작전···. 어디가 평화로운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저 작전이 실패하더라도 이미 한반도에서 일기 시작한 파도는 그 무엇으로도 멈출 수 없게 되었네.”
다만 파란(波瀾)이 어떤 형태로 일어날지는 전적으로 북한과 남한만의 것이었다. 판은 미국이 깔아줬다. 판 자체는 의도치 않게 깔게 되었지만, 이왕 깔게 되었으니 일단은 외부의 개입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갈 생각이었다.
“한국전쟁 시즌2만 아니면 좋겠군.”
부시는 매번 전쟁 자체가 끔찍하다는 점을 강조하면서도, 구태여 언급하지 않는 것이 있었는데. 그건 그것이 차마 입에 담기조차 두려웠기 때문이다.
부시가 두려워하는 그것이란 바로 증시가 끔찍할 정도로 파도처럼 출렁인다는 점이었다. 전쟁이라는 게 다 그렇지만, 한국은 그게 더 했다. 이젠 과거처럼 한국이라는 파이 조각이 세계 경제에서 그렇게 작은 조각이 아니었다. 피자를 생각해보자. 피자에서 한 조각을 빼서 다른 조각을 움직여 서로 이어붙이면 티가 확 나지 않는가?
미국의 경제도 비슷하다. 하나가 빠지면 그만큼 유동이 생긴다. 미국은 북한 땅에 상당량 투자를 했기 때문에 만약 한국전쟁이 터지게 되면 증시가 그릴 그래프는 파도 따위가 아니라 쓰나미와도 같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하여튼 한국과 미국은 경제적으로 좀 더 밀접해졌으나 덕분에 한국이 터지면 미국도 다치게 생겼다.
“그래도 유사시에는 우리 군을 움직여야겠네.”
아무리 그래도 ‘전쟁’은 나지 않으리란 자신감이 있긴 했다. 전투기와 전차는 완전히 고철로 변했고, 총기도 대부분 압수하여 파괴했다. 가장 걸림돌이던 방사포나 대공포도 최소한의 자위용을 제외한 대부분을 해체했다.
그나마 남아 있는 것들도 전부 평양에 배치된 것들이었다. 심지어 군수공장 또한 전부 북한 발전을 위한 민간공장으로 전환되거나 파괴되었다. 고속선은 전부 어선이 되었고, 군함이라고 할만한 것들은 해체 도중이었다. 마지막 보고로는 절반 정도 해체했다고 들었다. 그래도 좀 멀쩡한 것은 북한이 그렇게 집착하던 벙커였는데, 본래 부시는 벙커 또한 철거하기를 원했으나 마땅한 핑곗거리를 찾지 못했다.
벙커는 어디까지나 벙커다. 다시 말해 공격용이 아니라 방어용이란 말이다. 국가의 방위와 안보를 위해서라고 주장하면 미국으로서는 딱히 명분이 없었다.
그리고 만약 북한에 신정부가 수립되어 남한에 전쟁을 걸더라도, 전쟁보다는 어른이 아기와 싸우는 듯한 느낌을 줄 터였다. 북한군의 무기는 대부분 1세대 전의 물건이었다. 현세대 물건이라고 하더라도 현저히 질이 떨어졌다.
물론 그 아기가 단순한 아기는 아니고 식칼을 휘두를 정도는 되었지만, 그래봤자 아기는 아기였다. 어른이 작정하면 아기가 아무리 칼을 휘둘러봤자 쉬이 제압되고 마리라.
“당연한 말씀입니다. 일단은 지켜보다가 때를 노리도록 지시하시겠습니까? 언제든지 움직일 수 있도록 배치를 좀 바꾸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듯합니다.”
지금은 남포항에 전부 대기하고 있었지만, 빠른 대응을 위해서는 항모를 출격시키고 남한의 협력을 받아 주요 거점을 빠르게 점령하는 것도 좋으리라. 그동안 한미 합동 훈련이 다 무엇을 위해서였는가? 바로 이럴 때를 위한 것이 아니었던가?
“한반도 문제는 이쯤하고 슈퍼 사스에 대한 경과를 좀 듣고 싶은데.”
하도 혼란스러워서 그렇지 슈퍼 사스도 만만찮은 상대였다.
“아무래도 방역 예산을 늘려야 할 것 같습니다.”
“마스크 미착용 문제인가?”
미국 문제만은 아니었지만, 유럽권 국가들은 대부분 마스크를 쓰면 일단 슈퍼 사스 보균자라고 생각했다. 기분은 알겠지만, 이렇게 제대로 개념이 박힌 이들을 보균자 취급을 해버리니 방역이 쉬울 리가 있겠는가?
여기서 말하는 보균자 취급은 단순히 마스크 착용자를 기피하는 수준에서 머무르지 않았다. 심하면 병을 고의적으로 옮기는 생물학 테러리스트 취급하며 집단으로 폭력을 가하기도 했다. 당연히 말도 안 되는 차별에 마녀사냥이었지만, 하필 ‘동유럽’에서 벌어진 일 때문에 빌어먹게도 이 마녀사냥은 충분할 정도로 힘을 가질 수 있었다.
“빌어먹을. 차라리 중동에 좀 더 깊게 개입해서 알 카에다 고놈들을 싹 다 죽여버렸어야 했어.”
부시의 입에서 죽인다는 말이 나오는 건 흔히 있는 일이 아니었다. 부시가 이번을 포함해서 죽어 마땅하다는 말을 임기 동안 딱 세 번 했었는데, 내놓고 부정부패로 파티를 벌인 관료, 공무원 몇 명을 처벌할 때 했었고. 나머지 한 번은 북한의 수괴이자 겉으로는 정말로 친한 절친인 김정일이었다.
“치료제는?”
“종류 가짓수가 총 마흔다섯 개 나왔고, 이제 임상시험 단계입니다. 차후 개량의 여지가 있다고 합니다.”
규모가 크니 치료제 샘플도 상당히 많았다. 이미 가능성은 보았고, 연구진들은 이 중에서 가장 나은 것을 고를 심산이었다. 그러나 부시가 듣고자 하는 것은 이 치료제가 아니었다.
“아니, 그쪽 말고. 중국 쪽 치료제 말일세.”
“그쪽은 이미 입수해서 분석 중입니다. 아마 하루 이틀이면 결과가 나올 것 같습니다.”
치료제 하나 만들겠다고 이미 몇억 달러나 투자하고 있었는데, 만일 하나 치료제일지도 모를 물건이 있다고 하니 연구원들의 눈이 돌아가는 건 당연지사였다. 연구팀은 현재 이 치료제 분석을 가장 우선순위에 두고 있었다.
“그런데 입수 루트가 좀 미심쩍습니다.”
“미심쩍다고?”
“그게 물량이 어째 중국이 아니라 터키에서 나왔습니다. 유사품이나 가짜라고 생각했지만, 아무래도 직접 확인해보니 중국에서 나온 장물 같습니다.”
“장물이 나올 정도로 생산량이 많나?”
“베이징이나 홍콩에서나 순차적으로 풀리고 있습니다. 보고서에 의하면 재산의 크기나 사회적인 지위에 따라서 결정되는 것 같다고 합니다.”
정확히는 ??시가 잘 풀린 사람부터 배급받는 것이었지만, ??시가 잘 형성되어 있는 사람은 사회적 지위가 높고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로 부자이니 딱히 틀린 말도 아니었다.
“방역팀에게 더 많은 보호복과 예산. 그리고 인력을 할당하게.”
부시가 서류에 본인 사인을 적어넣음으로써 일단락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