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orge Bush's Great America RAW novel - Chapter (214)
조지 부시의 위대한 미국-213화(214/377)
< 213화 >
EU군이 알 카에다를 공공의 적으로 선언하고 모조리 소탕하기 위해서 여기저기 들쑤시고 다니면서 중동의 정세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지금까지의 작전과 다른 점은 그동안은 치안을 따위를 위해서 무력을 ‘제보-정찰-투입-제압’의 프로토콜을 국한적으로 사용했다면, 이젠 실상 ‘투입-제압’만을 사용하고 있었다.
쉽게 말하면 제보고 정찰이고 나발이고 절대로 웃돌 수 없는 압도적인 화력, 물량으로 일단 제압하고 봤다. 다시 말하자면 의도치 않은 피해나 억울하게 죽는 사람도 만만찮게 나온다는 소리였다. 그 와중에 궁지에 몰린 테러리스트들이 도시나 주둔지 근처에서 폭탄 테러를 감행하기도 했다.
이는 완전히 벼룩 잡으려다 초가삼간 다 태우는 격이지만, EU의 입장에서 중동은 남의 집이지 우리 집은 아니었다. 막말로 태우다 못해 아예 기름을 붓고 부채질을 해도 전혀 상관이 없는 것이다.
그리고 비유가 아니라 진짜로 그러고 있었다. 아지트로 보이는 곳에는 가솔린이나 네이팜 등을 붓고 불태워서 다신 못 쓰게 터뜨리고 불태우고 있었다. 최대한 소규모 교전을 통해 포로를 잡는 등 그래도 소극적인 테러와의 전쟁이었지만, 프랑스 항공편 납치사건 이후로 성향 자체가 대테러 작전에서 거의 전면전 수준으로 바뀌어 있었다.
그동안 공중지원이라고 해봤자 정찰이나 공격 헬기 수준이었으나, 전투기와 폭격기가 투입되었다. 그래도 알 카에다 특유의 점조직 운영 때문에 규모 자체가 작다 보니까 폭격기나 전투기가 쓰인 적은 손에 꼽을 정도였으나, 벙커 버스터를 사용하기 위해서 간간이 운용되곤 했다.
전에는 그래도 시늉이라도 했었지만, 테러리스트에겐 인권이 없다는 분위기가 스멀스멀 유럽 전체를 잠식해가면서 벌어진 일이었다. 여기에는 미국 또한 한몫했다. 정확히는 아프가니스탄과 그 주변에서 벌어진 일이었다. 미 대통령의 요청에 덕분에 숙청의 칼을 뽑은 덕분에 아프가니스탄에서는 거의 폭풍이 몰아치고 있었다. 그 요청에는 수백만 달러의 선물이 포함되어 있었다는 점은 아주 사소한 일이리라.
사실 아프가니스탄에서도 알 카에다는 골칫거리였고, 또한 치안을 불안정하게 만드는 주원인이자 불법 테러조직에 불과했기에 기꺼이 받아들일 수 있었다. 숙청의 칼날이라고 표현하긴 했으나, 숙청이라고 해도 결국엔 알 카에다를 옹호하는 이들이나 후원하는 이들을 의도적으로 홀대함으로 알아서 떠나게 하거나 알 카에다와 관계를 끊게 하고 있었다. 어쨌든 이쪽은 이해관계가 일치하여 벌어진 일이라고도 할 수 있으리라.
“어떻게 생각하나 국방부 장관.”
이제는 눈에서 완전히 생기가 없어진 모하마드가 입을 열었다. 올해 들어 88세. 이젠 당장 오늘내일하더라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나이였다. 재선도 생각해보았으나, 그것은 아무래도 무리 같았다.
물론 선거를 나갔다 하면 재선 확정이겠지만, 모하마드는 더는 이 나라를 이끌어 갈 기력과 체력이 없었다. 그렇지 않아도 얼마 남지 않은 목숨을 조국을 위해서 다 바쳤다. 태어날 때부터 지게 된 의무와 맡은 소임을 다하기 위해서 끊임없이 달리고 달렸다.
한 번의 방심이 나라를 지옥으로 몰고 갔지만, 알라께서 굽어살피시어 하늘이 도운 것인지 나락으로 떨어진 조국을 구하고 이단을 근절할 기회를 얻게 되었다. 그러나 그것도 올해까지인 듯했다. 방심의 원인이 된 ‘눈’은 이젠 글자조차 잘 보이지 않을 정도로 침침했다.
수술하기에는 나이가 들었고, 그게 아니더라도 최근 들어 부쩍 느끼는 게 있었다. 한참 어릴 적에는 어르신들이 어떻게 유언을 남기는지 혹은 죽음을 직감하는지 궁금했던 적이 있었다. 그땐 그저 막연하게 ‘죽을 때가 되면 몸이 점점 노쇠해져 가면서 죽음을 느끼는구나.’ 싶었는데 이렇게 직접 겪고 나니 확실하게 알 것 같았다. 아마도 앞으로 길면 3년, 짧으면 올해.
연이은 정무로 인해 몸은 그 어느 때보다 달구어져 있었고, 생기와 정력이 흘러넘쳤다. 눈이 말썽이긴 했지만, 문제를 일으키는 건 오로지 눈뿐이었다.
의지는 또 어떠한가? 마치 기름에 불을 붙인 것과 같았다. 자나 깨나 나라 걱정에 정신을 차리면 집무실 의자에 앉아 보고서나 서류를 검토하고 있는 자신을 볼 수 있었다.
혹자는 세상에서 가장 바쁘게 일하는 게 미국 대통령인 조지 부시라고들 하지만, 모하마드는 적어도 자신만큼은 아니라고 장담할 수 있었다. 적어도 그는 자신처럼 생명을 깎아가며 일하고 있지는 않지 않은가.
그렇게 생각한 모하마드는 다시 눈을 서류로 돌렸다. 그곳에는 빌어먹게도 알 카에다가 생각보다 아프가니스탄에 깊게 침투해있음을 증명하는 증거자료가 있었다. 모하마드는 물샐 틈 없는 항아리라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정부에 국한했을 때였고. 실제로는 예산이 줄줄 어디론가 새어나가고 있었다.
“저와 아프간 병사들은 대통령님의 명령을 따를 뿐입니다.”
모하마드는 본래부터 국왕이었다. 비록 지금은 대통령이라는 직함을 달고 있긴 하지만, 정작 예전과 달라진 것은 오로지 관료제의 형태뿐이었다. 물론 권력 이양의 준비를 하고 있지 않은 건 아니었지만, 어쨌든 중요한 건 기존 왕당파나 복고파가 의석의 절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지금 함부로 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라는 소리다.
쉽게 말하면 그의 지위는 거의 신과도 같았다. 그것이 중동 특유의 왕권신수설에서 우러러나오는 형식적인 의미든, 현재 무소불위 수준으로 휘두르는 권력적인 의미든 전부 같았다.
국방부 장관은 얼마 전까지는 압둘 하크였으나, 그는 본인의 희망에 의해서 내무장관으로 재취임했다. 그렇기에 더더욱 국방부 장관의 언행은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이래서는 안 되는 줄 알면서도 가끔은 우리나라가 아직 그 시절의 여파를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다는 사실이 다행스럽게 느껴지는군.”
모하마드가 말하는 ‘여파’라 함은 본인이 전왕이었다는 점을 말하는 것이었다. 아직 이 나라는 위에서 언급한 정부뿐만이 아니라 국민까지 전체적으로 왕의 그림자 아래에 있었다. 그리고 군주제 국가에서 왕의 말은 곧 법이었다. 아닌 나라도 있었지만, 적어도 이 아프가니스탄에서는 그러했다.
“이 리스트에 있는 인간들 전부 잡아드리게. 이놈들은 억울한 놈 없이 전부 확실한 놈들이니 입에서 반드시 사실을 실토해내게 해야 하네.”
모하마드가 억울한 이가 없으리라 자신할 수 있는 이유는 별거 아니었다. 그들이 죄다 카메라에 찍혔기 때문이다. 산지가 험하고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곳이 많아 아프가니스탄은 미국에서 수입한 드론을 꽤 많이 이용하고 있었다. 아니, 그보다 떠맡겨졌다는 말이 맞았다. 모종의 이유로 수많은 드론을 발주했는데, 아프가니스탄을 탈환하고 나니 이렇게까지 많은 물량은 쓸모가 없어졌다는 소리였다.
그렇다고 완전히 아프가니스탄의 병력은 아니었고, 일종의 대여 같은 것이었다. 계약 기간은 총 30년이었고, 이 30년 동안은 아프가니스탄과 미국이 같이 드론을 사용하게 된다. 평시에는 아프가니스탄 측에서 운용하며, 유사시에는 미국이 운용할 수 있게 되어 있었다. 30년이 지나면 이 드론들은 아프가니스탄 소유가 되는데, 그때 즈음 되면 미국에선 MQ-1은 이미 구식이나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어쨌든 현재 아프가니스탄은 지구상에서 가장 대규모로 드론을 운용하는 국가였고, 용도는 치안 유지였다. 바로 지금처럼 말이다. 무기 거래 장면이 찍혔고 조사를 해보니 그 관계자만 약 2000명에 이르렀다.
“절대로 실망하게 해드리지 않겠습니다.”
한 번 내려진 명령은 빠르게 하달되어 군경을 통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대부분 무사히 체포되었다. 그 과정에서 교전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대부분 체포되었다고 표현한 이유도 그렇지 않은 이들은 머리에 구멍이 나서 죽었기 때문이었다.
“젠장!”
12.7mm 중기관총을 동원한 제압사격에 알 카에다 조직원은 차마 고개를 들 줄 몰랐다. 오로지 총구만을 빼꼼 올리고는 총알이 날아오는 방향을 향해 마구잡이로 난사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장갑차를 상대로는 돌격소총은 별로 효과는 없는 것 같았다.
엄폐물이 단순한 벽돌벽임에도 그가 아직도 죽지 않은 이유는 다른 동료들을 미끼 삼아 죽을힘을 다해 엄폐물 사이를 뛰어다니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것도 이젠 끝이었다. 남은 동료도, 여분의 탄창도 없었다. 장갑차를 상대할 수 있는 대전차 무기는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도 않았다.
하긴 습격이 시작되자마자 거의 스무 명에 가까운 조직원들이 무참히 살해당했다. 처음에는 그래도 좀 체포하려고 했던 모양인데, 알 카에다가 자신들을 체포하려고 하자 조직적으로 저항하자 경찰로는 어쩔 수 없다는 판단을 하고 군대를 움직였다.
몇 년 동안 훈련받은 군대는 그동안 받은 훈련의 성과를 어김없이 보여줬다. 엄청나다고 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적어도 이 정도면 그럭저럭 정예 강군이라고 할만했다. 제식 화기나, 병기가 대부분 미국산이었기 덕분에 불법 복제한 AK와 사제 RPG로 무장한 테러리스트들을 확실하게 압도할 수 있었다.
미국산 병기는 비싼 게 흠이긴 하지만, 다른 건 몰라도 기갑이나 보병 장비에 한정하여 비싼 만큼 비싼 값을 했다. 비록 착한 가격은 아니더라도 정직한 가격이라는 말이렷다.
어쨌든 교전은 싱거울 정도로 쉽게 결착이 났다. 현재의 아프가니스탄 군대는 장비와 훈련의 질. 머릿수에서조차 딸리는 아프가니스탄의 알 카에다가 어떻게 해볼 수 있는 상대가 아니었다.
“한 명 잡았습니다!”
“이런 빌어먹을! 이백 명 중에서 고작 한 명이라니! 어떤 멍청한 놈이 체포 작전에 중기관총을 갈긴 거야!”
뒤늦게 찾아온 현장 책임자가 현장을 정리한 병사들을 질타했지만, 이미 뒤늦은 일이었다. 체포된 이들은 수용소에서 모진 고문을 동반한 심문을 받아야만 했다.
“아아! 알라는 위대하시다!”
사람 고기 굽는 냄새가 났다. 그것은 고대로부터 내려오는 가장 확실한 고문법인 인두질이었다.
“물어본 것에만 대답하는 것은 가장 기본적이고 기초적인 대화의 첫 번째 단계지. 다시 묻겠다. 네놈들의 소굴은 어디에 있지? 네놈들의 동료는 어디에 있나?”
“우리 기지는 이 나라에는 없다!”
이쯤 되면 이미 대답이 아니라 악에 받쳐 내지른 비명에 가까웠다. 그러나 그 대답이 만족스럽지 않았는지, 또 한 번 살 타는 냄새가 올라왔다.
“거짓말! 너는 거짓말을 하고 있군! 그 무기들이 외국으로부터 들어왔을 리는 없어!”
“정말이야. 정말이라고! 알라께 맹세하겠어! 그것들은 탈레반이 남기고 간 무기고에서 찾았다고 들었어! 내가 아는 건 이게 전부야!”
이렇게 몇 번 살만 지져주면 뭐든지 다 불어버리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정말로 죽을 때까지 절대로 입 한 번 뻥긋하지 않는 이들도 존재했다.
다시 아프가니스탄 대통령 집무실. 모하마드는 얼굴을 쓸어내리고 있었다.
“나를 잔인하다고 생각하지 말게나. 그들로 인해 수많은 생명이 사라졌음을 간과해서는 절대로 아니 된다네.”
성인들은 그들을 위해 노예처럼 살다가 죽었다. 소년이 자폭병으로 활용되어 죽었다. 아이는 세상을 보기도 전에 어머니의 품속에서 죽었다. 정말이지 죽어 마땅한 그런 악독한 자들이었다.
“미 대통령에 전하게. 그때 받은 선물에 대한 대답을 긍정적으로 돌려줄 수 있을 거 같다고. 그리고 ‘석유 수출량’을 좀 더 높일 수 있다는 것 또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