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orge Bush's Great America RAW novel - Chapter (215)
조지 부시의 위대한 미국-214화(215/377)
< 214화 >
“한때 과학자들은 머잖아 전 지구상에서 석유가 고갈되리라 생각했죠. TV 채널에서는 현대 문명의 근간이나 다름없는 석유가 고갈되는 시나리오를 사용한 다큐멘터리를 통해 현대 시대의 종말을 예견했습니다. 그 공포심으로부터 비롯된 것이 재생에너지죠.”
수력, 풍력, 태양열, 태양광, 지열 등. 심지어는 원자력에 이르기까지. 이 모든 것이 미래에 고갈될 석유 에너지를 대체하기 위함이었다. 정작 에너지를 대체할 수 있어도 석유의 부산물인 플라스틱만큼은 방법이 없었지만 말이다.
“하지만 틀렸습니다. 인류는 언제나 답을 찾을 수 있습니다.”
그렇다. 플라스틱의 대체 또한 인류는 답을 찾아냈다. 애당초 석유는 생물들이 썩어서 만들어진 것. 따라서 옥수수 등의 식물에서 뽑아내지 못할 이유는 없었다. 그러나 지금 중요한 것은 플라스틱이 아니었다. 아니, 플라스틱이라고 해도 상관은 없었다. 왜냐면 지금 공개되는 것은.
“여러분 새로운 시대를 소개합니다.”
셰일 혁명이니까.
“셰일의 시대.”
셰일 오일 굴착기가 시추를 시작하면서, 어마어마한 양의 타이트 오일이 시추 되었다. 이 경질 오일은 세계의 정세를 바꿔놓고 미국의 패권을 완벽하게 다져놓을 기반이었으며, 부시 행정부의 가장 핵심 사업이기도 했다.
– 우리는 더는 석유를 아껴 쓰지 않아도 됩니다! 여러분은 지금 21세기 고유가 시대의 종말을 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대통령님에겐 완벽한 재선 티켓이죠. 아마 이보다 더 확실하기도 힘들 겁니다.”
비서실장이 리모컨을 조작하자 TV가 작은 소음을 내며 화면을 검게 바꾸었다. 비서실장의 손에는 지금 부시가 보고 있는 보고서의 사본이 들려 있었다. 아프가니스탄에서 올라온 보고와 외교 공문을 처리한 직후의 일이었다.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르겠군.”
임기 내내 무슨 일이 벌어지더라도 일주일에 한 번은 무조건 경과를 지켜볼 정도로 가장 신경 쓴 국가사업이었다. 웃는다면 기뻐서 웃는 것이고. 우는 것이라면, 감동하여 우는 것이리라. 이 셰일 오일은 앞으로의 험난한 여정들을 잊게 할 정도로 아름다웠다.
“그저 4년 더 고생하는 거죠.”
지금까지와 같은 생활을 무려 4년 더. 이건 농담이 아니었다. 정말로 과로로 죽을지도 몰랐다. 과로사라는 게 별거인가. 피로가 본인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쌓이다 죽으면 그게 과로사지.
“끔찍하군.”
하지만 한편으로는 기쁘기도 했다. 알다시피 대통령이라는 자리는 국민이 뽑아서 올라가는 자리 아니던가? 다시 말해 국민의 대변자로 선택받았다는 말이다. 부시를 기쁘게 만드는 것은 이 자리에서만 휘두를 수 있는 무소불위의 권력이 아니라 국민에게 선택받았다는 사실이었다. 구태여 포장하자면, 권력이나 재산보다는 명예나 명성에 더 관심이 있었다.
이 자리에 앉으면서 권력은 질릴 만큼이나 맛보았고, 부는 만족할 만큼 있으니 더더욱 명예에 집착하게 되었다. 최초에는 ‘내가 해도 이것보다는 잘하겠다!’에서 시작되었으나, 이젠 진짜 ‘내가 아니면 누가 하리.’라는 의무감으로밖에 하지 않았다.
“이것도 중요하지만, 지금은 치료제가 더 중요하니까.”
슈퍼 사스만 아니었어도 셰일에 집중하고 있었을 터였지만, 슈퍼 사스 하나 때문에 세계 증시가 요동치고 있는 꼬락서니를 보고 있자니, 복장이 다 터질 지경이었다.
“중국 치료제가 안정적이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군.”
받은 건 보고서랄 것도 아니었다. 정리되지 않은 연구자료에 가까웠다. 그렇기에 자세한 보고는 일일이 구두로 듣기로 되어 있었다. 박사 한 명이 집무실로 들어왔다. 박사는 피부를 제외하면 모든 것이 하얀색이었다. 옷가지는 물론, 머리카락까지 완벽한 백발이었다. 연구 덕분에 오랫동안 햇빛을 보지 못한 탓인지 피부 또한 남자치고는 뽀얀 색을 가지고 있었다.
“이틀만이로군. 연구에는 좀 진전이 있나?”
들어온 박사는 아주 익숙한 얼굴이었다. 그는 총괄책임자로 거의 일주일이 서너 번은 주기적으로 보고 있었다. 다만 그 서너 번 중 대부분은 부시가 직접 찾아갔었고, 그가 이렇게 백악관을 방문한 것은 거의 두 달 만의 일이었다.
“전진보다는 도약에 가깝죠. 머잖아 치료제가 완성될 겁니다. 아마 일주일 뒤면 시작될 양산에도 차질이 없으리라 생각됩니다.”
듣던 중에 반가운 소식이었다. 슈퍼 사스 덕분에 불안한 게 이만저만이 아니었으니 말이다. 위에서 언급했던 세계 증시 문제도 있으나, 개인적으로 감염의 공포도 있었다. 약도 없는 병에 걸리고 나면 무슨 수로 국정을 돌본다는 말인가.
일단 신체가 상당히 건강한 만큼 칵테일 요법이 먹히긴 하겠지만, 칵테일 요법이란 보통 정말로 답이 없을 때 수술과 더불어 최후의 수단이었다. 별로 쓰고 싶지 않은 수단이라는 소리다.
“그건 그거고 중국에서 입수한 치료제가 불안정하다고 들었는데, 정확히 무슨 뜻인가?”
불안정하다고 적혀 있는데, 그게 도대체 어떻게 불안정한지는 알 수 없었다. 뭐 화학 구조상으로 불안정하다고 하는 건지, 아니면 복용하고 나서 복용자가 불안정하게 변한다는 건이 자세하게 적혀 있질 않아 의문만을 증폭하던 참이었다.
“중국의 치료제는 저희가 개발 중인 치료제와 상당히 유사합니다만, 이대로 사용하면 다소 부작용을 동반합니다. 이를 보고 불안정하다고 표현한 겁니다.”
“부작용이라?”
“가볍게는 복통이나 설사, 오한. 뭐, 이런 건 기본적인 것들이죠. 이런 건 부작용 축에도 들지 않습니다. 아마도 심장에 문제가 있는 사람은 복용해선 안 될 물건 같군요. 혈관계의 성능에 영구적인 손상을 줄 수 있습니다. 사실 뭐 이것도 별것 아니고. 그렇군요. 가장 중요한 건 이겁니다.”
박사는 데이터가 적혀 있는 보고서 초안을 들이밀었다. 생명공학에서는 까막눈이나 다름없는 부시였으나, 그나마 그런 까막눈이라도 정보의 나열 속에서 간신히 알아볼 수 있는 게 있었다. 그 단어는 시뻘건 글씨로 강조되고 주제에 형광펜까지 사용하여 누가 보더라도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게 했다.
“성 기능 저하?”
“한마디로 말하자면 그렇죠. 더 정확히는 발기부전과 정자 수 감소가 있습니다. 쉽게 말하면 제대로 서지도 않아서 억울해 죽겠는데, 세워도 씨 없는 수박이 되는 거죠.”
동물실험으로 인해 성불구자가 되어버린 실험 쥐 부부만 불쌍하게 되었다. 종족 번식 본능은 그대로 있는 것 같은데, 서질 않아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다. 연구원 몇 명이 보다 못해 더 이상의 실험은 무의하다고 판단하고 폐기를 건의했지만, 책임자는 아직 더 얻을 수 있는 데이터가 있으리라 믿고 사육 중이었다.
그리고 이 연구의 총책임자도 비슷한 생각을 한 모양인지, 도리어 이런 실험군을 더 늘릴 것을 지시했다. 그렇게 성 기능을 잃고 해탈한 쥐가 수백 마리였다. 만약 사후세계라는 게 실존한다면, 아마도 필시 이 연구의 관계자는 전부 지옥으로 가리라.
“그렇다고 반드시 나타나는 건 아니겠지?”
“예, 뭐. 가장 처음에 말씀드린 것처럼 나올 수도 있는 부작용입니다. 그리고 좀 무책임한 말 같긴 하지만, 원래 약이라는 게 사람마다 반응이 조금씩 다릅니다. 물건에는 완벽한 표준이 있지만, 사람한테는 표준이 없으니까요. 그 비슷한 건 있어도.”
부시는 반절도 이해하지 못하는 보고서를 읽고 있자니 진절머리가 나서 더는 못 참을 지경이었다. 부시는 화학식하고는 거리가 좀 멀었다. 그가 알고 있는 화학기호는 아주 기초적이고 기본적인 것에 불과했다.
기본이라고 해도 여기저기 주워들은 게 있었던 탓에, 어쩌면 다른 사람들보다는 좀 더 나을지도 모르지만, 적어도 박사들이 머리 맞대면서 나온 결과물을 해석 없이 볼 수 있을 정도는 결코 아니었다.
“중국의 치료제를 연구하면서 얻은 성과는 이게 전부인가?”
“이 치료제를 얻은 시기가 좀 더 빨랐다면 모를까. 이미 저희 측에서 독자적으로 개발한 치료제와 유사성을 띠기 때문에 그다지 큰 의미는 없습니다. 그렇군요. 그래도 구태여 의미를 찾자면 저희가 개발 중이던 샘플 1개를 폐기할 것이라는 겁니다.”
“어째서 폐기하지?”
박사는 새하얀 수염을 몇 번 쓰다듬으며 머릿속으로 말을 정리하더니, 그냥 전문적인 용어는 죄다 쳐내고 그냥 쉽게 말하기로 했다.
“그것이 이것과 거의 차이가 없을 정도라서 말입니다. 긍정적으로 보자면, 예산을 아낀 셈이고. 부정적으로 보자면 예산을 그냥 날린 셈이죠.”
“세상에 헛되이 쓰이는 예산은 없네. 설령 그냥 날렸다고 치더라도 다시는 그러지 말아야겠다는 교훈을 얻을 수 있지.”
“아, 긍정적이시군요.”
미 대통령이라는 자리는 이런 사고방식을 가지지 않으면 도저히 못 해먹을 자리이긴 했다. 부정적으로 생각하기에는 너무나도 많은 변수가 존재했다. 그렇다면 차라리 평소에는 낙관주의를 유지하고 있는 편이 옳았다. 그렇지 않으면 당장이라도 무너질 것 같은 나날들이었으니 말이다.
“정리하자면, 중국산 치료제에 다소 부작용이 있다는 거군.”
“그렇죠. 그걸 다소라고 치부할 수 있을지는 둘째치고 말입니다. 하지만 아까도 말씀드렸다시피 개인별로 차이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이것을 복용한 중국인 남성이 고자가 되는 일은 손에 꼽을 정도일지도 모른다는 겁니다.”
그렇지 않아도 이것을 복용한 중국인들이 정말로 박사가 말한 부작용을 겪고 있는지 CIA를 동원하여 알아보게 시키려고 했던 참이었다.
“···빠른 궁금증 해소 감사하네.”
“별말씀을. 매일 같이 얼굴을 마주했더니, 대통령님께서 생각하시는 바가 대충 보입니다. 제 친구 중에서도 대통령님 같은 성격을 한 녀석들이 꽤 있어서 말입니다. 그렇지 않아도 이 부작용에 대해서 다른 팀에게 똑같은 말을 하고 온 참이죠.”
“소소한 재미는 되었겠군.”
“아뇨. 이 샘플과 몇몇 흡사한 다른 샘플을 연구하고 있는 팀에서 비명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후줄근한 복장을 한 꾀죄죄한 다 큰 어른들이 진심으로 비명을 지르는 꼴은 꽤 볼만했습니다.”
박사는 ‘귀가 좀 아프긴 했지만.’이라는 말은 구태여 꺼내지 않았다. 그렇지 않아도 덕분에 귀가 아직도 아팠다. 어쨌든 이 말을 끝으로 박사는 집무실에서 퇴거했다.
“다행스럽게도 대부분 내 의지대로 풀리는 것 같군. 상황이 통제 안에 있을 때는 한숨 좀 돌려도 좋겠어.”
지금의 미국은 통제만 벗어나지 않으면 그 어떠한 상황이라도 능히 조정해낼 수 있었다.
“그렇다고 서류가 줄어들지는 않습니다.”
대통령이 박사와 이야기를 나누는 순간에도 보고서로 지은 탑은 점점 층수를 높여 올라가고 있었다. 분명 아까 전까지만 해도 허리까지 오는 수준이었는데, 지금은 가슴 높이까지 올라갔다.
부시는 그 서류들을 물끄러미 바라보더니 이렇게 말했다.
“이 서류들은 내 통제에서 완전히 벗어난 일이야. 앞으로는 차차 좀 줄여야겠어. 다음 임기 때도 서류로 집단 폭행당하는 악몽을 꾸고 싶지는 않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