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orge Bush's Great America RAW novel - Chapter (217)
조지 부시의 위대한 미국-216화(217/377)
< 216화 >
“시발(Fuck)?”
사우디가 유가를 폭락시켰다는 말에 욕설을 내뱉은 건 비단 러시아뿐만이 아니었다. 정치가 혹은 사업가나 투자가라면 그 누구라도 귀를 의심하고 눈을 의심했을 터였다. 다만 희비가 매우 극명하게 갈렸다.
환상적인 수익에 환희의 욕설을 내뱉는 자도 있었지만, 강의 온도를 온몸으로 측정하기 위해서 환장의 욕설을 내뱉는 자도 있었다. 이 중에서 토니 블레어의 경우는 전적으로 후자였다. 영원한 동맹국인 미국의 ‘저유가 유지’ 요구를 수용하기 위해 사우디에 도대체 얼마나 많은 로비를 했던가?
미국이 원하는 수준은 단순히 영국이 브렌트유를 증산한다고 해서 충족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영국이 생산하는 브렌트유는 그야말로 언 발에 오줌 누기에 불과했다. 다행스럽게도 EU가 적극적으로 중동에 개입하기 시작하면서 처음에는 유가가 도리어 올랐지만, 최근 들어서는 유가가 안정적으로 변해 있었다.
미국에서 셰일 가스가 본격적으로 시추 되었고, 좀 더 안정적인 기술을 갖추었다는 소식에 ‘드디어 브렌트유를 괴롭히지 않아도 되겠구나!’라고 생각하던 참이었다. 그 악마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만 있다면, 유가가 폭락하면서 덩달아 브렌트유가 폭락한 건 그다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일국의 지도자로서 정말로 바람직하지 못한 모습이었지만, 그래도 어쩌겠는가. 굳이 비유하자면 대화재가 지나가고 나서 그 자리에 핀 한 떨기 꽃을 본 듯한 느낌이었다. 요컨대 큰 불행 속에서 찾은 작은 행복이라고 해야 하나?
그렇게 생각하던 도중 심각한 자괴감이 등을 타고 올라왔다. 그것은 정치에는 하등 도움 되지 않는 자존심이라는 녀석이었다. 이 자리에 올라오면서 다 버리고 온 줄 알았는데, 지금 보니까 약간은 남아 있는 모양이었다.
‘빌어먹을. 내가 언제부터 이렇게 되었지?’
그가 미국의 개 소리를 들으면서까지 이렇게 굽혔던 이유는 국가 정세에서 유연하게 대처하기 위함이 아니었던가? 급류에서는 물을 거슬러 올라가기보다는 물살을 타는 것이 안전했다. 지금의 영국은 더 거대해지거나 강해지기보다는 지금 가지고 있는 것을 보존하는 것이 더 중요했다.
왜냐면 세상이 그렇게 변했으니까. 이는 개인의 영달보다는 국가의 번영을 위함이었다. 고대로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이 영국이라는 나라에서는 전쟁이 그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1945년 제2차 세계대전이 종전되기 전까지는 그러했다. 사실 그 이후에 포클랜드 전쟁이 있긴 있었지만, 이건 전쟁이라고 보기에도 민망한 수준의 것이었다. 가장 평화로운 시기를 보내고 있었다.
요컨대 지금의 영국이 가장 주력해야 하는 건 분쟁으로부터 가장 멀리 떨어지는 일이었다.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것이 강 건너 불구경이라고 하지 않던가? 영국을 이끌어 나가야 하는 총리, 토니 블레어는 그 격언에 충실하게 따르기로 했다.
그리고 지금까지 잘 통치하고 있었다. 적어도 본인이 생각하기에는 말이다. 정확히는 자신이 아니라 다른 사람이 이 자리에 있더라도 자신보다 잘 해낼 수 있을지가 의문이었다.
“그건 그거고 사우디가 정말로 큰일을 냈군.”
당연하겠지만, ‘왜 지금 와서?’라고 생각할 수도 있었다. 생각해보라. 사우디는 언제라도 EU와 미국의 무례를 참지 않을 수 있었다. 자본주의가 지배하는 이 현대 사회에서는 돈이 곧 힘이었다. 아마도 군대를 사용하지 않고 다른 나라를 말려 죽일 수 있는 나라가 있다면, 그것은 오로지 러시아, 미국. 그리고 사우디뿐일 것이다.
사우디는 언제든지 다른 나라의 요구가 도를 넘었다고 생각했을 때, 석유를 가지고 시위할 수 있었다. 다만 반대로 말해서, 이것이 그들의 마지막 보루라는 소리였다. 사우디는 석유를 제외하면 정말로 아무것도 없었다.
따라서 사우디에 있어서 이것은 핵무기와도 같은 것이었다. 위력이나 파급력이나 심지어는 후폭풍에 이르기까지 완전히 기능적으로 핵무기와 동일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다만 다른 점이 있다면 직접적으로 사람을 죽이지 않는다는 점 정도였다. 구태여 따지자면 경제적, 정치적 핵폭탄이라는 이름이 어울렸다.
다만 크고 빨간 버튼 대신 파랗고 빨간 선들이 지그재그로 움직인다는 점이 좀 다르긴 하지만. 어쨌든 이건 사우디의 핵무기다. 다시 말해 다른 나라로 쏘고 나면 그때부터는 모든 사건이 초읽기 수준으로 긴박하게 흘러간다는 의미기도 했다.
사우디의 노림수는 미국의 셰일 업계를 완전히 파탄시키기 위함이었다. 최대 산유국의 지위를 잃고 나면 사우디에 남는 것은 정말로 그냥 ‘석유가 좀 많이 나오는 중동의 척박한 나라’라는 끔찍하기 짝이 없는 이명뿐이었다. 사우디는 절대로 이것을 원하지 않았다.
아마도 이대로 낮은 저유가가 지속하게 되면 상대적으로 생산 단가가 높은 셰일 업계는 좋든 싫든 당분간은 사장되리라.
다만 사우디가 간과한 것이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러시아와 같은 종류의 오판이었다. 미국의 석유에 대한 집착이었다. 중동에 대한 진출을 쉽사리 포기했기 때문에 다른 나라들은 체감하지 못했지만, 미국인들의 석유에 대한 집착은 가히 광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생산 단가가 문제면, 그 단가를 내리면 그만이라는 생각으로 R&D에 어마어마한 금액을 투자했다. 국영이 아닌지라 문제가 생길 수도 있었지만, 정부에서 나서서 도망갈 길을 모조리 막아 버림으로써 억지로 단가를 낮추게 했다. 게다가 다른 나라와는 달리, 미국의 정유 회사는 모조리 민간이었다. 당장 러시아의 가스프롬만 해도 민간으로 돌아가고 있긴 했지만, 실제로는 러시아 정부의 입맛대로 움직이는 국영기업이나 다름없었다.
어쨌든 국영이 아니라 민간이라는 점이 중요한 이유는, 사우디가 아무리 유가를 낮춰도 국영기업은 국가가 직접 손해를 보지만, 민간 기업은 민간 기업이 손해를 보고 그것으로 끝이라는 점이었다. 특히 러시아나 사우디 같은 경우는 석유가 나라를 지탱하고 있는 구조이기 때문에 유가가 내려가면 국가의 존망 자체가 위험해질 정도였다.
이 차이점이 사우디의 핵폭탄을 자충수로 변모시켰다. 미국은 웅크리고 버티면 그만이지만, 다른 산유국들은 이 일로 인해 하루아침에 손해액을 예측한 보고서가 지도자의 책상 위로 올라가야 했다. 그중에서 특히 가장 분노한 것은 러시아였고. 그다음으로는 캐나다였다.
상당히 의외일 수도 있겠지만, 캐나다는 엄연한 산유국이었다. 다만 미국의 바로 위에 붙어있었고 하키를 제외하고는 세계정세에도 그렇게 막 끼어드는 일이 없어 사람들이 인지하지 못할 뿐이었다. 다만 캐나다가 진정으로 분노한 이유는 ‘시기(始期)’ 때문이었다. 중동에서 일이 터지기에는 시기가 너무나도 좋지 않았다.
알 카에다의 테러로 인해 캐나다의 중동에 대한 시선이 곱지 않게 변한 건 익히 알려진 사실이었지만, 이번 것으로 인해 인종차별 수준의 욕설이 난무했다. 캐나다인들은 온화인 이들이었지만, 이것도 누군가가 시비를 걸지 않았을 때나 해당하는 말이었다. 중동에서 벌어진 일들과 알 카에다가 캐나다에 한 짓들은 마치 아무것도 모르는 악동이 말벌집을 들쑤셔 놓은 것과도 같았다.
그 상태에서 중동에 속해 있는 사우디가 큰 거 하나 질러주시는 바람에 캐나다의 여론이 완전히 들고 일어날 정도가 되었다. 물론 전쟁을 하진 않겠지만, 정부는 뭘 좀 해보라는 여론이 캐나다 정부를 괴롭혔다. 캐나다 정부라고 해서 무언가 해보고 싶지 않은 건 아니었지만,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말이 맞았다. 그렇기에 그들은 바통을 미국으로 넘기게 되었다.
엿 먹은 건 캐나다뿐만이 아니니, 미국이 그들을 대신해서 철퇴로 내려치리라고 생각했던 탓이었다. 문제가 있다면, 캐나다도 러시아나 사우디처럼 오판했다는 점이었다. 그들의 경우에는 미국인의 석유에 대한 광기를 아주 잘 이해하고 있었지만, 반대로 그 광기를 너무 과대평가했다는 점이었다.
왜냐면 정작 그 미국의 가장 우두머리 되시는 분께서는 이런 말을 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딱 내가 노린 만큼의 효과가 나오는군.”
비서실장이 질렸다는 표정으로 부시를 바라보았다. 이것은 미묘한 경외감으로 인한 것이었다.
“이렇게나 예상대로 돌아갈 줄은 몰랐습니다. 매번 감탄하게 되는군요.”
“입술에 침이나 바르고 말하게.”
“아뇨. 이번만큼은 진심입니다. 저는 사우디가 저렇게 나오리라곤 상상조차 하지 못했습니다. 솔직히 대통령님이 말씀하셨을 때도 반신반의했습니다.”
사우디가 한 짓은 국운을 도박으로 건 자폭기나 다름없었으니까 말이다. 이것은 아무나 예견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물론 부시야 이미 셰일 가스를 활성화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대충 알고 있기에 그대로 읊은 것이었지만,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는 예언이나 다름없었다.
예언이라고 표현하는 이유는 이것이 단순히 지식을 쌓고 있다고 할 수 있는 예측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국제 정세와 각 국가의 지도자와 행정부 그리고 국민 여론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완벽하게 이해하고 해석할 수 있는 천부적인 재능이 있어야만 가능한 일이었다.
‘저유가 자체가 내가 노린 거니까 상관은 없지.’
이 일로 인해서 셰일 업계가 타격을 입긴 하겠지만, 그건 일시적인 것에 불과했다. 이미 옛날 옛적에 이에 대한 예산을 편성해두었고, 예산 내에서 움직이면 그만이었다. 모든 것이 예상 범위 내에서 통제되고 있었다.
애당초 셰일층 개발은 산유국 위상을 변동하기 위함이기도 했지만, 동시에 저유가 시대를 열기 위함이기도 했다. 러시아를 엿 먹이기 위해서 말이다. 부시가 하려는 짓은 러시아의 호흡기를 때버리는 일이었다.
상상해보라. 중환자가 있는데, 실패하면 사망하는 대수술을 받고 있다. 그 수술 도중에 갑자기 전력이 나가면 어떻겠는가? 물론 현실이라면 병원마다 비치된 예비 전력이 덕분에 수술을 무사히 끝마칠 수 있겠지만, 만약 그 예비 전력이 없다면 어떻게 될까?
“러시아는 끝났군.”
“하지만 방심은 금물입니다.”
비서실장의 말대로였다. 세상일이 어떻게 돌아갈지 누가 알겠는가. 당장 한국만 해도 50년 전까지만 해도 모조리 허허벌판이었다. 지금은 밭 대신 콘크리트로 숲을 이루지 않았던가? 러시아도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었다. 특히나 전부 무너지더라도 저력이 있는 나라이기 때문에 방심하지 말아야 했다.
“하지만 저래서야 군 규모를 그대로 유지할 수는 없을 것 같은데.”
“전문가들은 러시아는 출혈을 감수하더라도 그 규모를 유지하리라고 추측하고 있습니다. 질적으로는 다소 떨어지겠지만 말입니다.”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었다. 러시아의 광활한 토지를 방위하기 위해서는 질보다는 양이 필요했다. 하지만 양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질을 포기할 수밖에 없으리라.
“그나저나 이 뿔난 캐나다는 어떻게 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