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orge Bush's Great America RAW novel - Chapter (218)
조지 부시의 위대한 미국-217화(218/377)
< 217화 >
“SNS를 하십니까?”
“다른 건 몰라도 정치인이 SNS를 하면 안 된다는 법은 없지.”
부시가 사용하고 있는 것은 백악관 회선이 아니었다. 외부에서 끌어다가 온 일반 회선이었다. 그의 계정에는 커다란 고양이가 가득했다. 그 고양의 정체는 당연하겠지만, 화이트였다. 정작 찍히고 있는 화이트의 모습은 시큰둥하기 짝이 없는 표정이었지만, 그게 화이트만의 특성은 아니었다. 정확히는 모든 고양이가 가진 특성이었다.
“SNS가 도대체 뭐길래 서류 업무를 미뤄가면서까지 하시려는 겁니까?”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세상 모든 환멸과 환상이 공존하는 곳이지. 시작은 미약하나 그 끝은 창대하리라.”
“비아냥입니까?”
“문자 그대로라네. 뭐 성경에서는 비아냥으로 쓰이긴 했지만. 좋은 게 좋은 거지.”
어쨌든 부시가 하고자 했던 말은 대기만성이라는 뜻이었다. 사실 지금만 해도 상당히 세를 불리고 있었지만, 아직 세계구급으로 대중적이라고 할 정도는 아니었다. 미국 내에서만 돌아가고 있을 뿐이었다.
“하지만 이걸 따로 사람까지 써서 관리할 필요가 있을까요?”
비서실장이 의문을 표했다. SNS가 익숙하지 않은 이들에게 이러한 의문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었다.
“그만한 가치가 있는 물건이야. 앞으로 길어봤자 1년 내외로 이 SNS라는 녀석이 세상을 장악하게 될 거야. 심하면 정부가 아니라, SNS를 믿으려는 이들도 나오겠지.”
이는 부시가 두 눈으로 똑똑히 보았으니 확신하고 하는 말이었다. 정확히는 김갑환이 본 것이었지만, 어쨌든 아직도 ‘뉴스를 믿지 말고 SNS를 믿어!’라는 말이 생생했다. 뉴스나 신문이 올바른 형태로 규제되어 보도의 완전한 자유를 상실한 지금 SNS는 태동기임에도 불구하고 활발하게 성장하고 있었다.
“그 무슨 어처구니없는 소리입니까? 그럼 이것도 규제해야 하는 거 아닙니까?”
“자네도 알겠지만, 슬슬 배출구가 필요한 시기라네.”
필요성과 정당성에 의해 거짓 뉴스와 광고 도배에 질려버린 국민이 당장은 받아들이긴 했지만, 그게 얼마나 갈지는 아무도 몰랐다. 다만 부시는 그것이 자신의 임기가 지나면 효력을 다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배출구가 없는 압력밥솥은 터지기 마련이다.
‘반대로 말해서 여론이 시큰둥하면 언론도 어쩔 수 없다.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 손발을 수갑으로 채워 완전히 묶어놔야 해.’
“대통령님께서 행하시는 것들이 마치 조련이라도 보는 기분입니다.”
“말? 새? 아니면 고양이?”
“아무거나 말입니다. 그보다 고양이는 조련할 수 있는 동물이···.”
그때였다. 화이트가 입에 쥐를 물고 있는 채로 비서실장을 쳐다본 것은. 그 쥐라는 것이 일반적인 회색 쥐도 아니고 자기 몸의 반만 한 갈색 뉴트리아였다.
“이건 고양이 맞습니까?”
“아마도? 적어도 X-Ray 상에서도 고양이의 형상을 하고 있지 않은가.”
대통령과 비서실장 사이에서 문답이 오가는 동안 카메라의 셔터 닫는 소리가 들렸다. 수천 달러씩이나 하는 디지털카메라 안에는 사냥을 마친 화이트의 위풍당당한 모습이 담겨 있었다. 얼마나 사진발을 잘 받았는지 화이트 특유의 덩치가 아니었으면 다른 고양이라고 착각할 정도였다. 그는 사진전문가이자 동시에 백악관의 직원이었다. 그의 직무는 SNS에 홍보할 화이트를 찍는 것이었다.
“이를 태면 고양이로 둔갑한 외계인일 수도 있지 않습니까?”
“자네도 51구역에 관심이 좀 있나?”
“설마요. 그냥 한 번 해본 소리입니다.”
화이트는 사냥한 동물을 항상 자신이 가져다 놓는 자리에 가져다 놓고는 그 자리에서 하루의 일과가 끝났다는 듯이 기지개를 켜고는 정당한 자신의 자리라는 듯 부시의 허벅지 위를 점거했다.
“그럼 이대로 보고 하겠습니다. 예상하셨다시피 러시아가 색다른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저유가 시대의 반동을 무사히 지나가기 위해 그동안 연구해왔던 대응책을 실행한 모양인데 이번 사태가 워낙 불시인지라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다시 말해 그동안 러시아에 돌렸던 인적, 물적 자원들을 다른 곳에 돌릴 수 있게 되었다는 말입니다.”
“듣던 중 반가운 소식이군. 요즘에는 돈 나갈 구석밖에 없어서 어디서 또 돈을 벌어와야 하나 고민 중이었거든.”
앞뒤 사정을 모르는 이들에겐 ‘하하, 또 어떤 나라를 뜯을까?’라는 소리로 들렸을 뿐이었다. 그렇다고 다른 나라에서 뜯어온다는 말이 꼭 틀린 말만은 아니었다. 부는 결국 돌고 도는 것이니 말이다.
“그건 그렇고 옥수수를 사용한 프로젝트는 좀 미뤄둬도 되겠군.”
그 프로젝트란 바로 미국 농가에서 나오는 옥수수를 대규모로 처분하려는 계획이었다. 공급이 수요를 한참 넘어버리는 바람에 알이 토실한 옥수수는 갈 곳을 완전히 잃고 국내를 방황하고 있었다. 셰일 개발이 지체되었거나 어떠한 불상사에 의해서 무산되었을 경우 그것에 대한 석유 공급에 대한 서브 플랜으로서 기동시킬 목적으로 바이오 연료를 제조할 계획이었다.
물론 그것과는 별개로 바이오 연료 연구나 개발 공급은 지속해서 이뤄지고 있었다. 다만 부시가 하고자 하는 것은 이 바이오 연료에 대한 지원을 대대적으로 늘리는 것이었다. 솔직한 심정으로 말하자면, 그렇게 되지 않아서 다행이긴 했다. 이는 기존 방식만큼이나 불안정한 공급원이었다.
게다가 늘리게 되면 작물의 가격이 상승하고 탄소 배출량이 급상승할 터이니 더더욱 그러했다. 사람들은 바이오 연료가 탄소 배출량이 적은 친환경 연료로만 알고 있지만, 실제로는 좀 다르게 흘러갔다. 그 적은 탄소 배출량은 어디까지나 집계를 ‘연료를 태웠을 때’에만 한정했을 때의 이야기고. ‘작물을 기를 때’까지를 포함하면 이야기가 180도 뒤집히게 된다.
작물을 재배할 때 막대한 양의 물이 사용된다는 건 이미 유명한 이야기고, 재배를 위한 토지 확보를 위해 숲이나 산 등을 개간하면서 녹지가 파괴되어 석유보다 더 많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하게 된다. 이는 친환경이라는 단어가 환상에 불과하다는 것을 증명하는 단적인 사례다.
다만 이를 어떻게든 극대화하는 방법이 있긴 있었다. 옥수수에서 끝내는 것이 아니라 옥수수의 심, 줄기, 껍질 등 옥수수의 모든 것을 이용하는 방법이었다. 2세대 바이오 연료로 불리는 것이었는데, 아직은 생산효율이 낮았다.
“그럼 옥수수는 어떻게 할까요?”
“어디 적당한 국가 하나에서 사주면 좋겠지만···. 당분간은 전부 연료로 만드는 수밖에는 없겠군.”
특히 부시는 ‘바이오 에탄올 조까!’라고 할 수 없는 입장을 가진 사람이었다. 미국 대선이 어디서부터 시작하는가? 바로 아이오와주가 아니던가. 아이오와주는 옥수수가 모든 것을 좌지우지하는 동네였다. 옥수수가 아이오와주였고, 아이오와주가 옥수수였다. 여기서 바이오 연료를 욕한다면 결과야 불 보듯 뻔했다.
부시는 정치로 가장 위에 선 사람이었으나, 정작 본인은 정치를 싫어했다. 최초에는 어땠을지 몰라도 현대 사회에서는 본인의 이익을 위해 남을 기만하는 게 정치의 본질 아니던가? 그러나 정책들이 제자리걸음에 계속 빙빙 돌면서 답보하는 것이지.
“눈치가 빠른 친구군. 복잡한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에 도망쳤어.”
“예?”
“사진사 말일세. 정확히는 경호원이지만. 지금 직업은 SNS 사진사지. 사진 찍는 솜씨가 뛰어나고 입이 무거워 고른 친구일세. 아마 곁에 두고 중용해도 좋을 거야.”
부시는 자신이 펼치고 있는 정치를 선진 정치라고 자부하고 있었다. 한 10년이 지나서야 본격적으로 활용되기 시작하는 SNS를 사용한 언론 조성을 벌써 운용하고 있지 않은가? 그리고 부시가 본인의 의견을 SNS에 기재하면서 해당 SNS의 유명세는 내리막길에서 눈덩이 굴러가듯 급속도로 제 몸을 불리며 성장하고 있었다.
‘그리고 곧 스마트폰이 상용화될 예정이니 말이야.’
본래라면 지금으로부터 3년 뒤에나 나올 예정이었지만, 정부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은 덕분에 3년이나 일찍 선보이게 되었다. 그 과정에서 군용 스마트폰도 같이 개발되고 있었다. 애당초 의회에 설명한 투자 명목 자체가 차세대 군용 단말이었다.
물론 전혀 틀린 말은 아니었지만, 진실로 주된 목적은 어디까지나 부시 본인이 스마트폰을 그리워했기 때문이었다. 좀 사소한 문제가 있다면 스마트폰이 출시된다고 하더라도 부시는 그 스마트폰을 보고 있을 정도로 한가하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물론 지금처럼 본인이 업무라고 주장하면 할 말이 없었지만, 어쨌든 정말로 때려치우고 싶다고 할 정도로 바쁜 것 또한 사실이었다. 그럴 거면 재선은 왜 하냐고 물어볼 수도 있지만, 그럴 때마다 부시의 대답은 항상 같았다.
‘내가 아니면 누가 하는데.’
얼핏 보면 독재자 같은 생각일 수도 있지만, 실상은 좀 달랐다. 지금 부시가 진행하고 있는 것들은 진짜로 부시가 아니면 해낼 수 없는 것들이었다. 본인의 영달을 완벽하게 포기한 주제에 사고의 테두리가 파괴한 지도자가 2번이나 나올 것 같은가? 그것도 미국에서?
‘하지만 정말로 오래 해먹을 자신도 없다.’
만약 법적으로 3선이 가능하다고 했어도 아마 부시는 2선에서 그쳤을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본인이 과로사하게 생겼으니 말이다. 당장 며칠 전만 해도 그날도 피곤해 죽을 지경이었다. 어찌나 피곤했던지 사인하기 위해서 펜을 들고 있다가 잠시 조는 바람에 서명을 이상하게 하고 말았다.
더는 정상적인 업무처리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부시는 그 자리에서 바로 휴가를 써야 했다. 그리고 휴가 동안 그가 한 일은 자신의 집에 박혀서 온종일 숙면을 취하는 것이었다. 28시간을 내리 취침했으며, 부시가 일어나서 처음으로 한 말은 ‘4시간밖에 안 지났네.’였다. 물론 너무 상쾌하다는 점에서 가벼운 의문을 가지긴 했지만, 휴대전화에 표기된 날짜를 보기 전까지는 남은 휴가 동안 뭘 해야 하나 고민하기도 했었다. 물론 보고 난 다음에는 바로 다시 출근했지만 말이다.
“캐나다···. 캐나다는 사우디의 만행을 공개적으로 비난해서 달래는 수밖에 없겠군.”
정작 그 공개적으로 사우디를 비난할 사람은 라이벌 격인 러시아가 미래로 가는 국가 마라톤에서 제대로 고꾸라지는 바람에 고소해 죽겠다는 표정이었지만, 어쨌든 개인적인 입장과 외교적인 입장이라는 게 있으니 이 정도는 해줘야만 했다.
“그러고 보니까, 이젠 더는 브렌트유를 괴롭히지 않아도 되겠군.”
정확히는 브렌트유가 아니라 영국의 총리인 토니 블레어를 괴롭히지 않아도 되겠다가 맞는 말이었지만, 그것은 아주 사소한 일이었다. 이 일로 인해 토니 블레어가 얼마나 고생했는지를 상기하면 토니 블레어 본인은 당장이라도 부시의 목을 졸라서 죽여버리고 싶겠지만, 만약 그럴 기회가 주어진다고 하더라도 그에겐 슬픈 일이지만, 압도적인 신체 능력의 차이로 무산되리라.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가 불현듯이 부시의 뇌리를 스쳐 지나가는 생각이 있었다.
“비서실장. 사우디가 국채를 대거 발행하리라 생각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