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orge Bush's Great America RAW novel - Chapter (219)
조지 부시의 위대한 미국-218화(219/377)
< 218화 >
“긍정적인 대답을 원하십니까? 아니면 부정적인 대답을 원하십니까?”
“부정적인 걸로.”
“그들은 대통령님의 의도를 아주 재빠르게 눈치챈 뒤 이 의미 없는 저유가 놀음을 끝내겠죠. 그리고 불행히도 채권을 발행하지 않을 겁니다. 그렇게 하면 훗날 다시 유가로 우리를 위협할 수 있을 겁니다. 더 큰 기회를 위해서 잠시 한 발자국 뒤로 빼는 겁니다.”
“나는 그렇게까지 부정적으로 보고 있지 않은데. 솔직히 말하면, 나는 그들이 국채를 발행할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다네.”
“대통령님이 완전히 확신하는 건 얼마 되지 않습니다만. 왜 그렇게 생각하셨습니까?”
물론 정답은 미래를 보고 왔기 때문이었지만, 그렇게 말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그러나 부시는 이미 그동안 이런 대답을 교묘하게 회피하거나 위장하는 방법을 질릴 정도로 익혀두었다. 이런 일은 그리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
“아주 간단한 대답이야. 그들은 무슨 일이 있어도 석유를 포기할 수 없으니까.”
뭐든지 그럴싸하게 포장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거짓말을 할 분야에 관련된 약간의 지식과 반론이나 반문을 찍어 누를 수 있는 강력한 권력만 있으면 누구라도 할 수 있었다. 차라리 이런 것보다는 저 미친 분량의 서류들이 더 문제였다.
그것들은 얄팍하기 짝이 없는 지식으로 어떻게 할 수 있는 존재들이 아니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보좌관들의 도움을 받아 어떻게든 억지로 나아가고 있었다. 본래 역사에서 부시가 왜 보좌관들에게 입담만으로 휘둘렸는지 알 것만 같았다.
“당연하다면 당연한 대답이군요.”
사실 이번만큼은 부시의 대답이 완벽한 정답이었다. 석유를 놓으면 그대로 사우디는 파멸이었다. 그렇기에 국가의 명운을 건 도박을 걸어올 법도 했다. 도리어 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사우디의 존재의의는 세계 최대의 산유국인데, 그 지위를 빼앗기고 나면 유가 조정에 대한 권리 또한 상당 부분 상실할 터였다.
그렇게 되면 그야말로 끝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들은 가만히 손을 놓고 말라 죽어가기보다는 다가온 모래폭풍에 정면으로 맞서기를 택하였다. 아니, 택할 수밖에 없었다. 험준한 절벽에서 몰린 상황에서 뒤로 가도 떨어져 죽고 앞으로 가도 적한테 참살당한다면, 차라리 저항이라도 해볼 수 있는 앞이 낫지 않겠는가?
“처음에는 좀 지겠지만, 결국에는 우리가 이길걸세. 그리고 그때부터가 진정한 시작이지.”
이 건수는 더 볼 것도 없었다. 지금 당장은 이걸로 끝이었다. 그리고 부시는 다시 빌어먹을 서류로 눈을 돌렸다. 그날은 하필 처음 보는 단어가 산재해 있었다. 부시가 막대한 예산을 투자하여 성과를 보이길 지시했던 생명공학 쪽이었는데, 뭔가 올라오기는 했으나 알아먹기가 힘들었다.
“젠장 맞을. 이쪽 관련 사람을 좀 불러오라고 하게.”
그리고 본래는 그냥 예산 투입으로 혁신을 촉발할 생각이었지만, 아무래도 힌트를 좀 줘야 할 것 같았다.
‘하지만 내가 힌트를 준다고 해서 그게 내 마음대로 돌아갈까?’
부시가 알고 있는 힌트라고 해도 결국 신문 기사에서 본 게 전부였다. 그나마도 전부 기억하고 있는 것도 아니었고 핵심적인 몇몇 부분만 확실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만약 그것을 읽었던 사람이 관련 종사자였거나 최소한 석사 수준만 되었어도 충분히 재현할 수 있겠지만, 평생 생명공학과 관련이 없었던 조지 W. 부시나 이 몸에 섞여 들어간 공사판 노가다 십장이 그것을 재현할 수 있을 턱이 없었다.
게다가 만약 그럴 능력이 있었다고 한들 부시에겐 그것보다 수십 배는 더 중요한 임무가 있었다. 물론 생명공학이 발전하면 병으로 고통받는 많은 사람이 구해질 것이다. 어쩌면 이놈의 약값을 좀 낮출 수 있을지도 모르고, 또한 새로운 생명체를 창조해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누가 뭐라고 한들 생명공학은 무한한 가능성을 지녔으니까.
그런데 그건 장밋빛으로 빛나는 분홍색 미래를 봤을 때고, 당장 현실에서는 생명공학보다 더 중요한 일들이 산재해 있었다. 당장이라도 승인하지 않으면 사라질 수백 수천만 직장인의 일자리라던가. 위에서 승인이 내려오고 있질 않아 더는 진행이 불가능해진 행정 따위의 일들 말이다. 이것들은 당장이라도 사람을 죽일 수 있었다. 현실에 절망한 이들을 쉬이 자살로 몰고 갈 수 있었다.
‘유전자 가위. 이걸 어떻게 설명한다.’
단어 선정을 고민하다가 문뜩 책상 위에 있는 작은 지구본에 눈길이 갔다. 집무실 책상 위의 지구본은 보통 미국을 정면으로 두거나, 한국을 정면으로 두었다. 그러다가 관심이 있는 국가가 있으면 일일이 돌려보는 식이었다.
“아, 잠깐.”
“예?”
“한반도는 어떻게 되었지?”
평양에 경계선에 드디어 부패한 공산당을 끌어 내리기 위해서 군중이 집결했다. 모든 것이 개판으로 흘러가던 북한에서도 몇 가지 제대로 돌아가는 것이 있긴 있었다. 그중 하나가 바로 국방이다. 정확히는 평양의 국방이었다. 소련과 중국 공산당의 지원을 전폭적으로 받고 있을 무렵에는 그것이 가능했다.
당장 약 50년 전인 한국 전쟁 시절까지만 해도 남한은 꿈도 꾸지 못하던 전차까지 보유하고 있었다. 어쨌든 소련이 나름 건재하던 7, 80년대까지도 한 번 즈음은 맞붙어 볼 만했다는 건 너무나도 자명한 사실이다.
2004년 현재에 이르러서는 압도적인 차이가 나지만, 북한에서도 단 한 곳 대한민국의 전력과 비교해도 전혀 꿀리지 않을 만한 곳이 있었다.
평양. 북한의 심장부이자, 북한 전토에서 생성되는 모든 자원이 집중되는 북한 최대의 도시이자 가장 부유한 도시. 동시에 지도층과 그의 자녀들이 살아가는 도시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들이 영원히 섬길 수령님과 장군님이 잠들어있는 곳이기도 했다.
한 번도 훈련이 미뤄지거나 보급이 떨어져 본 적이 없는 소수의 정예강군. 마치 하늘의 별만큼이나 빼곡하게 박혀 있는 대공포. 일부 편집증적인 집착을 가진 지도층을 위해서 지어진 핵 방공호는 무슨 일이 벌어지더라도 평양만큼은 사수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핵심적인 요소였다.
역으로 말해서 남한과 미국이 침략해올 것을 상정하여 철저하게 설계된 평양은 콘크리트로 지어진 불침의 요새이자 도시로 만든 벙커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다시 말해서 일부 ‘폭도’들이 어떻게 뚫을 수 있는 도시가 아니라는 말이었다.
“아무리 그래도 이건 불가능합니다. 그들은 우리 인민입니다. 훗날 우리가 책을 잡힐 수가 있어요. 쉽게 말하면 통일하고 나서는 이대로 뒷방 늙은이가 되어 죽는단 말입니다! 그것을 막기 위한 당 아닙니까?”
“그거야 몇 사람이 정치적으로 안고 죽으면 그만이지. 뭘 그렇게 두려워하나? 이건 기회야. 남한 정부에서도 이건 겉으로는 질색하겠지만, 속으로는 꽤 반길걸세. 우리가 솔선수범하여 혀에 박힌 가시를 빼주는 셈 아닌가? 그것도 몇 세대는 갈 아주 크고 고통스러운 가시를.”
어느새 남조선은 남한이 되어있었다. 그들이 굽히고 들어가는 이상 뭐라도 업적을 쌓아 놓아야 한자리 제대로 꿰지 않겠는가? 다들 로비는 하고 있었지만, 열과 성을 다하여 몸과 영혼을 바쳐야만 하는 북한식 접대에 익숙해진 그들은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느꼈다. 이거야 남한도 비슷하긴 했지만, 그들이 생각하는 접대의 레벨은 근본적인 부분에서 좀 달랐다.
“이미 남한 군대도 들어왔네. 문은 우리가 열어줬지. 이제 더는 돌이킬 수 없고 볼 것도 없어. 이제 곧 통일이 목전이야. 김정일 장군이나 수령님이 꿈꾸셨던 적화통일은 아니지만, 적어도 이제 50년 전의 동족상잔은 볼 수 없겠지.”
그들은 지금 지위를 영유하기 위해서 아주 큰 뭔가를 해야 했다. 이 지역만큼은 당분간은 본인의 통치 아래에 있어야 한다는 정당성과 당위성 그리고 지지가 있어야 했다. 그리고 그것을 발판으로 정부의 위로 올라가는 거다. 그리고 대한민국의 헌법 덕분에 당 하나쯤은 만들 수 있을 터다.
이게 바로 그들이 생각하고 있는 공산당의 화려한 부활이었다. 물론 그렇다고 공산주의를 부르짖지는 않겠지만 말이다.
“폭발에는 다소···. 남성미가 있지. 원초적인 폭력성을 자극해. 그리고 남자들은 본능적으로 폭력을 사랑하지. 이유는 모르겠지만. 대다수는 그렇지. 우리 병사 중에서 폭발을 싫어하는 이가 있나?”
이게 다소 생뚱맞은 소리라고 생각할지도 몰랐지만, 이 자리에 앉아 있는 사람들은 그게 무슨 뜻인지 대충 다 알아먹었다.
“폭동 진압과정에서 노후화된 몇몇 병기가 오사 혹은 오폭···. 이 일은 저와는 상관없는 겁니다.”
당을 갈아엎고자 하는 이들이 전국에서 평양으로 모여들었다. 이들의 진군은 위성으로도 확실하게 보일 정도였다. 물론 열심히 쌀을 배달 중인 남한 측의 군대도 보였다. 진군이 들키는 일이 있긴 있었지만, 각종 사치품으로 빠르게 입막음 되었다. 그렇지 않은 자들은 인도적으로 억류되었다. 상당히 우스꽝스럽긴 했지만, 이들은 엄연히 전쟁 중이었다.
모두가 기억하고 있을 거다. 평양으로 진군한 것은 김정일 찬양자들만이 아니라는 사실을. 이들은 김정일 찬양자들만큼 빠른 속도로 평양으로 진군했다. 그들에게 차이점이라곤 하나도 없었다. 생활고가 그대로 찌들어 흙먼지가 달라붙은 해진 옷을 입고 있었다. 전부 최소 13년, 최대 40년의 군 생활 혹은 농사 등의 생활 노동으로 인해 곱지 못하게 늙었고 손에는 그들의 유일한 재산이라고 할 수 있는 농기구를 들고 있었다.
몇몇은 드물게도 손에 농기구 대신 총을 들고 있었는데, 제식으로 쓰고 있는 68식이나 88식 자동보총은 아니었고 대부분이 49식 기관단총과 아식 보총. 다시 말해 소련이나 중국에서 군수물자로 받은 모신나강과 북한제 PPSh-41이었다.
또 그중에서도 아주 극소수이지만, 구 일본군의 잔재인 38식이나 99식 소총이 보였다. 한국 전쟁에 쓰이던 물자가 지금까지도 밭 등의 깊은 곳에 남아 있었다. 이것들은 그중 일부였다. 나머지는 사람들의 기억에서 잊히거나 발견되는 족족 압수되었다. 다시 말해 북한 땅에서 사람들이 구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총기가 이 자리에 모여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이 아가리에 주걱을 넣고 강냉이를 모조리 수확해도 모자를 배은망덕한 놈들! 네놈들 같은 반동분자들이 살아 있을 수 있는 이유 자체가 김정일 장군님의 바다와도 같이 넓디넓은 하해와 같은 은혜가 있었던 덕분이었음을 어찌 모르는가!”
“넓은 바다의 은혜? 허, 바다가 넓다는 건 알아도 바다에 사는 생물이 지구 생물 전체 비율에서 2%밖에 되지 않는다는 사실은 알고 있나? 이 무식하고 작자들아! 좁아터진 시야를 가진 인간들아! 너희들이 이 나라를 이렇게 만들었다. 네놈 같은 놈들이 우리나라를 세계에서 가장 최빈국으로 만들었단 말이다!”
거의 서로 죽이려는 기세였다. 아니 그냥 서로 죽이려고 했다. 본디 전쟁이란 이념과 이념이 상반되었을 때 벌어지는 것이라고들 하지만, 실제로 그것이 이루어진 적은 거의 없었다. 기껏 해봤자 종교 전쟁이나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미국과 소련이 세계를 거의 양분하다시피 하면서 생긴 전쟁 정도였다.
실제로 전쟁은 이념보다는 이득으로 이뤄진다. ‘자국이 적국을 쳤을 때 제대로 손익분기점을 넘길 수 있는가?’나, ‘전쟁이라도 하지 않으면 어떻게든 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가?’가 주가 된다. 이념이라고 해도 실로 얄팍한 것들뿐이었다.
그리고 지금, 완전히 이념만으로 두 집단이 부딪히게 생겼다. 자본주의가 만들어낸 깨어난 자들과 독재 정권의 세뇌가 만들어낸 영원한 하수인들이 자신들의 이념의 옳음을 증명하기 위해서 피를 볼 준비가 되어있었다. 사람들 사이에서 올라오는 열기는 전쟁의 서막으로 아주 충분할 정도였고 곧 50년의 세월이 만들어낸 녹이 슨 방아쇠가 이중적인 의미로 소름 끼치는 소리를 내며 당겨질 듯했다.
“이놈들! 어디에다 대고 신성한 평양에서 불질이야! 어디 맞설 테면 맞서 보자. 아예 뼈다귀도 추리지 못하게 싸움 맛이 어떤 것인지 똑똑히 보여주겠다!”
보위사령부 소속의 평양 수비대 정예군이 아니었다면 말이다.
군대란 군대는 모조리 해체된 이후 김정일이 졸도하고는 점점 골방 늙은이 취급받으면서, 국가안전보위성의 위상이 추락한 이후 가장 강력한 힘을 가지게 된 보위사령부 소속 정예 수비군은 거칠 게 없었다. 그들이 가진 ‘권한’만이라면 역사상 가장 강력한 군대였다. 그들이 평양을 지킨다는 명목만 있으면 북한 전체를 폭격해서 불지옥으로 만들어도 될 정도의 권한을 가지고 있었다.
정확히는 총정치국이 그 위에 있긴 했지만, 그들은 지금 코앞까지 다가온 인민을 막을만한 힘이 없었다. 원래 법이 아무리 강하고 엄격하다고 한들, 주먹이 가까워지면 주먹이 법보다 더 강해지는 것이 진리 아니겠는가?
“총원 전투 준비!”
모든 병사의 개인화기에 실탄이 장전되었다. 전차는 포문을 군중에게 향하였고 진지와 초소에서는 잘 손질된 중기관총이 교차사격을 통한 화망으로 완벽한 살상지대를 형성할 준비가 되어있었다.
“당에 거역하는 반동분자 새끼들! 깡그리 치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