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orge Bush's Great America RAW novel - Chapter (22)
조지 부시의 위대한 미국-21화(22/377)
< 21편 >
고래로부터 인간의 문명이 꽃피는 곳이라면 차가 빠지는 법이 없었다. 차를 중화권에서 나온 차(茶)로만 국한한다면, 역사의 폭이 좁아질 것이 틀림이 없으나. 현대에는 차를 꼭 차나무에서 나온 잎으로 규정하고 한정하고 있지 않았다. 한낱 솔잎으로 끓인 차도 차로 치는 문화권은 얼마든지 있다. 막말로 버블티도 차로 분류하지 않는가.
그러나 차를 논하고자 한다면 결코 영국을 빼놓을 수 없었다. 전 세계에서도 단지 차를 마신다는 이유만으로 하루에 3번이나 쉬는 나라는 영국밖에 없었고 차를 마신다는 이유로 전쟁 도중에도 총질을 멈추는 나라는 영국 말고는 없었다.
그래, 여기는 영국이다.
“뭐요?”
그리고 이 인간은 토니 블레어. 영국의 총리였다.
“너무 뜬금없는데.”
유럽 연합(EU)의 시동을 걸고 액셀을 밟으려는 와중에 이라크에서 민주화 요구 시위가 열렸다는 미국발 정보가 들어왔다. 요즘 들어 5개의 눈이 너무 잘 작동하고 있어서 솔직히 당혹스럽기는 하지만, 다른 정보망에서도 곧 민주화 요구 시위 보고서가 올라옴으로써 실제로 일어났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양키놈들이 이렇게 협조적일 리가 없는데.”
뭐 그들이 서방식 민주주의를 받아들이겠다면 한 사람의 민주주의 지지자로서 실로 환영할만한 일이겠지만, 대충 각이 나왔다. 저렇게나 많이 일어났다면, 제아무리 철면피 사담 후세인이라도 어떠한 반응을 보이리라.
사담 후세인이 고고한 유일신처럼 턱만 괴고 관찰만 할 인종은 아니었다. 이제 권력 잃기를 죽기보다 두려워하는 사람을 극단까지 몰아갔으니 그에 마땅한 결과가 따르리라.
그렇게 고민하고 있던 와중에 다음 보고서가 올라왔다. 이번에도 미국발 정보였다. 아마 아프가니스탄을 중심으로 중동의 정보를 서방 세계 그 누구보다 더 빠르게 모으고 있는 것이 틀림이 없었다.
“무어라?”
무력진압? 중국처럼 장갑차나 전차로 미는 것도 아니고 대놓고 총질을 하고 그것도 모자라서 지대지 미사일과 공대지 미사일로 폭격? 아니, 무한히 열려 있는 평행세계의 가능성 중 하나로만 보고 있었었는데 진짜로 일어났다고? 어떤 미친놈이 자국민한테 저런 짓거리를 저지를 수 있단 말인가?
“더 자세한 보고서는 없나?”
이것도 미국발 정보잖아! 우리 정보원들은 놀고 있나? 어떻게 죄다 한 다리 걸쳐서 들어오는 정보야? 어떻게 첩보와 보안의 나라 영국의 정보원임에도 불구하고 저 멀리 타국보다 정보 입수가 늦을 수 있어!
토니 블레어는 격분했다.
제아무리 미국이 현 최강국이라지만, 역사라는 것이 있고 노하우라는 것이 있는데 어찌하여 이리도 늦는 다는 말인가? 토니 블레어는 다소 흥분하여 SIS를 위아래로 죄다 갈아엎을 생각까지 하다가 무심결에 습관처럼 밀크티를 마시고 그 감미로움에서 평정을 되찾았다.
“그래. 그럴 수도 있지.”
이 정도까지 되면 우스갯소리가 아니라 진지하게 영국인의 유전자에 차를 마시면 뇌에서 마약이 분비되는 효능이 있는지. 혹은 금단증상이 따르는지 누군가가 알아봐야 할지도 몰랐다.
“그건 그렇고 양키놈들 엉덩이에 불이 붙은 모양이군. 우리 쪽에 테러가 왜 터지나? 터지면 미국 쪽에나 터졌지.”
미국이 공유한 정보 중에는 영국이 테러당할 가능성을 작성한 보고서도 있었다. 아예 없다고 하기도 뭐하지만, 그렇다고 미국만큼 경보를 발령할 정도는 아니라고 판단한 토니 블레어는 그 정보를 무시했다.
“일단 사담 후세인의 독재적 행적과 행보를 규탄하는 방송 프로그램을 만들도록 지시하고 대외정책은 사담 후세인 타도로 하도록 하지. 아마 EU 회원국이라면 누구든 그럴 거야.”
“알겠습니다.”
“그렇지. 맞아. 어차피 얻을 정보라면 우리가 먼저 손 좀 벌려주면 적당히 은혜를 입힐 수 있지 않겠나? EU 각국에 이라크 정보를 교환하게.”
교환이라고 해도 교환보다는 일방적으로 정보를 던져주는 것에 가깝기야 하겠다만. 어차피 이라크 쪽 정보라면 썩 중요한 정보는 아니었다.
“미국이 중동을 손에 넣으면 곤란한 건 결국 유럽이로군.”
고작 225년 만에 식민지가 본토를 집어삼킬 정도로 강력해지다니. 이 무슨 아이러니란 말인가? 여건만 된다면 옛 대영제국 시절의 광휘를 되찾고 싶었다. 사실 대영제국 시절을 그리워하지 않는 사람은 영국인 중에 단 한 명도 없었다. 그들에게 있어서 대영제국이란 세계제일이라는 칭호를 돌려 말하는 것에 가까웠다.
하지만 과거의 영광은 어디까지나 그림자 같은 것이었다. 눈에는 보이지만 잡을 수는 없으니까. 현 최강국은 엄연히 미합중국이었다. 하지만 중동의 풍부한 유전을 손에 넣는다면 이야기가 달라지지. 다 스러져가는 국가라도 유전 하나만 손에 넣을 수 있으면 국제사회에서의 파급력과 위상이 달라진다. 이라크가 쿠웨이트를 손에 넣으려 했던 이유도 결국 쿠웨이트의 유전 때문이었다.
“양키한테는 우리끼리 알아서 한다고 전해두게.”
토니 블레어의 예상대로 EU와 회원국을 비롯한 전 세계가 이라크 정부를 규탄했다. 그러나 의외의 곳에서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했다. 그것은 바로 국가를 구성함과 동시에 국가를 움직이게 만들 수 있는 원동력. 바로 국민의 목소리였다.
“민주주의를 정면에서 탄압하는 간악한 독재자를 가만히 둬선 안 된다!”
단순히 정의감에서만 나온 말이 아니라, 그 근본이 미국에 대한 대항심에 있었다.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을 친미, 민주주의 성향으로 바꿔놓았기 때문에 유럽은 뭘 하고 있느냐는 말이었다. 위에서는 한참 EU 체제를 굳히고 세련되게 다듬기 위한 급진적인 개혁 과정에 있었고 그 영향 또한 EU의 시민들에게 미치겠지만, 시민에게 있어서 당장 썩 와닿는 이야기는 아니었다.
당장 유로화를 도입했다고 해도 갑자기 자기 지갑에 있는 돈이 유로화로 바뀌는 것도 아니었고 자판기에 넣는 돈은 유로화가 아니라 각국의 지폐였으며 거슬러 받는 돈 또한 각국의 동전이었다.
여행이 조금 편해지고 물가가 살짝 내려가기는 하겠지만, 당장 옆에서 미국은 거칠 것 없이 패권을 확장하고 있는데 정부는 뭘 하고 있느냐는 소리였다. 그것이 참으로 신묘하고 오묘하게도 국수주의자들은 유럽 혹은 자국의 패권이 약하다는 사실에 불만을 품고 있었고, 그렇지 않은 자라도 민주주의가 유혈 진압당하고 있다는 점에 대해서 분개했으며. 그렇지 아니한 자들도 무고한 자들의 피가 흐르고 있는 모습에 비난하는 모양새였다.
요점은 ‘유럽은 어째서 중동에서 벌어지는 일련의 사건들을 방관하고 있는가?’였다.
문제는 국민뿐만이 아니라 유럽 연합 회원국 중에서도 의견이 제대로 모이지 않고 있었다는 점이었다.
반드시 개입해야 하는가?
제3의 길은 버려야만 하는가?
개입한다면 어디까지 해야 하는가?
어떤 나라가 어떻게 움직일 것인가?
이라크를 점령할 것인가? 괴뢰국을 만들 것인가?
가장 중요한 그리하여 참전국이 얻을 수 있는 이득은 무엇인가? 한참 슬슬 냉전도 끝나서 군축의 시대가 오리라 모두가 예상하던 시점이 아니었는가?
단순히 EU의 문제가 아니라 영국이면 영국. 프랑스면 프랑스. 독일이면 독일. 모두의 수뇌부가 자국의 개입과 비개입을 논하고 있었다.
출구 전략 같은 것은 없었다. 그들이 그리했으면 그리되리라고 생각했다. 이는 미국이 보여준 압도적인 전력과 적어도 지금은 깔끔해 보이는 일 처리. 그리고 제국주의 시절의 식민통치 경험이 토대가 되어 상상의 가지를 뻗고 있었다.
그들의 입에서 거론된 최악은 군대의 손실 정도를 가늠하는 것이었지, 패배 따위는 상정해 있지 않았다. 실제로도 정규전에 국한한다면 유럽군과 이라크군의 작전 수행능력은 질적으로나 양적으로나 비교할 수 있는 수준의 것이 아니었다.
그러나 그들이 진정으로 거론해야 했던 것은 전쟁의 끝난 이후의 일이었지만, 그들은 시기상조라 생각하여 거론하지 아니하였다.
그리고 러시아. 냉전 시대를 양분하던. 몰락했음에도 불구하고 지구상에서 가장 넓은 영토를 보유한 대국의 수장은 이러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옆 동네가 떠들썩하겠군.”
소련 시절 중동에 크게 데였던 것이 바로 엊그제 일 아니던가? 그렇지 않아도 체첸 반군 때문에 한창 골치 아픈 시점에 러시아는 그다지 중동에 개입하고 싶지 않았다. 게다가 명분도 체첸이나 아프가니스탄과는 다르게 썩 좋은 것이 없었고 말이다.
거기다 군을 움직이기에 러시아는 현재 썩 좋은 편이 아니었다. 각종 천연자원과 석유를 팔아 사정이 점점 나아지고는 있었지만, 병든 환자의 몸이 하루아침에 나아질 수 없듯. 러시아도 아직은 냉전으로 얻은 병마가 완전히 낫지 않은 체였다.
“뭐, 그렇지 않더라도.”
소련이 아프가니스탄에서 얻은 ‘교훈’을 그들이 얻게 된다면 일이 썩 재미있어지겠지.
* * *
“보이나?”
이라크의 수도 바그다드는 화염에 휩싸였다.
“저것이 세속주의다.”
이슬람이 죽어간다. 저것이야말로 서방의 꼬임에 넘어간 자들의 최후다. 세속주의는 민주주의를 가져와 이슬람을 죽였고 민주주의는 죽음을 가져왔다. 죽음이 죽음을 불렀을 뿐이다.
“불신자들의 말로다.”
진정한 믿음만이 나 자신을 구원한다. 그들은 결코 알라의 곁으로 가지 못하리. 자르카위는 이라크를 보며 자신의 신앙에 더욱 강렬한 근거를 부여했다.
“도대체 그들이 알라를 뵙지 이유는 무엇인가?”
적어도 한때는 이슬람이었던 자들이다. 하늘에 계신 알라께서 보신다면, 이는 실로 통곡할 노릇이 아니겠는가? 알라께서는 관대하시다. 아마 저들을 직접 영접하사 천국과 지옥으로 갈 사람들을 분별하시겠지. 그러나 전쟁 도중에 전투 이외의 방법으로 죽는다면 알라의 곁으로 갈 수 없었다. 따라서 그들은 적어도 ‘전투’를 해야만 했다. 그렇다면 적어도 ‘전투’를 시켜야 하지 않을까?
“알라를 뵙지 못하는 이유. 그것은 바로 사담 후세인!”
사담 후세인을 친다!
생각해보면 사담 후세인이 통치하기 시작한 이후부터 이라크는 세속주의에 물들어 알라의 뜻과는 점점 멀어지고 있었다. 이게 전부 다 쿠란을 따르지 아니하고 사람의 뜻에 몸을 맡긴 결과였다!
그렇다면, 그렇다면 말이다. 사담 후세인을 끌어내리고 이라크를 점령하여 불신자에게 ‘전투를 할 기회’를 주면 되는 것 아닌가?
불신자들을 한 곳에 몰아넣고 서로 싸우게 시킨다면, 싸우는 과정에서 잊었던 이슬람에 대한 신앙도 깨어날 것이고 알 카에다를 향한 신뢰감 또한 도탑고 성실해질 것이 틀림없었다. 그때가 되면 그들은 진실로 깨우친 알라의 자비에 감동하여 한마음 한뜻으로 자르카위의 이름을 부르짖겠지.
“형제여! 현재의 이라크는 세속주의 통치에 타락하고 더럽혀졌도다! 이라크를 우리의 손으로 정화하여 오직 단 하나 올바른 소리인 코란의 소리만 울려 퍼지게 할 것인즉!”
코란만이 알라와 닿는 천상의 길이로다!
이라크 정부에도 몇몇 ‘동지’가 있었지. 그들의 손을 빌릴 수 있다면, 일이 훨씬 수월해지리라.
“알라 후 아크바르!”
“알라 후 아크바르!!!”
* * *
“건들지 말라고?”
나는 다시 한번 돌아온 회답을 확인했다.
‘Don’t touch.’
거참 존나게도 굵고 짧았다. 우리끼리 알아서 하겠다니. 와, 참으로 암이 암에 걸려 뒤질 노릇이로다. 내가 아가페 정신을 십분 발휘하여 떠 먹여주려고 해도 감히 거절해? 지금 당장은 아니겠지만, 머잖아서 유럽 전체가 테러의 구렁텅이로 빠져들 텐데?
“이 오만한 자들을 보았나?”
고작 자존심 좀 지켜보겠다고 도움의 손길을 거절해? 이게 있을 수나 있는 일이야?
“대통령 각하?”
“지금 나 화난 거 안 보이나?”
“저희도 성명을 내야 할 것 같습니다만. 지금 TV에서 난리도 아닙니다.”
“아프가니스탄이나 잘 만지자고 해야지.”
뭘 바라는 건가? 물론 국민은 이미 승리의 맛을 제대로 봤으니 전쟁 지지도는 높으면 높았지 낮지는 않으리라. 그런데 차라리 쿠웨이트나 여타 산유국이면 모를까 이라크를 치자고? 아프가니스탄은 전쟁 시작 전에 모든 것을 준비했다.
북부 동맹과 내부 고발자에게 얻은 사전 정보와 실시간으로 변동되는 정보들. 원래 역사보다 약 3배는 더 많은 군대를 파병했고 전후처리도 더할 나위 없이 깔끔했다. 몇 번이나 명령서를 보내 주의 주고 심복 중 하나인 칼 로브를 파견해 문화적 차이에서 오는 반미 감정을 최대한 죽이려 노력했다. 또 군을 주둔시킨 게 아니라 국방비의 유출을 최소화하고 아프가니스탄을 친미 국가로 만들기 위해서 군사 고문단을 파견했다.
그러나 이라크는 아니다. 중동에서 CIA는 아프가니스탄 현지인들과 최대한 협조하여 최상의 효율을 보여주고는 있지만, 이제 막 뿌리를 내리기 시작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만약 미군이 지금 이라크를 점령한다 치더라도 이라크 정부를 맡길 수 있는 마땅한 인물이 없었다. 나는 확실히 2011년의 리비아를 기억하고 있다. 카다피 정부가 망하고 나서 어땠지? 새로 들어온 신정부가 카다피보다 더하면 더했지 못했는가? 지금 이라크를 건드리는 일은 잔뜩 성이 난 벌집을 건드리는 일과도 같았다.
일단은 국제 패권이고 나발이고 국내 문제에 집중해야만 했다. 세력 투사를 반복하다가는 속 빈 강정이 될지도 몰랐으니까.
“앞으로 한 달. 한 달은 CIA에게 다소의 융통성을 발휘해도 좋다고 하게.”
“융통성이요?”
“외국인에 한정해서 그들의 개인정보를 실시간으로 확인해도 좋다는 이야기야. 이게 무슨 뜻인지 알겠나?”
“죄송합니다만 대통령 각하. 그건 범법행위입니다.”
“테러가 몇 번 더 터지고 난 뒤에 내가 기어코 네오콘 놈들을 전부다 다시 불러들이는 꼴을 보고 싶은 건가?”
럼즈펠드가 실각한 이후로 네오콘의 입지는 점점 줄어들고 있었다. 줄어드는 속도가 썩 그렇게 빠른 편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느린 것도 아니었다. 그들도 바보가 아닌 이상 자신에게 다가오는 기류를 읽은 모양이지. 하긴 정치인만큼 눈치를 길러야 하는 직종도 별로 없었다만.
“알겠습니다. 그럼 이라크는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아마 연설만 한 번 하시면 의회에서도 바로 승인할 겁니다.”
“이라크?”
이라아아아크!?
“확실히 말해두지. 우리가 이라크에 가는 일은 없을걸세.”
“예? 이유는 모르겠지만, 국민의 성화를 감당할 수 없을 겁니다.”
“아프가니스탄은 그나마 확고한 비전이 있었지만, 이라크는 수렁일세. 무엇보다 우리는 이제 내부를 주시해야 해.”
이라크? 원한다면 얼마든지 주마! 단 얼마나 가지고 있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어디 한 번 엿 좀 크게 먹어보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