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orge Bush's Great America RAW novel - Chapter (220)
조지 부시의 위대한 미국-219화(220/377)
< 219화 >
지구의 저궤도를 돌고 있는 미국의 첩보 위성. 그리고 대한민국의 북한 관측소에서 대규모 진동과 함께 수많은 화기의 발포가 감지되었다. 야포 및 방사포와 박격포. 그리고 기관총과 소총이 불을 뿜었다. 방아쇠가 당겨진 기계들은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했다. 그들이 이 세상에 만들어진 존재 의의를 작동함으로써 해명했다.
다만 폭발물을 실은 로켓과 미사일. 그리고 각종 화기에서 내뱉은 납탄들이 남한 땅에 도착하는 일은 없었다. 평양에 몰려든 인파를 향하여 무자비하게 날아들었다. 전쟁통에 포격을 맞으면 다진 편육이 된다고들 하지만, 그것들은 차마 TV에 내보낼 수 없거나 혹은 굳이 적나라하게 표현할 필요가 없어 애써 축소할 뿐이었다.
실제로는 이렇다. 충분히 발전된 현대화기를 사람이 맞게 되면 깨끗하게 증발한다. 마치 수증기나 연기처럼 증발한다는 뜻은 아니다. 그저 가까이에서 관측하기에는 그렇게 보인다. 아까까지만 해도 멀쩡하게 대화를 나누었던 전우가 마치 마법과도 같이 증발하는 거다. 영화에서는 팔 토막이라도 보여주지만, 실제로는 그것조차 찾을 수 없다. 그저 그곳에는 아무것도 없다.
“가라! 가라우!”
하지만 물량이라는 건 현대 화기가 꽤 진보했음에도 불구하고 쉬이 극복하기 힘든 것이기도 했다. 전우의 시체를 넘고 넘어 평양으로 진군했다. 분명 두 파벌로 나뉘어 싸우기 일보 직전이었을 도합 수백만에 이르는 두 집단이 한마음처럼 평양으로 진격했다.
피아를 구분하기는커녕 달리는 도중 방향감각조차 상실하고 있었지만, 벙커와 임시로 만든 진지에서 경기관총 소사를 끊임없이 하고 있었음에도 물량에 밀려 차차 한두 명씩 닿기 시작했다. 총은 분명 위력적인 물건임은 틀림없으나, 그만큼 섬세한 물건이기도 했다.
“이, 이런!”
정말로 문자 그대로 쉴 틈 없이 장전만 하고 바로바로 쏘다 보니 부품에 무리가 가기 시작해 피로도가 쌓이기 시작했다. 기관총의 경우 총열 또한 본디 일정 수를 발포하고 나면 틈틈이 갈아줘야 했지만, 그것이 불가능했다. 그렇게 탄 걸림이 한두 번씩 생기고 그 한두 번은 진지에 닿는 한두 명으로 승화되었다.
그렇기에 목숨을 도외시한 ‘인민 웨이브’가 평양의 수비를 뚫기에 충분했다. 평소에 죽음조차 불사를 수 있게 세뇌한 이들을 적으로 돌리면 어찌 되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었다. 전선이 대부분 백병전으로 바뀌자 병사들은 앙상하기 짝이 없는 인민의 배에 총검을 찔러댔고, 군중은 정예 병사들의 단련된 배에 날카로운 농기구를 박아넣었다.
그들은 물량도 물량이었지만, 총이 아예 없는 것도 아니었고 어디서 날아왔는지 모를 총알에 저격당하는 기관총 사수들도 종종 있었기 때문에 벌어진 것이었다. 아무리 면으로 제압하려고 한다고 한들, 물량이 화력을 넘어서면 의미가 없었다.
그러나 수비선이 꼭 하나만은 아니었고, 군중은 어느 시점에서 발목이 묶였다. 한양 수비군은 수의 폭력에 교착 상태에 이르렀다.
‘괜찮아. 괜찮아. 괜찮다.’
다소 나른했던 전투 준비 태세는 급격하게 전환기를 맞이했다. 잠시나마 해이해진 군기는 다시 각이 잡혔고 병사와 간부들은 그 미묘한 기류에 다시금 빠져들어야만 했다. 불안감과 고양감 그리고 불안정해진 감정선을 추스르는 불만에 가득 찬 대화를 자신의 안에서 지속해야만 했다.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 뭘 할 수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할 수 있다.’
그것은 마치 세간에서 말하는 ‘미친놈’에 부합하는 행동거지들이었지만, 생각해보라. 어찌 전쟁통에 미치지 않을 수가 있다는 말인가? 그나마 전쟁에 일종의 로망이라는 게 존재하던 1, 2차 세계대전도 지나간 지 오래였다. 사람을 죽이는 일을 국가를 위해 헌신하는 영광스러운 행위로 포장하며, 뭣도 모르는 신병이 자랑스럽게 생각하던 영광스러운 무언가로 생각하던 시절 말이다.
이제는 전쟁이 얼마나 역겨운지, 잃을 게 많은 정부와는 달리 잃을 것이라곤 목숨 하나뿐인 병사들에겐 얼마나 덧없는지 전부 알고 있었다. 다만 그들이 도망치지 않는 건 오로지 이 땅이 사랑하는 부모님을 비롯하여 형제자매들이 살아가는 곳이었기 때문이었다.
군대에서 눈을 돌려 번화한 도시를 바라보자. 한반도 최대의 도시인 서울에서는 일종의 아포칼립스가 벌어지고 있었다. 서울에서 극악무도한 자들마저도 약탈은 꿈도 꾸지 못하고 전부 어딘가로 달아나고 있었다.
해외로, 지하철로, 방공호로, 산으로, 혹은 집 지하로. 약탈이란 결국 혼란을 틈타 이득을 보는 것인데, 결국 얼마나 이득을 보든 죽는다면 의미가 없지 않은가? 한국에서는 가장 어린아이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전쟁이 벌어지면 어떠한 일이 벌어지는지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서울이 불탈 것이다. 살아남는 자들은 오로지 소수 방공호에 들어간 이들뿐일 것이고, 주요 시설을 무참하게 짓밟히리라.
물론 그 뒤에는 후방에서 올라온 국군 및 기지를 타격당한 미군이 출동하여 삽시간에 서울을 수복할 예정이기 때문에 전술적인 시점에서 매우 긍정적으로 볼 수 있겠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전술적인 시점에서 보았을 때나 긍정적인 일이었고 서울에서 발이 묶여 꼼짝없이 죽을 민간인들은 전혀 긍정적이지 않았다.
6.25 시절을 확실하게 기억하고 있던 국민은 정부의 발표를 믿지 못하였고, 도망치기 위해서 공항과 항구, 고속도로로 몰려들었다. 이승만의 시대가 남긴 영원토록 지워지지 않을 깊은 상흔이었다.
반면 지방에서 사는 사람들은 사정이 조금 달랐다. 북한에서 좀 멀다 보니 이성도 제법 건재했고, 사고가 완전히 마비되진 않았다. 더불어 국군이 어떻게든 해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이 있었다. 그래도 잃을 게 많은 부자나, 생존주의에 근거하여 도망칠 사람들은 다 알아서 도망치고 있었다.
그러나 위기감을 조성하는 선동용 인터넷 기사들은 그렇게 이성이 멀쩡한 사람까지 불안감을 부추겼다. 예를 들면 ‘북한의 방사포가 판문점을 불태웠다.’ 혹은 ‘괴짜 같은 작전의 처절한 실패! 전면전이 시작되었다!’ 등의 기사들이었다.
이 기사들은 사진조차 없거나 혹은 합성 티가 너무 나서 조금만 주의 깊게 살펴보면 누구라도 이 기사들이 한치 진실 없는 허술하게 날조된 거짓 기사라는 사실을 단번에 알아차릴 수 있었겠지만, 죽을 수도 있다는 불안감은 한 번 더 생각하기보다 발을 먼저 움직이게 했다.
그리고 그것을 구분할 수 있는 이들 또한 움직이게 했다. 정말로 묘하게도 이유는 같았다. 그들을 자극한 건 이승만 시절의 상흔이었다. 게다가 ‘북한이 대규모로 발포를 했다.’라는 것만은 국방부도 인정한 엄연한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머잖아 한국에서 전쟁이 벌어지리라고 생각했다. 설령 실제로 벌어지지 않는다고 쳐도 만의 하나라는 게 있지 않은가? 만약 정말로 전쟁이 벌어진다면?
그렇기에 국가의 권장대로 집이나 직장에 머물며 평소처럼 행동하는 이는 아주 극소수에 불과했다. 다만 가지각색의 장소에서 한국 국민의 머릿속에는 떠나지 않는 한 가지 의문이 있었다.
‘왜 불이 안 올라오지?’
그러나 그것뿐이었다. 전쟁이 나지 않으리라는 막연한 기대감이 있긴 했지만, 그 기대감에 기댈 정도로 어리석은 사람은 거의 없었다. 광기가 이성을 집어삼키고 진실과 거짓을 구분하지 못하게 되었을 때, 대한민국은 싸우지도 않고 거의 망국의 경계선에 발을 디디게 되었다.
“모조리 다 잡아넣어!”
대통령이 언론을 일시적으로 탄압하기로 결단하지 않았다면 정말로 그렇게 되었으리라. 대통령은 크게 분노했다. 머리에 희끗희끗한 서리가 내려앉기 전에는 매사에 열정적이고 혈기가 넘쳐 종종 화를 낸 적도 있었지만, 나이를 먹을 만큼 먹은 이후에는 그 누구도 그가 한 번도 진심으로 화를 내는 것을 본 사람이 없었다.
그리고 오늘이야말로 진노의 날이었다.
“아주 나라가 망하라고 고사를 지내라 이 새끼들아.”
물론 대놓고 그렇게 말하지는 않았지만, 적어도 대통령 성명을 함축하자면 이것이었다. 대통령 집무실에서는 대놓고 그렇게 말했다는 일화가 훗날 전해지기도 했다.
“당신들 이거 언론 탄압이야!”
“거, 언론은 제대로 된 정보를 국민에게 전달하는 곳이 언론이고. 뭐해? 모조리 체포해!”
사회적 혼란과 불안감 조성. 거짓 정보 유포 및 날조 혐의로 많은 기자에게 영장이 발부되고 구속되었다. 그들은 평소처럼 기사를 냈다며 열심히 반항했지만, 그것뿐이었다. 군사정권 시절 이후 처음으로 완전무장을 한 경찰들이 방송국을 비롯하여 신문사에 들이닥치자 그들이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공무집행 방해라고 볼 수 없는 아주 작은 저항이 지나간 후에는 압수 수색이 시작되었다. 영장 발부, 영장 체포, 구속 및 유치장 수감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이 제대로 된 민주주의 정부가 들어선 이후로 가장 이례적인 속도로 진행되었다. 평소라면 절대로 불가능했을 터였지만, 너무 커다란 엿을 먹어 눈이 돌아간 정부와 잘못된 기사 때문에 생긴 대기업의 피해액. 그리고 진짜로 북한과 언제라도 개전할지도 모른다는 긴급 사태가 그것을 가능하게 했다.
그러나 궁극적인 잘잘못을 따지자면, 현 정부는 조그마한 이변만으로 전국 규모로 해외로 탈출하려는 국민의 정서를 만들어낸 이승만에게 책임을 물어야 하지만, 총기 장인이 오래전에 총과 방아쇠를 만들었다고 탓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물론 이렇게 한다고 해서 그가 지은 죄가 사라지는 건 아니지만, 어쨌든 이미 죽은 사람에게 책임을 물을 수도 없는 노릇인지라. 정부의 분노는 부패한 언론이 정면으로 맞아야 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모든 언론이 가짜 기사를 내놓은 건 아니었기 때문에 살아남은 대형 언론이 몇몇 있었고, 그들은 이 사실들을 빠르게 정리하여 정정 보도를 내놓았다. 정작 오보는 내놓지도 않은 언론이 다른 언론의 보도를 정정한다는 꼴이 매우 웃기기는 했지만, 어쨌든 일이 그렇게 돌아갔다.
“음, 끔찍하군.”
여기까지가 부시가 전해 들은 것이다. 다만 이미 도저히 자신이 알고 있는 대한민국은 아니라는 사실만큼은 알 것 같았다. 남포는 물론 한반도에 주둔 중인 모든 병력은 유사시에는 자율적인 판단으로 움직이게 되어 있었다. 그러니 아마도 한반도가 전화에 휩싸일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리라.
그래서 부시는 지금 당장은 자신의 앞에 다가온 것부터 해결하기로 했다.
“그래서 이 사람이 이 서류를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인가?”
꽤 젊어 보이는 사람이 연신 식은땀을 흘려대고 있었다. 아마도 대통령 앞에 서게 되었다는 긴장감 때문이리라. 대통령의 판단과 말에 따라서 그의 출셋길이 영구적으로 막히냐, 아니면 활짝 열리냐가 결정되어 있으니 그가 그렇게 떤다고 해도 이상할 것은 없었다.
“지금 남아 있는 사람 중에서는 가장 잘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일 겁니다. 아시다시피 저희 인력이 전부 지금 슈퍼 사스 하나에 갈리고 있어서 말이죠. 다만 그가 작성한 서류는 아니니 일종의 해설 역이라고 생각하시면 편하실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