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orge Bush's Great America RAW novel - Chapter (221)
조지 부시의 위대한 미국-220화(221/377)
< 220화 >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 3세대로 분류되는 2013년에 개발된 유전체 편집 기술이다. 설명을 위해서 전문적인 단어를 최대한 배제하고 그 효과만을 서술하자면, ‘살아 있는 세포’를 편집할 수 있다. 접근할 수 있는 범위의 수준이 달라진 것이다.
그리고 다음이 가장 중요한 것인데. 기존 방식이라면 년 단위가 걸릴 실험을 약 일주일 정도로 단축할 수 있으며, 비용을 9할 9푼 9리 이상 절감할 수 있다. 기존에는 유전체 편집에 고가의 장비와 대규모 시설이 필요했지만, 이제는 개인 차원 수준의 아주 간단한 연구 시설만 있으면 충분히 진행할 수 있고 실용적인 연구 결과를 뽑아낼 수 있다.
이 가위 덕분에 나온 논문만으로도 작은 빌딩을 만들 수 있지만, 정부 차원에서 중요한 것은 단언하건대 ‘비용 절감’이다. 다르게 말하면 ‘예산 절감’이라는 거다. 정확히는 같은 예산으로 더 많은 결과를 뽑아낼 수 있다는 소리다.
“자네 해석 잘 들었네. 아주 능력이 있는 친구로군.”
당연하겠지만, 부시의 손에 들린 보고서를 빙자한 논문은 1세대의 것이었다. 탈렌(TALEN)이라고 불리는 2세대 기술은 2009년에나 나오는 기술이었다. 즉, 부시가 지금 하려는 짓은 아예 세대를 하나 건너뛰려는 것이었다. 마치 그것은 중세 연금술에서 근대 화학으로 건너뛰려는 행위와도 같았다.
다소 과장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딱히 다를 것도 없었다. 학자들의 노력을 생각해서라도 도저히 주먹구구식이라고까진 할 수 없었지만, 이것은 단순한 삽과 하루에 24만t을 굴착할 수 있는 초거대 굴삭기 정도의 차이가 있었다. 그리고 이건 전혀 과장이 아니다. 도리어 축소한 감이 없잖아 있었다.
기술이 한 세대를 넘어가야 할 때나, 혹은 패러다임 자체가 바뀔 때 가장 중요한 것은 ‘그 기술을 뒷받침해줄 수 있는 또 다른 기술과 경제력이 되는가?’이다. 이것은 가장 유명한 예시로 영국의 산업혁명의 선두마차인 증기기관을 꼽을 수 있다. 산업혁명 자체는 영국의 지리적, 경제적, 기술적 과도기가 새로운 시대를 만들어냈다. 증기기관 자체는 18세기 당시는커녕 기원전의 로마에도 존재하고 있었다.
산업혁명이 일어나기 전에도 증기기관 자체는 존재했다. 그러나 낮은 효율로 인해 있으니만 못한 수준의 것이라는 게 문제였다. 그러한 증기기관이 공업에 쓰일 수 있을 리가 만무했고, 결국에는 기술력이 충분히 밑받침되어준 18세기에 이르러서야 공업용으로 쓰일 수 있었다. 이것이 바로 ‘기술력’이다.
그리고 가장 많이 알려진 사실로서, 수요 공급의 불균형으로 인해 방직산업의 비대화가 이루어졌고 영국은 계속해서 늘어나는 방직물 수요를 맞추기 위해서 직조 기계를 만들어냈다. 그리고 거기서 또 한 번 목화와 실을 분리하기 위한 조면기를 만들어냈고 이 조면기 하나가 약 천명의 일자리를 대신했다. 그렇게 영국의 경제력은 비대해졌고, 그에 따라 증기기관은 발전해 나아가 결국 증기기관의 상징과도 같은 증기기관차의 발명으로 이어졌다. 이게 ‘경제력’이다.
쉽게 말하면 기술력과 경제력 이 둘 중 하나라도 빠지면 세대를 뛰어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소리였다. 조금 다른 이야기지만, 만약 인류가 지금 스페이스 오페라나 SF에나 나올 법한 성간 항행이 가능한 행성 크기의 우주선을 손에 넣더라도 인류는 똑같이 만들어낼 수 없다는 이야기와도 같다.
그리고 너무나도 다행스럽게도 미국은 그 두 가지를 전부 충족하고 있었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GDP와 생명공학의 기술력 역시 다년간의 막대한 예산 투입으로 인해 대부분을 선도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부시 정부에 와서 더욱더 가속화되었다.
이미 부시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최소 3, 4년은 일찍 2세대 유전자 가위가 나올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렇기에 부시가 하고자 하는 일은 그저 기술이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을 만들어주려는 것이었다. 튼튼하고 단단하며, 매우 높은 탄성을 가진 발판 말이다.
본래 일반인들이 천재들에게 영감을 주기 위해서는 노력과 시간이 극단적으로 많이 필요하거나 혹은 개인적인 친분이 있어야겠지만, 부시는 다행스럽게도 이 나라에서 가장 강력한 권력을 가진 사람이었다.
따라서 이렇게만 말하면 되었다.
“자네 설명을 들으니 박테리오파지에 대해서 아주 큰 흥미가 생기는군.”
“박테리오파지 말입니까?”
“설명대로라면, 모든 박테리아는 박테리오파지로 죽일 수 있지 않나?”
“사실, 모든 박테리아가 박테리오파지에 대해서 무력한 건 아닙니다. 내성을 가진 박테리아 또한 존재합니다. 하지만 이에 대해서 걱정하지 않으셔도 좋습니다. 왜냐면 박테리아는 박테리오파지에 대해 내성을 가지려면 항생제에 대한 내성을 포기해야 하기 때문이죠. 따라서 언론에서 열심히 떠드는 ‘무적의 슈퍼 박테리아’는 없을 겁니다.”
이는 본디 지금으로부터 먼 훗날 발견되는 사실이었는데, 막대한 예산을 년 단위로 투입하고 지원하다 보니까 우연히 발견된 사실이었다.
“박테리아가 박테리오파지에 대해서 내성을 가진다니? 박테리오파지는 박테리아를 반드시 죽일 수 있는 사냥꾼 아니었나? 자네의 설명에 의하면 그러한데?”
“그게 말입니다. 사자가 물소를 사냥한다고 반드시 성공하리라는 법은 없지 않습니까? 비슷한 이치입니다. 아까 했던 설명은 대통령님의 이해를 돕기 위한 범용적인 설명이었죠. 마치 초등학교에서는 학생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서 나무에 전기가 통하지 않는 절연체라고 설명해놓고, 사전 지식이 충분히 갖춰진 고등학생들에게는 다시 전도체로 설명하는 것처럼 말이죠.”
이는 모든 교과에서 벌어지는 일이었다. 특히 이 부분의 프로페셔널은 단언컨대 수학이었다. 같은 문제라고 할지라도 고작 학년이 하나 올라갔다는 이유만으로도 풀이와 답이 완전히 달라지니 말이다.
“그 과정에 대해서 자세히 알려진 바가 있나? 박테리아가 박테리오파지에 대해서 내성을 가지는 과정 말일세.”
“인류가 발전했다고는 하나, 세상 모든 일이 밝혀진 것은 아니죠. 아직은 모릅니다. 하지만 머잖은 근미래에 밝혀질 겁니다. 구체적으로는 늦어도 2, 3년 정도 후면 대략적인 추측을 넘어 수치까지 겸비한 자세한 수준으로 말입니다.”
그는 드디어 끝이 났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자신이 이해하기 쉽게 잘 설명했으며, 최대한 대통령에게 잘 보였다고도 생각했다. 한마디로 자신이 맡은 바 임무를 충실히 행하였으며, 출세는 아니더라도 잘릴 일은 없다고 봐도 좋았다고 생각했다. 아마 앞에 대통령이 없었으면 ‘Yes!’를 연거푸 내뱉었으리라.
“그렇군. 그럼 예산을 더 배정해야겠군.”
“예?”
그는 자연스레 반문하며 몹시 어리둥절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야기에서 앞뒤가 전혀 맞질 않았기 때문이다. 과학 이야기에서 갑자기 예산 이야기가 왜 툭 하고 튀어나온다는 말인가?
“의회에 말해둬야겠어. 그동안의 추이를 보았을 때 통과는 한 달 내외로 충분히 가능하겠군.”
“예?”
너무 어처구니가 없어 정신줄을 제대로 챙기지 못하고 또 한 번 더 반문할 수밖에 없었다. 이번 반문은 전번과는 달리 조금 더 짧은 반문이었다. 사고나 치지 않으면 다행이라면서 극심한 불안감에 집무실에 들어오기 전에 옷매무새를 몇 번이나 매만지고 목소리를 가다듬었던 사람에게는 그만큼 충격적이었다.
그 모습을 보고 있던 부시가 쓴웃음을 짓더니 자신의 말에 설명이 좀 부족하였음을 순순히 시인하며 말을 덧붙였다.
“박테리오파지와 박테리아 사이에서 벌어지는 일에 대해서 좀 더 알고 싶어서 말일세.”
그 이야기를 듣고 나니 머리가 맑아지는 듯했다. 설명은 하나의 열쇠가 되어 거대한 의문의 잠금쇠를 풀어 이해의 문을 개방했다. 그는 대통령의 말을 확실하게 이해했다.
요컨대 한마디로 ‘내가 궁금하다.’라는 소리였다.
실로 전율할법했다. 본인이 궁금하다는 이유로 나랏돈을 움직이다니? 그야 순전히 사리사욕을 위함은 아니었지만, 적어도 그릇된 선택이라는 점은 달라지지 않았다. 다만 이에 반대할 사람은 이 집무실 안에 아무도 없었다.
“나가봐도 좋네. 설명하는 솜씨가 제법이군. 다음에도 부르도록 하지.”
물론 그는 출세욕이 강렬한 사람이었기에, 출세를 약속받은 것만으로도 매우 만족했다. 잠시간 솜털이 전부 곤두세워질 정도로 강렬하게 느꼈던 권력 이면에서 나오는 어둠 따위는 기억의 저편으로 날려버렸다.
“이 직업의 장점은 가장 명예로운 자리라는 거고, 단점은 하나 해결해도 다음 하나가 또 남아있다는 점이지. EU가 EU군을 설립한 이후로 우리나라에 점점 껄끄러운 존재로 변모해가고 있군.”
아예 NATO로부터의 졸업이라고까지 할 정도였다.
“더는 우리에게 휘둘리지 않겠다는 강한 의사가 보입니다.”
‘UN처럼 휘두를 수 있으면 좋았을 텐데. 하긴 휘두를 수 있는 강제성 자체는 EU가 더 높긴 하군. 문제는 그 강제성이 우리 것이 아니라는 거지.’
UN과 EU는 전부 국제기구지만, 이 둘은 명백하게 다르다. 지역이 다르다는 등의 너무나도 당연한 사실 말고 핵심적으로 다른 점을 짚어보자면, 그건 바로 ‘강제성’의 생성 원리이다. UN이 하는 것은 ‘권고’이다. 권고란 강제성을 가지지 않는 단어다. 따라서 UN의 권고는 점잖게 무시해도 국제 정치에 아무런 지장이 없다는 말이었다.
UN은 전 세계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기구이기 때문에 정말로 아무런 지장이 없을 수는 없지만, 반대로 말해서 그것을 감수할 수만 있다면 아무렇게나 자신이 가진 힘을 휘둘러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소리다.
마치 지금의 미국처럼 말이다. 다만 미국의 경우에는 UN 자체를 휘두를 수 있으니, 실질적으로 문제가 많으나 결과적으로는 아주 극소수의 권고만을 받을 뿐이었다. 왜냐면 미국은 UN의 물주이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너무나도 당연하게도 자본주의 사회에서 국제기구씩이나 되는 단체가 움직이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하고, UN의 예산에서 가장 많은 돈을 투자하는 것은 미국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UN은 좋든 싫든 미국의 의견을 따를 수밖에 없다.
다시 말해 UN의 강제성은 ‘미국의 의지’에서 나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반면 EU의 강제력은 유럽연합법원에서 나온다. 법으로서 집행하는 것이다. 물론 예산 문제 같은 부분까지 세세하게 파고들면 EU 또한 자본주의의 법칙에서 크게 벗어날 수 없기에 UN의 강제력과 별로 다를 바가 없긴 하지만, 어쨌든 겉으로나마 제대로 강제성을 가진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
그리고 유럽연합법원은 유럽 이사회에서 뽑은 인재들로 구성되어 있다. 그리고 유럽 이사회는 국민이 뽑은 정치인들이 뽑는 것이다. 그렇기에 혹자는 이것을 궁극적인 민주주의 연합이라고도 말하지만, 사실 생각해보면 딱히 국민이 뽑은 정치인이 국민의 성향대로만 움직이지도 않는다.
어쨌든 중요한 것은 EU의 강제성은 온전히 EU만의 것이라는 소리다. EU에는 미국이 개입할 여지가 없었다. 출혈을 감수하고 좀 억지를 부리면 어떻게든 개입할 수는 있겠지만, 그것의 결과가 만족할만한 것인지는 실로 의문스러웠다.
“그렇지. 영국은 어떠한가? 정확히는 그 ‘건수’ 말일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