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orge Bush's Great America RAW novel - Chapter (222)
조지 부시의 위대한 미국-221화(222/377)
< 221화 >
오늘날의 석유 사업은 완벽한 제로섬 게임이다. 마치 그것은 고대나 중세 시절을 보는 듯하다. 중세 시절 부유의 척도는 ‘곡물’이다. 그것은 다시 말해 안정적이고 꾸준한 산출량을 유지할 수 있는 풍요로운 경작지였다. 당시 더 많은 경작지를 얻는 방법은 화전(火田)을 통한 극소규모 개간. 혹은 국가 차원의 약탈이나 점령이었다. 이는 훗날 식민주의로 발전하게 되었다.
오늘날에는 산업의 발달과 무기의 발달로 인해 이러한 약탈 혹은 점령 행위가 단순 비효율을 넘어 자신을 파괴하는 행위로 인식되었고, 대부분의 전쟁은 국가 간의 총력전이 아니라 내전으로 발전되었다. 그러나 이 법칙에서 벗어나 마치 고대와 같이 약탈이나 점령이 아니면 도저히 메꿀 수 없는 것들이 존재하고 있다.
바로 ‘석유’다.
작년까지만 해도 원유는 무역을 통해 원활하게 세계 각국에 지속성을 가지고 산유국들의 합의와 필요성에 따라 일정한 값어치로 공급되었지만, 과학자들은 지금 속도로 석유를 소모하게 되면 아주 가까운 근미래에 모든 석유가 고갈되어 인류에 암흑기가 찾아올 것을 예견했다. 실제로도 석유 가격은 날이 가면 갈수록 치솟았으며 머잖은 미래에는 정말로 석유 대체재를 찾지 못하면 석기 시대로 돌아가야 할지도 몰랐다.
과학자들이 진지하게 내놓은 통계 혹은 추론을 바탕으로 할리우드에서는 석유가 떨어져 4차 세계대전이 벌어진 아포칼립스 영화를 찍어댔으며, 인류에겐 막연한 위기감을 선사했다. 미국을 비롯한 EU는 목구멍에서 손이 튀어나올세라 석유를 확보하고 싶어 했으며, EU의 경우 실제로 그렇게 움직였다.
사우디를 제외하면 중동은 사실상 완전히 EU가 장악하고 있었기 때문에, EU는 국제 정치적인 면에서 과하다고 불러도 될 정도로 많은 이익을 보고 있었다. 세계에서 3번째로 강한 군대 앞에서 석유 수출국 기구(OPEC)는 힘을 잃었고, EU는 넘쳐나는 석유에 빠져 죽을 것 같았다. EU 회원국은 평화라는 최초의 목적대로 점점 필요 이상으로 긴밀해지고 있었고, 그것을 뒷받침해줄 수 있는 날을 거듭하면 거듭할수록 극도로 정교해지고 있는 체제까지. 모든 것이 장밋빛으로만 보였다.
여기까지가 며칠 전의 이야기다. 셰일 가스 개발이 본격화되면서 모든 것이 바뀌었다. 실질적으로 유가를 뒤흔든 것은 셰일 가스 개발이 아니었다. 이대로 말라죽을 수 없다는 사우디의 결단이었다. 이는 아무리 EU가 미쳤어도 다른 나라와는 달리 사우디를 직접 군으로 압박할 수는 없다는 점에 기인하고 있었다.
EU가 중동의 다른 산유국을 압박하는 방법은 다음과 같았다. 가장 먼저 EU는 대규모 테러를 당했으니 불법 테러 조직을 섬멸해야겠다는 명분을 확실하게 밝힌다. 더불어 국경을 열지 않으면 알카에다를 숨겨주고 있거나 한통속으로 간주하겠다는 말 또한 덧붙인다. 이렇게 하면, 이 시점에서 모든 나라는 대부분 순순히 국경을 열어 주게 된다. 그렇지 않은 나라도 있지만, 그건 아주 극소수에 불과하다.
두 번째로 알 카에다를 비롯한 해당 국가 정부의 내전 상대를 EU군을 통해 완전히 몰아내며 섬멸한다. 이 시점에서 EU와 타국 간 공생관계가 성립된다. EU 평화유지군을 통해 치안을 확보함과 동시에 정부는 안정된 치안 안에서 산업을 발전시키고, 지도층을 더욱더 부유하게 만들어 체제를 굳건하게 만든다. 그 정부의 형태가 독재정권이든 민주정권이든 심지어는 신정이든 말이다.
세 번째로 이 일련의 과정에서 석유에 손을 댄다. 여기서 핵심은 과하게 요구하지 않는 것이다. EU가 얻어가는 혜택들은 어디까지나 EU군이 주둔할 동안 손해를 메꾸는 차원임을 강조한다. 물론 그걸 믿는 정치가는 없지만, 일단은 그들도 그렇게 선전한다.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업적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도리어 그들은 EU를 부른 것이 자신임을 선언하며 정권을 공고히 만든다. 그렇게 공생관계가 성립되고 나면, 남는 건 순환이다.
다만 악순환인지 선순환인지는 아직 아무도 모른다. 사우디는 이것을 거부한 중동의 몇 되지 않는 국가다. 그리고 사우디는 오늘날 드디어 구국의 운명을 결정짓는 결단을 하게 되었다. 유가 폭락. 정확히는 생산 배럴 수를 대폭 증산하고 그동안 쟁여놓았던 물량을 한 번에 시장에 풀어 버리기로 했다.
어떻게 보면 한편으로는 석유 전쟁이라는 것 자체가 어리석은 행위로 보인다. 왜냐면 제아무리 사우디가 산유 주도국이라곤 하나, 결국에는 제 살 깎아 먹는 일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사우디가 이렇게 날뛰려는 이유는 정말로 한계에 몰렸기 때문이었다.
주변은 EU가 압박하고 있었고, 이젠 미국이 사우디의 지위마저 빼앗으려고 하고 있었다. 이 상황에서 미치지 않으면 그게 더 이상했다. 쉽게 말하면, ‘네가 죽나, 내가 죽나 어디 한 번 해보자.’가 되시겠다.
사실, 이는 미국이 즐겨 하던 짓이기도 했다. 1970년 이전 미국의 7자매. 다시 말해 지금은 없지만, 스탠더드 오일 뉴욕, 텍사코 등 일곱 회사가 주도하여 세계의 유가를 마음대로 조정했다. 여기에는 영국의 회사도 포함이 되어 있었다. 이른바 공시가격이라고 부르는 것이었다.
그러니까 지금 미국의 셰일 업계가 처한 상황은 자업자득이라고 봐도 과언은 아니리라.
“자넨 다 좋은데 서론이 너무 길어.”
비서실장은 불만족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해야 할 말이 다 끝나지 않은 탓이었다. 아직 설명만으로도 10분 분량은 더 남아있었다. 애당초 석유 회사에서 일하던 사람에게 설명한다는 것 자체가 좀 우스운 일이긴 하지만, 그래도 대통령의 요청에 따라서 비서실장은 최선을 다했다.
“한 줄로 요약하면 사우디가 지금 모든 전략 비축 석유를 풀고, 대폭 증산했단 말이지. 국채까지 뽑아내야 할 것을 알고 있음에도?”
“저번에도 말씀드렸다시피, 저희의 승리로 끝날 겁니다. 업계는 도살당하겠지만, 저희 정부가 최대한 구해줄 수 있겠죠.”
“전혀 피해를 받지 않을 수는 없겠지?”
“예산을 충분히 배정했기 때문에 3년 정도는 이론상 피해를 받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이론이란 참으로 덧없는 것이다. ‘이론상’이라는 단어는 불가능을 다르게 말하는 단어였다. 정확히는 천문학적인 가능성을 구태여 설명해야 할 때 반드시 덧붙이는 단어였다. 따라서 국정에 있어서 결코 붙어서는 안 되는 금기어와도 같았다. 종종 이를 어기는 이들이 존재하긴 하지만, 보통은 자신이 소속해 있는 당의 의견을 대변하기 위해서 꺼내는 단어에 불과하다.
그러니까 비서실장이 하고 싶은 말은 전혀 피해를 받지 않는 건 꿈에서나 나올 법한 일이니 꿈 깨라는 이야기를 예의를 갖춰 최대한 돌려 말한 것이었다.
그리고 지금 이번 석유 전쟁으로 인해 꿈에서 깨어나야 할 사람이 한 명 더 있었다. 사실 꿈이라기보다는 혼수상태에서 깨어나야 한다는 말이 더 어울리긴 했다. 러시아의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이었다. 푸틴은 나름 뛰어난 사람이었다. 사실 이 자리까지 올라오려면 웬만한 정치적 식견으로는 올라오기는커녕, 정치가로서 자신의 자리를 온존하는 것 자체가 인생 업적 정도로 비견 될만했다.
과장에서 팀장으로 승진하는 것조차도 죽을 만큼 힘든 세상에서 한낱 첩보 요원에서 대통령으로 올라간다는 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상상이나 해본 적이 있는가? 하여튼 그렇게 뛰어났기에 푸틴은 천연자원에 의지하고 있는 나라가 그 천연자원의 함정에 걸려서 무너질 때 얼마나 처절하게 무너지는지 잘 알고 있었다.
이를 자원의 저주(Resource curse)라고 부르는데, 작금의 러시아가 딱 이 꼬락서니였다. 다만 더 화딱지가 나는 것은 이미 전부 예견하고 있었기에 충분히 준비하기 위해서 온갖 수단을 동원하여 아등바등 몸부림쳤으나, 그 몸부림은 잉어의 헛된 튀어 오르기로 끝나버렸으니 이 어찌 통탄하지 않고 못 배길 노릇이란 말인가?
그래도 대비는 어느 정도 되어 있었기에 러시아는 이렇게 했다.
“죄다 틀어막아. 모조리 틀어막으란 말이야.”
사우디가 석유 전쟁을 선포하자마자 러시아는 천연자원의 수출을 그냥 잠정적으로 중단해버렸다. 정확히는 석유와 가스에 대한 수출을 최소한으로 제한했다. 당연히 러시아의 가스관에 의지하고 있던 몇몇 유럽국가의 관료들은 비명을 내질렀고 긴급히 공급처를 바꾸거나 러시아의 기분에 맞춰줄 수밖에 없었다.
“아악! 어떻게든 해! 어떻게든 하란 말이야!”
이는 완전히 제값을 받기 위한 러시아만을 위한 협상이었다. 안정적인 가스관을 얻는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그 가스의 공급이 끊겼을 때 어떤 꼴이 나는지 알고 있는 정치가라면 최대한 러시아와 합을 맞추려고 시도했다. 조만간 중동의 가스관이 유럽에 연결될 예정이었지만, 그건 아직 머나먼 훗날의 이야기였고 아직은 유럽의 가스 소비는 전적으로 러시아가 책임지고 있었다.
막말로 지금 당장 가스관을 잠그면 몇 개월 지나지도 않아 국가 자체가 망가질 터였다. 혹자는 ‘다른 나라에서 가스선 등으로 옮기면 그만 아니냐?’라고 말할 수 있었지만, 가스선은 언 발에 오줌 누기에 불과하고 그것이 꾸준히 공급될 수 있을지도 의문스러웠다. 당장 사우디만 해도 알 카에다의 공격에 가스관이나 시추 시설이 자주 터지고 있었고, EU군이 주둔해서 지키고 있는 정유 시설도 만만찮게 테러를 당하고 있는 마당에 뭔 깡으로 그만한 양의 가스를 수입해온단 말인가?
사우디가 국가의 명운을 걸고 있었다면, 러시아는 국가의 사활을 걸고 있었다. 정말로 당장이라도 무너지지 않는 게 이상할 정도였다. 이는 그동안 푸틴의 지시로 인해 준비해온 세월이 일궈놓은 정당한 결실이었다. 그러나 그뿐이었다. 유럽국과의 협상이 좋게 타결되면 좋겠으나, 결렬되면 러시아는 최악의 경우에는 내분이 일어나 분열될지도 몰랐다.
그리고 중국. 중국은 덩치에 걸맞지 않게 근 1년간 묘할 정도로 조용하게 지내고 있었다. 침체기에 접어들었기 때문이기도 했고, 슈퍼 사스라고 불리는 전염병 때문이기도 했다. 인권을 도외시한 극단적인 격리로 병은 더 퍼지지 않았지만, 그 반동으로 경제와 산업에 큰 암운이 드리웠다.
그 정도가 어느 정도였냐면, 매번 그렇게 간섭하던 북한에 대해서 말 한 번 꺼내지 못할 정도였다. 중국은 북한을 사실상 속국으로 보고 있었던 덕분에 북한이 무엇을 하든 간섭하고 있었다. 미국이 군사력을 동원하여 직접 개입한 이후로 그 정도가 약해지긴 했지만, 그래도 꾸준히 간섭하고 있었다.
지금은 그것조차 하지 못하게 되었고, 그것을 넘어서 대한민국 정부의 백두산 재매입 문제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을 정도였다.
이야기는 다시 빙 돌아 북한의 평양으로 이어진다. 평양에서는 피 없이는 개혁도 없다는 역사적 사실을 재현하고 있었다. 남한 정부에서는 정말로 본격적으로 군을 투입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논의가 벌어지고 있었고, 북한 정부에서는 인민들의 진군을 막기 위해 남한의 손을 빌려야 할지, 아니면 총동원령을 내려야 할지 말지에 대해서 논의가 벌어지고 있었다.
세계는 냉전 이후로 다시금 뜨겁게 격동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