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orge Bush's Great America RAW novel - Chapter (223)
조지 부시의 위대한 미국-222화(223/377)
< 222화 >
“이 사태를 도대체 어떻게 책임질 겁니까!”
그들의 예상은 이러했다. 압도적인 화력 차이에 인민들이 뿔뿔이 흩어지는 것이다. 그리고 흩어진 인민들이 소규모 남한 군대와 충돌하고, 중앙군과 수비군을 통해 인민을 제압하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 첫 번째부터 꼬였다.
“모두 진정하십시오. 헬기가 준비되어 있소. 헬기 정도면 남한으로 가기에는 충분합니다. 헬기의 대수 또한 넉넉하여 큰 이상이 없다면, 모두 10시간 내외로 전부 대피할 수 있어요!”
“지금 남한으로 망명을 하자는 거요?”
“그럼 이대로 앉아서 죽겠다는 거요?”
인생은 타이밍이라고들 하던가? 지금 망명해봤자 그들이 누릴 수 있는 지위는 민간선에서 그칠 것이었다. 정치판에서 놀 수 없게 된다는 말이렷다. 북한 정치판만큼 살얼음 같은 정치판도 없다. 오늘 멀쩡했던 사람이 정치적인 이유로 내일 변사체가 될 수도 있었다.
다른 나라는 자살로 위장하거나 암살이라도 하지, 이곳은 카메라까지 총동원해서 공개 처형을 생중계하는 곳이었다. 지금이야 나라를 팔아먹어 잘살아 보겠다는 단일 목표라도 있으니 똘똘 뭉쳐 있는 거지만, 공산당도 그놈의 장군님을 필두로 정치 라인이 여럿 갈려 있는 상태였다.
“그게 아니지 않소! 다른 방법도 있다고 말하고 싶은 거요!”
“그 다른 방법이라는 게 도망치는 거요?”
긴급 상황이 오면 당연히 내분이 올 수밖에 없다. 의견 자체는 크게 셋으로 갈렸다.
“아니, 일단은 살아야 할 것 아닌가! 당신들이 하는 말은 하나 같이 자충수요! 자충수!”
목숨이 가장 중요한 사람들이었다. 이 사람들은 대부분 가진 재산이 그렇게 크지 않거나, 혹은 더는 북한에 아쉬운 것이 없는 사람들이었다. 그것도 아니면 현재 정치판 자체에 그다지 미련이 없으며, 동시에 자신의 힘으로도 충분히 다시 일어설 수 있다고 생각하는 야심가들이기도 했다. 재산이나 사회적 입지 등 기반이 사라지는 일이야 슬픈 일이지만, 기반은 다시 만들면 그만 아닌가?
하지만 이들은 아주 소수에 불과했다. 다만 이들이 하려는 것은 마치 적에게 격추될까 두려워 교전도 전에 전투기의 긴급 탈출 장치를 작동시키는 것과도 같았다. 쉽게 말하면 다른 사람들의 눈에는 제대로 해보지도 않고 도망치려는 것으로 비추어졌다.
“자충수라니? 이렇게 끝낼 수는 없어, 우리에겐 병력이 있네. 충분히 사수할 수 있다고!”
이렇게 주장하는 사람들은 대부분이 군 관계자였다. 통일 뒤에 남한 주도라는 특성상 더는 군에 종사할 수는 없겠지만, 그들에게도 군인의 자존심이라는 게 있었다. 미국과 남한 주도하에 있던 군대를 죄다 해체당한 마당에 무슨 자존심이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이 정예군은 그들이 길러낸 마지막 자존심이었다.
“지금이라도 공군을 동원하여 폭격하면 막을 수 있어요! 우리 군이 해체당할 때 공군은 멀쩡하게 남아 있으니 우리가 명령을 내리기만 하면, 아주 깨끗하게 싹싹!”
이건 진실이었다. 공군도 대다수가 해체당하긴 했지만, 팽팽한 교섭으로 인해 전투기는 대부분 아프리카에 헐값으로 팔려 갈 예정이었다. 본디 네이팜 등으로 화형당할 전투기들을 예산확보라는 명목으로 간신히 막아낸 것이었는데, 이건 군 장성보다는 실적에 눈이 먼 행정부 쪽의 업적이었다.
“지금 평양을 폭격하겠다는 말인가? 이게 무슨 똥개 오줌 싸는 소리야? 지금 자충수라는 소리 못 들었소? 만약에 진짜로 폭격했다고 칩시다. 그럼 그건 순전히 우리 책임이오. 다시 말해 우리는 다시는 기회를 잡을 수 없어요!”
“어차피 폭도들이 들이닥치면 평양이 싹 불타오를 텐데, 우리가 불태운다고 해서 달라지는 것 있소? 그저 순번이 다를 뿐 아니오? 그냥 닭이냐 달걀이냐 그 차이 아닙니까? 다시 말해서 여기서 총칼에 찔려 죽냐, 아니면 곱게 늙어 죽느냐 그 차이란 말입니다.”
“그래도 어찌 평양을 폭격하겠다는 말인가?”
서울이 대한민국의 자존심이듯, 평양은 북한의 자존심이었다. 일제 시절 파헤쳐지고, 6.25 전쟁을 거치며 손상된 부분이 없잖아 있긴 있지만, 일단은 문화제의 보고이기도 했다. 한민족의 일단은 애국심이라는 게 쥐꼬리만큼이라도 있기에 껄끄럽기는 껄끄러웠다. 그러나 껄끄럽다고는 해도 결국 자신의 목숨만큼은 못한 것 아니겠는가?
“미쳤군. 다들 미쳐버렸어. 지금이라도 차라리 남한 군대나 남포항에 주둔 중인 미군의 도움을 받는 게 나을지도 모르겠군.”
이들은 비교적 양심적인 사람이었다. 양심적이라고 해도 완전히 손에서 벗어난 사태에 더는 책임을 질 수 없어 두려워지는 바람에 인간적인 부분이 자극된 것에 불과했다. 그들에게 두려움은 선(先)이고, 인간성은 공포에서 비롯된 부산물이었다.
그러니까 쉽게 말하면 ‘책임회피’에 들어갔다는 소리였다. 인간은 분수를 벗어난 사태를 맞이하게 되면 다른 사람에게 책임소재를 돌리곤 한다. 이는 한 살 먹은 어린아이부터 노련한 정치판 노인네들까지 전부 똑같았다.
더는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으니, 사태를 좀 더 능력 있는 사람에게 넘기려고 하는 것이었다. 보통은 만만한 사람들에게 떠넘기는 게 일반적이겠지만, 이번의 경우에는 어떤 시각으로 보느냐에 따라서 명확한 답이 존재하기 때문에 조금 특이한 경우였다.
그러니까 자신의 권위와 재산을 지키려면 평양도 지켜내야 한다. 이 시점에서 남에게 의지하는 것은 확실한 답이 될 수 없고, 이것은 북한의 정치판 내의 보수적 의견이자 전통이었다. 그리고 동시에 이러한 사람들이 대다수였다.
반대로 지금의 부귀영화를 포기할 수 있는 사람들은 재산의 근간이 되는 평양도 버릴 수 있었다. 이 경우에는 극단적으로 목숨이 더 중요한 사람들이었다. 재산보다도 가족보다도 자신의 목숨이 더 중요한 사람들 말이다. 이러한 이들에겐 좀 더 빌붙을 수 있는 튼튼한 기둥이 필요했다. 예를 들면 지금 대세가 되어버린 청와대 라인 같은 튼튼한 동아줄 말이다. 이 경우에는 미군이나 한국군이 답이 될 수 있었다.
평양의 수비는 총 3단계로 구성되어 있었다. 예전이야 다른 전략이 있었지만, 군 내부가 완전히 뒤바뀌면서 패러다임 자체가 바뀌는 수준으로 수비 전략도 뒤바뀌었다. 그야말로 바뀐 전략은 경천동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는데, 그것이 긍정적인 쪽인지 부정적인 쪽인지는 아직은 알 수 없었다.
다만 현재 잘 막아내고 있는 것을 상기하면 긍정에 무게를 실어줄 수 있었다. 사실 단계라고 해도 마치 전쟁 극초기 참호처럼 명확한 라인이 물리적으로 존재하는 것은 아니었고, 상황의 심각도에 따라서 잠금쇠가 해금되는 것에 가까웠다.
우선 지금은 재래식 무기를 사용 중이었다. 돌격 소총과 전차 등으로 막아내고 있지만, 야전이라면 혹시 모를까. 진흙탕 시가전에서 완전히 밀리지 않는다는 건 불가능한 일에 가까웠다. 완전히 조직이 굳어지지 않았다는 점도 인민들에겐 상당히 유효했다.
전략 자체가 화로에 들어가기 전 도자기와도 같아 유연해질 수는 있었지만, 반대로 단단하지는 못한 게 문제였다. 군이 간과한 것은 지하시설의 존재였다. 정확히는 하수도였다. 하수도를 막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단지 압도적인 물량에 더는 버티지 못하고 뚫렸을 뿐이었다. 그렇게 시가전을 치르고 있던 분대나 소대가 앞뒤로 포위되어 섬멸당하고 그것의 악순환이었다.
지휘부는 일정 이상 밀리고 있다고 판단했을 때 다음 단계를 쓸 수 있다. 이것이 당 내부에서도 거론되고 있던 공군을 통한 평양 폭격이다. 사실상 이 단계를 꺼내든 순간 끝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너 죽고 나 죽자.’ 이 이상 이하도 아니었다.
그러나 아직 마지막 단계가 남아 있었다. 도저히 폭격으로도 평양을 지키지 못하리라고 판단했을 때, 공멸할 작정으로 생화학 무기를 대규모로 살포한다. 본래대로의 교리였다면, 제공권부터가 없는 것이나 다름없다. 따라서 이것은 완전히 평양만큼은 어떻게든 지켜보겠다는 새롭게 만들어진 수비 전략이었다.
“이걸 도대체 어떻게 막으라는 건가?”
그러니까, 이것은 최초의 단계에서 전부 끝낼 수 있다는 전제 아래에 상정된 수비 전략이었다. 다음 단계부터는 수비가 아니라 그냥 보복성에 가까웠다. 애당초 이런 일이 벌어질 것이라곤 상상조차 하지 못하고 있었다. 근 미래에 통일될 예정이었기에 더더욱 그러했다.
“당에서는 허가가 내려지지 않았나?”
그런데도 폭격을 한다면 아직 희망은 남아 있었다. 보복성이라곤 하나 어디까지나 당의 입장에서 보복이지 군인들은 평양을 소비해서라도 어떻게든 죽고 싶지 않았다. 공군은 이미 준비되어 있었고 폭격을 전제로 하늘을 날아다니고 있었다.
“땅에 나서 하늘에 사는, 우리는 비행사라네.”
전투기 조종사들은 평양을 선회하며 검은 연기가 올라오는 회색 도시를 바라보았다. 지금껏 평양 내에서 단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수많은 포성이 그들의 심정을 착잡하게 만들었다.
“정다운 집은 여기 없어도, 하늘 떠나 우리 못살리.”
출격한 공군은 한 번씩은 군가를 부르면서도 한 소절에서 머물러 다음 소절을 이어나가지 못했다.
“출격. 출격 명령이 내려, 푸른 하늘로 높이 날을제···.”
분명 공군은 조국을 지키는 하늘의 방패 아니었던가? 언제부터 당의 명에 따라 평양을 불태우는 병종이 되었단 말인가? 물론 군인의 미덕은 당의 명령을 수행하는 것이라곤 하지만, 군인 이전에 사람 된 도리로서 이게 가당키나 한 일이란 말인가?
그나마 그들에게 위안을 주는 건 평양 사람들은 이미 전부 방공호 안으로 들어가 그들이 백날 폭격해봤자 그들이 떨어뜨리는 폭탄으로는 죽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이었다. 물론 방공호 입구가 막힐 수는 있겠지만, 어쨌든 확실한 건 비행사들이 양심에 찔리든 말든 당이 명령만 내리면, 그 즉시 폭격기에 실려 있는 막대한 양의 폭탄을 지상으로 비처럼 쏟아낼 것이라는 사실이었다.
다만 정작 그 명령을 내릴 당은 최대한 질질 끌었다. 서로 자신의 원하는 걸 쟁취하기 위해서 때때로는 마치 남한 정부를 보듯 격렬한 몸싸움도 벌어졌다. 그리고 드디어 결론이 났다. 사실 결론이라기보다는 중간 결산이라고 말하는 편이 맞았지만, 어쨌든 다음은 없으니까 일단은 이게 ‘결론’이었다.
도망칠 사람은 도망치고 남을 사람은 남는다는 너무나도 당연하고 단순한 결론이었다. 도대체 왜 진작이 이러지 않았는지 황당하기까지 한 결론이었는데, 이는 그들이 가지고 있는 사회적 지위에서 기반했다.
어쨌든 도망치는 사람들이야 도망치는 거고, 남는 사람들은 이제 호랑이나 승냥이를 부르냐 마느냐로 의견이 갈렸다. 호랑이는 미군이고 승냥이는 한국군이었다.
그리고 그들의 의견과는 상관없이 한국군과 미군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대통령님. 정말입니까?”
“이대로 두면 어느 쪽이든 끔찍한 결말만이 남겠지. 난 그 꼴을 보고 싶지 않네.”
한국과 미국 대통령이 쌍으로 북한을 이대로 둘 수 없다고 결단하고 합의를 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