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orge Bush's Great America RAW novel - Chapter (224)
조지 부시의 위대한 미국-223화(224/377)
< 223화 >
미국과 한국의 대통령 집무실에서 실시간으로 영상통화가 이어지고 있었다. 다소 끊김이 있긴 했지만, 의사소통에는 큰 문제가 없었다. 각자 옆에는 통역관이 붙어 있었다. 참으로 아이러니한 것은 둘 다 통역관이 필요가 없었다는 점이었다. 하지만 세간의 눈이라는 게 있기에 이런 부분은 어쩔 수 없었다.
“이대로 북한의 상황을 좌시할 수 없다. 이게 제가 내놓은 답입니다. 미국의 투자가 무용지물이 되어버릴 수도 있어요.”
먼저 입을 연 것은 미국의 대통령인 부시였다. 부시는 확실한 재선을 위해서 이번 한반도에서 난 사태를 어떻게든 재선 전에 완전히 종식할 필요가 있었다. 그것이 부정적인 쪽이든 긍정적인 쪽이든 대책은 얼마든지 있었지만, 어쨌든 대통령 선거 시기에 한반도의 정세가 어지러우면 부시가 쌓아 올린 업적이 상대 후보에게 책을 잡힐 약점으로 변모할 우려가 있었다.
“저는 그 의견에 완전히 동의하는 바입니다. 우리는 이 문제에 대해서 군대를 움직일 필요가 있습니다.”
이에 대답한 것은 대한민국의 대통령인 현원섭 대통령이었다.
“따라서 저희는 남포항 이외의 대한민국 군대의 움직임에 대해서 완전히 침묵하겠습니다.”
“저희는 최대한 빠르게 움직이겠습니다.”
이게 한미 간 대통령이 내놓은 답이었다. 사실 북한에 개입하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위험을 감수해야 했다. 정확히는 지금 시점에 개입할 이유가 전혀 없었다. 그렇기에 ‘이득’을 보려는 행위보다는 더는 ‘손실’을 보지 않으려는 행동에 가까웠다.
세상에는 긁어 부스럼이라는 말이 있는데, 사실 지금 시점에 개입하는 게 딱 그러했다. 지금 대한민국이 북한에 개입할 때 쓸 수 있는 명분은 다음과 같았다. 가장 쉬운 것은 현 정부를 구하기 위해서 현 상황을 ‘대규모 폭동’ 혹은 ‘내전’으로 규정하고 병력을 파견하는 것. 그리고 다음으로는 정당한 영토 수복을 위해 군을 파견하는 것. 사실상 북한 정부는 불법 정부로 헌법에 규정되어 있기에 가능한 명분이었다.
물론 세계적으로는 북한을 주권국가로 인식하고 있는 탓에 문제의 여지가 있긴 있었지만, 그렇다고 지금 딱히 대한민국을 압박할 수 있는 국가가 따로 있는 것도 아니었다. EU는 중동 때문에 어디 눈을 돌릴 처지가 되지 못하고, 러시아는 제 앞가림도 힘들어진 처지가 되었으며, 중국은 병으로 앓으며 침묵하고 있고, 미국은 적극적으로 북한 진군을 종용하고 있다.
그러니까 정확히는, 한국군이 본격적으로 북한에 개입하는 것을, 미군은 묵인하기로 했다. 주한 미군과는 별개로 주북 미군은 북한이 침략당했을 경우 참전해야 할 의무가 있었다. 미국은 이것을 묵인하기로 했다.
“저희 대한민국 측이 가지는 명분은 간단하면서도 꼬여 있습니다.”
어쨌든 상기한 두 가지 명분 전부 몇 가지 문제점이 있는데, 전자의 경우 공산당을 도와준다는 행위 자체가 대한민국에서는 아이러니라는 점이었다. 지금이야 한참 화해 노선에 통일 노선인 데다가 전쟁의 본질보다는 전쟁이 일어난다는 사실 자체에 초점을 둘 터이니 여론 자체는 조용히 묻어갈 수 있겠지만, 어쨌든 훗날 문제가 될 것이라는 점에는 변함이 없었다.
후자에도 파고들면 상당한 문제가 있었다. 언뜻 보면 정당한 영토 수복 전쟁으로 보이겠지만, 북한을 강제로 합병한다는 점에서 큰 문제가 있었다. 그것은 바로 지금과 같은 반란이 일어날 경우다. 국군이 강하기 때문에 의외로 별문제가 아닌 것 같지만, 사실 이게 나중에는 내전으로까지 발전할 수 있는 문제였다.
거기다가 인권 문제도 있었다. 국제적 눈치와 여론을 위해 인권이 우선시 되는 민주주의 정부의 허점이었다. 이는 민주주의 정부가 완벽한 시스템임을 증명하는 반증이기도 한데, 이건 지금 중요한 게 아니다. 지금 중요한 것은 대한민국의 개입 명분이었다.
발상을 조금 다르게 하여 두 가지 전부 사용할 수도 있었다. 영토를 수복하는 김에 공산당을 도와주는 것이다. 얼핏 보면 모순되었다고 생각할 수도 있으나, 사실 하나하나 따져보면 썩 그렇게 모순된 것도 아니다. 원래 정치란 말 하나, 법 하나 가지고 마치 찰흙과도 같이 조물조물하는 것 아니겠는가?
“모든 일에는 예외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습니까?”
현 공산당은 한국에 합병 의사를 분명히 드러내고 있음으로 예외 규정을 적용하면 된다. 법이라는 것은 지나치게 딱딱해도 문제가 된다. 법이 매사에 완벽하다면 재판에 판사가 왜 있겠는가? 어쨌든 이 시점에서 공산당이라는 건 별로 문제가 되지 않고, 영토 수복 겸 합병이라고 우기면 그만이다.
그러니까 합병은 이미 진행 중이고, 그 과정에서 군을 움직여 실효 지배에 들어가는 것이다. 다만 그 과정에서 ‘반란군’과 마주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반란군과 마주쳤을 때 벌어질 일은 일목요연하겠지만, 아무런 피해 없이 소득을 얻는다는 건 그야말로 꿈에서나 있을 무언가 아니겠는가?
북한으로 군을 진군시켜서 대한민국이 얻을 수 있는 것은 굉장히 한정적이었다. 북한이라는 땅과 인적 자원이었는데, 그나마도 부양해야 하는 사람들이었고, 미국의 투자가 없었다면 그들을 부양하고 인프라를 새로 까는 것만으로도 대한민국 전체가 크게 흔들렸으리라.
다만 예방 차원에서는 훌륭했다. 이대로 있으면 둘 중 하나였으니까 말이다. 자본주의를 기반으로 한 정부가 성립되거나, 다시 백두혈통을 지도자로 삼은 공산당 정부가 성립되거나. 어쩌면 백두혈통이 아닐 수도 있지만, 어쨌든 그들이 궐기한 이유를 상기해보면 김씨 일가의 인물을 지도자로 앉히리라는 사실을 능히 짐작할 수 있었다.
일이 이렇게 된 이상 지금이 아니면 합병 기회가 없기도 했다. 경제적인 부작용이 있다고는 하지만, 한민족의 숙원이 아니던가? 게다가 이대로 날려 먹으면 날려 먹는 대로 문제가 생긴다. 이에 대해서 따로 설명한 필요는 없으리라.
“애들아, 전쟁 났다.”
문제는 북한에 쌀 군단으로 파견되었던 이들이었다.
“예?”
전역이 미루어져 최상의 전투력을 갖추게 된 김병장은 어깨에 두 포대씩 들고 다니다가 하마터면 떨어뜨릴 뻔했다. 처음에는 잔뜩 겁먹었지만, 막상 와보니 그냥 총 들고 봉사하는 느낌이라 보람이 차오르던 차였다. 그런데 쌀 잘 옮기고 있던 애들을 모아놓더니 갑자기 전쟁이라고 한다. 도대체 이게 무슨 소리인가?
“뭐 중국 애들이 6.25 전쟁 시절처럼 의용군 군대라도 끌고 왔답니까?”
의용군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본격적이었지만, 어쨌든 중국 입장은 어디까지나 의용군이었다. 물론 개소리도 그런 개소리가 없을 수 없었지만, 어쩌겠는가. 이렇게나 국력 차이가 나는데? 완전히 힘없는 나라의 설움이었다.
“아니, 그건 아니고. 실효 지배를 위해서 점령에 들어간다고 하더라. 그런데 전쟁이 다 그렇잖냐. 충돌이 없을 수는 없지. 이제 쌀 포대 대신 야전삽 들어야 할 거다. 소초 만들고 참호를 파야 하니까.”
야전삽 소리가 나오자 이게 농담 따먹기가 아니라 현실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평소에 그렇게 장난기가 많던 중대장이었으나, 이번만큼은 얼굴에 핏기가 완전히 사라져 창백한 표정으로 작전 명령을 하달하기 시작했다.
“이런 빌어먹을.”
누군가가 작게 중얼거렸는데, 다른 사람들도 전부 똑같은 심정이었다. 사람을 죽이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과 전쟁이라는 생각이 뒤엉켜 묘한 고양감이 몸을 지배했다. 개인에게서 배양된 고양된 기분은 점차 집단적인 분위기로 진화하여 병사들에게 강제적으로 활력을 불어넣었다.
“이런 좆 같은 총으로 어떻게 싸웁니까?”
그가 좆 같다고 한 것은 과장이 아니었다. 10발 쏘면 그중 한 번은 걸리는 총이었다. 총기를 수년간 돌려서 쓰다 보니까 생겨난 일이었는데, K3만 해도 나름 준수한 신뢰성을 가진 총임에도 불구하고 사격 연습할 때 반드시 탄 걸림 현상이 생기니 말 다 했다.
“적들은 비무장이다. 그러니 걱정하지 말아라! 이미 탄은 보급 오고 있고 우리 중대만으로 이 마을 정도라면 하루 이틀 정도는 사수할 수 있다.”
이건 또 무슨 귀신 씻나락 까먹는 소리란 말인가? 적들이 제2차 세계대전 시절의 구 일본군 망령들이라도 된단 말인가? 중기관총 착검 돌격이나, 죽창 돌격이라면 확실히 비무장으로 분류해도 손색이 없긴 했다.
“비무장? 어떻게 북괴가 비무장으로 덤빕니까?”
“아~. 그러니까. 우리 적은 북괴가 아니다! 현 정권을 위협하는 반란군이다. 우리 대대는 이미 진군하고 있다. 적이 우리 쪽까지 올 것 같지는 않지만, 적들은 딱히 명확한 거점이 없다. 따라서 언제든지 적을 만날 수 있다는 마음가짐으로-!”
‘마음가짐은 개뿔이. 확실히 안전한 작전이라고 했던 주제에.’
그렇게 속으로 구시렁거리면서도 야전삽으로 흙을 한 바가지 퍼내었다. 준전시에서 전시로 전환한 만큼 저항이나 반항은 상관 명령 불복종이 될 수 있었다. 예전처럼 단순 영창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말이다.
“유비무환! 위국헌신 군인본분!”
사실 속으로 구시렁거리는 병사들 못지않게 중대장도 상당한 패닉 상태였다. 자신이 알고 있는 사실이나 상부에서 내려온 전파사항 등 할 말은 다 하면서도 자신이 알고 있는 긍정적인 단어나 말을 박박 긁어모아 개소리처럼 지껄이고 있었다.
아마 북한 사람이 봤으면 중대장이 아니라 무슨 헌병이나 정치 장교인 줄 착각했을 정도로 고장 난 기계처럼 지껄였다. 중대장은 비무장이라지만, 이 인원으로 이곳이 진짜로 공격받으면 어떤 참사가 나게 될지 가장 잘 아는 사람이었기 때문에 정신이 굉장히 혼미했다.
제대로 된 중화기도 없었고 그나마 기대를 걸어볼 수 있는 게 K3를 거치한 초소나 진지였는데, 제대로 된 화망을 구성하기에는 병사 수가 절대적으로 모자랐다. 병사 수만 모자라면 다행이지, 탄도 절대적으로 모자랐다. 보급선도 사실상 끊겨 있는 상태였고 이대로 습격당하면 지지는 않겠지만, 그렇다고 중대 전원이 멀쩡하리라는 보장도 없었다.
그렇다고 마을을 포기할 수도 없는 것이, 지휘부로부터 마을을 지키라는 명령이 하달되었기 때문에 완전히 이 마을에 발이 묶여 옴짝달싹 못 하는 신세가 되었다. 무덤이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니 가벼운 현기증이 났다.
“하지만 너무 걱정하지 마라! 아마 전투는 없을 거다!”
어느 순간부터는 병사들을 진정시키는 것인지, 아니면 자신의 심란한 마음을 진정시키는 것인지 구분이 모호해져 가고 있었다. 말년을 넘어 전역 연기가 되어버린 김병장이 중대장을 말리지 않았으면 아마 참호를 파는 내내 취객처럼 같은 말을 반복하고 있었을지도 몰랐다.
“중대장님. 무전이 먹통입니다.”
그 와중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무전기까지 고장 나는 초유의 사태까지 벌어졌다. 원래부터 말썽이었는데, 그게 하필 지금 터지니 분통이 터질 노릇이었다. 그렇기에 뭐가 문제인지도 확실했다. 아마도 그놈의 배터리 문제이리라.
“아, 제기랄. 옆 중대에 가서 빌려올 수도 없는 노릇인데.”
옆 중대는 다른 마을을 사수하고 있었는데, 그 마을이라는 게 걸어서 반나절이었다. 반나절도 중간에 길을 헤매지 않는다는 전제 아래에서나 반나절이지. 실제로는 하루 꼬박 걸릴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
북한은 휴대전화도 안 터지는 곳이었다. 정확히는 터지는 곳이 있었고, 터지지 않는 곳이 있었는데. 이곳은 터지지 않는 곳이었다. 애당초 대대 병력을 이렇게까지 쪼개는 것 자체가 황당한 일이긴 했지만, 어쨌든 현실이 그러한데 어쩌겠는가?
중대장의 대답은
“우리는 군인이다. 명령 하달이 있을 때까지 마을을 사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