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orge Bush's Great America RAW novel - Chapter (225)
조지 부시의 위대한 미국-224화(225/377)
< 224화 >
유럽에서는 한국 전쟁 이야기가 오가고 있었다. 작지 않은 이익이 걸린 곳에서 전쟁이 나면 당연한 일이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민감한 사람들은 정치가들도, 전문가들도. 심지어 사업가들도 아니었다.
그들은 투자자들이었다. 주식 개미들이 아니라 막대한 재산을 가지고 전망 있어 보이는 회사 등에 전문적으로 투자하는 사람들 말이다.
“놀랐습니다. 한국이 그런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될 줄이야. 저희 전문가는 대부분 한국이 통일하지 않는다는 측으로 예견했거든요. 적어도 근 30년 내외에는 말입니다.”
그는 독일 노인이었다. 북한에 투자한 금액이 만만찮았지만, 꽤 침착한 표정으로 말을 이어갔다. 사실, 그에겐 투자자들 특유의 불안함이 결여되어 있었다. 정상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대책도 없으면서 발만 동동 굴리며 허둥대는 것보다는 썩 나아 보였다.
“그런가요? 당신네처럼 통일 이야기가 나오면 금방 할 줄 알았는데요”
이에 대답하는 사람은 프랑스인이었다. 역시 투자자였으며, 비슷한 금액을 투자하고 있었다. 더불어 그 또한 노인이었다. 다만 그는 북한이 아니라 남한에 투자한 사람이었다. 그러나 그 또한 다과에 차를 즐길 정도로 심신이 안정되어 있었다.
“독일과 한국은 분단되어 있던 기간도 그렇고 경제 수준도 다르니까요.”
어쨌든 프랑스인은 장기적으로 남한에 투자해왔기 때문에, 독일인만큼 북한에 대해서는 잘 모르고 있었다.
“인간은 이익보다는 불이익에 민감한 존재입니다. 재난이나 전쟁에서는 엉덩이 무거운 관료들이나 숫자나 세고 있는 같은 헛똑똑이들도 재난이나 전쟁에서는 죄다 삼척동자라도 생각할법한 뻔한 대책이나 씨불이죠.”
찻잔이 매우 작지만, 귓가를 부드럽게 파고드는 청명한 소리를 내며 찻잔 받침 위에 올려졌다.
“불이익을 당하지 않기 위해서 말입니다. 표를 얻기 위해서 앞에서는 열심히 목청 터지도록 부르짖어도 막상 실질적인 문제 앞에서는 냉담해지고 말죠.”
“동의하는 바입니다.”
“그쪽들 국민도 다 비슷비슷할 겁니다. 전부 ‘통일’이라는 도덕적이고 윤리적인 단어의 마력에 붙잡혀 문제점에서는 본능적으로 시선을 회피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북한 유민만 받아도 노동시장이 완전히 붕괴하리라는 문제점 같은 것 말입니다.”
“확실히 별로 대면하고 싶은 문제는 아니죠.”
절대로 마주치고 싶지 않은 것을 마주했을 때, 인간은 본능적으로 눈을 돌리는 습성이 있다. 예를 들어 무섭거나 역겨운 것을 보면 고개를 돌리고 싶은 것과 같다. 그것은 인간 유전자 깊은 곳에 내재하여 있는 일종의 본능인지라, 이것은 세상에서 가장 잘나셨다는 사람만 모아 구성된 집단인 정치판에서도 비슷비슷하다.
“이제 전쟁까지 하려고 하니 예산 등을 충당하려면 국민을 좀 쥐어 짜내야겠군요. 아니, 국지전에 가까운 수준이니까 의외로 전쟁 전후 복구에 예산을 그렇게 넉넉하게 책정하지 않아도 되긴 하겠군요. 하지만 그들이 북한이었던 걸 좀 사람 사는 곳처럼 만든 뒤 인민에게 인권이라는 걸 가르치고 행사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돈 좀 들겠죠.”
이 모든 것이 단순히 초기에 상정된 예산안 내에서. 다시 말해 기존 세금 안에서만 돌아갔으면 좋겠지만, 그렇게 되지 않을 확률이 농후했다. 아마도 세금을 늘리고 국채를 발행해야 하리라.
“국가 자체가 완전히 무너지기 싫으면 법적으로든 암암리에든 차별을 둬야 하는데, 이렇게 되면 가장 먼저 치안이 나빠질 겁니다. 그리고 한국의 기간 사업 중 일정 부분은 한국군의 손으로 지탱하게 되겠죠. 그 와중에 경제적 문제나 인권 문제. 혹은 여론이나 표심 문제로 군이 대규모든 소규모든 축소가 불가피해진다면, 그때부터가 진짜입니다.”
“민주주의 정부의 폐해라고 봐야 하나요? 아니면 잘 치장된 인권의 민얼굴?”
그 말을 들은 독일인이 생각하는 듯 손가락으로 턱을 몇 번 쓰다듬더니, 그건 아니라고 생각한 모양인지 고개를 가볍게 좌우로 흔들었다.
“흠, 그것과는 거리가 좀 있군요. 그냥 경제적인 문제라고 합시다. 구태여 따지자면 자본주의의 폐해라고 하죠.”
손으로 가슴팍을 더듬거리더니, 이내 입에 시가를 꼬나물었다. 매캐함과 과일 향의 경계선을 자유자재로 넘나들었다.
“어쨌든 지금은 여론이 뒷받침해주고 있는 덕분에 군대 자체는 멀쩡하지만, 어쨌든 한국인의 인구수는 점점 감소 중인데, 이젠 먹여 살릴 입이 크게 늘었으니 말입니다. 더 나아가볼까요? 처음에는 북한 주민의 군 복무를 금지할 겁니다. 실제로도 그렇고요. 그다음에는 북한인은 군 복무에 대한 의무가 없는데, 자신들만 근 2년을 군인이나 공익요원으로 국가에 헌신해야 하는 것에 현실에 대해서 큰 의문을 품을 겁니다.”
“아, 군 복무. 그 시절에는 그냥 다 하는 건 줄로만 알았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솔직히 그렇게 좋은 시절들은 아니었죠. 그렇다고 그 시간 자체를 부정할 생각은 없지만. 무엇보다 마지노선 벙커 내부가 얼마나 습한지 아십니까? 내 친구는 거기서 참호족염 덕분에 발을 잘라야 했죠. 내가 그렇게 바셀린을 바르라고 했는데. 멍청한 자식.”
“아, 저는 전쟁 말기까지 쭉 포로 신세였죠. 썩 좋은 시간은 아니었습니다. 덕분에 영국놈들한테 영어는 좀 배웠지만.”
노인 둘은 낄낄거리며 젊은 시절을 추억했다. 좋은 시절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나쁜 시절도 아니었다. 물론 지금이 더 났지만, 젊음이란 아직 돈으로 주고 살 수 있는 게 아니지 않은가. 한 3, 40년 뒤라면 또 모를까. 적어도 지금은 아니었다.
“어쨌든 결론적으로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지금 한국에서 버티면 된다고.”
“저는 유감스러운 말만 하시길래 다소 손해를 보더라도 지금이라도 한국에서 나오라고 하시는 줄 알았습니다만.”
그는 그렇게 말하며 침음성을 흘렸다. 어느새 그의 손에도 시가가 들려 있었다. 이쪽은 독일 노인과는 달리 확실히 매캐했는데, 마치 공장의 매연이라도 보는 듯했다.
“한국 정부는 머잖아 전력을 다해서 갖은 수단을 강구해서 해외 자본을 붙잡을 겁니다. 거기에는 꽤 많은 혜택이 있겠죠. 사실 이건 지금도 그렇습니다만.”
“어차피 한국이 무너지면 우리도 같이 무너지는 거 아닙니까? 아니, 무너지지는 않겠지만 손해는 막심할 겁니다. 손해를 메꾸느라 당분간은 제대로 잠도 못 자겠죠.”
젊은 시절에는 잠을 못 잔다는 행위 자체가 그냥 근성으로 버티면 그만인 행위였지만, 노년이 되고 나서부터는 그야말로 생명을 불태우는 행위 그 자체였다. 그렇지 않아도 얼마 남지도 않은 인생을 더 불태울 이유가 어디 있단 말인가?
“딱 한 가지 이유 덕분에 당분간은 무너지지 않을 겁니다.”
“그건?”
“미국의 존재입니다. 저 양키 대가리가 한국 전쟁을 밀어줬습니다. 그 뜻은 즉, 전쟁 전후를 책임지겠다는 소리겠죠. 마치 제1차 한국 전쟁 때처럼 말입니다.”
그렇지 않아도 이미 미국의 막대한 부의 일부가 북한에 투자되어 있었다. 미국이 이것을 그대로 버릴 것이라곤 상상되지 않았다. 무엇보다도 지금 미국의 대통령이 뭐 그렇게 발이 넓은지 그놈의 윤리에 죽고 사는 수준이라서 그냥 내버려 둘 리가 없었다.
아프리카의 경우 미국의 영향권이 닿는 곳은 대부분 그래도 사람 살만하게 바뀌고 있었다. 사람들은 구호 활동 같은 고귀한 이상이나 걱정보다는 실질적인 도움이 필요했다. 상식의 테두리 안에서 헤엄쳐야만 하는 민간단체의 개입이 아니라, 테두리 밖에서 정부 자체를 쥐고 흔들 수 있는 거대한 힘이 필요했다. 그리고 미국의 부시 정부는 그런 힘이 되어주었다.
“솔직히 제가 미국 국민이라면 제멋대로인 대통령을 탄핵이라도 하고 싶은 심정일 겁니다. 미국의 부를 자기 가치관에 의해서 멋대로 전 세계에 흘리고 있으니. 무엇보다 그쪽 동네에서는 이상하게 인기가 많지만.”
독일 노인이 불만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던 프랑스 노인의 얼굴을 보고 낄낄거리더니 재떨이에 시가를 비벼 껐다. 적당히 식은 차는 제법 마실만 했다.
“여론이라는 게 다 그런 거 아니겠습니까? 그건 그렇고 제가 입수한 정보에 의하면 생각보다 이번 한국 투자는 윗동네나 아랫동네나 로우 리스크 하이 리턴입니다.”
“어떤 정보를 입수하셨는지?”
“주북미군이 전쟁이 끝나도 남포항에서 철군하지 않는다고 하더군요. 통일이 끝나면 주한미군으로 통합하고, 잠시 행정상으로나마 나눠놓았던 지휘부를 통합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딱히 이건 한국에 한정된 게 아닙니다. 아마 10년 내외로 어딘가 주둔한 미군이 철군하는 일은 없을 겁니다.”
“그리고 그건 우리한테 거대한 기회죠.”
‘아직’은 평화로운 유럽을 뒤로하고 다시 격전장인 한반도로 집중해보자. 김병장은 위장한 비트(Pit) 안에서 산 아래를 겨누고 있었다. 나무가 시야를 많이 가리긴 했지만, 그렇다고 쏘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오늘따라 K-2가 더럽게 무거웠다. 원래부터도 욕 나올 정도로 무겁긴 했는데, 오늘따라 더 무거웠다. 쇳덩이랑 플라스틱 쪼가리가 무겁지 않으면 그게 더 이상하긴 하지만, 어쨌든 평소의 약 2배는 무겁게 느껴졌다.
쌀을 나르느라 몸이 지친 건지, 아니면 이곳이 전장이라고 생각해서 우러러나온 압박감에 의한 무게인지, 그것조차 아니면 둘 다인지 알 수 없었다. 그러나 한 가지 확실한 건 언제 들어도 엿 같기는 매한가지였다는 거다.
“가짜 전쟁이라도 되는 것 같습니다.”
박상병이 중얼거렸다.
“뭐?”
“가짜 전쟁 말입니다. 김병장님 역사에 관심 없는 거 다 아니까 죄다 생략하고 말씀드리면, 제2차 세계대전이 나기 전에 프랑스하고 독일 사이에 진짜로 가짜로 전쟁을 한 겁니다.”
“왜?”
“독일하고 프랑스는 싸우기 싫었거든요. 당장 김병장님도 싸우기 싫어하잖습니까. 뭐 나중에는 프랑스가 독일에 먹히는 것으로 끝나긴 했지만.”
아주 짧은 대화였지만, 김병장은 벌써 진절머리가 난다는 듯한 표정이었다. 싫증이라는 개념이 현실에 형체를 가지고 나타난다면, 바로 이러한 형태일 것만 같았다. 다시 말해 10년 전이었으면 지금쯤 대가리 박고 있었을 것이라는 소리다.
“이런 시발. 내가 북한까지 와서 역사 강의 같은 걸 듣고 있어야겠냐? 무슨 정훈 교육이야?”
그때였다. 몇몇 인형이 비트로 걸어 올라오는 것이 보였다. 한 명은 국군 군복을 입고 있었는데, 키가 거의 2M에 육박했다. 김병장은 그가 누군지 알 것만 같았다.
“정지, 정지, 정지!”
“이 쉬발럼들이! 나한테는 그거 하지 말랬지! 탕수육!”
“아니, 그럼 전시인데 이걸 안 합니까? 그리고 답어를 먼저 말하면 어떻게 합니까? 요거트!”
“밤도 아니고 면상이 확실하게 보이잖냐 면상이. 그리고 넌 문어를 말하면 어떻게 인마.”
그 뒤를 따라오던 이들은 마을 주민들이었다. 마을 주민은 어디서 꺼내왔는지 모를 고물 같은 총으로 무장하고 있었다. 그들의 모습은 그럭저럭 적당히 훈련받은 민병대를 연상하게 했다.
“다음에 오실 땐 무전 좀 때리고 오십시오.”
“오냐, 새끼야. 그렇지 않아도 본부하고 연락 끊겼다. 999k 그 고물 언젠가 고장 날 줄 알았다. 이런 빌어먹을.”
“그건 그렇고 설마 같이 경계를 서라는 겁니까?”
“중대장님 명령으로 활용할 수 있는 전력은 전부 활용하기로 했다. 그렇게만 알아둬.”
“중대장님이요?”
도대체 중대장 따위가 무슨 권한으로 민간인을 차출한다는 말인가? 하지만 사람이 늘어나면 적어도 ‘교대 근무’가 가능하니 불평할 입장은 아니었다. 다소 미심쩍은 부분이 없는 건 아니었지만, 어쨌든 김병장은 군말하지 않기로 했다.
그보다 신경 쓰이는 게 있었다.
“저희 보급은 어떻게 된다고 합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