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orge Bush's Great America RAW novel - Chapter (227)
조지 부시의 위대한 미국-226화(227/377)
< 226편 >
“우리가 움직여야 할 일이 있나?”
“없습니다. 움직일 수는 있겠지만, 한국 정부의 요청이 없는 한 남포항 주변 치안을 확보하는 것으로 충분할 것 같습니다.”
“아쉽게 되었군. 전쟁 없는 통일을 꿈꿔왔는데.”
전쟁. 전쟁이란 무엇인가? 국가 간의 무력 충돌을 전쟁이라고 하지 않던가? 이것을 전쟁이라고 부를 수는 있나? 그러니까, 별다른 저항이 없지 않은가? 전쟁이라고 하면 서로 사상자가 나고 적의 저항 의지를 꺾기 위해서 그야말로 억 소리 나는 미사일을 날리는. 그런 것이 전쟁이라고 부르는 것 아닌가?
“이걸 전쟁이라고 부를 수는 있습니까? 그리고 이걸 무력 통일이라고 부를 법한 것이긴 합니까?”
“설령 별다른 교전 없이 파죽지세로 무혈입성하고 있다고 해도 전쟁은 전쟁일세. 엄밀히 따지면 무력이 사용되고 있지 않은가. 우리의 지지와 확실한 명분이 있으니 한국이 비난받는 일은 없겠지.”
미국의 지지라고 하니, 부시조차 어떻게 건드리기 힘든 껄끄러운 문제가 떠올랐다. 이스라엘이었다. 이스라엘 문제는 섣불리 건드리기 힘든 문제였다. 이스라엘이 관여된 문제들은 상상을 초월했고 또 복잡하기 그지없었다.
그렇지 않아도 방금 공문이 도착한 참이었다. 별로 보기 싫은 것은 눈을 돌리기 마련인데, 이 자리는 그럴 수 없는 자리였다. 다른 사람들은 별것 아닌 작은 문제에 눈을 돌리면 그것으로 그만이지만, 이 자리는 그대로 국가를 뒤흔들 수 있는 직격탄으로 다시 성장해 돌아오는 자리 아닌가? 그렇기에 솔직히 매 순간이 환장할 지경이었다.
이스라엘은 셰일 가스 개발 기술을 원하고 있었다. 사람들이 이스라엘에 하느님께서 젖과 꿀은 주었으되 석유는 주지 아니하셨다고 종종 비웃지만, 사실 이스라엘에도 막대한 양의 석유와 천연가스가 존재하고 있었다. 다만 채산성이 끔찍할 정도인지라 도저히 손을 대지 못하고 있는 것일 뿐이었다.
다만 훗날 이스라엘은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시추에 나서는데, 에너지 공급을 타국에 맡기게 되면 안보에 치명적인 결함이 될 수 있는 이유에서였다. 당장 이스라엘이 자랑하는 군대도 그놈의 석유가 없으면 굴러갈 수 없잖은가? 이스라엘이 나중에 개발할 아이언돔 또한 전기 없으면 돌아가지도 않는 고철 덩어리에 불과했다.
어쨌든 지금 중요한 것은 이스라엘이 셰일 가스 기술을 공유해 달라고 했다는 점이다.
‘당장 우리 것을 가져가도 채산성 문제로 와장창 무너질 터인데?’
차라리 수압 파쇄법을 가르쳐 줘야 하나? 아니, 애당초 그들에게 이것을 알려줄 필요는 있단 말인가? 결국엔 알려주기는 해야 할 거다. 어차피 최근 들어 AIPAC가 극성이었다. 로비는 로비대로 처먹고 자신들의 말을 제대로 들어주지 않으니 당장 밥상이라도 엎을 기세였는데, 그 밥상 엎기를 당하면 미국이라고 해도 그냥 넘어가기는 힘들었다.
어쨌든 지금 시점에는 아는 사람들은 다 알고 있었지만, 미국과 이스라엘 관계는 로비로 인해서 이루어진 관계다. 미국이 그 좋은 장비들을 헐값에 죄다 넘기고 있는 이유도 이거고. 다만 그 외에 이유가 전혀 없는 건 아니었다.
미국은 아랍국가들에 대한 대항책이 필요했다. 중동은 이스라엘을 제외하면 전부 아랍국가였는데, 아랍국가들은 전부 반미를 고수하고 있었고, 이것은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최근 들어 그것이 더 심해졌다. 그럴 만도 한 것이, 아프가니스탄을 근 하루 만에 점령하고 친미 국가로 바꿔놓지 않았던가? 충격과 공포는 전쟁 당사국에만 준 게 아니었다. 인접국과 가상 적국에는 공포심을, 동맹국에는 충격을 주었다.
아프가니스탄 전쟁의 경우는 좀 극단적이긴 했지만, 어쨌든 다 좋게 흘러가는 듯싶었다. 그런데 빌어먹게도 이것 때문에 생각지도 못하던 부작용이 생겨버렸다. 어떠한 부작용인가 하면, 고것이 ‘핵’만이 자신의 국가를 살릴 유일한 길이라고 생각하게 되어버렸다는 점이다.
이것은 그냥 어디 반미 국가에서만 나온 발상이 아니었다. 이미 핵을 가지고 있던 나라에서도 비슷한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물론 선진국 반열에 들어가 있는 나라는 극단적으로 지금 가지고 있는 핵을 절대로 포기할 수 없다면서 억지를 부린 건 아니지만, 어쨌든 확실한 것은 반드시 한둘은 숨겨두었을 것이라는 점이다.
물론 이것은 CIA를 통해 알게 된 사실이었다. 이것이 우방국인 5개의 눈에는 차마 첩보전을 할 수 없어 그들까지는 확인할 수 없었지만, 그 외의 국가에서는 핵을 열심히 어딘가에 숨기고 있다는 정황을 확실하게 건져낼 수 있었다.
본래대로였다면, 미국이 이라크를 침공함으로 인해서 벌어질 일들이 아프가니스탄을 후려치면서 벌어지고 있었다. 요컨대 이런 이야기다. 재래식 무기로는 싸워서 이길 자신이 없으니 핵이라도 있으면 절대로 침공하지 못할 것 아닌가? ICBM을 무사히 격추할 수 있는 미래 방공 체계라도 나오지 않는 한에는.
적어도 지금까지는 ICBM을 완벽하게 격추할 수 있는 그런 방공 체계는 존재하지 않았다. 반면 핵을 한참 개발 중인 나라들은 더 많은 예산을 투입하기 시작했다. 역사는 반복되며 또 바뀌지 않는다고들 하던가? 참으로 몇 번이고 빌어먹을 일이었다.
다만 EU는 최근 제대로 된 군대가 생기면서 이야기가 좀 애매해졌다. 혹시 수가 틀리면 사용할 일종의 외교적 보험이 아니라 보복 장치로서 숨기고 있었다. 물론 대놓고 핵무기 있다고 뻔뻔하게 휘두르는 영국이나 프랑스의 경우에는 좀 이야기가 달랐지만, 어쨌든 핵무기금지조약에 서명한 국가들은 있어도 없는 듯 움직였다.
다시 이스라엘 이야기로 돌아와서, 수압 파쇄법이란 게 사실 그렇게 어려운 기술도 아니고 말이다. 그렇다고 가스 파쇄법을 알려주자니 그땐 정말로 채산성 문제로 엎어지게 생겼다. 지금 가스 파쇄법으로 열심히 시추하고 있는 이유는 다름이 아니라 사우디와 전면전을 치르고 있으며 동시에 가스 파쇄법의 단가를 획기적으로 낮추기 위함이었다.
원래 수요에 의해서 많이 생산하면 생산할수록 해당 물건에 대한 단가는 대량 생산을 위해서 끊임없이 낮아진다. 아무리 그래도 일정 이하로 낮아지지는 않겠지만, 훗날 제대로 된 채산성을 확보하기에는 매우 충분했다.
만약 이 기술을 보내준다고 한들 ‘먹이려고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맥이고 만 셈’이 되리라이건 어디까지나 미국이 충분히 대비한 뒤 예산을 확보했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일이지 다른 국가가 섣불리 따라 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뱁새가 황새를 따라가면 다리가 찢어진다고들 하잖는가? 딱 이 꼴이었다.
여기까지 생각이 미친 부시는 서류를 검토하다 말고 손가락으로 책상을 몇 번 두드렸다. 자신을 부른 줄로만 안 화이트가 잠시 부시 쪽을 쳐다보다가, 어떻게 또 귀신같이 자신을 부른 게 아님을 알아차렸는지 다시 고개를 떨구었다.
“비서실장. 이것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더 볼 것도 없습니다. 그냥 줘버리죠. 어차피 어떤 나라에서도 조금만 연구해도 쓸 수 있는 기술입니다.”
요컨대 계륵이라는 말이렷다. 이 부분은 부시와 의견이 완전히 일치했다. 다만 다른 점이 하나 있었다. 그건 바로 관점이었다.
“게다가 슬슬 요구사항을 들어주지 않으면 저희 계획에 문제점이 적잖아 꽃필 겁니다.”
원래 부시가 괜히 AIPAC에 가장 많이 휘둘렸다는 평가를 받는 게 아니다. 본래 부시가 무능한 면이 좀 있긴 해도 절대로 멍청하지는 않았는데, 그런데도 마치 갈대처럼 휘둘린 이유는 그만큼 AIPAC가 막강하기 때문이었다. 그나마 가장 휘둘리지 않았다고 평가받는 오바마조차 선거철에는 AIPAC와 이스라엘을 찬양했다. 그만큼 유대계가 미국에 끼치는 영향이 막강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기술 전체를 그냥 줘버리자?”
“그렇습니다. 도리어 아니 될 이유가 있습니까? 어차피 나름 우방입니다. 조만간 국내에서 이스라엘산 석유를 보게 될지도 모르겠군요.”
“글쎄. 만약 시추해서 쓰면 이스라엘 국내에서 전부 소모할 것 같은데.”
이번에는 부시의 평가가 정확했다. 매장량이 이스라엘 혼자서 다 쓸 수 없을 정도로 막대하긴 하지만, 채산성 문제는 그 매장량을 무색하게 만들어주는 요소였다. 다만 앞으로 수십 년이 더 지나면 이야기가 달라질지도 몰랐다. 애당초 석유가 제대로 활용되기 전에는 인류사에서 석유는 그냥 불이 좀 잘 붙는 검은 물에 불과했으니. 그러니 채산성을 확보하기 위해서 기술력을 발전시키면 이스라엘은 새로운 석유 대국으로 부상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이건 너무 머나먼 일이지. 근 20년 내외로 어떻게 해볼 수는 없을 거다.’
세상 어디나 이런 매장지는 있다. 그리고 세상 모든 국가는 석유와 가스에 눈이 돌아간다. 그중 미국은 더 특별하게 미쳐있지만, 어쨌든 이것이 뜻하는 바는 석유 시추 기술은 인간의 탐욕에 의해서 석유가 가치를 가진 이후로 끊임없이 발전해왔다는 소리이다.
그러니까 2019년에도 이놈의 셰일 가스의 채산성을 가지고 왈가왈부했던 것을 상기해봤을 때, 이스라엘에서 시추 기술에 대한 천재라도 하늘에서 뚝! 하고 떨어지지 않는 한에 현재 부시가 생각하고 중동 전략에 큰 영향을 주기 힘들 것이라는 소리였다.
“그럼 그렇게 하도록 하지.”
부시가 김갑환과 완전히 융화되어 집권한 이후로 이스라엘을 제법 무시해왔다. 덕분에 생긴 이스라엘에 관련된 문제라면 산더미처럼 있었지만, 일단 그중 첫 삽을 뜬 셈이다. 이제야 첫 삽이라니 참으로 골이 때리긴 했지만, 어쨌든 선거를 앞두고 성의는 보인 셈이다.
‘가만 그러고 보니까 그게 언제더라?’
2004년에 인도를 비롯한 남아시아 전체에 대지진이 일어났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는데, 정확한 날짜까지는 기억이 가물거렸다. 뉴스에서 봤을 때 눈은 내리지 않았으니, 아마도 여름이나 가을 혹은 초겨울이 아닐까 생각해봤지만, 이미 여름은 지난 지 오래이기 때문에 가을에 접어들었다.
‘거참. 2004년인 것은 확실한데.’
게다가 눈이 안 내린 게 겨울이 아니라는 보장도 없잖은가. 남아시아에 어디 겨울이라고 눈이 펑펑 쏟아지던가? 깁갑환이라고 해도 날짜까지 전부 기억하고 있진 않았다. 게다가 기억이 시간의 흐름에 의해서 점점 흐려지고 있고.
다른 곳은 몰라도 인도는 구호해 줄만 했다. 일단은 저번 이후로 확실한 동맹국의 위치로 격상하지 않았던가? 도저히 5개의 눈까지는 아니더라도, 인도가 공격받으면 본토에서 군을 보내 같이 반격해줄 정도는 되었다. 또 미군이 주둔도 하고 있고. 인도는 18세기부터 막대한 잠재력이 있는 시장이었다.
“비서실장. 한반도 전후복구용 구호품에 대한 예산 말인데.”
“예. 그렇지 않아도 민주당이든 공화당이든 그거 때문에 말이 좀 많습니다. 예산 문제로 말이죠.”
여기에 인도까지 포함 시키면 난리가 나겠군. 그렇게 생각한 부시는 얼굴을 쓸어내렸다. 하지만 이것을 말하지 않을 이유도 없었다.
“그게, 좀 더 늘려야 될 것 같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