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orge Bush's Great America RAW novel - Chapter (228)
조지 부시의 위대한 미국-227화(228/377)
< 227편 >
비서실장은 딱딱하게 굳은 표정으로 부시를 바라보더니, 이내 속으로 몇 번 셈을 하다가 확답을 내놓았다.
“필요성을 강조하시고 설득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만, 저는 그 필요성을 느끼지 못합니다. 왜 그러시는 겁니까? 한국에 대한 구호품은 충분하다고 생각됩니다만.”
그렇다 도리어 좀 차고 넘칠 정도로 넉넉하게 짠 감이 없잖아 있었다. 이것 덕분에 의회에서 말이 많았는데, 일단 부시는 동맹에 대한 도의적이니 윤리적이니 온갖 단어를 사용하여 최대한 보기 좋게 포장하여 반박을 다 찍어누르고 있었다.
“정확히는 구호물자를 더 비축해두고 싶어서 그렇네.”
“그럼 차라리 다른 핑계를 대는 게 더 좋을 겁니다. 한국은 너무 팔아먹었습니다. 한국에 대해서는 대통령님의 업적 수호라고 생각하고 저희도 움직이고 있습니다만.”
요컨대 약발이 다 떨어졌다는 소리였다. 다른 핑계가 필요했다.
‘생각대로 되는 일이 하나도 없구먼.’
인도를 돕는다는 게 썩 나쁜 일만은 아니었다. 세상에는 빚이라는 게 있다. 물론 국가 정세에 따라서 받기만 하고 나중에 무시할 수도 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다시 받아낼 국가에 돌려받을 힘이 없을 때나 적용되는 일이었다. 어쨌든 지금은 이제 막 악수부터 시작한 동맹을 굳건히 만드는 것이 중요했다.
‘그때 가서 할 수도 있지만, 일단 비축해 놓는 게 가장 확실하단 말이지.’
그리고 이건 인도를 위함이기도 했지만, 동시에 미국을 위함이기도 했다. 앞으로 다가올 국가적 재난 사태에서 행정적인 유연함과 긴급한 대처 또한 중요하지만, 그 이상으로 구호품을 비축하는 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때 가서 예산안을 어떻게 다시 편성하니, 어디서 깎아내니 하는 것보단 그냥 미리미리 대비해두는 게 백만 배는 더 나았다. 그러나 다른 국가들이 그렇게 하지 않는 이유는 이것이 생각보다 많은 예산과 시간을 잡아먹기 때문이었다.
언제 다가올지 모르는 재난에 대비하는 것보다는, 당장 코앞에 다가온 현실에 긴박하게 대처하는 게 더 힘들었다. 그러니까 쉽게 말하면 안정적인 생활을 위해서 집을 사야 하는 건 상식이지만, 그것을 위해서는 생활비를 극단적으로 줄여야 한다는 거다. 이건 개인 차원을 넘어서 국가 차원으로 올라가도 비슷하다.
미래를 위해서 여기저기 예산을 아낌없이 투자해야 하는 것을 모르는 정치인은 없으며 그건 기본적인 투자 개념을 가지고 이해한 학생이라도 단번에 알 수 있다. 다만 유지보수를 위한 금액을 제하고, 복지를 위한 금액을 제하고, 그 미래를 위한 국방에 대한 예산을 제하고 나면 남는 돈이 없으니까 문제라는 거다.
물론 미국은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답게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부시가 ‘인도적 지원에 따라 다른 나라를 지원하자!’라고 적당히 입만 털어줘도 이미 배정되어 있던 관련 예산안이 여기저기서 고개를 들이밀고 나오는 거다. 다른 나라였으면 다른 나라를 지원하기는커녕 남은 예산이 없어서 추가경정예산안을 모색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차라리 대놓고 국내 비축물자라고 말하는 게 낫겠군.”
차마 인도에 아무리 대비해도 막을 수 없는 대지진이 날 것이라곤 말할 수 없었다. 이 지진은 인도네시아 서부 해안 근처에서 발생했으며, 1960년에 일어난 칠레 대지진을 제외하면 근현대사에서 가장 큰 지진이었다. 심지어 이 지진은 2005년에 한 번 더 일어났다. 그것도 고작 3개월이라는 아주 작은 격차를 두고 말이다. 규모가 작았냐고 하면, 그건 또 아니었다. 2004년에는 M9.3이었는데, 2005년에는 M8.7이었다.
2004년 대지진이 얼마나 위력적이었는지 설명하기 위해서는 별다른 말이 필요 없었다. 진원지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는 곳에 존재하던 수마트라섬이 남서부로 ‘20cm’나 이동했다. 자극적인 기사를 위해 쉬지 않고 떠들어댄 언론 덕분에 일설에는 36m라고들 하는데, 이것이 가짜 기사가 위험한 점이다.
30m에 육박하는 쓰나미가 모조리 쓸어버렸고 이 지진의 여파는 동남아의 모든 국가가 받았으며 심지어는 오만은 물론, 남아프리카 공화국까지 받는 바람에 수만에 이르는 이재민을 만들어냈다. 특히 소밀리아의 경우는 19명의 사망자와 5000명에 이르는 주민이 실종되었다. 이게 말이 실종되었다지 사실상 사망했다고 봐야 했다.
‘이거 지금 다시 생각해보니까 아프리카에 영향력을 지금처럼 투사하려면 상당한 예산이 깨지겠는데?’
솔직히 이 지진으로 가장 피해를 받을 나라는 인도네시아였지만, 솔직히 동맹도 아닌데 그렇게까지 해주고 싶지는 않았다. 일단은 부시가 윤리적이니 뭐니 말은 하고 있지만, 어디까지나 본인이 할 수 있는 선에서 움직일 뿐이었다.
다만 아프리카는 좀 이야기가 다르긴 했다. 일단은 본격적으로 영향력을 투사하고 있는 곳이기도 했고, 내전만 좀 어떻게 할 수 있으면 지금과는 비교조차 불허하는 막대한 부를 창출해낼 것이 틀림없었다.
“일단 지진과 산불 예방 대책이라고 하게. 나는 어떻게든 더 확보해야겠어.”
비서실장은 부시를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쳐다보았지만, 그것을 구태여 입 밖으로 꺼내지는 않았다. 이런 적이 어디 한두 번이던가?
“그렇게 조치하겠습니다. 연설문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부시는 처음에는 본인이 짤까 생각도 해봤지만, 슬슬 본인의 입담이나 단어 선정이 반복적으로 변해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던 차였다. 같은 주제로 휘휘 돌려 반복하다 보니 생겨난 일종의 폐단이었다. 그렇게 되지 않기 위해서는 연설문을 짜야 했는데, 연설만 짜고 있기에는 너무나도 바빴다.
쓰레기 같은 서류와 질 좋은 서류를 골라내야 했고, 잘못된 정보와 제대로 된 정보를 가려내야 했다. 그냥 서류에 사인만 하는 게 아니라 아예 직접 전화해야 하는 일도 있었고, 몇몇 부분은 행차해야 하는 일도 있었다.
필요하다면 저번처럼 쇼맨십을 발휘해야 할 때도 있었다. 그놈의 납중독 물 같은 것 말이다. 오바마 대통령의 경우에는 원샷했다지만, 오바마 본인이 그것을 모를 리가 있나. 아마도 예산 문제였으리라. 예산을 지원하여 그것을 고치는 것보다 본인이 욕 좀 먹고 마는 게 국익에 도움이 되리라고 판단했기 때문에 그리 행동했을 것이다. 쉽게 말하면 기득권층보다 서민들이 더 만만하니까 그렇게 행동한 거다.
물론 국익이고 나발이고 그냥 아닌 건 아닌 부시에겐 어림도 없었지만 말이다.
“연설문은 자네가 알아서 하게.”
“그럼 연설문은 제가 알아서 처리하겠습니다.”
이때가 딱 점심시간이었다. 그러나 점심시간이라고 해도 딱히 달라지는 건 없었다. 달라지는 게 있다면 그냥 간편하게 먹을 게 왼손에 추가되고, 사인할 서류가 좀 늦게 사인 된다는 정도였다.
그런데 그때 새로운 서류가 올라왔다.
“이건···.”
제2차 한국 전쟁에 대한 서류였다. 상황이 상황이다 보니까 남한에 주둔하고 있는 주한미군과 북한의 남포항에 주둔 중인 치안과 방비를 철저히 하는 것을 제외하면 미국은 따로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었다.
그래도 정황은 제때 즉각적으로 보고하도록 체계를 잡아두었는데, 이게 올라왔다는 것 자체가 예삿일이 아니었다.
“남한이 국경선을 넘었고, 평양으로 진군 중. 뭐 이거야 예상했고. 음···.”
대충 내용은 이러했다. 처음에 올린 ‘쌀 부대’ 덕분에 민간과는 대체로 별문제가 없었다고 한다. 심지어는 민간의 협력으로 거의 1시간 만에 완벽히 장악한 마을이나 도시가 있었을 정도였다. 전쟁에서 가장 힘든 게 점령임을 상기했을 때 이는 큰 이점이었다. 열심히 점령하면 뭐하나, 베트남전처럼 민간에서 협력이 되질 않으면 빨치산의 게릴라 전술에 철저히 고통받는 거다.
어쨌든 국경을 지키고 있던 북한 군대는 공산당이 직접 이야기해둔 덕분에 정말로 단 한 번의 교전도 없었다고 한다. 그렇게 계획대로 드디어 평양에 이르렀는데 거기서 묘한 대치가 벌어지고 있다는 소식이었다.
“전쟁으로 봐야 하나?”
“일단은 군대를 동원했으니 전쟁이 아니겠습니까?”
“군대를 동원했다고 전쟁이면, 대민지원도 전쟁인가?”
하긴, 대민지원 나가서 하는 짓을 생각해보면 완전 전쟁이긴 했다. 극심하고 혼란하다는 의미의 전쟁 말이다. 그래도 진짜 전쟁이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긴 했다.
“어찌 되었든 세계의 눈이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사건들을 전쟁으로 규정하고 있는 건 엄연한 사실 아닙니까.”
비서실장은 어째 부시가 한국만 나오면 묘하게 반응이 까칠하게 변한다며, 한국에 관련된 화재 자체를 최대한 피하고 싶어 했다. 그러나 어디 세상일이 자기 마음대로 변하는 것이던가?
“뭐 좋네. 그래서 여기 말하는 ‘대치’가 도대체 무슨 말이지? 국경은 열어주고 평양은 열어주지 않는다니. 이건 또 무슨 모순이란 말인가?”
이러한 상황에서 비서실장이 할 말은 아주 간단했다.
“알아보겠습니다.”
전투기와 폭격기를 동원하여 폭격으로 인해 엉망이 된 평양. 그곳에서 평양 수비군과 한국군이 대치하고 있었다. 한국군이 그동안 파죽지세로 진격한 것과 달리, 이번에는 정말로 저항이라고 할법한 것을 직면했다.
한국군은 평양 안으로 들어가 북한이 완전히 한국에 통합되어 통일을 완수했음을 알리고 싶었고, 김정일의 유언으로 인해 갑자기 일어난 내전 덕분에 어쩔 수 없이 군을 움직이긴 했지만, 거의 무혈로 이루어낸 승리임을 세계만방에 공표하고 싶어 했다.
반면 북한 정부. 그러니까 공산당은 그냥 이렇게 끝내자니 어안이 벙벙하기 짝이 없었다. 군이 올라오는 건 비교적 상정 내의 일이었다. 그러니까 상정해둔 일종의 ‘최악의 상황’이었다. 일단 상정은 되어 있었기에 국경까지 열어놓고 ‘어서옵쇼!’하면서 군을 죄다 통과시킨 것이 아니던가?
물론 저항이야 할 수 있었다. 고작 한 줌 남은 병력이지만, 이 평양은 인공적으로 만든 거대한 요새인지라 넉넉잡아 이틀 정도는 충분히 저지해볼 수 있었다. 반대로 말하자면 그 이틀이 공산당에게 주어진 전부였다. 그 뒤에는 포로 취급을 당하리라. 그리고 그동안 축적된 부는 북한을 재건하기 위한 자금으로 쓰이리라.
그리고 사실, 이 대치 상황은 공산당뿐만 아니라 남한 정부에게도 상당히 곤란했다. 사실 모두가 전쟁으로 보고 있긴 했지만, 전쟁이 되기 일보 직전이라는 게 맞는 말일 터였다. 이제 평양에서 누가 총 한 발 쏘면 그걸로 진짜 전쟁이 시작되는 거고.
그 한국 정부의 장인 대통령은 곤란하다는 표정으로 연거푸 펜으로 서류를 두들겼다.
“이대로 지속할 수는 없다. 하지만 진군할 수도 없어. 참으로 곤란하군. 그쪽으로 연락은 들어가나?”
“통신선이 끊긴 건 아닐 텐데, 일절 응답이 없습니다.”
다소 저속한 말로 전화를 모조리 씹고 있다는 소리였다. 사실상 끝이라고 할 수 있는 지금 시점에서조차 공산당 내부에서 결론이 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러니까 그냥 한국으로 도망치자고 했잖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