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orge Bush's Great America RAW novel - Chapter (229)
조지 부시의 위대한 미국-228화(229/377)
< 228편 >
“지금 와서 어디서 책임 전가야! 나는 분명히 말했어! 늦지 않았으니 사태가 더 악화하기 전에 귀화하자고! 이렇게 될 줄 알고 헬기까지 준비했단 말이야!”
“하나로 집중되려는 의견을 매번 그놈의 헬기로 흐트러뜨린 건 네가 아니더냐! 달콤한 유혹으로 당원들의 눈을 흐렸어!”
공산당은 이젠 진짜로 의견을 하나로 모아도 모자랄 판에 더 격렬하게 싸우고 있었다. 무슨 일이 있더라도 절대로 ‘죽지는 않을 것’이라는 보장이 도리어 그들을 수라장으로 몰아넣고 있었다.
만약 이것이 통상적인 남침이었다면, 줄줄이 포로 신세가 되거나 죽을지도 몰랐다. 막말로 전쟁이 시작되자마자 포탄 아니면 미사일 수십 발로 만수대 의사당부터 날아갈 텐데, 목숨 걱정을 한다는 것 자체가 웃긴 일이긴 했다.
어쨌든 중요한 것은 무의식중에 ‘어차피 사달이 난 거 갈 때까지 가보자!’라는 생각이 그들의 머릿속을 점령했다는 것이다. 극단적으로 말해서 이 안에서 벌어진 일은 그들밖에 모르는 일이었다.
그리고 인간 사회는 ‘책임’으로서 성립된다. 국민에겐 국민의 책임과 의무인 세금과 법이 있고 정치인들에겐 바른 법을 만들고 타의 모범을 보여야 할 책임과 의무가 있었다. 따라서 고대로부터 궁지에 몰렸을 때 파멸이 다가오는 순간까지 ‘책임을 질 희생양’을 필사적으로 찾는 행위는 별로 이상할 것도 아니었다.
쉽게 말하면 그들은 ‘최악의 경우 죽지는 않을 것이다.’라는 사실을 방패막이 삼아 희생양을 찾기 위해서 쉴 틈 없이 입을 떠벌리고 눈으로는 만만해 보이는 희생양을 물색하고 있었다.
지금만큼은 서열이고 계열이고 뭐고 전부 뒤죽박죽이었다.
당연하겠지만, 백 명을 한자리에 모아놓으면 그중 반드시 한 명은 괴짜가 나온다. 백 명은커녕 천 명도 넘게 모아놓았으니, 괴짜가 없을 리가 있나? 그리고 이곳에는 본디 만수대 의사당 관련자만 있는 게 아니었다. 현재 북한의 중요 핵심 인물들은 전부 모여있었다.
그러니 이런 인물이 나오는 것도 굉장히 자연스러운 일이리라.
“파국이구먼, 기래?”
그동안 준비해둔 계획은 전부 소용없게 변해버렸고, 손쉬운 부귀영화를 향한 꿈은 그야말로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입에 담배를 꼬나물었다. 만수대 의사당에서 회의 도중에 담배 연기가 올라온 것은 아마 역사상 최초로 있는 일이리라. 하긴 이걸 회의라고 불러야 할지가 의문이긴 했지만, 어쨌든 평소라면 담배를 피우기는커녕 냄새만 풍겼어도 목이 잘렸을지도 모르는 일이긴 했다.
김일성은 아무렇지도 않게 넘어갔겠지만, 적어도 그 아들은 담배 연기만 맡아도 길길이 날뛰었으리라. 하긴 남들한테는 절대로 피지 말라고 한 주제에 정작 본인은 실컷 피워대니 남들이 폈다고 한들 자신의 몸에 배어있는 담배 채취 때문에 알아차리지 못할 확률이 높긴 했지만.
“머리 좀 돌아간다는 놈들이 한다는 짓이 다 거기서 거기 아니겠습네까?”
그는 평온한 건지, 아니면 실성하기라도 한 건지 실실 웃었다. 아니면 실성을 했기 때문에 평온할지도 모르겠다. 그 또한 제대로 된 협상 테이블을 만들기 위해서 제법 노력했던 탓에 지금 그에게 닥쳐온 이 상황이 너무나도 허탈했다.
“내래 처음부터 이쪽에 기댈 생각은 없었어. 연줄이라도 만들어 둘 생각이었는데. 완전히 새 쫓던 개 신세가 되었구먼? 나도 멍청했던 게지.”
그렇게 읊조린 그가 담배를 태우다 말고 바닥에 꽁초를 버리더니 군홧발로 짓밟았다. 덕분에 바닥에 깔린 붉은 모직에 전체적으로 보수해야만 하는 상처가 생겼지만, 어차피 한국군이 밀고 들어와서 통일을 완수하고 나면 통째로 뜯어서 리모델링하거나, 혹은 무너뜨릴 건물이었다.
그러니까 극단적으로 말해서 담배가 아니라 휘발유를 붓고 나서 불을 질러도 상관이 없었다. 어차피 다 끝장난 판에 건물이 무너지든 불에 타든 알게 뭔가.
“앞으로 어떻게 하실 생각이십네까?”
물론 이렇게까지 눈에 띄는 행동은 위험할 수 있었지만, 공화국 핵심인물이라곤 해도 책임을 물을 수 있을 정도의 무언가를 가지고 있지는 않았다. 그게 지위든 권력이든 말이다. 그들은 개편된 군부 중요 인물 중 간신히 말석이라고 해도 좋으리라.
“내래 수완 하나는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 아니겠니?”
그는 주어진 신분과 자본을 최대한 활용하여 은밀하게 부를 축적하던 사람이었다. 군부에서 이러한 행위는 승진에 지대한 영향을 주었고, 중앙의 당원과 연줄을 만들기에 충분한 기회 또한 제공되었다.
그는 새롭게 맞이할 세상에서도 비슷하게 먹힐 것이라 자신하고 있었다. 게다가 장사에도 제법 소질이 있어 앞으로 적응해야 할 민주주의식 자본주의를 가장 반기는 사람이기도 했다.
“고 저, 그렇게 공산주의에 충실했던 인간이 어느덧 자본주의의 개가 다 되었습네다?”
“야, 이 꼴이 되어서 하는 말이지만. 우리가 언제는 공산주의였니? 처음부터 끝까지 자본주의로 굴러갔던 주제에 무슨 공산주의?”
아주 처음부터는 아니었다. 소련이 건재하던 시절에는 진짜로 공산주의처럼 돌아간 적이 있긴 있었다. 다만 그의 입장에서는 처음부터 자본주의로 돌아간 것이 맞긴 했다. 그는 이곳에 모여있는 사람 중에서도 제법 젊은 층에 속했다.
나이 꽤 잡수신 분들이야 한국이 일본 식민지이던 시절부터 살아오신 분들도 있었고, 아예 공화국 건국 시절부터 살아오던 사람도 있었다.
그러나 중요한 건 그는 노인들과는 달리 태생이 공화국에 속한다는 점이다.
솔직히 지금 세대 인물들은 제대로 된 ‘공산주의’가 뭔지도 모를 터였다. 그나마 가장 이상적이고 완벽한 형태의 공산주의랍시고 배우는 게 주체사상이었는데, 주체사상이 어디 공산주의던가? 공산주의의 탈을 쓴 김씨 일가 독재정권 세뇌 사상이지.
젊은 세대에서 이것을 깨닫는 인물은 태교부터 시작된 세뇌에서 벗어나 간신히 현실을 직시할 수 있는 인간이거나, 이 군인처럼 태생이 괴짜이거나 둘 중 하나였다.
“그리고 그놈의 위대하신 장군님이 반박하고 싶으면 고 관짝 부수고 나오시겠지. 내래 그럼 기꺼이 천벌을 받겠어!”
그는 그렇게 말하고 지금껏 한 번도 웃어본 적 없는 사람처럼 실컷 낄낄거렸다. 번개에 폭풍 동반하고 축지법으로 동에 번쩍 서에 번쩍한다던 사람 어디 가고 병에 걸려 수척해진 시체만 남아 있다. 태양은 뜨면 결국에 언젠가는 지기 마련이고, 하늘에는 태양을 대신하여 달이 걸리는 법이다. 세상에 반복은 있어도 영원은 없다.
“앞으로 어떻게 될 것 같습네까? 조만간 결론은 날 것 같습네까? 그러니까 남조선 군대가 이곳에 들이닥치기 전에 말입네다.”
“다른 건 몰라도 수비군 지휘하던 아는 죽겠다, 야.”
그 말대로였다. 당장 수비군 지휘관을 총살해야 하니 말이야 하니 살벌한 내용이 오가고 있었다. 물론 진짜로 총살할 가능성은 극히 0에 수렴했지만, 이는 명백히 수비군 지휘관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일종의 여론몰이였다.
물론 이 내용이 세어나가면 남한 군대보다 수비군이 들어와 개머리판으로 그들의 골통을 모조리 까버릴지도 몰랐다. 무슨 위화도 회군하는 이성계도 아니고 말이다. 어쩌면 차라리 그게 나을지도 모른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으라고들 하잖는가. 이 기회에 싹 없애버리는 거다.
그렇게 생각한 그를 중심으로 한 일부 소외자들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간이 의자라 허리가 아프다는 되지도 않는 핑계를 대고 움직이기 시작했는데, 그들을 막는 자도 막을 자도 없었다.
훗날 한반도 불화의 씨앗이 될 이들은 만수대 의사당을 유유히 빠져나갔다.
반면 한국 정부라고 해서 썩 좋은 상황은 아니었다. 어떤 의미로는 북한보다 더 아수라장이었다.
“빌어먹을! 왜 대답이 없는 거야. 아니, 그보다 도대체가 알다가도 모를 일이로군. 국경은 열어주면서 평양은 열어주지 않는 건 또 무슨 경우야? 보통 반대 아닌가?”
초조한 대통령만큼이나 장관들도 초조했다. 특히 그중에서 가장 초조한 사람은 단언컨대 국방부 장관이었다. 그러나 동시에 가장 의연하게 대처하고 있는 사람이기도 했다. 마음이 초조한 건 초조한 거고. 군대를 움직이는 사람이, 더 나아가 높은 자리에 앉아 있는 사람이 겉으로 보이는 것까지 초조하면 그건 굉장히 문제가 되었다.
“대통령 각하. 차라리 지금이라도 군을 투입하심이 옳다고 생각됩니다. 그들이 생화학 무기라도 사용하는 날에는···.”
“뭐요? 자극이라도 하겠다는 겁니까? 만약 그들을 자극해서 생화학 무기를 살포하면 어떻게 됩니까? 그걸 맞은 국민은 누가 책임지는데요?”
꼬리에 꼬리를 무는 딜레마였다. 공격하면 터질지 몰랐고, 공격하지 않아도 터질 수 있었다. 무슨 선택지를 골라도 위험부담이 똑같다는 초유의 사태에 쉽사리 행동방침을 정하질 못했다. 그러나 꼭 생화학 무기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이대로 가만히 있으면 흩어졌던 폭도들이 빨치산으로 변합니다. 아까도 말씀드렸다시피 정황상 십중팔구는 평양의 무기고를 털었음이 틀림없습니다. 그들이 다시 규합하기 전에 북한을 완전히 장악하지 않으면 그때야말로 지옥도가 펼쳐질 겁니다.”
‘빨치산. 빨치산이라.’
21세기에 들어서고 나서부터는 적어도 한반도 안에서만큼은 절대로 없을 줄 알았던 그 빨치산 말인가?
“빨치산은 어떻게든 직면하게 되어 있는 것 아닌가?”
어차피 그들은 한국이 북한을 점령한 순간부터 충돌하게 되어 있었다.
“완전히 산의 깊은 골짜기 속으로, 도시의 인파 속으로 숨어들기 전에는 충분히 색출하거나 신원을 파악하고 미리미리 조처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그것을 방지하자고 생화학 테러를 당할 수는 없네.”
“빨치산을 방치함으로서 그 생화학 테러가 날지도 모릅니다.”
결국에 통수권자는 국방부 장관이 아니라 대통령이었다. 다시 말해 국방부 장관은 입이 마르고 닳도록 진언할 수는 있지만, 그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그 진언을 받아들일지 말지에 대한 결정권은 온전히 대통령에게 있다는 말이렷다.
“곤란하군. 차라리 연락이라도 되었으면 좋겠는데.”
공산당에 여전히 연락이 닿지 않고 있었다. 이쯤 되면 의도적으로 무시하는 게 아니라 정말로 물리적으로 끊긴 게 아닐까 의심이 갔다. 예를 들면 전투와 폭격의 여파로 북한 현지의 통신망에 문제가 생겼다던가, 아니면 지구의 중력에 몸을 맡긴 채 저궤도를 돌고 있는 통신 위성에 문제가 생겼다던가.
그렇다고 무슨 중세 시절처럼 전령이라도 보내자니, 평양 수비군은 현재 모든 출입을 통제하고 있었다. 내전의 여파로 꼴이 말이 아니었기 탓에 진격을 시작하기만 하면 길어도 한 시간 내외로 모든 주요 시설과 거점을 점거할 수 있을 정도였지만, 역시나 현지에서도 잘못 자극했다간 생화학 무기를 사용할지도 몰라 최고 수준의 경계 태세를 취하고 있었다.
이미 북한으로 진군하기 전에 모든 예하 부대에 MOPP를 발령한 상태였다. 그러니까 이미 대한민국 군대는 대규모 화학전을 염두에 두고 있는 상태였다. 그러나 염두에 두고 있는 것과 실제로 하는 것에는 어마어마한 차이가 있었다.
시점은 그렇게 다시 미국의 부시로 돌아갔다.
“그렇단 말이지?”
그는 이 사태에 대해 꽤 독특한 해법을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