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orge Bush's Great America RAW novel - Chapter (230)
조지 부시의 위대한 미국-229화(230/377)
< 229편 >
“드디어 미쳐버리신 겁니까?”
비서실장이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으로 자신의 대통령을 바라보았다. 그는 꽤 담담하다는 표정이었다. 그래서 더욱더 어이가 없었다.
“말이 좀 심하군. 제법 다방면으로 생각해서 내린 판단인데.”
“다방면으로 생각하는 사람은 생각은 전장 한복판에 방문하겠다는 생각은 안 합니다.”
실로 맞는 말이었다. 정확히는 좀 떨어진 부산을 통해서 방문하겠다는 소리였지만,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미친 짓이었다.
“그러고 보니까 한국에 남아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되나?”
“151,922명입니다. 그중 대부분은 남포항에 몰려 있고 방문 목적은 사업입니다.”
“빠져나올 만큼 빠져나오긴 한 모양이군. 전용기로 빠져나오기로 되어 있지 않았나?”
“나올 사람은 이미 나온 거죠. 남아 있는 사람들은 남포항이 충분히 안전하다고 느낀 모양이죠. 그리고 남아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북한에 제법 투자한 사람들입니다.”
부시는 방금 나누었던 대화를 눈을 감고 곱씹었다. 대화에서 묘한 위화감이 느껴져 그것이 마음에 걸렸기 때문이었다.
‘151,922명, 151,922명···.’
“이상하군. 내 기억하고 좀 다른데? 한 명 늘었잖아?”
마지막으로 보고 받았을 때보다 숫자가 한 명 늘어나 있었다. 그때 가장 완벽한 보고서라면서 꽤 자신만만하게 올라온 것인지라 확실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최근 들어 예산 문제로 벌벌 떨고 있는 CIA를 굴린 거니 정확도는 완벽하리라.
“저희가 파악하기 힘든 경로로 간 사람이 한 명 있습니다. 저희도 파악했을 때는 이미 늦었습니다. 그 사람은 완전히 자기 책임이 됩니다만.”
“아, 그것참 독특하군. 전쟁 중이라 입국 제한이 걸려 있었을 텐데? 또 전쟁 한정이지만, 우리도 여행 금지 결정을 했고. 불법 입국은 아니겠지?”
“아뇨, 다른 나라를 몇 번 경유해서 갔습니다. 따지자면 불법은 아닙니다만.”
구태여 따지자면 불법으로 규정하고 그를 제재할 수도 있었다. 아니면 유사시에 그를 완전히 포기하거나 말이다. 그런데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왜냐면 그 말을 들은 부시가 실실 웃고 있었으니까 말이다.
이 웃음이 비서실장에게는 불안하기 짝이 없었다.
“그렇다면 이 통계에 나 한 명 정도는 추가되어도 문제가 없겠군!”
“자꾸 개소리 좀 하지 마십시오.”
“그렇지 않아도 이놈의 슈퍼 사스 때문에 세계 경제가 휘청거리기 일보 직전이야. 이런 문제는 최대한 빨리빨리 처리해야지 우리한테도 이득이지.”
판데믹 수준의 전염병이 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경제가 단순히 원활을 넘어 활발하게 돌아가고 있는 것은 일종의 ‘믿음’ 때문이었다. 언론을 통해 매일 치료제에 진척이 보고되고 곧 대규모로 양산되리라는 전망은 충분한 믿음을 낳을 수 있는 모판이자 화분이었다.
사실 솔직히 말하자면 미국인들의 ‘무식’도 살짝 한몫했다. 당연하겠지만 공포가 없으면, 위축도 없다. 현재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 사태인지 알지 못하니, 전반적으로 소비가 위축되지 않았고 설령 걸리더라도 치료제가 무료로 배포될 것이라는 말 덕분에 평소처럼 살아가고 있었다.
물론 이와 같은 행위는 확산 방지에는 전혀 도움이 되질 않았지만, 그래도 경제에는 전반적으로 도움이 되었다. 애당초 미국에서 몸을 험하게 굴리지 않는 이유는 어마어마한 비용의 의료비 때문이었다.
‘할 수 있으면 이 부분도 어떻게 건드려 보고 싶기는 한데, 이게 그렇게 말처럼 쉬운 게 아니란 말이야.’
세상 모든 일이 직관적으로 돌아가면 참 좋겠는데, 그렇질 않으니 참으로 통탄할 노릇이었다. 특히나 정부가 활발하게 돌아가고 있는 덕분에 막대한 양의 일을 떠맡게 된 공무원들 말이다.
“그러고 보니까 치료제는 어떻게 되었나? 일주일 전을 마지막으로 보고서가 더는 올라오지 않는데?”
비서실장도 묘하게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듯 인상을 찌푸리더니 이내 생각이 난 모양인지 중요한 서류만 따로 모아 놓은 곳에서 서류를 하나 빼내 들더니 집무실 책상 위에 올려두었다.
“저번에 최종 테스트에 들어갔다고 했습니다. 양산을 위해서 가장 적합한 표본을 구하고 있다고 했는데, 그 기간에는 올라오는 보고서는 없을 것이라고 했잖습니까.”
“아, 그랬지.”
양산은 사실상 최종단계에 접어들고 있었다. 그야 세세하게 파고 들어가면 몇 가지 절차가 더 남아 있긴 했지만, 연구 결과만 나오면 바로 양산에 들어갈 준비가 되어 있었다. 라인도 충분하게 확보되어 있었고, 생산된 치료제를 전국을 넘어 전 세계로 옮길 준비가 되어 있었다.
전 세계를 대상으로 치료제가 무료로 배포되는 이유는, 이게 더 이득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일단 이미지 부분도 있었고, 경제적인 부분도 있었다. 목적 자체가 단순 퇴치가 아니라 박멸이었기 때문이었다. 단순히 퇴치라면 국내에서만 돌려도 충분하겠지만, 그래선 박멸할 수 없었다. 이왕 예산을 크게 잡았으니 그것에 맞게 움직여야 할 것 아닌가?
물론 진짜로 박멸 자체는 불가능하겠지만, 비슷하게는 가능할 터였다.
“이런 빌어먹을. 해결하는 것보다 생기는 문제가 많군.”
무슨 그리스 로마 신화에 나오는 히드라도 아니고 하나를 해결하면 문제가 수십 개가 더 발견되거나 생겨나니 일을 처리하는 사람이나 조사해오는 사람이나 이걸 일일이 보고 받고 결제해야 하는 사람이나 환장할 노릇이었다.
‘신선식품 공급 문제도 있고.’
솔직히 말하면 이건 별로 큰 문제는 아니었다. 식품 사막에서 살아가는 사람이야 이 말을 들으면 피가 거꾸로 솟을 지경이겠지만, 사실이 그러했다. 정확히는 이러한 문제보다 더 많은 문제가 산재해 있다는 것이 맞는 말이었다.
막말로 신선식품을 못 먹어서 당장 죽는 것도 아니지 않은가? 다른 나라에서 미국에서는 채소가 비싸다는 편견이 있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았다. 도리어 세계적으로 따져봤을 때도 매우 싼 편에 속했다. 그렇지 않으면 세계가 왜 미국산 채소와 과일을 수입하겠는가?
이건 원래 모든 물건은 ‘산출지에서는 싼 법’이라는 말이 정확했다. 당연하겠지만 물건이 싼 곳이 있으면 당연히 비싼 곳도 있는 게 정상 아니겠는가? 이건 어떤 나라에서도 성립이 되는데, 어쨌든 미국이라는 나라가 땅덩어리가 워낙 크다 보니까 이것이 크게 부각될 뿐이었다.
식품 사막이 애당초 왜 만들어지는지를 생각하면, 사실 식품 사막을 없앨 게 아니라 없애도록 만들어야 했다. 식품 사막이 만들어지는 과정은 다음과 같았다. 일단 가상의 도시에 가상의 구역이 있다고 치자. 그리고 그곳은 슬럼가다. 슬럼가는 기본적으로 돈을 많이 벌지 못하는 빈곤층이 살아가는 구역이다.
자, 이제 여기에 가게 하나가 들어온다. 이 가게는 채소와 과일을 전문적으로 파는 곳이다. 가격은 합리적인 편이며 가격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 가게 주인에게 남는 차익이 거의 없을 정도로 가격을 조정했다. 운송비, 관리비, 인건비까지 고려해봤을 때 도리어 적자라고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채소와 과일은 좀처럼 팔리지 않는다. 값싸고 간편한 패스트푸드가 슬럼가를 점령했기 때문이다. 가격도 비슷하거나 더 비싼 채소가 이 자리를 대신할 방법은 없다. 사람들에겐 이 채소를 살 정도로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그렇게 약 1년 정도 파리만 날리다가 신선식품 가게가 문을 닫는다. 그럼 이제 이곳은 식품 사막이 되었다.
요컨대 식품 사막이 생겨나는 주된 이유는 사람들의 편식 같은 간단한 문제가 아니라 식품 사막에 살아가는 사람들이 저소득층이기 때문이었다. 신선식품을 공급해도 이것을 소비할 소비층이 없으니 자연스럽게 도태되는 것이다. 만약 그들에게 신선식품을 소비할 여유가 생기더라도 신선식품 매장을 찾아가는데 또 교통비가 발생하니 자연스럽게 패스트푸드 등에 돈을 투자하게 되는 것이다.
“돌겠군. 그리고 이거 벌써 4년째인데, 보고서 올라오는 것도 개판이야. 자기들이 무슨 로보캅이야? 어떻게 된 게 융통성이라는 게 하나도 없어?”
사실 이건 개인적인 불평에 가깝긴 했다. 사실 공무원이 자의적인 해석을 해도 문제긴 하니까 말이다. 그들은 부시의 명령이 ‘있는 그대로 올리라!’라는 말에 과할 정도로 충실한 것에 불과했다. 사실 현대의 공무원이란 법률집행 로봇처럼 행동하는 게 가장 이상적이긴 했다.
법 집행에 있어서 사적인 감정이나 사견이 들어가게 되는 순간 그 일은 완전히 뒤틀려 다른 일로 보고되기 때문이다.
어디까지나 예시지만, 상상해보라. 건장한 성인 남성 둘이 서로 주먹다짐을 했다고 치자. 피가 터지도록 싸우고 나자 싸움의 열기가 잦아들고 이제 잘잘못을 가릴 차례가 되었다. 이유는 단순했는데, 서로 약을 하다가 시비가 붙었기 때문이었다. 서로 과실이 50:50이란 말이렷다.
신고가 들어왔고 경찰이 출동했다. 그런데 여기서 한쪽 사내와 경찰이 면식이 있는 사이. 혹은 가족이라면 어떻게 되겠는가? 체포가 제대로 이루어지면 상관이 없겠으나, 과연 그 과정이 원활하게 이뤄지겠는가?
세상은 본디 학연, 지연, 혈연이라고들 하잖는가? 어쨌든 이러한 것들을 최대한 배제하고자 노력하고 있었는데, 그 부작용으로 가장 위에 있는 사람들이 죽어 나가고 있었다. 예를 들면 1년 전보다 하루에 2배나 더 많은 서류를 검토하게 된 현 대통령 조지 W. 부시 같은 사람 말이다.
“그리고 한국 문제는 내가 가기만 하면 해결할 수 있어.”
“가서 하실 짓이 대충 예상은 갑니다만, 그래도 이건 미친 짓입니다. 혹시 모르죠. 가시는 동안에 모든 일이 해결될지도.”
“확실하게 해두자면, 이건 재선에서도 중요한 일이야.”
“그건 맞는 말입니다. 하지만 이걸 가치가 있을까요? 지금도 충분히 재선은 확정적입니다.”
“내가 그렇게 하고 싶다. 그것만으로는 어떻게 안 되겠는가?”
“당연히 그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죽기라도 해보십시오. 대통령님은 혼자만의 몸이 아닙니다. 무슨 대통령님이 중세시대 기사라도 되시는 줄 아십니까?”
‘거참 더는 홑몸이 아니라니, 어감하고는.’
하긴 만약 지금 부시가 죽기라도 한다면, 뭐 대충 상상이 간다. 대통령이 가지고 있던 권한과 권력은 모조리 부통령으로 이양되는데, 생각해보라. 러시아를 공격해야 한다고 공공연하게 말하고 다녔고 이것을 진지하게 부시한테 건의하던 양반이다. 정권을 잡은 딕 체니가 어떻게 움직이겠는가?
그의 앞에 달린 장엄한 붉은색 버튼을 앞에 두고 그가 과연 참을 수 있을까? 물론 참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원래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고들 하잖는가? 그러나 부시가 생각해봤을 때 딕 체니가 그걸 안 누르고 참아내는 미래는 아무리 생각해도 찾아볼 수 없었다.
“어···. 세계대전?”
“예?”
“아니, 아무것도 아닐세.”
하긴 죽으면 어떻게 될지도 모르는 마당에 죽은 다음을 걱정한 말인가? 혹시 모른다. 죽으면 자신을 이렇게 만든 신이라도 만나게 될지도.
“일정이나 조정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