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orge Bush's Great America RAW novel - Chapter (231)
조지 부시의 위대한 미국-230화(231/377)
< 230화 >
“이래서 전 대통령이 그렇게 극성이었군?”
김지훈 전 대통령이 했던 말을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그 조지 W. 부시에 대해서라면 사소한 습관 하나, 말 하나까지 기록해서 연구하라는 것까지는 이해할 수 있었다.
하지만 눈깔에서 느껴지는 집념이나, 어투에서 느껴지는 광기 같은 것이 ‘정말 이 사람이 현 대통령에게 인수인계하는 중인 전 대통령이 맞나?’라고 의문을 제기할 정도였다.
그리고 그것을 오늘 깨달았다. 그 집념이나 광기가 도대체 어디서 비롯된 것인지를.
“미친놈이구먼, 이거?”
외교 공문에는 지금으로부터 몇 시간 뒤 한국에 방문할 것이라고 적혀 있었다. 이는 일방적인 통보에 가까웠다. 물론 한국이 거절하면 오지 못하겠지만, 그렇게 할 이유는 없었다.
‘아무리 전쟁 같지 않은 전쟁이라지만, 전쟁 중인 나라에 몸소 행차하실 생각을 해?’
사실 저 인간의 행보를 미친놈이나 또라이라는 단어로 표현하기에는 너무나도 역부족이었다. 차라리 움직이는 재해 같았으면 모를까. 지금 일어날 것 같은 재해를 조기에 해결하겠다고 나섰으니, 한국의 입장으로는 차라리 재해가 아니라 구원의 뿔피리 같은 존재였다.
다만 그 뿔피리가 고막을 터뜨릴 정도라서 그렇지.
너무나도 간단한 해법이지만, 그렇게 간단한 만큼 너무나도 말이 되질 않아 입에 담기기는커녕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기도 했다.
“모든 것을 끝내러 오시겠다?”
적어도 숟가락 올리러 오는 건 아니었다. 사실 판 자체는 전 대통령이 그려놓은 밑그림에 미국이 만든 재료로 다시 전 대통령이 채색한 그림이었다. 그것을 좀 더 정교하게 보정하고 깔끔하게 보존하는 일을 맡은 게 현 대통령인 현원섭이고.
그런데 그 일이 생각만큼 녹록하지 않았다. 정확히는 김정일이 죽으면서부터 힘들어졌다. 그전에는 모든 방면에서 일이 평화롭고 순조롭게 돌아가고 있었다. 해야 할 일은 많았지만, 그래도 일이 많은 거지 위험하고 급박히 돌아가진 않았단 말이다.
‘그래도 본인이 완전히 담판을 지으러 온다면 우리야 환영이다.’
그래도 조사 보고서를 기반으로 확신은 할 수 있었다. 그는 평화를 원한다. 그게 세계 경제를 위함인지 아니면 좀 더 더러운 일을 위함인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겉으로는 굉장히 양심적이고 도덕적인 인물이다.
그런 청렴한 이미지와 각종 정책의 성공 덕분에 지지율이 압도적으로 높은 것이었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화끈하다면 화끈하고 무모하다면 무모한 일 처리가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이것을 싫어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렇다고 열심히 일하는 성공적인 대통령이 비호감이 될 수는 없었다.
물론 이 사실을 두고 당혹스러워하는 것은 비단 현원섭 대통령뿐만이 아니었다.
“이, 이게 무슨.”
그중에서 가장 당혹함을 꾸밈없이 내보이고 있는 사람이 국방부 장관이었다. 당혹스럽기는 현원섭도 매한가지였지만, 그는 차라리 잘 되었다고 말하고 싶었다. 그래서 그렇게 말하기로 했다.
“미국 대통령씩이나 되는 사람이 왔으니 의사당에서 꼼짝하지 않고 움츠리고 있는 인간들도 기어코 얼굴을 내보이겠지. 협상하자고 나왔는데 나오질 않으면 정말로 그땐 무력 진압이라도 하면 그만이고. 방법 자체는 누구라도 생각해볼 법하지만···.”
‘현실성이 없지.’ 그는 그 말을 뒤로 삼켰다. 생각해보라. 아무리 그래도 전쟁 중재하겠다고 당사국도 아니고 제삼국 지도자가 친히 행차하는 게 말이나 되는 일인가?
‘그런데 그게 실제로 일어나고 있단 말이지. 꿈이라도 꾸는 기분이군.’
세상 참 오래 살고 볼 일이었다. 설마 이런 미친 일이 현실에서 일어나고 있다니. 멀리서 보면 희극이고 가까이에서 보면 비극이라고 했던가? 지금이 딱 그러했다. 여론은 이 흥미로운 사건에 대해서 다룰 것이고, 국민은 이 소식을 접하고 안심할 것이다. 빠져나갔던 해외 투자금도 돌아오고 경제도 나아지겠지.
하지만 정작 그걸 이뤄내야 하는 사람들은 고통 그 자체였다.
‘그렇군. 그래. 고작 중재만 하자고 올 리가 없어. 그동안 조사한 보고서를 바탕으로 진의를 파악해야 해.’
그는 할 일을 해야 했다. 조금 특이하긴 했지만, 어쨌든 해내야만 했다.
‘나는 대한민국의 대통령이다.’
* * *
대통령은 국가 지도자이다. 국가 지도자란 사사로운 이익을 추구하지 아니하며, 매사에 국익을 도모해야 한다. 만약 국가에 일이 생겼다면 몸을 문자 그대로 ‘휘발유에 불사르는 일’이 있더라도 어떻게든 해내야만 하는 게 이 자리다.
거기까지 생각한 부시는 에어 포스 원에서 저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나는 대통령이다.”
아마 비서실장이 옆에 있었다면, 그는 필시 이렇게 대답했으리라. ‘제가 미쳐 날뛰다 제자리에서 공중제비 도는 꼴보고 싶지 않으면 지랄 좀 제발 그만해주십시오.’라고 말이다. 그러나 부시가 느끼기에 ‘나는 대통령이다.’라는 말을 당당히 하기 위해선 적어도 이 정도는 필요했다. 국익을 위해서 몸을 불사르는 정도는 해야 하는 자리란 말이다.
‘어차피 내가 죽는다고 한들 미국이 고꾸라지는 일은 없다.’
만일 고꾸라진다고 한들 어차피 미국은 다시 일어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것이 부시가 원하는 형태는 아니겠지만, 어쨌든 나라 자체가 망하지 않는다는 건 엄연한 사실이었다. 실제로 그렇게 길지는 않지만, 역사상으로 미국이 휘청거린 적은 있으나 진실로 파국에 이른 적은 없잖은가?
‘제발 빨간 버튼만 아니면 된다. 님아, 그 버튼을 누르지 마오.’
다만 부시가 죽기라도 하는 날에는 눈에 뵈는 게 없어져서 무슨 오락실 조이스틱 버튼처럼 연타할 것 같아서 그렇지. 그것도 그냥 연타하는 게 아니라 처음으로 적을 몰아세운 어린아이처럼 희희낙락하면서 기쁘게 난타할 것이다.
“흠, 전시랍시고 날아다니는 건가?”
창문 너머로 미군의 호위기가 아닌 F-15가 눈에 들어왔다. 저 멀리서 보이는 점과도 같았지만, 희끄무레한 형체로 확신할 수 있었다. 본래라면 육안으로 확인할 정도로 가깝게 접근하는 것 자체가 외교적 결례가 될 수 있었지만, 지금은 전시였다. 무늬만 전시라곤 하지만, 일단 무슨 수를 써서라도 외국의 대통령을 지켜야 한다는 명분은 있었단 말이다.
만약 여기서 부시가 죽게 된다면 그 오물을 뒤집어쓰게 되는 건 한국이니 말이다. 한국에서 절대로 그러한 일은 일어나서도, 일어날 뻔해서도 아니 되었다. 부시는 서로 부딪히지나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사실 어느 정도는 짐작하고 있었는데, 이미 조금만 더 나아가면 주한미군에서 발진한 편대로 겹겹이 둘러싸이리라.
에어 포스 원의 호위기는 F-22로 교체되어 있었다. 원 역사에서 2005년 말에나 배치될 녀석이었지만, 부시가 워낙 닦달하고 그렇지 않아도 원래부터 넘쳐나는 예산을 더 늘린 덕분에 최근에 이르러서 드디어 배치가 시작되었다. 생산 대수 또한 최대 200기에 닿지 못하였으나, 현재 ‘예상 생산 대수’가 300기에 이르렀다.
그리고 배치 그 첫 번째는 당연히 에어 포스 원이었다. 이는 랩터의 성능도 성능이었지만, 사실 성능보다는 정치적인 판단이 있었다. 미국 의회는 국방 예산을 늘리는 것보다 깎는 것에 혈안이 되어 있는 탓에 의회에, F-22의 예산을 늘리도록 주도한 부시는 F-22가 얼마나 잘난 전투기인지 성과를 보여줘야만 정당성을 가질 수 있었다.
‘적어도 계륵 소리는 듣게 하지 말아야 한다.’
그렇다고 F-22의 성능을 세계만방에 알리기 위해서 전쟁을 하자는 건 어불성설이었지만, 어쨌든 팔짱을 끼고 있는 동안 대한민국의 F-15가 점점 멀어져 점이 되어가고 있었다. 주한미군의 공군이 도착한 탓이다.
지상에서 이것이 보이진 않겠지만, 만약 망원경으로라도 보게 된다면 경악하리라. 이는 마치 대규모로 이동하는 철새 무리와도 같았다. 본래 뜻인 철새가 아니라 철로 만들어진 새라는 의미에서는 어느 정도 맞으리라.
부시의 에어 포스 원을 중심으로 거대한 편대가 만들어졌다. 이는 마치 고대나 중세에서 진을 짜는 것과도 같았고. 목적도 딱히 다르지 않았다. 여차하면 몸으로라도 막아서서 에어 포스 원을 지킬 생각이었다.
“도착이군. 생각보다는 싱거운데.”
저항 같은 것을 기대한 것은 아니나, 그래도 외교적으로 반발 정도는 있을 줄 알았다. 예를 들어서 대한민국에서 부담을 느끼고 오지 말라고 하거나, 혹은 의사당에서 박혀 있는 이들이 목소리라도 좀 낼 줄 알았다.
일찍이 부시가 장담한 것과도 같이 부시가 직접 도착하자 봉쇄가 마법처럼 풀려났다. 이는 마치 천일야화에서나 나오는 ‘열려라, 참깨!’와도 같았다. 물론 부시가 그 모습을 보고 진짜로 ‘Open, Sesame.’라고 나지막하게 중얼거렸다는 건 비밀이었다.
의전차인 캐딜락 원이 튼튼하게 만들어졌다곤 하나 전쟁통을 상정하고 만들어진 차량은 아니었다. 이 차량에 타고 있는 경호팀은 그 어느 때보다 긴장한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것과는 대비되게 부시는 굉장히 심드렁한 표정이었다.
다만 전쟁통으로 인해 길이 대부분이 막혀있어 중간에 헬기로 갈아타야만 했다. ‘전쟁이 났다곤 하지만 설마 방문하러 온다는데 길조차 치워두지 않았을까?’라는 발상에서 헬기보다는 더 안전한 캐딜락 원을 선택한 것이었지만, 이래서야 본전 말도였다.
“자, 드디어 도착했군.”
숙연한 모습이었다.
‘아, 친근한 얼굴도 눈에 띄는군.’
집무실에서 서류상으로만 봤지만, 그만큼 지긋지긋하게 봤기에 익숙한 얼굴도 눈에 띄었다. 어떻게 북한의 사정을 CIA만으로 속속들이 알 수 있었겠는가? 당연히 내통자가 여럿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지 않았겠는가?
이들은 표정은 경색되었으되 어깨는 자연스럽게 낮아졌다. 속으로는 안심했으나 겉으로는 표현할 수 없는 탓이었다. 적어도 그들은 최악은 면했다는 생각에 재산을 어떻게 수호하고 또 앞으로 어떻게 부귀영화를 누려야 할지 고민에 빠졌다. 미국이 완전히는 아니어도 어느 정도까지는 비호해 주리라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은 틀린 말이 아니었다. 실제로 부시가 그들만큼은 어떻게 구제하기로 했으니 말이다. 물론 지금이야 구제해주지만, 나중에 스스로 병신 짓을 해서 한국 정부에 밉보여 재산을 몰수당하는 건 전혀 다른 문제긴 했다.
부시가 도착하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대한민국의 대통령과 행정부에서 뽑은 인재들이 도착했다. 이 사태를 종식하기 위해서였다. 이는 전부 조지 W. 부시라는 희대의 정신 나간 미국 대통령이 있었기에 성립이 가능한 일이었다.
상상해보라. 아무리 다 끝나가는 전쟁통이라지만, 제삼국 대통령이 끼어들어서 적국 수도에 갈 생각을 하는가?
그걸로 끝이었다. 기자들이나 호사가들이 좋아할 법한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이를 태면 철저 항전을 목적으로 숨겨놓고 있던 군을 투입했다거나, 정치를 대국적으로 하라면서 애국지사 공산당원 한 명이 백두산 권총을 뽑아서 발포하는 일은 없었다.
협상장이라고 명명하였으나, 실상은 협상장보다는 통일을 확인하는 평화의 장에 가까웠으며 통일 이후 그들의 처우와 내전에 대한 전후처리에 대해서 논하는 자리였다는 말이 맞았다.
“자, 시작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