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orge Bush's Great America RAW novel - Chapter (232)
조지 부시의 위대한 미국-231화(232/377)
< 231편 >
가장 먼저 논의된 것은 공산당원을 비롯한 군부의 처우였다. 사실 이는 그리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 실은 이미 논의되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다만 때아닌 내전으로 인해 일이 좀 복잡해졌을 뿐이었다.
그리고 동시에 더는 예전과 같은 조건은 남북은 물론 번외이자 주역으로 끼게 된 미국 또한 유효하지 않으리라 여겼다. 그리고 그건 틀린 말이 아니었다. 이 과정에서 능력 부족을 핑계로 많은 인사가 잘려 나갔으며, 뇌물을 통한 유착이 적절히 이루어진 인선만이 살아남았다.
이건 민주주의니, 자본주의니 하는 체제의 문제 이전에 인간으로서의 문제였다. 국가라는 집은 결국 인간이 만들어내고 인간이 운영하는 것인지라 결국에는 같은 값에 같은 효율을 보이는 물건이 있다면 좀 더 보기 좋은 쪽으로 고르는 게 당연한 거 아니겠는가? 인간도 같다.
물론 이렇게 전 공산당원을 한국 정부에 받아들임으로 인해서 나중에 대한민국 정계를 뒤흔들만한 큰 문제로 발전할 것임을 모두가 알고 있었지만, 그건 그때 가서 일어날 일이었다. 이를 깨달은 현원섭 대통령은 입맛이 썼다. 게다가 어차피 북한을 대한민국의 영토로 그나마 온전하게 수복하기 위해서는 현재 북한을 관리 중이던 현지 관료들의 도움이 절실했다.
“북한의 군부 유지는 더 논할 가치가 없습니다만, 다만 군인들을 공무원으로 전환한다면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이는 서너 시간밖에 걸리지 않았을 정도로 정말로 가볍게 논의되었다. 이 문제에 대해서 미국은 외부인이나 다름없었지만, 다음에 논의될 부분에 대해선 미국도 입을 열어야만 했다. 북한 내부의 재산 문제였다.
사실 북한에서 재산 문제라고 하면 고위 관직자들이나 김씨 일가가 착복한 재산 같은 것을 떠올리기 쉽고 이 발상이 별로 틀린 것도 아니었으나, 적어도 지금은 달랐다. 김정일이 몸져누운 이후로 한국의 투자와 미국의 투자가 본격화되면서 북한의 재산은 크게 셋으로 나뉘었다.
김정일의 개인적인 재산. 그리고 고위 관직들이 일직이 나눠 먹은 막대한 부와 미국 등을 비롯한 해외 투자 자산이었다. 이 문제에 대해서도 별말이 없었다. 별말이 없었다기보다 논의할 것이 적었다는 것이 맞는 말이리라.
미국은 투자는 투자대로 하고 한국은 그동안 투자한 것들을 국유화하면 그만이었다. 문제는 김정일의 개인 자산이었다. 본래대로라면 한국 정부에서 몰수하는 것이 순리이겠고 미국 정부도 이것에 대해서는 의견이 없었으나, 사용법에 대해서라면 다소의 간섭이 있었다.
한국 정부는 이 재산을 마치 채무자가 채권자 물건에 빨간딱지 붙이듯 모조리 환수한 뒤 국고로 전환하여 이를 다시 북한의 인프라에 투자하고 싶어 했다. 북한의 낙후된 시설들을 새롭게 현대화하거나 개수하고 나면 그때부터가 진짜였다.
반면 미국에는 미국 나름의 문제가 있었다. 본래 북한의 현대화는 대부분 미국이 맡기로 되어 있었다. 실제로도 내전이 일어나기 전까지는 그러했고, 느리지만 꾸준하게 진행되어가고 있었다. 평양의 건물들이 거의 하나도 빠짐없이 머잖아 부실 공사로 인해 스스로 무너질 종잇장 같다는 걸 파악한 것도 미국이었다.
사실상 지금의 북한 지역은 모조리 때려 부수고 다시 만들어야 하는 지경이었다. 쉽게 말하면 전국적인 재개발이 필요했다. 한국에서는 다시 한번 ‘5개년 계획’을 조심스럽게 꺼내 들고 있긴 했다. 다만 이번에는 경제 개발 5개년이 아니라 좀 더 복합적인 계획이 될 예정이었다.
어쨌든 한국은 이 이상의 불필요한 간섭을 꺼렸고 미국은 투자한 만큼 돌려받기를 원했다. 명분상이라면 한국이 아주 약간이지만 우세했다. 왜냐면 세계에서 북한을 나라로 취급하든 말든 북한은 한국에 있어선 그냥 좀 큰 테러 집단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반면 ‘힘’은 미국에 있었다. 미군의 강력함이나 미국의 부유함에 대해서 두말하면 입이 아프다. 이 주제에 대해서는 더 토론할 가치가 없었다. 명분이 아무리 중요하다고 하나, 명분도 어디까지나 힘이 있을 때 유효한 것이었다.
다시 정리하자면. 미국은 이대로 투자금과 영향력을 반영구적으로 투사할 기회를 날리는 꼴을 도저히 볼 수 없었고, 한국은 불필요한 간섭을 치워버리고 싶어 했다. 가장 이상적인 협상은 한국에서 그동안 투자한 돈에 대해서 일종의 배상금이나 위로금을 무는 것이었지만, 문제는 이렇게 되면 북한에서 진 빚을 다른 나라에서 한국 정부에 받으러 올 수도 있었다.
‘이런 젠장 꼬여도 단단히 꼬였군.’
물론 무시하면 그만이겠지만, 국제 언론이 어떻게 물어뜯을지는 안 봐도 뻔했고 국가 간의 사이가 심하면 뒤틀려 대립 상태로 변할 수도 있었다. 외교를 가장 중시해야 하는 국가에서 외교가 뒤틀리면 어떻게 될지는 보지 않아도 뻔했다.
이 한국군과 북한군의 대립 사태에서 미국은 든든한 구원투수이자 막힌 문은 열 수 있는 열쇠였지만, 동시에 대가는 확실히 받아 가는 용병이었다. 용병에게 적절한 봉급을 지불하지 않은 국가가 어떻게 되었는지는 도서관 한구석에 묵혀 있는 역사책이 그 사실을 담담하게 기록하고 있었다.
그리고 여론도 해외 여론이 전부던가? 국내 여론도 봐야 했다. 지금이야 잠시 정당한 사유로 분노의 철퇴를 휘둘러서 언론사들을 탄압했지만, 이제 전쟁이 끝났으니 다시 들끓으리라.
‘이럴 때는 미국이 부럽군.’
미국은 잠시나마 여론과의 전쟁에서 승리했다. 아주 일시적인 승리였지만, 적어도 부시가 본인이 집권하는 동안에는 잠잠할 것이 틀림없었다. 만약 그들이 다시 자유를 외치고 그때로 돌아가려고 한다 한들, 적어도 방종과도 같은 자유에서 얻은 교훈을 통해 적절한 선이 그어질 것이 틀림없었다.
‘우리도 언제 한 번 자유와 방종을 착각하고 있는 언론사들을 다잡아야 할 터인데.’
그러나 그것은 대한민국의 과거를 생각하면 너무나도 머나먼 일이었다. 국가 주도로 이루어진 언론 탄압은 손에 닿을 듯한 과거였다. 실제로 그리 오래전 일도 아니었고 현원섭 대통령이 어렸을 적 일이었다.
요즘 세대에서나 언론 탄압이 역사책에서나 배우는 일이지, 현원섭 세대에서는 직접 경험하고 체험한 일들이었다. 그렇기에 현원섭 또한 작금의 여론에 대한 대처가 잘못되어있음을 알고 있음에도 쉬이 무언가를 조치하기가 힘들었다.
‘하지만 지금 중요한 건 여론이 아니지.’
지금 중요한 것은 미국과의 협상이었다. 북한과의 협상이 아니라 미국과의 협상이라는 점이 참으로 웃긴 일이긴 하지만, 어쨌든 현실이 그러했고 사실이 그러했다.
그런데 이게 웬일? 이에 대해선 미국에서 먼저 입을 여는 것이 아닌가? 그것도 지금 이 협상장을 만들어낸 본인이 직접 입을 열었다. 입을 연 사람은 조지 W. 부시였다.
“우리는 처음부터 한국의 인프라를 재건해주고 있던 거요. 맞소?”
번역할 필요도 없었다. 귀에 박히도록 듣고 쓰고 읽은 영어다. 현대 한국에서 영어는 제2모국어나 다름없었다. 그런데 지금만큼은 번역을 듣고 싶어졌다. 본인이 지금 잘못 알아들은 게 아닌가 고민하게 만드는 내용이었으니 말이다.
“다시 한번 묻겠소. 최초부터 우리의 거래 대상은 한국이 맞소?”
이 말을 듣고 나서 저 인간이 무슨 말을 하는 건지 확실히 깨달았다. 아예 ‘이번 인프라 재개발은 북한과의 거래였다.’라는 사실 자체를 무마하려고 하고 있었다. 이는 한국에 있어서 유리한 것이었지만, 어째서 이런 자세로 나오게 되었는지 도저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묘안이라면 묘안이고, 엿이라면 엿이었다. 이걸로 한국은 엿 좀 먹어야겠지만, 차후에 먹을 더 ‘큰 엿’을 피해갈 수 있었다. 어쩌면 이쪽이 더 나을지도 몰랐다. 슬픈 현실이지만, 핵을 보유하고 있지 않은 국가인 한국이 이 세계정세에서 온전히 큰 소리를 내려면 미국의 협력이 사실상 필수 불가결이었던 탓이다.
“맞···습니다.”
현원섭은 다소 고민 끝에 긍정적인 대답을 내놓았다.
나머지 협상은 다 거기서 거기였다. 미리 내놓았던 통일 정책을 지금의 형세에 걸맞게 보수하고 개선하여 고쳐 쓰는 정도였다. 이는 공산당원들이 모든 것을 순순히 받아들이고 있기에 가능한 일이기도 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한국에 반대하는 세력이 내전으로 인해서 뿔뿔이 흩어지거나 이승에서 하직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죽은 자는 말이 없다고들 하던가? 옛말에 틀린 말 없다고 하더니 실로 그 말대로였다.
다시 한번 전 대통령의 ‘그 인간 같지 않은 인간을 철저히 분석해야만 한다.’라고 절박하게 당부했던 충고가 도대체 왜 그랬는지 알 것만 같았다. 그런데 분석을 하면 뭐하나? 맞아들어가는 게 하나도 없는데. 솔직히 현원섭은 여기서 하루 이틀 정도는 씨름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들어왔다.
미국은 그렇게 경제적인 이득을 가져갔고, 한국은 미국이 꿀을 빨고 있는 사이 북한을 제대로 고쳐 써야 하는 막중한 국가사업을 준비할 여유가 생겼다. 그렇게 북한에서 협상 아닌 협상을 마치고 서울로 돌아간 현원섭 대통령이 가장 먼저 한 것은.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우리는 현재 다방면으로 위기에 직면했습니다.”
현재 처한 상황이 국가 존립의 위기임을 순순히 인정하는 것이었다.
“이는 한민족이 다시 만나면서 생겨난 위기입니다.”
원래는 ‘이는 우리가 북한과 통일하면서 빚과 50년 단절로 인한 문화적 괴리 때문입니다.’였다. 갈등과 선동이 될 수 있음을 자각한 뒤로 문단 자체를 수정해야만 했다. 그렇지 않아도 ‘그 사건’ 탓에 언론에서 그렇게나 극성인데, 걸리기라도 하는 날에는 앞으로 탄핵을 염두에 두고 살아가야 할지도 몰랐다.
“그러나 이는 누군가를 탓해야 할 일이 아닙니다. 나누어졌던 것이 다시 하나가 되기 위해서 모두가 감내해야 하는 고통입니다.”
사실 국민에게 말하지 않은 것이 있긴 있었다. 북한은 지금 어마어마한 부채를 지고 있었다. 당연히 한국 정부는 갚을 생각이 하나도 없었지만, 그걸 왜 갚는다는 말인가? 다만 중국과 미국의 사례에서 찾아볼 수 있듯이 원래 돈을 갚는다는 행위는 자의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누군가 독촉하기 때문에 갚는 것이지. 은행에서 돈만 빌리면 갚으라고 수시로 쪼아대는 것이 괜히 쪼아대는 게 아니다.
물론 어쩌다 가뭄에 콩 나듯이 인성이 새하얀 사람들이 스스로 갚는 모범적인 모습을 보이긴 하지만, 그건 말 그대로 정말로 마을의 한 세대에서 손가락에 꼽을 정도로 아주 극소수의 양심적인 사람들뿐이었다. 그 빚이란 걸 갚지 못해서 야반도주하는 사람이 수두룩한 마당에 국가는 어떻겠는가?
어쨌든 아직 대한민국에는 힘이 있었다. 능히 외침을 막을 수 있는 군대와 제대로 된 명분이 있었다. 예를 들면 북한을 나라가 아니라, 일종의 불법 테러 집단으로 분류했다는 것이다. 집단이 진 빚을 나라가 갚진 않지 않은가. 국영기업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지겠지만, 어쨌든 한국의 입장으로는 북한 공산당은 불법 집단이다. 이 말이다.
북한 땅을 수복하게 되면서 새롭게 얻게 된 천연자원들이 있었다. 사실 한반도에 없는 광물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다만 채산성에 매우 큰 문제가 있거나, 그 매장량이 있으나 마나 한 아주 극소량이라서 그런 거다.
“···하지만 우리는 끝끝내 해낼 것이라 믿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우리는 단순히 한국인이 아니라 한반도 전체의 한민족을 뜻했다. 즉, 다시 말해서.
“현 시간부로 한국이 통일되었음을 선언합니다.”
한국은 거의 무혈로 통일되었다. 단지 현원섭 대통령에게는 찝찝함이 남아있었다.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왕림했는지 모를 미국의 대통령에 대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