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orge Bush's Great America RAW novel - Chapter (234)
조지 부시의 위대한 미국-233화(234/377)
< 233편 >
“3년이라고? 이, 이 정신 나간 새끼들!”
부시는 분노하고 또 분노했다. 저 말이 단순히 외교적 힘겨루기가 아니라 진심이라는 것을 단번에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 진정하십시오. 대통령님.
“아니, 그럼 본래 마땅히 EU가 해야 하는 일을 우리가 도와주기까지 하겠다는데 3년이 걸린다는 건 도대체 무슨 개 같은 망발인가?”
부시는 이런 찢어 죽여서 갈아 마셔도 시원찮은 놈들이라면서 성을 냈다. 부시가 화를 내는 경우가 거의 없다는 점을 상기하면, 이는 참으로 이례적인 일이라고 할 수 있으리라.
그러나 화를 낼만도 했다. EU에 있는 인간들이 지금 이게 대규모 무장항쟁으로 바뀌면 어떻게 되는지 가장 잘 알고 있는 인물들이었다. 특히 영국이 가장 껄끄러우리라. 그렇지 않아도 최근 들어 평화 유지군 덕분에 지속해서 군사력과 경제력이 꾸준하게 소모되자 여론이 영 심상치가 않았다.
그중에서도 가장 말이 많은 것은 다름 아닌 아일랜드였는데, 이쪽은 벌써 독립 이야기가 빈번하게 나오고 있었다. 중동에서 민족 단위로 독립시키겠다는 말을 들었는데, 그럼 유럽에서는? 유럽에서도 민족 단위로 독립하고 싶어 하는 민족들이야 널리고 널렸다.
다만 분리하는 것보다는 이대로 있는 것이 일상생활이나 경제에서 도움이 되니까 가만히 있는 것일 뿐이었다. 독립이라고 해도 사실 어떻게든 지배자의 의지만 꺾는다면 그렇게 대단찮은 게 아니다. 물론 지배자의 의지가 꺾인다는 것 자체가 좀처럼 보기 힘든 일이었지만.
어쨌든 일반인들은 ‘잘 먹고, 잘 입고, 잘 놀고.’ 이 세 가지가 충족되면 큰 불만을 표하지 않는다. 사실 이것들이 충족되면 불만이랄 것도 별로 나오지 않는다. 해봤자 정치에나 관심을 보이고 독립이니 뭐니 시답잖은 건 기억의 지평선 저 너머로 사라질 것이 틀림없었다.
물론 가끔 예외적인 인물들이 없는 건 아니었다. 사람이 편해지기 위한 모든 조건이 충족되었음에도 독립 의지가 있는 사람들이 있다. 그 사람들을 보통 의인이나 열사라고 부른다. 어쨌든 다시 중동 이야기로 돌아와서, 그 인간들이 무장 항쟁이라도 시작하는 날에는 간신히 테러리스트들이 소탕되어 고요한 정적만이 감도는 도시나, 드디어 그 고요함을 벗어던지고 새 옷을 입고 직장으로 나아갈 준비가 된 도시가 전부 전쟁터로 변하리라. 소수민족들이 넓고 얇게 퍼져 있는 만큼 더더욱 그러했다.
‘그리고 유럽에서는 민족주의가 태동하겠지. 특히 아일랜드부터 분리하니 뭐니. 돌아버리겠군. 정말로 돌아버리겠어.’
오늘날 유럽의 국가에서 국민이 독립하거나 분리하기 싫어하는 이유는 간단했다. 유럽에서 일어난 마지막 거대한 전쟁이라고 할 수 있는 제2차 세계대전을 겪으면서 국경이 크게 변동이 없어졌고 근 50년 동안 국가마다 민족 정체성이 무사히 이식되었으며, 무엇보다 지금은 잘 살기 때문이다. 다만 그것마저 감수하고 아일랜드처럼 꾸준히 분리하고 싶어 한다면 좀 이야기가 달랐다.
그리고 김갑환이 마지막으로 살았던 2019년은 새로운 민족주의의 태동기였다. 그것을 도저히 민족주의라고 불러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비슷하고 따로 이를 대체할 단어가 없으니 딱히 민족주의라고 해도 상관은 없으리라. 1980년대에서 2000년대에 이르기까지 대외적으로나마 이타적인 정치가 유행했다면, 2019년은 자신의 국가부터 챙기고 보자는 이기적인 정치가 세계적으로 유행했다.
그중 가장 선두마차를 달리고 있는 나라가 바로 미국이었다. 당시 정책이나, 사회상은 오로지 ‘Make America Great Again!’과 ‘America First!’ 이 둘로 완벽하게 표현할 수 있었다. 아마 ‘세계를 아예 송두리째 뒤흔들 큰일’이 없다면, 2020년에도 정책이 별로 달라질 것 없었으리라.
2020년은 보지 못하고 2001년으로 돌아가게 된 김갑환은 이제 알 도리가 없지만. 어쨌든 그대로였다면 미국은 양보하지 않을 것이고, 점점 강대해질 터였다. 그게 군사력 쪽이든 경제력 쪽이든 사회적인 쪽이든 어느 쪽으로든 발전했으리라.
“그래, 핑계나 들어보자. 도대체 무슨 일이라고 하던가? 협상이 문제인가? 유럽/미국 연합군의 철퇴를 막아설 국가가 생기기라도 했나? 아니면 EU 내부적인 문제인가? 그것조차도 아니면 쿠르드족과 소수민족을 달랠 수 있는 다른 방안이라도?”
부시는 하도 어처구니가 없었기에 화를 내면서도 속으로부터 들끓는 호기심을 참을 수 없어 그만 질문부터 내뱉고 말았다. 아무리 그래도 무책임하게 3년이라는 시간을 제시했을 리가 없다는 믿음 또한 있었다.
– 자세한 이야기는 없었습니다.
그리고 다시 한번 정치인들은 믿을 게 못 된다는 교훈만을 곱씹을 수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부시의 분노를 곱절로 증가시켰다.
“이, 이!”
제2 모국어가 섞인 험한 말이 나올 것 같아 가까스로 제지했으나 부시의 속은 완전히 뒤집혀 있었다. 모르긴 모르되 적어도 정상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상태는 아니었다.
“비행기 돌려.”
– 예?
“나는 영국으로 간다. 자네는 거기에서 좀 더 수고해주게.”
영국으로 가겠다는 이유는 크게 둘이 있었다. 첫째는 중동에서 대규모 무장항쟁이 봉기하기 시작하면 가장 큰 피해를 보게 될 국가 중 하나였고, 둘째는 영국이 미국의 영원한 공동운명체 우방국이라는 이유였다.
– 제가 스스로 판단할 수 없는 서류가 너무 많습니다. 슬슬 한계입니다.
“그럼 그런 서류라도 따로 모아두고 분류해주길 바라네. 일일이 요약해주면 더 좋고.”
한마디로 다 파악하고 부시에게 설명할 수 있을 정도로 달달 외우라는 소리였다. 다른 사람이라면 고의로 몇몇 단어 따위를 누락할 수도 있었지만, 비서실장이 그럴 리는 없었다. 무엇보다 혹시나 해서 몇 번은 직접 검사도 해보았지만, 비서실장이 완전히 부시의 사람이라는 것만 증명했을 뿐이었다.
하지만 부시의 믿음과 신뢰가 비서실장에게는 상당한 위기감으로 다가왔던 모양이었다. ‘지금부터 영국으로 간다.’ 다시 말해 즉, 그 소리는···.
– 대통령님? 저한테 서류 다 미루시기 있습니ㄲ-!
‘뚝!’하는 소리와 함께 전화가 끊겼다. 물론 부시가 급하게 끊었다는 건 더 말할 필요도 없으리라. 화가 난 건 난 거고 그가 만들어낸 서류 더미와 직면해야 하는 건 다른 문제였다. 그리고 동시에 피할 수만 있다면, 피하고 싶어 하는 게 사람의 본성 아니겠는가?
‘백악관으로 돌아가고 나서가 걱정이군.’
부시는 코앞에 자기 머리만큼 올라가 있는 서류를 뚫어지도록 노려보았다. 마음만 먹으면 나라 하나도 지워버릴 힘을 가지고 있는 눈이었지만, 그래봤자 코앞에 놓여 있는 서류는 손을 움직이지 않으면 사라지지 않았다.
그 첫 페이지는 공교롭게도 방금까지만 해도 체류 도중에 있었던 한국에 대한 서류였다. 한국의 통일에 대한 주변국의 반응과 정황에 대한 보고서였다.
한국 통일로 인해서 뜻하지 않게 엿을 먹은 나라들이 있었다. 그건 바로 중국과 러시아였다. 한국도 북한에 만만찮게 투자해줬지만, 그게 결코 중국과 러시아만큼은 아니었다. 사실 지금 중국이나 러시아나 그로기 상태가 아니었다면, 군을 움직이는 일이 있더라도 거세게 항의할 터였다.
만일 그 상대가 미국이 된다고 하더라도 말이다. 이유인즉 다음과 같다. 중국과 러시아의 지분이 한국이나 미국 이상이었기 때문이다. 이는 북한의 태생과도 제법 관련되어 있다. 초기 북한은 소련의 괴뢰국이나 다름없었다. 국가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국기인 공화국기만 해도 소련에서 제작된 것이었다.
다시 말해서 국기에도 관련될 정도로 북한은 소련의 자본이 상당 부분 들어갔다는 말이기도 했다. 소련은 러시아의 전신이고, 소련이 붕괴한 이후에도 러시아는 북한에 상당히 많은 자본을 투자해왔다.
더 갈 것도 없이 북한 군인들이 들고 있는 무기만 해도 구공산권의 무기였고, 강압적인 경수로로 건설 진행으로 인해서 가까스로 저지되었던 핵 개발에 쓰인 기술만 해도 전적으로 중국과 러시아의 기술이었다. 정확히는 러시아와 중국에서 핵심 기술을 극비리에 넘기고 개발하는 것을 묵인한 것이지만, 사실 그게 거기서 거기 아니겠는가?
중국이야 이젠 마음이 꺾이다시피 하는 바람에 크게 움츠러들었지만, 러시아는 아니었다. 물론 러시아도 군축을 고려해야 할 정도로 상황이 벼랑까지 몰렸지만, 중국처럼 의지가 꺾인 건 아니었다.
물론 중국이라고 해서 정부 자체의 마음이 꺾일 수는 없었고, 현 국가 최고 지도자인 리커창의 마음이 꺾였다는 말이 맞았다. 리커창은 적어도 자기 세대에서 미국에 저항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것이 현실이었다.
미국이 가진 전력은 재래식 전력만 따져도 전 세계의 전력이 합쳐야 간신히 비빌 수 있는 전력이다. 그런 미국이 작정하고 중국의 위에 올라타 마운트하고 신나게 매타작을 내려치고 있었다. 훗날의 중국이라면 몰라도 지금의 중국이 미국과 대적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다. 다만 위안이 되는 점이 하나 있긴 있었다.
날이 가면 갈수록 러시아와 사이가 긴밀해지고 있다는 점이었다. 지금은 주춤하지만, 러시아나 중국이나 무한한 성장성을 가진 나라였다. 그 무한한 성장성을 가진 나라가 손을 잡으면 어떻게 될지는 너무나도 뻔하지 않은가?
부시는 이것을 눈치채고 있었지만, 이것을 어떻게 훼방 놓을 수 없다는 게 천추의 한이었다. 이는 부시가 어떻게 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그렇다고 뭐 대놓고 중국과 러시아 사이를 벌려놓을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CIA를 통한 공작을 좀 가미하면 가능할지도 모른다. 저번에는 천문학적일 정도로 막대한 자금을 기반으로 실로 어처구니없이 뚫렸지만, 러시아의 FSB도 실로 만만찮은 상대였다.
어쨌든 다시 이제는 몰락해 한국에 흡수합병이 된 북한 이야기로 돌아와서, 작금의 북한은 한국에 있어서 창고 구석에서 50년 묵힌 불량식품이었다. 그것도 먹으면 크게 배탈이 나다 못해 응급실에 실려 갈 그런 불량식품 말이다.
50년 동안의 투자가 하루아침에 날아가 눈이 돌아간 중국과 러시아의 눈치를 봐야만 했고, 국경선도 맞대야 했다. 생각해보라, 50년이다. 50년. 꾸준하게 투자하던 회사가 하루아침에 폭삭 망하면 무슨 기분이 들 것 같은가? 아마도 중국과 러시아는 군을 동원해서라도 한국을 어떻게든 밀어내고 북한을 먹으려 들었으리라.
미국이 없었다면 말이다. 미국은 이미 많은 돈을 북한 땅에 투자했고, 항모전단을 위시한 군대를 배치했다. 다시 말해 북한을 먹기 위해서는 한국이 아니라 미국부터 밀어내야 할 판이었다. 한국이 환자였다면, 미국은 의사였다. 불량식품을 소화해낼 약을 처방해줄 의사 말이다.
“염병할. 한국은 끝났다고 치고. 빌어먹을 EU 자식들.”
부시는 대충 보고서가 자신이 예상하던 바와 별로 다를 바가 없다는 걸 확인하자마자 서류를 옆으로 대충 치워버렸다. 그 누가 전쟁보다 평화가 더 힘든 것이라고 하였던가? 그 말대로였다.
잔뜩 흥분한 부시는 또 다른 서류로 눈을 돌렸다.
“예? 영국?”
에어포스 원을 호위할 호위기 조종사들만 아닌 밤중에 홍두깨 같은 말에 당혹스러워했을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