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orge Bush's Great America RAW novel - Chapter (235)
조지 부시의 위대한 미국-234화(235/377)
< 234편 >
태평양을 건너 미국으로 돌아갈 예정이었던 에어 포스 원은 기수를 돌려 영국을 향해 날아갔다. 전투기를 제외하고 중간에 다른 공항이나 공중 급유기를 통해 급유를 다시 할 필요는 없었다.
비공식적으로 움직이기로 했다. 물론 비공식적이라고 해도 어디까지나 회담 내용이 비공식일 뿐, 방문 사실 자체는 널리 알려진 사실이었다. 다만 전쟁터에서 백악관으로 복귀하는 도중에 영국으로 선회했다는 사실 자체는 실로 흥미로운 가십거리였다.
그러나 방문 의도는 좀처럼 종잡을 수가 없어 오로지 추측만이 무성할 뿐이었다. 그러니까 생각해보라. 본디 더럽게 바쁘기로 소문난 사람인데, 갑자기 영국에 방문하겠다고 비행기를 돌렸으니 이게 기삿거리가 아니면 무엇이 기삿거리겠는가? 다만 비공개는 비공개인 이유가 다 있는 법.
“그럼 저희더러 어떻게 하라는 겁니까? 저희는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3년이 말이나 된다고 생각하는 겁니까? 우리 미국이 전력을 다해서 도와주겠다고 했는데 3년이 걸린다니!”
다 크다 못해 나이 먹을 만큼 먹은 늙다리 둘이 힘껏 목청을 높이는 장면은 말로라도 그다지 썩 보기 좋은 광경은 아니었다. 만약 옆에 이를 관전하는 사람이 있었다면, 둘 중 하나는 여기서 고혈압으로 죽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으리라.
사실 주소를 잘못 찾아온 것 아니냐고 물을 수도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 결정은 EU에서 나온 것이지, 영국에서 내린 결정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한때 영국이 작정하고 마음먹으면 미약하게나마 유럽 대부분을 쥐락펴락할 수 있던 시절이 존재하던 건 사실이다. 그러나 오늘날 영국은 고작 한낱 좀 잘 나가는 경제 대국에 불과했다.
물론 그것만으로도 대단한 것이었지만, 과거에 비하면 초라하기 그지없었다. 그러나 부시는 번지수를 잘못 찾아온 것이 아니었다. 도리어 이곳보다 정확한 번지수도 없었다. EU에는 수장국은 없지만, 그래도 구태여 그 많고 많은 나라 중 수장국이라고 할 수 있는 나라를 꼽으라면 단언컨대 독일이다. 물론 EU가 독일이 원하는 방향대로 움직이는 배는 아니지만, 힘 좀 쓰면 방향키 정도는 얼마든지 움직일 수 있었다.
그런데 한가지 문제점이 있다면, 독일이 미국이 멱살을 잡는다고 해서 모든 것을 까고 말해주는 나라가 아니라는 점이다. 도리어 말해주는 게 이상하다고 생각되지 않는가? 물론 말해줄 수도 있겠지만, 아닐 확률이 몹시 높았다. 도리어 자신들이 알아서 하겠다면서 기 싸움을 할 확률도 다분했다. 그렇기에 ‘진솔한 대화’가 오가려면 5개의 눈 안에 소속되어 있는 영국이 답이었다.
다만 그 둘이 처음에는 얌전하게 대화를 이어가다가 이야기가 계속 겉돌기 시작하니 서로 점점 언성이 점점 높아지다가 어느덧 기차 화통이라도 삶아 먹은 듯 목청을 드높이기 시작한 게 문제였다. 목청이 높아지니 자연스럽게 감정 또한 격화되었고 어차피 볼 사람도 없겠다 그냥 대놓고 거의 싸우는 수준이 되었다.
“오! 토니! 토니 블레어! 당신도 충분히 숙지하고 있잖습니까? 3년이면 세계가 어떤 꼴이 날지. 중동으로부터 시작된 파동이 지구촌을 휩쓸고 나면 영국이 어떻게 망가질지. 그리고 EU가 어떤 꼬락서니가 될지도 충분히 알고 있잖습니까!”
“알고 있고요. 알고 있고 말고요. 그런데 우리가 최선을 다해서 예측한 것이 ‘3년’이란 말입니다! 여기서 더 줄이는 건 불가능합니다!”
EU. 그러니까 블레어가 부시에게 밝힌 항변은 다음과 같았다.
첫째는 이란의 불복이다. 이란은 협상 자체를 뒤흔들고 있었다. 이유는 다음과 같았는데, 그들이 수니파가 아니라 ‘시아파’이기 때문이다. 시아파는 수니파에 비하면 약 10%를 차지할 정도로 매우 소수지만, 애당초 무슬림 자체가 워낙 많아 그 10%가 거의 2억에 가까웠다. 다시 말해 이란이 내건 조건은 다음과 같다.
‘쿠르드족의 80% 이상이 시아파로 개종할 것.’
이는 현재진행형인 문제였다. 중동에서 살지 않는 사람들은 중동에 이슬람만 있을 것 같지만, 사실 그렇지 않다. 야지디교라는 소수 종교를 비롯하여 이런저런 크고 작은 신앙들이 존재했다. 그리고 야지디교는 야즈단이라는 유일신을 섬기는 종교로, 이슬람과는 무관한 종교였다. 다시 말해 이슬람의 시점에서 보면 완벽한 이단이었다. 그리고 쿠르드족 대부분은 야지디교였다.
그렇기에 이란은 이단을 회계시키고 시아파를 늘릴 수만 있다면 어느 정도 출혈을 감수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사실 겉으로 보기에는 ‘협상? 집어치워!’ 수준으로 보이지만, 이란의 입장으로는 사실 이것도 많이 양보한 셈이었다.
이 부분에 대해서 빠른 협상이 돌아가고 있었다. 쿠르드족 입장으로는 신앙을 버리기보다 차라리 자살을 택하려는 인물도 꽤 있겠지만. 어쨌든 이란에서 내건 조건이 그것이었다.
두 번째로는 터키였다. 터키는 EU 가입을 조건으로 간을 보고 있던 와중이었다. EU가 안팎으로 삐걱거리고 있긴 했지만, 언제는 그렇지 않았던가? 어쨌든 적어도 터키의 시선에는 EU란 유럽이 하나 된 막강한 세력이었고, 실제로도 중동을 휘어잡으면서 그 성과를 어김없이 보여주고 있었다.
터키 또한 EU에 가입하고 싶어 했다. 다만 문제는 그 가입건 하나로 영토까지 때어주기에는 너무나도 손해가 막심하다는 것이었다. 터키는 거스름돈은 물론 팁까지도 받고 싶었다. 이를 모를 리가 없는 EU는 대충 돈으로 어떻게든 후려쳐보고 싶어 했는데, 돈만으로 세상이 돌아간다면 얼마나 좋을까. 돈만으로는 부족했다. 여기서 돈은 거스름돈이었다. 그렇다면 팁은 무엇일까?
그건 바로 이슬람에 대한 보장이었다. 보장이라는 게 유럽에서 흔히들 말하는 종교의 자유에 대한 보장 같은 게 아니오라, 유럽 헌법을 적극적으로 건드리고 싶어 했다. 사사로이는 ‘할랄 푸드’ 같은 문제도 있었고, 중대하게는 기업의 ‘기도 시간 보장’ 같은 것도 있었다. 이미 유럽에는 그런 법이 존재하긴 했지만, 어기면 맞아 죽을 정도로 중대한 위법으로 다뤄지지는 않고 있었다. 그들이 받아들이는 위상이 다른 탓이다. 이것이 터키가 생각하는 팁이었다.
여기서 동이라크는 해당하지 않는데, 동이라크는 현재 EU가 내건 조건을 수용하고 있었다. 그건 바로 금전적인 지원이었다. 정확히는 이라크 북부 유전지대에 아슬아슬하게 발을 걸치고 있는 지역이었기 때문에 유전이 빼앗기는 것도 아닌지라 그렇게 미련을 가질 필요는 없었다. 그보다는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는 당장은 돈이 더 중요했다. 도리어 북부의 땅 조금으로 50년을 살릴 수 있다면 값싼 거래였다.
정확히는 경제가 아니라 한참 진행 중인 몽상과도 같은 거대한 건축물 때문이었지만, 어쨌든 일단 겉으로는 경제가 주체였다.
그리하여 EU가 최종적으로 구상한 국경은 다음과 같았다. 이라크의 다후크에서 시작되어 터키의 바트만에 이른다. 비틀리스를 건너 반(Van) 호수를 약간 끼고 반 남부를 지나 우르미아에 닿는다. 다시 우르미아에서 다후크 북부로 돌아가는 거의 타원 형태의 국경이었다. 물론 실제로 타원은 아니었지만, 그 모습은 마치 마케도니아 공화국과의 국경과도 흡사했다.
블레어는 차라리 3년이라는 시간이라도 잡은 게 대단하다고 기립 박수하며 자화자찬이라도 하고 싶을 정도였다. 힘으로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협상으로 해결하려다 보니까 생긴 일이었다. 한숨부터 나왔다.
솔직히 블레어가 생각하기에 이 방안은 정말이지 병신 같은 짓이었다. 인간적으로 중동에서 소수민족이 탄압받고 있는 것은 정말이지 안타까운 일이다. 그렇다. 안타까운 일이다. 그뿐이다. 자국민도 아니고 타국민의 인권이니 윤리니 그런 건 정치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냥 도움이 되지 않는 수준이 아니라 그냥 거추장스럽기 짝이 없는 것이다.
EU가 중동을 붙잡고 쪼개려고 하는 이유는 다름이 아니라 안정화가 되길 바라서인데, 빌어먹게도 그 안정화가 중동 전체를 불태우는 게 더 쉬운 선택지였다. 강압하고 또 강압하면 될 터였다. 인간이란 결국 더 커다란 힘에 불복하는 족속들이었다.
마치 지금 유럽과 미국의 관계처럼 말이다. 지금이야 EU군이 있지만, 그전까지만 해도 NATO라는 이름으로 미군의 두껍고 든든한 테두리 안에 들어가 호가호위하고 있었다. 미국이 NATO에서 빠질 일은 없겠지만, 그렇다고 정말로 빠졌다가는 다소 곤란해질 터였다.
어쨌든 블레어가 생각하기에 지금처럼 군을 투입하고 또 투입하여 다시는 나타나지 못하도록 테러리스트들을 짓밟으면 언젠가는 테러와의 전쟁이 끝나리라 생각했다. 테러리스트들이 유럽에 대항할 수 없도록, 더불어 다시는 테러를 낼 엄두를 내지 못하도록 시간을 들여 차분히 두들겨 놓으면 되리라고 생각했다.
물론 그것은 불가능한 일이었고 본래 역사에서 자신들 정도의 국력이면 세상 불가능할 게 없다고 장담하던 미국이 이라크를 점령했다가 이라크의 상태만 악화시키고 쫓겨나면서 몸소 증명해냈지만, 이 시대의 인간이 그걸 알 리가 없었다. 시대라고 해봤자 고작 20년이지만, 인간이란 일주일만 돌아가도 복권 긁어서 하루아침에 백만장자가 될 수 있는 게 인간이다. 도리어 블레어가 이 사실을 아는 것이 이상했다.
어디까지나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하고도 아프가니스탄이 친미 정권으로 바뀐 것은 군권을 가지고 있는 부시의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이해도가 비이상적일 정도로 높았으며, 동시에 아프가니스탄 국민이 원하는 대로 해주었고 더 수렁에 빠지기 전에 발 빠르게 빠져나왔기 때문이다. 그리고 막대한 원조 또한 한몫했다.
적어도 아프가니스탄 국민에게 미군은 그들의 종교와 인권을 돌려준 정의의 사도이자 평화의 군대였고, 앞으로 반백 년은 미국과 아프가니스탄 사이에 썩 이렇다 할 큰 사건만 없으면 무난하게 우호국으로 남을 터였다.
‘빌어먹을. 쉬운 길을 내버려 두고 저 괴팍한 작자 때문에 한참을 돌아서 가야만 하다니!’
그놈의 ‘윤리’에 미친 미국인 한 명만 아니었으면 분명 일이 쉽게 돌아갔을 터였다. 물론 이렇게 생각하고 나면 어느 순간 자괴감이 들 때가 있긴 했다. 블레어도 결국에는 현대를 살아가는 인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게 영국을 좀 더 부강하게 만들어주던가? 영국의 안위를 보장해주던가?
“필요하다면 미군이라도 움직여 보이겠습니다. 그래도 안 되겠다는 겁니까?”
설명을 전부 들은 부시는 참다 참다 군대 이야기까지 꺼냈지만, 이미 중동에 군대라면 포화상태였다. 별로 의미가 없었다. 부시가 군대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사태가 하도 급해 이란과 터키를 힘으로라도 찍어 누르려는 생각이었기 때문이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도저히 협상이 불가능해 보였다.
우선 터키의 경우는 헌법 문제가 들어가 있어 EU 내부의 문제였기 때문이다. 쿠르드족도 마찬가지였다. 차라리 죽으면 죽었지 그동안 지켜온 신앙을 포기하라니? 사실 3년은커녕 10년이 걸려도 이상하지 않을 문제들이었다.
그런데도 블레어가 ‘3년’이라고 딱 잘라 말할 수 있는 이유가 있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