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orge Bush's Great America RAW novel - Chapter (236)
조지 부시의 위대한 미국-235화(236/377)
< 235편 >
“터키 쪽은 어떻게든 회원국들을 설득하면 해결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란은 확실히 더도 덜도 말고 3년입니다.”
친 유럽 인사가 이란 내부에 침투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1년, 자리 잡기가 또 1년, 제대로 활동하려면 또 1년이 걸렸다. 그렇게 3년인 것이다.
아프가니스탄에 친미정권을 세우고 예산을 배정한 이후로 CIA가 꽤 침투하긴 했으나, 이란의 의지를 움직일 수 있을 정도는 아니었다. 해봤자 귀동냥보다 조금 나은 수준에 불과했다. 게다가 진짜로 냉전 시절이라면 모를까. 현대에 CIA 따위로 국가를 움직일 수 있겠는가? 했으면 차라리 공식적으로 움직이고 말지. 무슨 영화도 아니고 첩보 조직으로 일국을 움직인단 말인가.
‘이런 빌어먹을! 다른 방법도 아니고 침투시켜서 여론을 바꿔볼 생각을 했단 말이야? 아니, 그보다 조건을 그딴 식으로 내걸어? 이해는 하지. 이해는 한다만. 이런 젠장.’
그렇게 생각한 부시는 화를 가라앉혔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의 고압적인 태도가 달라지는 것은 아니었다. 부시가 에어 포스 원의 기내에서 아예 인두로 엉덩이가 지져진 망아지처럼 펄쩍펄쩍 날뛰며 죄다 갈아 마셔도 시원찮을 놈들이라면 길길이 날뛰었던 것을 상기하면 이것도 상당히 차분하긴 했다.
자본주의 시대에 가장 자본주의 같지 않은 놈들을 상대하려니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그러나 그건 부시만의 생각이 아니었다. 이는 블레어도 같은 생각이었다. 다만 블레어의 경우에는 이란보다는 눈앞에 잔뜩 거드름을 피우고 있는 곰 같은 작자가 더 거슬렸다.
부시가 종교 때문에 골머리를 싸맸다면 블레어는 부시의 선(善) 때문에 골머리를 싸맸다.
‘저 인간이 진실로 일국의 대통령이 맞단 말인가? 아니면 세계의 대통령이라도 될 셈인가? 차라리 위선이라면 다른 이익으로 꼬드기기라도 하지. 저건 진짜배기란 말이다. 이런 육시랄.’
블레어가 만일 일반인이었다면, 이 거한을 앞에 두고서 목청을 높일 수 있는 사실 자체를 칭찬받아야 할 수준이었다. 심약한 사람이었다면 아예 지려서 말도 제대로 못 했을 터이니 말이다. 그러나 블레어도 일국의 총리임과 동시에 그리 성정이 유약한 사람도 아니었다. 정치적이고 물리적인 압박에 지리기에는 너무나도 완숙한 상대였다.
“이란이 다른 조건을 내걸지는 않았습니까? 이란도 이것이 불가능한 조건이라는 걸 알고 있을 텐데?”
정확히는 이란이 불가능을 알고 있음에도 내건 조건이라기보다는, 수락하면 수락하는 데로 이득이고, 그렇다고 수락하지 않으면 않은 대로 좋은 조건이었기 때문이다.
막상 제대로 듣고 나서 곰곰이 생각해 보니 3년이라고 한 게 썩 이유 없는 말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조금 겸연쩍어진 부시가 언성을 낮췄고 그것으로 비공개 회담장에서는 더는 높은 언성을 찾아볼 수 없었다.
‘3년? 3년이라고. 그렇다면 반대로 1년을 3년으로 늘리는 게 더 빠르고 쉽겠구나.’
1년인 까닭은 다음과 같다. 무장만 해체하면 땅 때주고 나라 세우고 원조까지 약속하며 온갖 설레발을 다 치던 것이 다름 아닌 재작년이기 때문이다. 무려 벌써 2년이 지났다. 그러나 협상만 지지부진해지자 EU의 약속을 믿지 못하고 다시 재무장하는 동향이 포착되고 있었다.
부시가 제대로 중동에 개입하기 시작하면서 예산을 투자하여 꾸린 중동 전문가들의 대답은 처음에는 중구난방이었지만, 지식의 잔가지가 정리되고 중동에 대한 이해도가 제법 성숙한 다음 어느 순간 서로 합의를 보았다. 아무리 긍정적으로 보아도 최대 1년이다.
그럼 반대로 그 1년을 3년으로 늘리는 작업에 착수할 생각을 해야지, 3년을 줄이는 건 언어도단이었다. 이름뿐인 자치령이라도 만들어주던 소수민족들만의 일자리를 만들어주던, 어떤 방식으로든 그들의 울분과 불안감을 희석해줄 필요성이 있었다.
부시는 이제 미지근하게 식어버린 찻물을 들이켰다. 부드러웠지만, 쓰디썼다. 그러나 들끓는 속을 가라앉히는 데에는 이것만 한 것도 없었다.
자연재해처럼 어쩔 수 없다고 그냥 바라만 보고 있을 성질을 가진 것이 아니었다. 이대로 방치를 할 시 어떤 식으로든 세계를 뒤흔들 더 크고 더 거친 풍파로서 다시 거듭나리라. 차라리 이것이 중동에서만 끝날 문제였으면 부시도 이렇게까지 초조한 모습을 보이거나 언성을 높이지 않았을 터다.
“최대한 구호품을 늘리고 끊임없이 성과를 선전하십시오. 이건 우리 미국에서 돕겠습니다.”
결국에 부시가 선택한 것은 가장 무난한 선택지였다. 사실 선택지라고 할 법한 것도 없었다. 작금의 중동은 온전히 EU의 세력권이었다. 여기에 미국이 왈가왈부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다만 영국의 경우에는 운명 공동체인 데다가, 이번 사안이 앞으로 세계의 방향성 자체를 건드릴 수 있는 거대한 무언가였기 때문에 이토록 큰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것이었다. 그것이 정치, 외교적으로든. 아니면 진짜로 물리적인 의미로든 크게 틀리지 않았다.
‘이런 젠장맞을. 적어도 중동 내부 소수민족을 분류해서 위험도에 따라서 개인 면담하듯이 달래야겠군.’
“그래서, 이게 전부입니까? 기껏 직접 방문까지 해놓고 누가 더 언성 높이는지 대결하는 거?”
블레어는 불편하다는 기색을 숨길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럴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사실 외교라고 부르는 것도 참으로 웃기긴 했다. 이걸 외교라고 부른다면 어디 길가의 개새끼가 짖는 것도 외교가 아니겠는가?
물론 미국이 도와준다는 건 제법 화색 할 만한 일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 대주겠다는데 싫어할 국가가 도대체 어디 있단 말인가? 국가적 위신이 문제가 있긴 했지만, 그거야 인륜으로 포장하면 그만이고 정 뭣하면 고리타분한 외교적 수식어와 미사여구로 치장하면 그만이었다. 본디 외교란 그런 것이다.
다만 그것과 이건 완전히 별개였다. 방금 그 말싸움 같지도 않은 말싸움은 블레어의 기분을 상하게 하는데 너무나도 효과적이었다. 그나마 외교라는 점과 눈앞의 사내가 미합중국의 대통령이라는 사실이 블레어가 격식을 차리게 하는 마지막 안전장치이자, 블레어가 가진 이성의 끈이 끊어지지 않는 이유였다.
그래서 블레어의 빈정거림대로 이것만 물어보자고 바쁜 와중에 영국에 발걸음을 옮기셨는가 하면, 그게 실은 그건 또 아니었다. 영원한 우방국에 몇 가지 의논하고자 하는 논제가 있긴 있었던 탓이다. 철저한 보안을 요구하는 그런 일 말이다.
“치료제의 개발이 막바지요.”
그거야 블레어도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지금 대서양 건너에서 한참 실험 중인 그 치료제에는 영국의 지분도 분명 존재했다. 일의 진행 상황을 투자자들에게 설명하는 거야 여느 기업에서나 있는 일이었다. 미국의 주도로 돌아가는 사업이라지만, 일단은 다국적 사업이라고 해도 상관없었다.
문제는 이것을 구태여 왜 여기서 꺼내느냐였다. 블레어가 총리 자리를 포커로 딴 게 아니었던 만큼 머잖아 어떻게 된 영문인지 금세 눈치챌 수 있었다. 절대로 할 말이 궁색했던 탓은 아니리라.
‘이 양반이 드디어 콩고물이라도 던져주려는 요량인가?’
그의 임기 동안 영국을 무슨 상갓집 개라도 되는 것처럼 막 굴린 보답임이 틀림없었다. 정확히는 블레어를 위시한 영국의 석유 사업. 다시 말해 브렌트유를 내정 간섭하듯 굴렸다는 말이 맞았지만. 그동안 혜택이 서로 오가지 않은 것은 아니나, 그것만으로는 부족한 감이 없잖아 있었다.
그동안 경제적 파동을 두려워해 슈퍼 사스에 대한 우려를 애써 무시하거나, 치료제가 개발 중이라는 선전을 대대적으로 펼친 덕분에 경제가 위축하지 않을 수 있었다. 만약 지금 사태가 판데믹이라는 사실을 인정했다면 대공황에 필적하는 경제적 위기가 세계구급으로 재현되었을지도 몰랐다.
사실 전 세계적으로 일반적인 정보 매체를 접할 수 있는 이라면, 현재 세계가 직면한 상황이 판데믹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이는 거의 없었다. 다만 WHO는 치료제 개발의 경과와 성과나 나불거리면서 침묵하고 있었고 머잖은 미래에 해결될 것이라고 약조하는 한편 판데믹을 인정하지 않고 있었다.
그러나 항생제도 계속 사용하면 효능이 약해지는 법. 개발 일지가 두터워지면 두터워지는 만큼 사람들의 불안감도 두터워졌다. 그리고 영국의 경우 실제로 거의 한계점에 닿아 있었다.
“예상했듯이. 이 화제를 꺼낸 이유는 치료제 배급 순위는 미합중국의 주요 도시를 제외하면 영국의 런던이요.”
영국의 투자 비용은 시원찮았지만, 어쨌든 자본주의 사회라고 모든 일이 금전으로만 돌아가는 건 아니듯이 치료제 배급 순위 최상위에 영국을 올려주겠다고 말하고 있었다. 런던이라고 한정 짓기는 했지만, 정말로 런던만 있을 리가 없었다. 그가 하는 말은 초도 생산분 이야기일 것이고, 치료제 양산이 본격화되고 나서는 미국에 채 배급이 다 끝나기 전에 영국의 모든 보건소와 병원에는 영국의 모든 국민을 치료하고도 남을 치료제 재고가 쌓일 터였다.
‘반대로 저 양반한테. 혹은 연방 의회에 밉보인 국가는 치료제를 받는 날짜가 좀 늦어지겠지.’
실로 졸렬하다고 할 수 있는 일이지만, 그게 외교 아니겠는가? 한 마디로 꼬우면 미국하고 친하게 지내라는 소리였다.
“그럼 캐나다나 호주. 그리고 뉴질랜드는?”
“영국 다음이요.”
당연하다면 너무나도 당연한 대답이었다. 그들은 5개의 눈으로 묶인 동맹국이자 우방국이었다. 그러나 그중 가장 으뜸을 고르라고 하면 단언컨대 영국이었다. 블레어는 그것만으로도 흡족한 표정으로 되돌릴 수 있었다. 세계 최강대국의 최우방국. 세계가 묘하게 불안정해 보이는 이 시국에 이것만큼 안심되는 칭호도 없었다.
블레어가 외교에 무능해서 표정을 숨기지 않는 거나 무례한 언사를 내보이는 게 아니었다. 그럴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블레어는 당당했다. 가장 첫째로 본인이 할 만큼 했기 때문이고, 둘째로는 초강대국에 고개는 숙이되 그렇다고 얕보일 까닭도 없었던 탓이다.
“그 외에도···. 그렇군. 중동에서 최대한 발을 빼라는 권유를 하고 싶습니다만.”
방금까지만 해도 안하무인처럼 굴던 인간이 이번에는 소극적이었다. 물론 말을 흐리거나 한 것은 아니지만, 차를 마시기 전에는 혈관이 터질세라 목청을 높였던 인간이라는 점을 상기하면 충분히 소극적이었다.
‘이건 또 무슨 소리인가? 설마 내정 간섭을 아닐 테고. 충고? 이걸 단순한 충고라고 하기에는 좀 걸리는데.’
이 말을 들은 블레어는 잠시 고민하더니, 답이 나오질 않아 그냥 직설적으로 물어보기로 했다.
“그건 도대체 어떤 의도입니까?”
“말 그대로지요. 너무 깊게 관여하면 테러를 당할지도 모르니까.”
그러나 부시의 입에서 나온 말은 블레어의 기대와는 좀 어긋나는 대답이었다. 일국의 대통령도 아니고 최우방국이자 초강대국의 대통령이 하는 말이니 무언가 대단한 이유라도 있으리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걸 걱정하기에는 너무 멀리 온 거 아닙니까?”
테러와의 전쟁을 끝내고자 온 유럽이 은연중에 이익보다는 손해를 보고 있음을 알고 있음에도 중동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중인데, 테러를 당하기 싫으면 테러와의 전쟁을 하지 말라니? 이건 무슨 개 풀 뜯어 먹는 소리란 말인가?
설령 나온다고 한들 나오는 족족 정의의 개머리판으로 두더지 잡기 게임처럼 내려찍으면 그만이다. 그렇지 않아도 최근 EU의 몇몇 국가는 지속해서 일어나는 작고 큰 테러 때문에 러시아의 테러 대응 교리를 받아드려야 하나 고민 중이었다. 게다가 부시의 조언을 받아들여 발을 빼려고 한들 블레어의 말처럼 영국은 너무 멀리 왔다.
“그야 테러리스트의 본산지가 중동인 건 맞지만, 그렇다고 테러리스트들이 중동에만 있는 것도 아니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