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orge Bush's Great America RAW novel - Chapter (237)
조지 부시의 위대한 미국-236화(237/377)
< 236화 >
미국과 영국이 불편하고 껄끄러운 만남을 갖고 있을 무렵,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점차 사달이 나고 있었다. 그곳은 아프리카였다. 아프리카는 19세기 식민열강이 조져놓은 나라 중에서 가장 잘 조져지고, 지금까지도 영향이 강하게 남은 나라였다.
쉽게 말하면 유럽 열강이 아프리카의 부를 가져간 만큼, 아프리카는 망가져 갔다. 다시 말해 오늘날 아프리카가 가난한 까닭은 19, 20세기에 벌어졌던 수탈과정에 있었다. 물론 그 이후에도 또 다른 이유가 원체 많기야 하지만, 주된 원인은 대부분 유럽 때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러나 지금 중요한 건 아프리카가 가난한 이유보다는, 아프리카가 가난하기 때문에 아프리카의 각 나라에서 핵심 도시급을 제외하면 위생 시설이 없다시피 하다는 것이었다. 그렇다. 위생 시설이다. 방역 시설도 보건 시설도 아닌 ‘위생 시설’이란 말이다.
아프리카 대륙 전체가 빈민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지만, 그중에서도 특출나게 빈민국 하나를 꼽으라면 단언컨대 그건 콩고였다. 2번에 걸친 콩고 내전은 그렇지 않아도 부러질듯한 콩고의 척수를 아주 못 쓰도록 분질러놓았다.
이런 나라에서는 슈퍼 사스 걱정이 아니라 당장 내일 먹고 사는 것 자체를 걱정해야 했다. 정확히는 10세기 봉건 사회에서나 하던 걱정을 해야 한다는 게 맞았다. 당장이라도 날강도 같은 인간들의 총에 맞아 죽지 않을까? 혹은 자신이 애써 만든 결실을 누군가 힘으로 빼앗아가지는 않을까? 같은 걱정들 말이다. 그것도 개인 단위가 아니라 마을 단위로 그래야만 했다. 콩고는 실로 난세였다.
그러나 국민의 걱정과는 별개로 슈퍼 사스는 생각보다 그들에게 치명적인 존재였다. 위생 관념이 있긴 있었지만, 그렇다고 선진국에 비하면 그들이 가진 위생 관념은 있으나 마나 한 것들이었다. 차라리 마음 놓고 국경 폐쇄라도 할 수 있으면 모를까, 국경이 폐쇄되는 순간이 콩고가 진실로 망하는 순간이었다.
신경 쓸 틈이 없었고 특히 동부지역은 절반 이상이 슈퍼 사스 보균자가 되었다. 하지만 이는 콩고 정부의 있으나 마나 한 행정력으로는 파악하고 있지조차 못한 사실이었으며 동시에 국제사회에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었다.
이는 사실 전자나 후자나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었는데, 전자의 경우 약 7년 전에 전쟁으로 인해 제대로 된 정부군이 완전히 와해 되었기 때문이었다. 절대로 7년이라는 세월이 작은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7년이라는 세월로 나라를 재건하기에는 7년은 너무나도 부족했다. 사실 실제로는 7년조차 아니었다.
전쟁이 끝난 것 자체는 거의 2년 전이다. 나라가 이 꼬락서니가 되도록 박살 난 게 7년 전이라는 거지. 나라 꼴이 이러한데 군은 어떻겠는가? 현재 콩고군은 오합지졸 그 자체였다. 사실 이걸 군이라고 불러야 할지조차도 의문이었다.
후자의 경우 이번 사태 자체가 ‘병에 좀 감염되면 뭐 어때? 곧 치료제가 나올 건데?’ 같은 분위기 속에서 제대로 된 통계조차 나오고 있지 않았기 때문에 아프리카의 후진국에서 슈퍼 사스가 얼마나 퍼지든 말든 관심이 없었다는 말이 더 맞았다.
그래서 결론이 뭐냐? 콩고가 이렇듯 아프리카는 슈퍼 사스로 사망하는 인구수가 가장 높은 대륙이 되었다. ‘감염자 수’만이라면 선진국이 한참 더 많았지만, 걸리면 제대로 된 의료 시설에서 깨끗한 물과 음식을 접할 수 있었지만, 아프리카는 극소수를 제외하면 그렇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인도에서도 썩 좋지 못한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중동에서 쫓겨난 알 카에다는 세계로 뻗어 나가고 있었다. 이는 자의가 아닌 타의에서 벌어진 일이었다. 그러나 정말로 연고도 없는 곳으로 가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결국에는 해봤자 어디 유럽에 진짜로 테러하러 가거나 혹은 인도로 옮겨갔다.
어째서 인도인고? 하면 등잔 밑이 어둡기 때문이다. 인도에서도 크고 작은 테러 소탕 작전이 펼쳐지긴 하지만, 중동에 비하면 새 발의 피나 다름없었다. 공권력이 제대로 행사될 수 없는 국가는 부패의 온상이 되기 쉬우며, 동시에 범죄자들에게는 몸을 숨기고 힘을 기르기에 너무나도 적절한 곳이었다.
아프리카로 가는 이들도 만만찮게 존재했지만, 이곳 인도만큼은 아니었다. 적어도 인도에는 이미 아프리카와는 달리 알 카에다 조직이 자리를 잡고 있었기 때문이었고, 더불어 옛 현인이 말하길 나무를 숨기려면 숲에 숨기라고 했던가?
인도가 아무리 힌두교의 나라라곤 하나, 그렇다고 이슬람교가 딱히 적은 것도 아니었다. 적어도 10%는 확실히 이슬람교였다. 아니, 도리어 최근 들어 생겨난 난민으로 인해 더 많아지고 있었다. 이제는 적어도 12% 정도는 확실히 무슬림이였다.
10%가 누구 집 개 이름이던가? 마트에서 할인할 때나 별 대수롭지 않게 보이는 거지 회사 경영난으로 월급에서 10% 깎는다고 하면 퇴사할 사람들이 널리고 널렸다. 10%란 그런 수치다. 현재 인도의 인구수가 약 11억이다. 11억 중 10%면 1억 1천이다.
그런데 여기서 12%가 힌두교도가 갑자기 어느 날 하늘에서 내려온 계시를 받고 이슬람교에 큰 감명을 받아 개종해서 늘어났을 리는 없으니 결국에는 총인구수가 늘어난 것이었다. 반대로 말해서 수천만의 난민과 그 안에 숨어 있는 알 카에다를 온전히 받아내야 했다.
인도 정부야 다 쫓아내고 싶은 마음에 강했지만, 미국의 원조를 받는 도중에 정말로 그렇게 할 수는 없었다. 정확히는 미국으로부터 일종의 ‘난민 기금’을 받고 있었다. 물론 이게 진짜로 난민에 쓰이는 일은 없었지만, 어쨌든 난민 지원이라는 명목으로 받아내고 있었으니 강경책을 펼치기가 너무나도 어려웠다.
“시발(Блять)!”
이야기는 러시아로 넘어간다. 충분히 대비하지 못한 러시아는 치명적인 타격을 입어야만 했다. 제일 억울한 것은 대비하고 있었다는 사실 그 자체였다. 그야 대비하지 않고 있는 것보다는 나았겠지만, 대비를 차마 마치기 전에 당했으니 피가 거꾸로 솟는 기분이었다.
적어도 러시아 정부에 소속된 인간이라면, 이 감정을 공유하고 있었다. 그리고 단언컨대 그 필두는 블라디미르 푸틴이었다.
“이런 빌어먹을! 어떻게 이럴 수 있단 말인가!”
푸틴의 휘몰아치는 감정이 외부로 표출되며 그 여파로 책상 위에 있던 온갖 기물이 사방으로 날아가 처참하게 박살 났지만, 푸틴은 이 사실에 전혀 개의치 아니하였다. 진실로 분노한 푸틴의 눈에는 크렘린궁과 그 가구가 가지고 있는 유구한 역사 따위는 눈에 차지조차 않았다. 그래봤자 한낱 물건 아닌가? 차라리 물건 따위로 푸틴의 기분의 풀릴 수 있다면 차라리 그편이 나았다.
짜증이 난다고 겉으로 표출하는 인물이 아니다. 최근 들어 하나도 되는 일이 없어 자주 조바심이 나곤 했지만, 역시나 평범한 인간은 아닌지라 이렇게 화를 내는 도중에도 머릿속에서는 다음 계획이 세워지고 있었다. 절대로 범인(凡人)은 따라 할 수도 따라 할 이유도 없는 참으로 독특한 사고방식이었지만,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작금의 러시아는 불안정하기 짝이 없었다.
‘풀칠이라도 좀 하나 싶었더니 이 모양이 이 꼴이군!’
군축이냐? 유지냐? 이 두 선택지 사이에서 얻을 수 있는 손익을 가늠하며 갈팡질팡하는 사이에도 러시아를 지탱할 수 있는 예산은 점점 증발하고 있었다.
‘개편이라도 해야 하나?’
여기서 말하는 개편은 군사 개편이 아니라 행정 개편을 의미했다. 그렇지 않아도 실상 권위가 재정 러시아의 차르나 다름없는 자신에게 오만불손한 친구들이 한둘이 아니었다. 몇 명 본보기를 보여 공고히 하고 나면 착복한 재산도 거둬들여 예산안에 편성시킬 수 있으니 그야말로 일석이조 아니겠는가?
다만 정치적으로 어떻게 움직이느냐인데, 지금 푸틴의 권력은 없던 사실도 만들어내고 군경을 사사로이 움직일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 구체적으로 마음만 먹는다면 자국의 변방 도시 하나 정도는 불태워버리고 무마시켜버릴 수 있는 그런 권세의 소유자였다.
물론 후폭풍을 감당하는 데에는 막대한 예산이 들어가겠지만, 구태여 예를 들자면 그렇다는 거다. 그런 말도 안 되는 짓을 벌이고도 감당할 수 있는 근거 있는 자신감이 푸틴에게는 있었다.
반대로 말해서 그나마 정부에 힘이 있으니 뭘 하려고 해도 진행이 일단 겉으로나마 진행은 되는 거다. 본래 겉으로나마 이루어지지 않는 나라가 부기지수다. 미국만 해도 제대로 돌아가질 않아서 부시 그 양반이 부패와 병폐에 대한 대처와 긴급 시국이랍시고 공권력부터 틀어잡지 않았던가?
어쨌든 중요한 건 방금 그렇게 하기로 마음먹었다는 거다. 다만 지금껏 푸틴이 몰라서 개혁을 진행하지 않고 있던가? 사실 개혁이라고 하기에도 좀 그렇긴 했다. 어차피 온갖 정치적인 수식어로 변형할 예정이었지만, 간단하게 말해서 ‘미래의 정적들과 마음에 들지 않는 관료들을 탈탈 털어 국고에 이바지시킨다.’가 내용이었으니 말이다.
어쨌든 배보다 배꼽이 더 크지 않을까 걱정되는 것도 사실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행정력이 절박한 시점에 행정력에 필수적인 인물들을 쳐내야 한다니? 군부에서 피의 숙청을 벌이고 나치에게 탈탈 털린 스탈린처럼 될까 봐 살짝 걱정되기도 했지만, 어차피 이대로라고 해서 잘 돌아갈 것이라는 보장도 없잖은가? 러시아 행정력과 공권력의 부패는 국내를 넘어서 세계인이 다 아는 사실이었다.
‘그렇다면 차라리 겁이라도 줘서 움직이게 만드는 수밖에.’
말로 할 땐 비웃더라도, 목에 칼이 들어오면 한없이 유순해지는 게 인간이다. 이런 비상시국에선 제아무리 국민이라도 해도 말을 듣지 않으면 마땅히 목에 칼을 가져다 대야 하지 않겠는가?
“이렇게 생각하니 곤란할 것도 없군.”
실로 독재자의 사고방식이었으나, 그게 블라디미르 푸틴이라는 인간이었다. 본래라면 다소 부드럽고 세련된 방식으로 통치하고 싶었으나 시대가 그것을 바라지 않으니 참으로 오호통재가 아닐 수 없었다.
‘10년 뒤였다면 사우디와도 석유 전쟁을 벌여볼 만하긴 했겠지만, 하긴 차라리 지금이니까 나은 건가?’
어차피 피차 천연자원에 국운을 의지하는 건 사우디나 러시아나 다 거기서 거기였다. 이 석유 전쟁이 얼마나 갈지는 모르겠으나, 러시아에 비축된 국고가 전부 떨어질 때까지 이어지지 않기만을 바랄 뿐이었다.
“군축. 군축이라.”
푸틴은 저도 모르게 헛웃음을 흘리면서 그 단어를 속으로 몇 번이나 곱씹었다. 러시아의 알파이자 오메가. 빛이자 소금. 러시아군에 군축이라는 발상이 찾아올 줄 누가 알았겠는가?
‘해도 문제고 안 해도 문제로군.’
그동안 러시아군이 더럽게 비대한 속 빈 강정이라는 걸 알면서도 괜히 유지한 게 아니었다. 군대라는 게 질적으로도 좋으면 좋겠지만, 어쨌든 좋든 싫든 재래식 병기를 사용하는 전쟁에서 물량이라는 건 무시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누군가는 핵미사일이나 생화학 병기 같은 비대칭 무기에 대해서 논하고자 하는 이도 있겠지만, 만일 핵미사일이 한발이라도 지구 표면에서 궤도로 올라가는 날에는 이미 전쟁이 아니라 인류 멸망이라고 불러야 하니 논외로 쳐야 한다.
그리고 딱히 러시아라고 해서 핵병기가 없는 것도 아니잖은가. 도리어 비공식적으로 세계에서 가장 많은 핵을 보유한 나라지.
더불어 ‘군대 때문에 경제가 망가지면 그것이야말로 멍청한 짓 아니겠냐!’라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야 그럴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건 하나는 알고 둘은 모르는 사람이나 하는 말이다.
물론 국가와 국민이 군국주의에 빠져 군대를 유지하기 위해서 국가 세수 대부분을 가져다 바치게 되면 그땐 문제가 되긴 하겠지만, 현재 러시아가 가진 패권을 수호하고 위신을 유지하며 미래에 있을 이익을 지키기 위해서는 현재 규모가 필수적이었다. 그리고 아직 그 정도는 아니었다.
만일 그런 날이 온다고 하더라도, 적어도 올해는 아니었다.
‘젠장. 군축이라도 했다간 세계에 얕보이고 그대로 조지아가 날뛰겠지. 그렇지 않아도 발트 3국이 미약하게나마 영향권에 편입되어서 벌집 쑤셔놓은 꼴이 되었는데.’
결정적으로 차라리 유럽권이 군축이라도 했으면 모를까, 전차를 새로 찍어내고 있는 판국에 군축은 무슨 얼어 죽을 군축이란 말인가?
결국에 푸틴이 한 선택은 현상 유지였다. 그러나 그 유지를 위해서 얼마나 많은 돈이 증발할지에 대해서는 푸틴조차 의식의 한구석으로 밀어 최대한 외면하는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