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orge Bush's Great America RAW novel - Chapter (24)
조지 부시의 위대한 미국-23화(24/377)
< 23편 >
이브라힘 이븐 아와드 이븐 이브라힘 이븐 알리 이븐 무함마드 알-바드리 앗-사마라이.
주문이 아니다. 사람 이름이다.
일단은 보통 부르게 되면 모두가 이 사람을 ‘이브라힘’이라고 부른다. 그는 올해 들어 서른 살이며, 대학 때문에 바그다드에서 살고 있었다. 독실한 무슬림이였기 때문에 모스크 옆에 집을 두고 살고 있었다.
뭐, 그렇다고 그가 썩 좋은 인상의 사내였다는 말은 아니었다. 특출날 것 없이 자전거를 좋아했고, 농구를 사랑했다. 이렇게 보면 참으로 세속적이 아닌가 싶기도 했지만, 사담 후세인의 영향으로 이라크의 성향 자체가 그러했다. 세속적으로 보이지만, 일반인의 시선에서 보자면 이브라힘은 이라크 내에서 독실한 편이었다. 독실이란 게 별거인가? 교리대로 빡빡하게 살면 그게 독실이지.
바그다드에 수비대와 시위대가 맞붙을 때 그가 한 일이라고는 모스크 지하에 움츠러들어 최대한 포격과 폭격을 버티는 일이었다. 사실, 이브라힘이 아니더라도 시위에 관련되지 않은 인물이라면 모두가 그리하였다.
아무리 정신이 나가도 중동에서 모스크를 건드리는 법은 없었으니까.
그런데 그것이 실제로 일어나고 말았다! 모스크에 폭탄이 떨어지고, 그가 지하실 한구석에서 그것을 알아차렸을 때 얼마나 어처구니가 없었던지! 지상으로 가는 길이 막혀버리고 손에 들고 있는 것이라고는 모래 한 줌이라는 것을 깨달았을 땐 더 어처구니가 없었다.
이브라힘은 모스크 아래에서 생매장당한 것이다.
그가 갇힌 지하는 전기가 나가고 전구가 깨져 완벽한 어둠을 조성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이브라힘은 시간과 방향감각을 상실하고 붕 뜨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찌들고 상한 곰팡내가 포함된 분진과 화약이 자아내는 비릿한 먼지 사이에서 그는 빛을 보았다. 조금씩, 조금씩. 그는 빛을 향하여 나아갔다. 육체가 아니라 영혼으로, 의식으로. 배에서 입을 통하여 광명을 향하는 해방감과 고양감을 느꼈다.
빛의 문을 지나서 빛으로. 빛에서 다시 어둠으로. 어둠과 빛은 하나요. 어둠 또한 알라께서 창조하시었으니 이 또한 알라께서 만드신 것이 아니던가? 그렇다면 어찌하여 저항하느냐 이브라힘아. 우리가 어찌하여 어둠에 저항할 필요가 있단 말이더냐? 어둠에 저항하여 어찌하여 빛의 갑옷으로 무장할 필요가 있단 말이냐?
선조 무함마드께서 말씀하신 알라의 율법이란, 진리란. 이리도 작은 것이었단 말인가?
그리하면 이리 말할 수도 있으리라. 나는 각성했노라. 쿠란에 나오는 예언자들과 같은 위치에 서 있노라. 그들마저 뛰어넘어 신천지를 보았도다!
그래서?
그래서 그것이 어쨌다는 말인가. 하찮다. 미물이다.
알라께서 일곱 날 동안 빚으신 우주와 비교해보자 금세 자신의 깨달음이 실로 작아 보였다.
즉, 만물과 인간은 하나다. 인간은 만물과 하나다. 따라서.
“여기 사람이 있다!”
나는 우주다.
안타깝게도 구출된 이후 깨달음을 향한 고양감은 사그라들었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깨달음은 남아 있어 기쁜 마음으로 알라를 향해 기도를 드릴 수 있었다. 깨달음을 얻은 장소로 다시 가고 싶었으나 다시 돌아갈 수는 없었다. 폭발이 났기 때문이었다. 아마 ‘가스’라도 새고 있었던 모양이지.
그 이후에는 ‘알 카에다’에 들어갔다.
무엇보다 알라께서 내려주신 율법을 중시하는 이들이라면 자신의 깨달음을 공유할 수 있으리라 믿었기 때문이었다. 더불어 그가 대학을 다녔기 때문에 기본 지식이 탄탄하다는 점. 그리고 독실하다는 점을 높이 사 좋은 자리를 얻을 수 있었다.
일주일이 되지 않아 그는 조직 내에서도 빠르게 두각을 나타내었고 머잖아 알 카에다의 실세이자 지도자인 자르카위의 눈에 들게 되는 일이 일어났다.
하루는 이브라힘이 술을 마시고 있었는데. 알 카에다의 조직원 하나가 이브라힘을 심하게 모독했다. 그리하여 이브라힘이 칼을 들어 무지한 사람 한 명을 무참히 살해하였는데, 그는 자르카위의 심복이었다. 그는 이슬람 원리주의에 충실하였기 때문에 술을 즐기던 자르카위와는 달리 정말로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혀를 내두를 정도로 지독하게 율법을 지키고 있었다.
“아니, 이브라힘아. 어찌하여 그를 죽였느냐?”
“그가 알라를 모독했기 때문입니다.”
“대체 어떻게 모독했단 말이더냐?”
그가 자르카위의 심복이기는 했으나 종교적 토론을 통해 자르카위보다 율법과 교리를 잘 이해하고 있음이 입증되어 술을 마시려고 하면 꾸준히 방해하는 자였다. 그렇다 보니까 자르카위조차 조직 내에서 함부로 대하기가 힘들어 그가 보이면 술을 마시다가도 숨기기 급급했다.
“그가 인간의 어둠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배척했기 때문입니다.”
“그게 어찌하여 잘못이란 말이더냐?”
“어둠 또한 알라께서 만드셨습니다. 따라서 어둠을 포옹하지 않는 일은 알라를 모독하는 일과 같습니다.”
“그 말이 옳다!”
그 말을 들은 자르카위는 가슴을 통해 시야가 넓어지는 감각을 체감했다. 그래, 왜 이 생각을 하질 못했을꼬! 술 또한 알라께서 만드신 것이 아니던가?
“너의 이름은 아브라힘이 아니다! 오늘부터 네 이름은 아부 바르크 알 바그다디다!”
“자르카위! 나의 스승이시여!”
“바그다디. 나의 제자여.”
운명에 이끌리듯 아주 극도로 짧은 시간에 자르카위와 바그다디는 사제지간이 되었다.
“유럽은 결국 미국처럼 이라크에 군을 파견할 겁니다.”
딱히 현자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알 수 있는 일이었고, 누구나 알고 있는 일이었다. 알 카에다는 이라크 정부를 해체하고 세속주의의 악마인 사담 후세인을 처형했다. 더불어 바그다드 전체를 요새로 만드는 프로젝트를 계시했다. 이 프로젝트에는 많은 민간인이 희생되었으나, 그만큼의 값어치가 있다고 생각했다.
마치 그 모습이 불굴의 요새라 일컫던 마지노선의 공사현장을 방불케 했다.
거, 왜 북한에서 만리마 운동이니, 맨날 속도전! 속도전이다! 외치는 그거 있지 않은가. 그거다 그거.
그런데 그거 아나? 그 마지노선도 결함 그 자체였다는 것을. 물론 아무리 멍청해도 그것을 모를 리가 없었고 ‘감미롭고 깔쌈하게 선빵을 날리면 유럽이 알아서 기지 않을까?’라는 의견이 나왔고 모든 사상이 테러로 직결되는 테러리스트답게 이 의견은 아주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그러니까 수도마다 총포탄을 마구잡이로 터뜨려서 ‘우리에게 대항하려고 하면 당신의 집에도 폭탄이 터질 것이다!’라고 공포감을 유전자 단위로 심어준다면, 유리한 협상이 가능하지 않겠는가? 그것을 들은 자르카위는 무릎을 치고 일어났으며 그 의견을 낸 바그다디는 단숨에 알 카에다의 이인자가 되었다.
물론 제정신이 박혀 있는 인간이 없는 것은 아니어서 합리적으로 반박했지만, 이 친구야. 어디 조직이 합리적으로 돌아가는 것을 본 적이 있나? 바른말을 입에 담는 이들은 불신자 또는 배교자가 되어 알라의 곁으로 올라갔다.
참으로 어디서 많이 본 생각 같지 않은가? 구체적으로는 2차 세계대전 당시 태평양 전쟁에서 말이다.
망상이란 비눗방울과도 같아서 볼 때는 아름답지만, 섣불리 건드리면 터져버리는 녀석이었다. 하나 방울이 크면 클수록 터질 때 소리도 큰 법 아니겠는가? 이 방울은 너무나도 크기가 컸다.
유럽 전체를 집어삼킬 정도로.
* * *
EU. 그러니까 유럽 연합에는 솅겐 조약이라는 게 있었다. 어렵게 설명할 것 없이 EU 회원국끼리는 국경을 치지 않는다는 조약이다. 한마디로 다른 국가로 갈 때 EU 회원국이라면 마치 국내 여행처럼 비자를 낼 필요가 없었다!
문제는 비자가 없다 보니까 범죄자부터 테러리스트까지 참으로 밀입국하기 좋은 환경이 조성되어 있었다는 점이다. 미국은 이 문제에 대해서 보고서를 내어 경고했지만, 그런 건 EU 회원국 전부가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그렇다고 다시 철폐하자니 좀 그랬고, 그렇다고 검문을 하자니 차라리 비자를 발급하고 말지. 하지만 비자를 발급하면 솅겐 조약은 왜 있는 건데?
‘아이고 시발. 복잡해 죽겠다.’하고 대책 따위는 때려치운 지 오래였다. 그나마 효력이 있어 보이는 건 불심검문이었는데, 그나마도 드문드문 이뤄져 실적이 전무했다.
그러니 이런 일이 벌어졌더라도 EU는 그 누구도 비판할 수 없었다.
EU는 물론이거니와 전 세계가 이라크에서 벌어진 알 카에다의 점령 행위를 규탄했다. 다만 EU는 타국과는 다르게 덩치도 큰 만큼 구태여 쓸모없는 한 마디를 더 붙였는데. 성난 민심을 잠재우기 위함이었다.
“이라크에서 꺼져라! 꺼지지 않으면 탈레반처럼 만들어주겠다!”
아주 불꽃 남자가 따로 없었다. 이는 어찌 보면 알 카에다에게 장갑을 내던진 것이기도 했고, 현대에 벌어질 아주 작은 십자군 전쟁이라고 해도 상관없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미합중국의 패권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발언이기도 했다는 점이다.
뭐, 정작 그 미합중국의 대통령인 조지 부시가 미적지근하게 받아들였기 때문에 여론이 조금 성나기는 했어도 별문제가 없었지만.
유럽에는 별일이 생겼다.
“이건 에투알 개선문입니다. 19세기 당시 나폴레옹 황제는 아우스터리츠 전투에서 승리한 기념으로 개선문을 건설하고자 했고, 개선문은 나폴레옹의 사후에….”
에투알 개선문은 프랑스의 샤를 드골 광장에 있는 문이다. 높이는 50M요. 너비는 45M이고. 세계 1차대전 당시 무명용사의 묘비가 있는 장소다. 문에는 라 마르세예즈가 조각되어 있다. 온갖 문화제가 즐비한 파리에서도 개선문은 에펠탑과 함께 특별한 지위를 지니고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러니까 이런 특별한 문화제가 무너져내린다면, 유럽 사회에 미치는 파급력은 언어나 수치로 표현할 수 있는 것이 아니리라.
거대한 트레일러를 실은 30톤짜리 식료품 트럭이 개선문 한가운데로 밀고 들어왔다. 석제로 만든 차량 차단봉(Bollard)이 있었지만, 20톤짜리 덤프트럭이 ‘실수’로 적재함을 들어버리는 바람에 차단봉 위가 온통 흙과 자갈로 덮인 상태였다. 당연히 이를 치우기 위해 인력이 동원되었고 이 27톤짜리 트럭은 아주 간단하게 이 위를 넘어갈 수 있었다.
그 순간에도 흙과 자갈들을 처리하기 위해 인력이 동원되고 있었지만, 그 성실한 노동자들의 최후는 더 말할 것도 없으리라. 개선문 한가운데를 지키고 있었던 경비는 강철로 만들어진 검은 소 앞에서 너무나도 무력한 존재였고 이윽고 적재함 안에 고이 잠들어 있던 파멸이 눈을 떴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에도 볼 수 없었던 폭탄의 섬광이 샤를 드골 광장을 가득 메웠다.
프랑스 파리에서 에투알 개선문에서, 독일의 베를린에서, 영국의 런던에서, 스페인의 마드리드에서, 오스트리아의 빈에서, 폴란드의 바르샤바에서, 그리스의 아테네에서, 스위스의 취리히에서, 이탈리아의 로마 그중에서도 바티칸의 거리에서.
각양각색의 방법으로 테러가 실행되었다. 테러는 너무나도 손쉬웠다.
“이건 전부 프리메이슨의 음모다!!!”
이에 대한 유럽의 반응은 더 말할 것도 없었다. 도리어 현실감이 오지 않아 각국에서 음모론을 제기하는 이들이 프리메이슨과 일루미나티가 대대적 중동 지배를 위한 발판을 설계했다고 설레발을 칠 정도로 정말이지 뜬금없는 일이었다.
전후 사정을 모른다면 음모론자들이 설파하는 음모론이 더 합리적으로 들릴 지경이라 몇몇 정치인마저 공황상태에 빠질 정도였다.
솔직히 말해서, 아니! 옆 동네 탈레반이 미국에 털린 지가 언제라고 이런 일을 벌인단 말인가? 그러니까 최소한 우동 사리가 아니라 사람 새끼의 뇌를 가지고 있다면, 상식이라는 것이 적어도 뇌세포 안에 내포되어있는 뉴런 속에 존재하고 있다면 어떻게 될지 눈에 빤히 보이지 않는가?
하지만, 그렇지만! 다시 한번 말하지만! 세상이란 ‘그리 합리적으로 돌아가는 곳’이 아니었다. 총천연색 엿가락을 처먹은 유럽 연합 및 유럽국은 최대한 알 카에다에게 정성을 다해 보답해 주기로 결의했다.
이것이 의미하는 건 십자군이였다. 최초에 계획된 작은 십자군이 아니라 유럽 전체가 움직이는 거대한 십자군.
아마 ‘러시아 붉은 광장’에서 폭탄이 터지지만 않았다면 정말로 기독 십자군의 재현이었겠지.
워, 진짜 클났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