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orge Bush's Great America RAW novel - Chapter (240)
조지 부시의 위대한 미국-239화(240/377)
< 239편 >
세계가 오매불망 기다려온 치료제 양산이 드디어 미국에서 시작될 무렵, 대서양 건너 독일의 연방 총리 집무실에서는 그 치료제 양산을 진두지휘한 양반의 분석이 끝났다. 정보기관의 사활을 걸고 이 잡듯이 분석한 것은 비단 한국만이 아니었다.
“이야, 이거 제가 지금까지 분석해본 인간군상 중에서 가장 뛰어난 또라이입니다. 미국인들이 무슨 생각으로 저놈한테 권력을 쥐여 줬는지 모르겠습니다.”
“그 정도인가?”
독일 총리인 게르하르트 슈뢰더는 연방 정보원에 소속된 한 심리학자에게 보고를 받고 있었다. 슈뢰더는 다음 해에는 꼼짝없이 내려와야 할 처지였지만, 알게 뭔가. 그는 권력을 붙들고 있을 만큼 붙들고 있을 생각이었다. 슈뢰더가 판단하기에 이번 인물 분석은 그 권력 유지에 필수 사항이었다.
의아스럽다는 감상이 그대로 드러난 대답에 심리학자는 잠시 머뭇거리더니, 이내 한숨을 내쉬며 보고서를 보안 서류 가방에서 꺼내 집무실 책상 위에 올려두었다. 보고서는 슈뢰더의 생각만큼 두껍지 않았다.
“단언컨대 제 일평생 새워온 업적 중 저 인간 패턴 분석한 게 가장 큰 업적일 겁니다. 만약 이걸 뛰어넘는 업적이 나오려면 저 인간이 헌법을 고쳐 3선을 했을 때일 겁니다. 그럼 그때가 바로 제가 그 인간을 재분석할 때일 테니까요.”
‘3선’이라, ‘헌법을 고친다.’라. 참으로 매력적인 선택지다. 할 수만 있다면 슈뢰더도 하고 싶었다. 헌법 개헌은 그야말로 독이 든 성배였다. 참으로 매력적이지만, 마시게 되면 마땅한 대가를 치러야 하리라. 그리고 슈뢰더는 그것을 감당할 자신이 없었다.
‘그렇게 하지 않아도 어차피 독일은 연임제한이나 중인 제한이 없으니까. 그래도 헌법 개헌이라. 실로 매력적이군.’
하지만 그렇게는 할 수 없다. 별일도 없는데 헌법을 무작정 바꿀 수는 없다. 아마 그걸 건드리는 날이 슈뢰더 정치 인생의 종지부를 찍는 날이리라. 거기까지 생각한 슈뢰더는 아무도 모르게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한숨으로 인해 온갖 복잡한 감정이 빠져나가면서 공허해지자, 슈뢰더의 머릿속에는 자연스럽게 의아함이 깃들었다.
“저 양반은 그럴 능력이 있을 줄 알았는데. 헌법 개헌 말이야.”
전통의 양당 체제 때문에 완전히 휘어잡지는 못했지만, 공화당은 완전히 휘어잡았고 공권력은 완벽하게 정부의 개가 되었다. 언론은 자기 입맛대로 조절할 수 있게 되었고 국민은 대부분이 그를 지지하고 있다.
아마 그가 필요하다고 제대로 설명만 할 수 있다면, 당장이라도 3선으로 바꿀 수 있을 터였다. 특히 지금까지 나온 분석에 의하면 남을 잘 못 믿는 성격이라고 했다. 오죽하면 하루에도 400건이 넘는 문건을 혼자서 처리한다고 하지 않던가?
그런데 그 중요한 자리를 순순히 남에게 넘길 기분이 든단 말인가?
“말을 물가에 데리고 갈 수는 있어도 물을 마시게 할 수는 없지 않습니까?”
평안 감사도 저 싫으면 그만이라는 뜻이렷다. 이것이 슈뢰더의 의문에 명확한 대답은 되지 못했지만, 이대로 계속 질질 끌게 되면 밑도 끝도 없이 늘어나겠다는 생각에 슈뢰더는 침묵했다. 그것을 이야기를 계속하라는 신호로 알아들었는지 심리학자는 본론으로 들어가기 위해서 입을 열었다.
정확히는 본론으로 들어가기 전에 꼭 해야 하는 말을 하기로 했다.
“아시다시피 이것도 결국에는 모인 정보의 취합입니다. 다시 말해 정보가 조금이라도 잘못되어 있다면, 제 잘못이 아니라는 거죠.”
다소 오차나 괴리가 있더라도 분석가가 아니라 정보원의 잘못이라는 소리였다. 쉽게 말하자면 일종의 보험이었다. 직설적이긴 했지만, 보신이면 몰라도 출세와는 거리가 먼 그의 특성이었다.
‘국민 혈세 빨아먹으면서 혓바닥이 길구먼.’
슈뢰더는 어디 계속해보라는 듯 고개를 까딱거렸다. 총리가 이 약관에 동의했다. 심리학자에게는 그것으로 충분했다.
“일단 솔직히 말씀드리면, 연방 정보원에 들어온 정보에 의하면 최근에 그 싸이코가 비공개 회담 도중에 영국 총리 멱살을 잡았다던데. 전 이게 잘못된 정보라고 생각합니다. 아니면 미국과 영국 사이가 다시는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뒤틀려도 제대로 뒤틀린 겁니다.”
다시 말해서 그럴 일은 절대로 없으니, 무능한 친구들이라고 돌려 말한 것이기도 했다.
“그래, 어디 한번 봅시다.”
보고서를 펼치자 익히 알고 있던 사실들이 눈에 들어왔다. 희대의 정신 나간 작자의 행적을 정리해놓은 리스트였다. 다만 그동안 보아왔던 보고서와는 달리 분류하는 법이 달랐다.
“처음에는 인류가 사족보행에서 직립보행으로 진화한 이후로 역사상 최악의 싸이코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반전이 없더군요. 이거 완전 싸이코 맞습니다.”
“어떻게?”
“정책을 펼칠 때 지지기반을 보고 펼치는 게 보통 아닙니까? 예를 들면 무료 공교육 같은 거 있잖습니까. 자본주의자들은 정책에서 무료라는 단어를 혐오합니다. 세금을 내는 건 본인들인데 왜 그것이 빈민층에 투자되느냐는 논지죠. 이걸 두고 갈등 조장이니 뭐니 말은 많지만, 정치인들은 결국 줄다리기에서 자기 진영에 치우치는 쪽을 선택하는 게 기본이란 말입니다.”
두말할 것도 없이 정론이었다. 자신이 무슨 거창한 사상을 지니고 있던 정치인이 선택해야 하는 것은 결국에는 지지기반의 논리 떠받들기였다. 그래야만 권력을 손에 쥐고 있을 수 있으니 말이다.
“그런데 이 인간은 그렇지 않습니다. 임기 극초반에는 명백하게 보수주의 정책을 밀어줬습니다. 사실 행정부 인사부터가 대놓고 보수주의자들이 대부분 아닙니까. 특히 부통령인 딕 체니 같은 양반 말이에요.
그런데 임기 초중반부터는 갑자기 도널드, 럼즈펠드를 쳐내고 어중간한 중도파인 콜린 파월을 중용하더니, 그 이후로는 애국주의자들이나 진보주의자들 좋아할 법한 짓을 하더니만, 또 이제 중반부터는 소비자 권리 같은 것을 보장하는 등···.”
“결론만 말하게 결론만. 그런 건 지겹도록 들어왔으니까. 저 양반 업적이나 알아보자고 예산까지 편성한 건 아니라는 걸 알아줬으면 좋겠군.”
“알겠습니다. 결론적으로 이번 슈퍼 사스 사태에서 반응이나 대책을 보고 확신했습니다···.”
“그러니까 도대체 무엇을 말인가?”
자신이 적은 보고서였지만, 그런데도 제대로 확신이 서질 않아 심리학자는 뜸을 들였다. 그러나 이미 보고서까지 올라간 이상,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담담하게 그의 주장을 읊는 것이었다.
“조지 W. 부시는 이중인격입니다.”
“흠. 이건 꽤 흥미로운 말인데.”
요컨대 신뢰가 가지 않는다는 말이었다. 그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슈뢰더의 표정은 험하게 일그러져 있었다. ‘내가 이러려고 그 많은 예산을 투자했나?’ 같은 말이 함축되어 있었다. 눈앞에서 머뭇거리던 심리학자에게 실망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었지만, 왜 머뭇거렸는지 알 것만도 같았다.
그 낌새를 알아차리기라도 한 모양인지 심리학자는 자기 변호하듯 말을 쏟아냈다.
“아무리 그래도 갑자기 사람이 바뀐다는 건 말이 안 됩니다. 특히 생명이나 다름없는 정치 경력까지 동네 운동장 축구공 굴리듯 가지고 논다는 게 일반적으로는 말이 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저희 팀이 내놓은 가장 합리적인 대답은 그겁니다.”
그렇다. 그가 생각하기에 이게 가장 합리적인 대답이었다.
“아깐 싸이코라고 하지 않았나?”
“이중인격과 그건 별개의 이야기입니다. 이중인격이라곤 하지만, 만화나 소설도 아니고 선과 악으로 분리되어 있다는 게 말이나 됩니까? 둘 인격 다 싸이코인 것이 틀림없습니다.”
“둘 다?”
“그럼 저게 싸이코가 아니면 뭡니까? 평생 아침 조깅이나 하던 인간이 막대한 돈을 들여가면서까지 운동을 하지 않나. 전쟁 도중인 나라로 날아가질 않나. 이건 둘 다 싸이코가 아니면 불가능합니다. 서로 이 정신 나간 짓거리에 합의한 게 틀림없습니다.”
“그건 그렇군.”
슈뢰더는 그의 의견을 불신하면서도 안으로부터는 긍정하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래도 좀 더 알기 쉽게 말할 수는 없나? 싸이코인 거랑 이중인격인 거랑. 이거 두 개 말고 결론이 없잖나.”
그것을 인지한 듯 심리학자는 자신의 되먹지 못한 말주변으로 최대한 쉽게 설명하기 위해서 안간힘을 썼다.
“저 인간은 철인 지도자보다는 영웅에 가깝습니다.”
“영웅? 이건 또 무슨 소리야?”
슈뢰더는 더는 자신의 기분이 불편하다는 것을 숨길 생각을 하지 않았다. 이중인격 운운보다 수십 배는 황당하기 짝이 없는 생뚱맞은 소리에 그렇지 않아도 일그러진 표정은 점점 해괴하게 변해갔다.
“예, 영웅 말입니다. 미국산 만화에서나 나올법한 ‘히어로’ 같은 겁니다. 총리님. 국민이 ‘사적제재’에 열광하는 때가 언제입니까?”
“공권력이 약하거나, 공권력으로는 어찌할 수 없을 때가 아닌가?”
너무나도 당연한 상식이었다. 사실 더 있긴 했다. 예를 들면 극악무도한 범죄자가 나타났는데, 사법부가 부패해서 그걸 솜방망이 처벌을 하거나, 혹은 법이 현실과는 맞질 않아 괴리가 생겨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솜방망이 처벌이 되건 말이다.
여하튼 그렇게 되면 보통 두 가지가 일어난다. 대규모 국민 시위, 그것도 아니면 불법 자경단 따위가 우후죽순으로 생겨난다. 독일 같은 국가에서는 보통은 전자지만. 후자도 생각보다 심심찮게 볼 수가 있다. 자경단이라곤 했지만, 결국 그들도 현실에 불만을 품고 일어난 무리다. 이러한 이들은 극우 성향을 띄는 경우가 대다수였다.
“예, 그걸로 대답이 끝난 거죠. 저 양반은 공권력의 정점 주제에 아무렇지도 않게 매일 같이 자기 행정부의 가장 아픈 곳을 찌르고 있죠. 보통이라면 숨기기 급급한 게 기본인데, 일단 죄다 까고 보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저 양반은 대통령이라기보단 영웅입니다. 일반적인 정치를 하는 게 아니라 그냥 자기 마음에 안 들면 고치는 식입니다. 그래도 일단은 일국의 대통령이니, 구태여 따지자면 조지 W. 부시식 정치법 즈음 되겠죠.”
‘저게 사실이라면 참으로 골이 아픈 일이 아닐 수 없군.’
요컨대 기존 외교법으로는 접근해서는 절대로 안 된다는 말이렷다. 현대 정치인보다는 어디 서부 개척시대에 나올 법한 탕아에 가깝지 않은가? 심리학자가 말을 빙빙 돌리긴 했지만, 종합하자면 이거였다.
“그러니까 이중인격이고, 그 인격끼리 서로 합의를 본 자기 기준이 있는데, 그 기준대로 움직이는 인간이다? 기존 정치와는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국가를 운용 중인 이유가 그거다?”
슈뢰더가 최대한 고상하게 말하긴 했지만, ‘매사에 지 좆대로 움직인다.’라는 뜻이었다. 외교든 정치든 매번 자기 기분이 수틀리면 모조리 무산시키던 게 설명이 되긴 했다.
“이건 다행인가?”
다행스럽게도 그 기준이 뭔지는 정말로 잘 알고 있다. 그놈의 위선적인 윤리 타령만 충분히 충족시켜주면 되는 거다. 그러나 심리학자는 슈뢰더와는 달리 다른 의미로 받아들인 모양이었다.
“가장 잘 아시지 않습니까. 그 평범한 사이코가 가진 권력이 어떤 권력인지. 그나마 다행인 점은 그가 적어도 세계 정복에 관심을 두고 있는 인간은 아니라는 점이죠.”
“그렇군. 그건 다행이야.”
심리학자에게 축객령을 내리고 나서, 중동에 들어가는 구호물자를 2배로 늘리기고 성과를 선전하기로 했다. 일주일 뒤에 미국과 독일 사이에 회담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