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orge Bush's Great America RAW novel - Chapter (244)
조지 부시의 위대한 미국-243화(244/377)
< 243편 >
“전쟁도 좀 있었고 전쟁 직전까지 간 일은 좀 많았지만, 그래도 지지도는 더 묘사할 것도 없이 압도적이지. 중국에는 좀 미안한 일이지만, 서류상으로 비어있던 금고에도 금을 채워 넣었고. 네가 한 일은 대부분은 네 의도대로 돌아갔고 그대로 실현되었지. 그놈의 ‘세금’도 올리지 않았고. 그런데 뭐가 그렇게 불만이냐?”
그에게 이런 식으로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오로지 세상에 단 한 사람뿐이었다. 비서실장이 그나마 이 아성에 비빌 수 있을 정도였지만, 그렇다고 비서실장이 감히 대통령의 치세를 평가하려는 시도는 하지 않았었다. 그나마 정말로 아니라고 생각하는 부분에서 대립했을 뿐이지. 그나마도 대통령이 강하게 밀면 굽혀주는 형국이었다.
그래서 슬슬 권력을 다시 분산시키고는 있다지만, 아직 까지는 천상천하 유아독존 그 자체인 조지 W. 부시를 코앞에서 평가하는 거만하기 짝이 없는 이 사내는 누구인가?
“아버지.”
조지 H. W. 부시. 사람들이 현재 대통령인 조지 W. 부시와 구분 지어 일컫길 통칭 아버지 부시였다.
“그래. 그 아버지라는 말도 정말이지 오랜만에 듣는구나. 좀 자주 찾아오지.”
말이야 퉁명스럽고 불만족스럽다는 기색으로 가득했지만, 주체할 수 없이 휘어지는 눈웃음을 비롯하여 인자한 표정을 유지하고 있었다.
“일이 원체 많아 잠도 별로 못 자는데 어떻게 합니까. 이 직함을 달고 있을 때만큼은 최대한 사적인 일은 접어두기로 했습니다.”
다들 살면서 부모한테 한 번 즈음은 대보는 흔하디흔한 일 핑계였다. 부시의 경우에는 그 직장이라는 게 좀 희귀해서 그렇지.
“나도 대통령이던 시절에는 그렇게 생각했지만, 너도 알다시피 실제로는 그렇지 못했지. 인간은 기계가 아닌 탓이다. 인간은 기계와는 달리 부품만 바꾼다고 24시간 365일 계속 달릴 수 있지 않아. 제아무리 뛰어난 인간이라 할지라도 마라톤 뒤에는 반드시 쉬어야 하지.”
실로 정론이었다. 그리고 동시에 이 시대에 ‘정신론’이 먹히지 않은 이유이기도 했다. 정신론이 오늘날에는 끔찍한 구시대의 산물 취급을 받지만, 분명 어느 시점까지는 먹히던 시절이 존재했다. 산업 혁명 이후 자동화가 발전하고 나서는 애물단지나 다름없게 변해버렸다.
그러나 정신론이 완전히 무뎌진 검이 된 건 아니어서, 남이 아니라 자신에게 강요하게 되면 여전히 날이 잘 드는 예리한 검으로서 활약할 수 있었다. 물론 도가 지나쳐서 자기 자신을 상처입히고 말 때도 있지만. 적어도 부시 본인은 스스로 잘 조율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애당초 여기서 문제 삼는 ‘정신력’ 또한 고작 한 사람의 것이 아니었던 탓이었다. 두 명분이면 일도 두 명분으로 할 수 있지 않겠는가? 실제로도 측정해보니, 남들보다 오랜 시간 동안 집중이 가능했다.
“그건 그렇고 못 본 사이에 많이···. 커졌구나. 또 말이지.”
아버지 부시는 설마 자신이 어릴 때가 아니라 다 커서까지 이런 말을 하게 될 줄은 몰랐다. 비유가 아니라 정말로 아들 부시의 몸집은 볼 때마다 약간씩 커지고 있었다. 그 이유는 두말할 것도 없었다. 부시가 임기 도중 갑자기 강도 높은 운동을 시작한 탓이었다.
“나이를 먹고 나니까 뒤늦게 깨달은 거죠. 몸이 재산이라는 말은 비유나 속담 같은 게 아니라 진실로 그러하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온몸으로 노쇠함이 느끼고 나서부터 운동을 시작했습니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더니, 그전에 가지고 있던 자리는 좀 모자랐던 모양이구나.”
전에 가지고 있던 자리란 바로 ‘텍사스 주지사’를 말함이었다. 부시는 입을 다물었다. 할 말이 없었던 탓이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 아버지 부시와 대화하고 있는 사람은 ‘아들 부시였던 것’이니 말이다.
사실대로 말하자면, 이런 자리 자체가 여전히 껄끄러웠다. 3년이면 익숙해질 법도 했으나, 어디 자주 만나기라도 했어야 익숙해지지. 년 단위로 가뭄에 콩 나듯이 만나는데 익숙해질 턱이 있나? 도리어 익숙해지면 그게 더 문제 아닌가?
아버지 부시는 아들 부시의 침묵을 어떻게 받아들였는지 잔을 들어 커피를 마시더니 이내 입을 열었다.
“네가 대통령이 되고 나서 내 생활도 좀 바뀌었지.”
“어떻게 말입니까?”
“그렇지. 너를 말려달라고 빌빌 기던 CIA 국장의 모습이 아직도 선하단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왜 아버지 부시를 찾아왔느냐?’라고 물을 수도 있겠다. 이유야 많다. 그냥 많은 정도가 아니라 도리어 너무 많아서 탈일 정도지. 우선 아버지 부시는 누구나 알고 있듯이 전직이 대통령이었다. 뿐만인가? 전직 11대 CIA 국장이기도 했다. 그리고 독불장군 같은 대통령을 제어할 수 있는 인물이기도 했고, 국정에 비공식적으로 참견 아닌 참견이 유일하게 가능한 인간이기도 했다.
“흠, 어떻게 하셨습니까?”
아버지와 아들 사이의 대화라기보단 단순한 질의문답에 가까웠지만, 아들 부시는 실로 흥미로웠다. 설마 그 국장이 자신에게 숨기면서까지 아버지를 만나다니 말이다.
“어떻게 하긴 잘 타일러서 돌려보냈지.”
아버지 부시는 생각만 해도 실로 유쾌하다는 표정이었으나, 그것마저도 품위가 있었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아마도 연륜에서 나오는 것이리라고 아들 부시는 판단했다.
“요즘은 그냥 그 엄청난 업무량과 좀 친해진 모양이지만. 그래도 가끔 만나면 표정이 흙빛이더군. 내가 하라고 했다면 목이라도 매달았을 거야.”
그는 자기 손으로 목을 조이는 시늉을 하며 혀를 내밀더니 어찌나 웃겼는지 침까지 튀겨가며 껄껄거렸다. 그리고 그럴 만도 했다. 아들 부시도 CIA 국장이라는 양반이 아버지 부시 앞에서 제발 아들 좀 어떻게든 해달라면서 빌빌거리는 장면을 상상했다가 꽤 오랫동안 실소를 멈추지 못했다.
“그래서 그동안 쓰지 못했던 휴가라도 쓰려는 거냐?”
아버지 부시는 그렇게 말하면서 산을 배경으로 낚싯줄을 던졌다. 낚싯줄은 적당한 거리에서 퐁당 소리와 함께 푸른 수면 위로 붉은색 찌만을 남기고 호수 바닥을 향해 내려갔다.
“그런 셈이죠.”
사실 그것보다는 갑자기 일거리가 확 줄어들었기 때문이라는 말이 더 맞았다. 물론 그 양도 무시할 양은 아니나, 전과 비교하면 부끄러울 정도였다. 농담이 아니라 제법 진지하게 ‘이 정도 업무량으로 나라 녹을 먹어도 될까?’라고 할 정도였으니, 그 양이 능히 짐작이 가리라.
“흠. 네 성격이면, 골프나 칠 줄 알았는데.”
“골프도 좋지만. 왠지 낚시가 하고 싶어서 말이죠.”
강태공처럼 낚싯바늘도 없이 하염없이 낚싯대만 잡고 있지는 않겠지만, 잠시라도 한가해지고 싶었다는 것도 있었다. 그동안은 마라톤이나 다름없었다. 휴가라고 하니, 예전에 호주로 한 번 간 적은 있었다. 일이 터지는 바람에 호주의 자연은 고작 몇 시간밖에 느낄 수 없었지만 말이다.
“술 마시고 싶어서 그런 건 아니고?”
부시의 옆에 있는 술병을 힐끗 쳐다보더니 하는 말이었다. 골프에서는 술이 엄금이지만, 낚시에서는 꼭 그렇지만도 않았다. 지루한 기다림에 지친 낚시꾼들에게 낚시 도중 가끔 술 한 잔이 동반되는 일은 허다했다.
“아까는 건강 챙긴다더니?”
“저는 이제 건강해져서 마셔도 됩니다.”
건강 때문에 술을 더 못 마신다고 하면, 아버지 부시는 초인적인 절제력으로 술을 끊는 사람이었지만. 아들 부시는 술을 끊기 보다는 술을 마실 수 있게 몸을 가꾸는 편이었고. 실제로도 그러했다. 이 몸뚱어리나, 여기에 들어온 영혼이나 하나 같이 술을 좋아하는 종자들인지라 몸을 가꾸고 나서부터는 자기 전에 하루에 한잔 정도는 했다.
자기 전에 술을 마시면 숙면에 방해된다는 말도 있었지만, 알게 뭔가. 그걸 업무 도중에 마실 수는 없는 노릇 아니던가? 게다가 원래 프랑스 풀코스 요리에서도 마지막에 꼭 코냑이 들어가지 않던가?
원래 식후주가 마시고 자라는 의미에서 들어가 있는 것이었다. 물론 부시의 식단은 프랑스 풀코스는커녕 단백질과 섬유질로 이루어진 풀코스였지만. 정말로 어디 보디빌딩 대회에 나갈 것도 아니라서 적당히 하고 있었다.
물론 옆에서 다른 사람이 보기에는 절대로 ‘적당히’가 아니었지만, 만약 부시가 그렇게 느낀다면 그건 절대로 ‘적당히’였다. 만일 그렇지 않더라도 그렇게 만들 터였으니 말이다.
“아직 처리하지 못한 문제가 산더미입니다. 대표적으로 의료 민영화 문제라던가. 심각한 빈부격차라던가. 그리고 외교 문제도 있고요.”
외교 문제는 부시가 억지로 이것저것 휘두르는 과정에서 생겨난 문제였다. 이 부분에 대해서만큼은 해답이 없었다. 빈부격차나 의료 민영화 문제도 썩 그렇게 해답이 있는 문제는 아니었지만, 적어도 지금 발판을 잘 다져두면, 후임 대통령들이 20년 내외로 어떻게든 해낼 수 있으리라는 판단이 섰다. 그리고 빈부격차는 자본주의 자체의 문제였기 때문에, 복지를 늘리는 방법밖에는 없었다.
그리고 말은 하지 않았지만, 계속해서 속을 썩이게 만드는 중동에서 일어나는 문제들도 있었다. 쿠르드족 독립 문제 같은 것 말이다. 아직 제대로 부각 되지 않았지만, 아프리카 문제도 있었다. TV에서 보여주는 아프리카는 보통 이러하다.
먹지 못하고 굶주리고 헐벗은 아이들이 나와서 더러운 물이나 마시며 기부를 종용하는 영상이나, 다큐멘터리에서 보여주는 동물 영상이다. TV의 테두리를 벗어난 아프리카는 조금 색다르다.
언제나 끊임없이 내전이 벌어지고 있고 모든 국가가 유럽으로부터 독립을 쟁취했지만, 여전히 전 세계의 각축장이었다. 예전처럼 백인들이 적나라하게 수탈하는 건 아니었지만, 그것이 유럽인에서 아프리카인에서 아프리카인이 아프리카인을 착취하는 것으로 바뀌었을 뿐이었다.
“솔직히 말하면 더는 못 해 먹겠습니다.”
아버지 부시는 ‘그런 놈이 재선은 왜 하는데?’라고 묻고 싶었지만, 이내 입을 다물었다. 여전히 아버지 부시에게는 그저 아들 부시였지만, 명백하게 성장했기 때문이었다. ‘내가 아니면 할 수 없어!’ 같은 부류의 선민사상이 아닐까도 생각해봤지만, 아들의 성정을 생각하면 그럴 것 같지는 않았다. 예전부터 살짝 좀 모자라긴 해도 착한 아이였다.
‘그래도 혹시 모르지. 환경은 사람을 바꾸니까.’
그렇게 생각한 아버지 부시는 시험을 해보기로 했다.
“선거까지 한 달조차 남지 않았군.”
“그렇죠.”
“이번에는 모든 사람이 네 손을 들어줄 거다. 정말로 전 국민은 아니겠지만. 별로 다를 것도 없겠지. 적어도 50%에서 엎치락뒤치락하는 경우는 없을 거라는 거다.”
이건 너무나도 익히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모두가 그렇게 입을 모아 말하고 있었고, 민주당에서도 실상 이미 졌다고 판단하고 다음 후보로 이름조차 잘 알려지지 않은 젊은 후보를 내보냈을 만큼 상황은 절망적이었다.
물론 그 ‘이름 없는 후보’라는 게 민주당 입장에서나 이름이 없는 거지. 부시에겐 아주 크게 다가왔지만 말이다.
“만약 다음 대통령이 네가 생각했을 때, 당장이라도 핵전쟁을 일으킬 세계 최고의 머저리라면 어떻게 할 생각이더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