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orge Bush's Great America RAW novel - Chapter (249)
조지 부시의 위대한 미국-248화(249/377)
< 248편 >
금방 끝날 것 같았던 전쟁은 생각보다 길어졌다. 원 역사에서도 4일 만에 끝났던 전쟁이 벌써 한 달이나 이어지고 있었다.
“어째서 이렇게 오래 걸리는 거지?”
러시아가 일부러 전쟁을 오래 끄는 것이냐고 묻는 것인 줄 알았던 비서실장이 자신의 견해를 말하기 위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제2차 한국 전쟁이나, 아프간전의 경우에는 저희가 굉장히 특별한 상황이었지. 보통은 저렇습니다.”
당연한 말이었다. 아프간전의 경우에는 압도적인 대규모 물량과 비교조차 불허하는 질을 통해 처음부터 전쟁이라기보단 토벌전으로 밀어붙인 경우고, 제2차 한국 전쟁의 경우 전쟁이라고 부르기에도 민망한 것이었다.
제2차 한국 전쟁의 경우에는 당사국이 그마저도 전쟁이라고 부르기 꺼리고 있었다. 다만 ‘합병 과정에 무력을 사용해야 할 문제’가 있었다. 혹은 역사를 왜곡해서 ‘공산당이 반군 진압을 위해 도움을 요청했다.’ 정도로 순화하고 있지, 공식 석상에서 전쟁이라는 단어를 최대한 피하고 있었다.
전 정부의 외교 전략을 상당 부분 계승한 현 정부는 어떻게든 평화통일의 모양새로 보여주고 싶었던 까닭이다. 그래봤자 군대를 그렇게 대규모로 움직였고, 반군과 크고 작은 충돌이 있었던 것 또한 사실인지라 아무리 좋게 봐줘봤자 내전이었다.
“그리고 공식적인 소식은 들리지 않습니다만, 첩보에 의하면 유럽이 은밀하게 힘을 주고 있는 상황이 아닐까.라고 생각됩니다.”
“유럽이? 어째서?”
부시는 진심으로 당황했다. 다른 곳도 아니고 유럽이 그걸 도와줄 리가 없잖은가? 물론 미국을 끌어들이는 일에 가망성이 없어 보이자, 조지아가 EU에 심신을 다해 협조한 건 사실이었다. 그렇지만 그렇다고 해서 국가 차원도 아니고 국가 연합인 EU 차원에서 조지아에 전폭적으로 원조할 이유는 되지 않았다.
EU가 만약 조지아를 돕지 않았다고 한들 배신은 아니었다. 비승인 국가라지만, 러시아와 군사동맹인 나라를 선제공격했으니 도리어 공식적으로 비난이나 먹지 않으면 다행이었다.
‘원래 남오세티야 전쟁하고 다른 점이 뭐지?’
다른 점이야 얼마든지 있었다. 우선 남오세티야 전쟁에서 조지아는 원 역사보다 더 강력했다. 본디 4일 만에 조지아가 항복했던 이유는 다름이 아니라 본대라고 할만한 현대식으로 개수된 군대가 전부 이라크에 주둔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당시 이라크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따로 설명이 필요 없으리라. 그 본대는 지금 여전히 조지아에서 러시아군을 상대로 맞서고 있었다. 훈련부터 장비까지 미국식 대신 유럽식이었지만, 유럽식이라고 해서 딱히 뒤떨어지는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그래도 천하의 러시아군이 그렇게까지?’
한때에 불과하지만, 전력으로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던 국가였다. 몰락했다고 한들 아직은 호랑이의 이빨이 두어 개 빠진 것에 불과했다. 이빨이 전부 빠진 것도 아니고 설령 이빨이 빠졌다고 해도 발톱을 휘두르면 그만이다. 그런 러시아가 전력을 다해서 그 조그마한 땅덩어리를 지근지근 밟고 있는데도 아직도 항복하지 않았다니 실로 놀랄 노 자였다.
‘그렇다면 조지아를 지원해주고 있다는 EU에 변화가 있었겠지.’
핀란드와 스웨덴이 러시아가 유가 하나에 휘청거리는 모습을 보고 군축까지 공공연하게 논의되고 있었기에 더는 러시아에 희망이 없다고 판단하고 NATO에 가입 의사를 표명했다.
NATO는 EU가 본격적으로 중동에 영향력을 직간접적으로 투사하기 시작하면서, 서이라크의 가입을 효시 삼아 중동 여기저기에서 가입 요청이나 고려 따위가 우후죽순으로 나오고 있었다. 터키의 경우에는 영토 양도까지 감수하면서까지 NATO를 유지하고 EU에 가입하려고 하고 있었다.
이미 NATO는 유럽에서 단순히 냉전 시절 양 진영을 양분하던 군사동맹이 아니라 하나의 새로운 논리로서 떠오르고 있었다. 원 역사와 다른 점은, NATO 회원국들이 그 힘을 충분히 휘두르고 있기 때문이었다.
하나보다는 둘이 강하고, 뭉치면 강하고 흩어지면 약하다. 나이 하나 먹은 아이부터 죽음을 목전에 둔 노인에 이르기까지 누구나 알고 있는 진리였지만, 뭉치기 위해서 자신의 권리를 다소 포기하고 들어가야 하니 망설여지는 것도 당연했다.
그러나 그 포기함으로써 얻는 이득이 포기하는 권리를 한참 상회한다면 어떨까? 불완전하긴 하지만 세계를 지배하는 자들의 흐름에 타서 지배자의 입장이 될 수만 있다면, 뭔들 못할까?
‘정리하면. EU가 비난받는 것도 감수하고 지금 이 기세를 몰아서 몸집을 불리려고 하고 있다?’
만약 러시아에 조지아가 점령되더라도 좋고, 설령 점령되지 않는다고 해도 좋다. EU는 지금 진정으로 승패는 상관없다고 생각하고 있다. 러시아의 살을 최대한 깎아 먹는 것을 목표로 잡은 것이 틀림없었다.
‘정작 영국에서는 별말 없었는데. 완전히 독일 주도 아래 있는 건가? 아니면 프랑스일지도 모르겠는데.’
EU가 완전히 독립적으로 움직이는 게 아닌 만큼, 지하에서는 온갖 이야기가 오가고 있었다. EU란 단체의 실체는 실상 각국의 이익을 대변하는 장소였다. 여기서 말하는 대변이 똥을 의미하는 대변이라고 해도 상관은 없었다. 대변이라고 지칭할 정도로 시답잖은 의견도 발에 챌 정도로 많았으니까.
여기서 문제는 EU의 방침이 정해졌다는 건, 실제로 과반수의 국가가 이 조지아 지원이 자국의 이익에 작든 크든 부합한다고 이해를 하고 합의를 봤다는 말이었다.
“EU의 군대는 더 커지고 있던가?”
“EU에서 차출한 만큼 자국에서는 더 많은 군대를 훈련 시키고 있습니다. 전차 보유 대수도 눈에 띌 정도로 늘어났고 마치 유로파이터처럼 새로운 전차를 설계하려는 움직임도 관측되고 있습니다.”
중동에서의 경험을 토대로 그저 말뿐만이 아닌, 진실로 통합군이 되려고 하고 있었다.
“더불어 앞서 말했던 유로파이터의 경우에는 좀 더 파생형을 늘려서 어떻게든 통합하려는 움직임이 있습니다. 더불어 아까 말했던 전차에 더해 개인화기도 예정되어 있습니다만. 개인화기는 일단 탄종만 통일되어 있으면 보급에는 지장이 없고, 아무래도 급하지 않다 보니까. 전차에 비하면 우선순위가 뒤로 밀리는 것 같습니다.”
“파생형이라?”
유로파이터의 최대 결점은 각국의 요구를 전부 넣으려고 했다가 이도 저도 안 되게 되었다는 것이었다. 게임 캐릭터로 치면 소위 말하는 어중간한 ‘잡캐’였다. 그러니까 쉽게 말하면 파생형으로 어떻게든 각 국가의 사정에 맞게끔 특화해서 군 보급을 일원화시키려고 있다는 소리였다.
그리고 파생형이라고 말하고 있으나, 아마 실상은 새롭게 설계해서 다른 전투기를 만드는 수준일 게 틀림없었다. 이름만 유로파이터를 붙일 뿐이지. 이렇게 되면 확실히 제대로 된 전투기를 만들 수 있었다.
“모든 국가가 참여하는 거 맞나?”
“예, 맞습니다.”
비서실장의 말에 거짓이 없다면, 한 가지 확실한 게 있다.
“이렇게 되면 라팔은 진짜 죽겠구먼.”
“예, 그렇게 되겠죠. 프랑스가 동시에 두 기체를 운용할 게 아니라면 말입니다.”
아니면 라팔의 설계에 손을 대서 단점을 고치고 유로파이터로 둔갑해도 되고 말이다. 다른 게 아니라 일단 무기 체계를 통일시킨다는 목표가 중요한 것이었다.
유럽은 분열의 역사를 잊고 다시 한번 진정한 하나로 거듭나려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큰 위협은 되지 못하는군.”
“그렇습니다. 그래봤자 아직 위협은 되지 못합니다. 그리고 군대가 늘어나는 만큼 부작용도 있죠. 이건 우리가 제일 잘 아는 사실 아닙니까.”
미국이 국방에 얼마나 많은 돈을 쏟아붓고 있는지는 누구나 아는 사실이었고, 그 돈으로 나온 결과물이 전 세계의 모든 군사력과 맞먹는다는 사실 또한 누구나 아는 사실이었다. 하지만 그 돈으로 얼마나 많은 것을 할 수 있을지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다시 말해 군대가 늘어나는 만큼 모든 부분에서 조금씩 발전이 늦어진다. 물론 무기 자체가 쓸모없다는 건 아니었다. 당장 미국만 해도 그 군대로 강력한 힘을 휘둘러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지 취하고 있지 않은가? 경제 부분만 해도 미국 본토에는 총알이 떨어지지 않는다는 믿음이 직선적인 발전을 이룩했던 시절이 짧게나마 있었다.
그렇기에 군대의 증강이 반드시 발전 저해와 직결된다는 건 아니었다. 다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수지가 맞았을 때의 이야기지. 수지가 맞질 않는다면 강대한 군사력도 의미가 없었다. 예를 들면 북한이다. 북한은 분명 세계에서도 손꼽힐 정도로 비대한 군사력을 지니고 있었지만, 그것을 뒷받침해줄 경제력이 박살 나면서 풍선과도 같은 군사를 지니게 되었다.
현대에서는 전쟁 나면 괜히 돈 많은 놈이 이긴다고 하는 게 아니었다. 물론 이것도 절대적인 건 아니었다. 당장 베트남전이라는 사례가 있지 않은가? 어쨌든 보편적인 총력전에서 경제력이 우수하고 군대가 많은 쪽이 이기는 건 맞았다.
다시 발전 이야기로 돌아와서, 나날이 군대가 비대해지는 만큼 EU 전체에 여러모로 발전이 저해될 터였다. 그렇기에 만약 EU가 제대로 된 위협으로 부상하려면 앞으로 적어도 백 년은 더 있어야 할 터였다. 도중에 커다란 삽질로 인해 미국이 엎어진다면 또 모를까. 지금처럼 어느 정도 적정선에서 무난하게 유지한다면 팍스 아메리나카나가 깨질 날은 없으리라.
“우리도 힘들어 죽으려고 하는 걸 자기들이 무슨 수로 하려고. 그래도 분담금 문제는 해결할 수 있겠군.”
펜타곤에서 매번 나오는 말이 NATO에서 분담금 50%를 미국이 담당하고 있으니, 이것 좀 제발 어떻게 해달라고 투덜거리는 거였는데. 의도치 않게 해결하게 되었다. EU에서 군대를 늘리는 방법으로 말이다. 그야말로 손대지 않고 코 푼 격이었다.
“그럼 암암리에 유럽이 조지아를 지원하고 있다고 치고. 그 규모와 방법은 파악하지 못했나?”
“인공위성에 무기를 지원하는 장면이 몇 번 찍히긴 했습니다만. 그것만으로는 확실히 부족합니다. 첩보 쪽으로는 이제 막 움직이기 시작해서 밝혀진 바가 없습니다.”
“곤란한데, 이 전쟁으로 중동이 자극받고 있어. 차라리 무력으로 시위하면, 그걸 제압해서 정당성이라도 확보할 생각인가?”
어쩌면 그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럼 이 전쟁이 지속함으로 인해서 우리 미국이 받는 영향은 뭐지?”
“글쎄요. 지금 당장은 조지아산 물건의 가격이 오르는 정도? 장기적으로는 저희한테는 불리하게 적용되겠죠.”
“러시아가 고생하는데도 불구하고 불리인가?”
“그것도 있지만, 대통령님께서 추진하고 있는 세계 평화가 좀 좋지 못한 꼴을 당할 테니까 말입니다.”
확실히 부시가 전력을 다해서 중동에서 내전을 막으려고 했던 이유가 중동을 넘어선 ‘내전’ 발발임을 상기했을 때, 남오세티야 전쟁 장기화는 실로 끔찍한 것이었다.
“별수 없지. 어떻게든 무력보다 평화가 더 나은 대책임을 알려야지.”
“그걸 알았으면 벌써 하고 있지 않겠습니까?”
비서실장의 말이 전쟁과 평화라는 개념 자체에 대한 궁극적인 질문이었다면, 부시의 말은 조금 달랐다. 비서실장처럼 멀리 보기보다는 지금 당장 이 순간을 모면하고자 했다. 더 큰 전쟁과 분열로 번질 수 있는 화마를 미리 제압하고자 했다.
“조지아와 남오세티야를 중재해야지.”
정확히는 러시아와 EU 사이를 중재한다는 말이 맞겠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