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orge Bush's Great America RAW novel - Chapter (25)
조지 부시의 위대한 미국-24화(25/377)
< 24편 >
미국에서도 같은 일이 벌어지려고 하고 있‘었’다.
한 번 테러했다고 끝날 알 카에다가 아니었다. 맞았으면 되돌려 주는 것이 그들의 방식이었으며, 죽을 때까지 저항하는 것이 바로 테러리스트였다.
생각해보라. 어디 자폭이라는 것이 맨정신으로 할 수 있는 것이던가? 동서고금을 따져봤을 때 자폭을 교리로 삼았던 유일무이한 나라인 구 일본제국에서도 윗대가리의 ‘숭고하신’ 상상과는 다르게 강제징집된 조선인부터 자원입대한 일본인에 이르기까지 마지막 순간에는 모두가 어머니의 이름을 부르짖었다.
그런데 그런 ‘숭고한’ 상상을 하는 사람들이 이 알 카에다에는 지천에 널려 있었다. 이 테러리스트도 그런 부류 중 하나였다. 이슬람 원리주의가 이룩하고자 하는 대업을 위해서라면 목숨 하나 정도는 기꺼이 바칠 수 있는 그런 사람.
테러리스트의 목표는 바로 플로리다주에 위치한 월트 디즈니 월드에서 폭탄 테러를 일으키는 것이었다. 알 카에다 내부에서도 많은 이야기가 오갔지만, 이번에는 미래의 이교도인 ‘아이들’을 목표로 한 테러였다.
문제는 플로리다에 들어가는 진입로 앞에서 벌어졌다. 조잡해 보였지만, 있을 건 다 있는 검문소가 나타났다. 어찌하여 그 많고 많은 도로 중 하필 이 도로에 검문이 있단 말인가? 아니, 그 전에 도로에 검문이 있다고? 미국에서?
뭐, 썩 이해하지 못할 일까지는 아니었다. 요 직전에 9.11이 일어났으니까. 그런데 왜 하필 많고 많은 차 중에서 이 차란 말인가? 목표 코앞까지 와서 이게 대체 무슨 일이란 말인가!
테러리스트는 겉으로 태연함을 가장했지만, 테러리스트의 속은 오그라들고 있었다. 최후의 만찬으로 먹은 양고기가 목구녕으로 천천히 기어 올라오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액셀에 발을 놓고 창문을 내릴 땐 혀에서 신맛이 났다.
자신의 덤프트럭 적재함에는 커다란 폭탄이 있었다. 그 위를 1M나 흙으로 덮었을 뿐이었지만, 그것만으로도 안전했다. 설마 여기서 적재함을 비우라고 하진 않을 것 아닌가.
“나는 이 검문소를 지키고 있는 경찰이니 면허증 좀 보여주쇼.”
테러리스트는 당당하게 위조 면허증을 내밀었다.
“어디로 가는 길인가?”
저 태도! 저 태도가 너무나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마치 자신이 범인이라고 확정 짓고 움직이는 듯한 저 인종차별적인 시선이 너무나도 싫었다. 그렇다면 차라리 그들이 원하는 인상이 되어주마. 정말로 테러리스트가 되어 영원히 씻겨지지 않는 상처를 내주리라.
“마이애미.”
무심결에 백미러를 보았다. 경관 수십 명이 달라붙어 적재함을 보고 있었다. 이 인간들은 나를 범인 취급하고 있었다. 실제로 범인이긴 했지만, 적어도 아직 걸리지 않았으니 범인은 아니지 않은가? 나를 왜 확정지어 범인 취급한다는 말인가?
“적재함 좀 한 번 봅시다. 저기다 비우쇼.”
적재함을 비우라고? 이게 말이나 되는 소리인가? 비합리적이고 부조리한 요구다. 그들이 자신을 몰아세우는 이유는 오로지 외국인이라는 이유 때문이겠지.
제아무리 잘 나가시는 미합중국의 경관이라도 외국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이런 명령을 내릴 수 없었다. 나는 재앙이다. 네놈들이 스스로 불러온 재앙이다. 테러와의 전쟁이라 했던가? 그렇다면 이건 너희가 시작한 전쟁이다.
“비자는 있고?”
“그런 건 없다.”
테러리스트는 액셀을 짓밟다시피 했다. 검문소의 허접스러운 차량 차단기는 트럭을 막아내지 못하고 부러졌다. 흰색과 붉은색으로 구성된 그 차단봉 말이다.
“차종은 볼보 덤프트럭. 번호판은 검은색 바탕의 AKBAR.”
「확인했다. 차단을 시작하겠다.」
검문소는 삼중이었는데, 충분한 거리를 두고 진행되었다. 사실 말이 삼중인 거지. 실상은 첫 검문소만 뚫으면 그냥 하이패스였다.
나머지 2개의 검문소는 관문에 가까운 형태였는데, 형태가 실로 원시적이었지만 이 보다 효율적인 것을 찾기가 힘들었다.
그 방법이란 바로 대형 컨테이너로 도로를 아예 막아버리는 방법으로. 처음에는 매뉴얼 상의 단순 차단을 하려 했으나 미합중국의 대통령 되시는 조지 부시께서 직접 이리하도록 교시하시었다. 연방 경찰이나 펜타곤의 그 누구의 머리도 아닌 바로 조지 부시의 머리에서 나온 아이디어였다고.
심지어 공사장 트럭의 적재함까지 싹 비우게 시키고 일일이 다시 넣어주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는데, 거의 합법과 비합법의 선을 넘나드는 수준에다가 중장비까지 동원되고 나니 환장하기 일보 직전이었다. 경관들의 불만도도 말이 아니었고 민간 기업에서 올라오는 항의도 장난 아니었다.
이렇게 된 곳은 플로리다주뿐만이 아니었다. 미 전역에 미리 주요 도시 진입 도로마다 도시 중심 50km 기준으로 저격수를 태운 헬기를 배치해뒀다. 도로 수도 각양각색이었고 저격수의 실력 또한 상중하로 다양했으나, 있는 것과 없는 것은 완전히 천지 차이였다.
그러나 이건 완전히 예산초과였다. 농담 없이 2년 치도 넘게 쓴 것 같았다. 어쩌면 3년 치에 가까울지도 모를 예산이 실시간으로 날아가고 있었다. 하지만 대통령이 까라면 까야지 어떻게 하겠는가? 다행스럽게도 예산 부분에 대해서는 해결해주신다고 했으니, 어떻게든 되겠지.
…해주시겠지?
「2번째 검문소 약 1.5km 전. 사살에 성공했다.」
* * *
“중동은! 무슬림의 땅이다!”
성공했다. 알라께서 보우하사 ‘성스러운 희생’ 작전은 완전히 성공했다. 실패한 몇몇 국가들이 있었지만, 그곳에는 아직 알라의 자비가 남아 있는 곳이리라. 이것은 알라께서 내려주신 표식임이 틀림없었다. 알라께서 도우시니 중동을 전부 제패하는 데에는 큰 어려움이 없을 것이다. 경고를 당한 나라는 그들은 그들 자신이 섬기는 종교를 의심하게 될 것이었고, 배신당한 믿음은 알라께 돌아올 기회가 되리라.
고작 한 번의 작전만으로 이렇게 많은 업적을 거두다니!
뭐, 적어도 자르카위는 그렇게 생각했다. 정작 알라가 내려준 가장 큰 축복인 이성과 지성을 엿 바꿔 먹었지만, 그는 진짜로 그렇게 생각했다.
“유럽이여! 기독 국가여! 내 경고를 받아들여라!”
그래서 그 유럽 말이다만, 유럽. 모든 분쟁의 고향. 전체주의, 민족주의, 제국주의, 군국주의. 위험한 것들이 전부 모여있는 죽음의 온상이자 점잖은 척하고 있는 광기의 둥지.
자르카위여. 말벌집 둥지에 발로 걷어차면 어떻게 되는지 알고 있는가? 잠자던 사자의 얼굴을 짓밟아버리면 도대체 어떤 결과를 불러일으키는지 알고 있는가?
더 비유할 것도 없지. 유럽 각국의 수도마다, 심지어 바티칸에 테러를 저지르면 대체 어떤 지옥도가 중동에 펼쳐질지 상상이나 해봤나? 제아무리 역사는 반복된다고 하지만, 이리도 빠르게 반복하는 법이 어디 있더냐.
유럽이 로마 제국 이례로 단 한 번이라도 단결한 적이 있다면, 그것은 바로 십자군이였다. 그리고 현대에서도 그건 딱히 다를 바가 없었다.
“데우스 불트(Deus vult)!”
이득, 사상, 신념. 모든 것이 알 카에다의 테러 앞에서 의미를 잃고 유럽 통합 십자군이 창설되었다. 정식명칭은 유럽 통합군이었지만, 모두의 뇌리에는 십자군이라는 인식이 박혀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중동과 전쟁할 땐 그것은 항상 십자군 전쟁이지 않았는가? 그러니 십자군이다.
군의 기세는 명령만 내려주신다면 석기시대가 아니라 그 이전으로라도 돌려놓겠다면서 길길이 날뛸 정도였지만, 기세만으로 세상만사가 해결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 막 태어난 신생아에게 걸으라고 아무리 어르고 달래봐야 당연히 걷지 못하는 것과 같이 막 신설된 통합군에 ‘중동으로 자유의 십자군 깃발을 높이 들고 출동!’이라고 해봤자 어떻게 해야 할지 아무도 모르고 있었다.
세상 맛있다는 재료들이 영국인의 손에만 들어가면 괴식이 되어 나오듯 누가 지휘봉을 잡아야 할지도 고민이었고 막상 이기고 돌아와도 이라크 파이는 어떻게 나눠야 할지 속으로만 생각하고 있을 뿐 입 밖으로 꺼내기가 힘들었다.
적어도 한 명 정도는 이 감정의 노도 속에서 바른 정신을 유지하고 있어야 했다.
“이런 젠장.”
토니 블레어는 자신이 그렇게 즐기던 티 타임조차 건너뛰면서 온몸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그때 만약 미국이 제안했을 때 협력했다면? 만약에 조금만 더 비굴하게 굴었더라면 바뀔 수 있었을까? 적어도 무언가 제대로 된 조치를 했더라면?
이미 다 물 건너간 이야기지만, 고삐를 잡기에는 이미 늦어있었다.
중동 침공이 목전에 들어온 상황에서 어떻게 행동해야 ‘더 많은 파이’를 챙길 수 있을까? 어떤 식으로 행동해야 ‘자국의 병력이 덜 소모’될 수 있을까?
이 유럽 연합 속에서 어떻게 행동하면 지휘봉을. 다시 말해 유럽 연합 내에서 패권을 잡을 수 있을까?
차라리 그리스 등의 작은 나라들이라면, 그럴 고민을 할 필요가 없었지만. 독일, 영국, 프랑스 같은 나라는 이야기가 달랐다. 덩치도 컸고. 군대도 컸다. 결국은 이 셋의 중심으로 전쟁이 돌아가리라.
그런데 이런 기나긴 토의 도중에 만약 그들이 이라크 밖으로 나간다면?
아니, 애당초 알 카에다는 이슬람 전역에 넓게 퍼져있었다. 그런데 그들이 바로 지금 근거지라고 할만한 것을 가지게 되었다. 지금이야말로 치기 적절한 시기가 아닐까? 하지만 이대로 들어가면 모든 게 뒤죽박죽일 텐데?
새로 생긴 의문이 기존의 의문을 무는 꼬락서니가 마치 개가 자기 꼬리를 쫓고 쫓으며 제자리에서 도는 것 같았다. 뱀으로 바꿔도 별로 다를 것은 없겠지. 둘 다 무언가 이뤄지는 것은 단 하나도 없었으니까.
연합의 한계였다. 머리가 많아 신중할 수 있었지만, 동시에 머리가 많아서 쉬이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뒤에서 설령 불이 다가오더라도 길에 큼지막한 보석이 떨어져 있으면 아슬아슬할 정도로 한계를 시험하는 것이 인간의 본성이었다.
어쨌거나, 그들이 내린 결론은.
“이대로 들어가면 유럽군은 제각기 임무를 수행하게 될 것이다. 긴밀한 통합체계가 필요하다.”
그들이 움직이려면 최소한 2주는 필요했다.
그리고 2주면 러시아가 움직이기에 너무나도 차고 넘치는 기간이었다.
* * *
붉은 광장에서 폭탄이 터졌을 때. 그곳에서는 뉴스 생방송이 진행되고 있었다. 주제는 ‘러시아는 이렇게나 평화롭다!’라는 전형적인 선전 뉴스로. 사람들이 활기차게 북적거리는 붉은 광장을 보여주는 별것 아닌 방송이었다.
마침 그때가 블라디미르 푸틴이 유럽 연합을 원색적으로 까면서 차를 마시며 한가롭게 뉴스를 보고 있을 시점이었다.
대충 상상이 가지 않는가?
사실, 이 테러는 알 카에다의 짓이 아니었다. 정확히는 체첸 반군의 테러였다. 그렇다고 알 카에다와 전혀 연관이 없었다는 뜻은 아니고 체첸 반군에게 폭탄과 총기를 지원해준 것이 알 카에다였다. 즉, 일종의 사보타주라고 해도 상관은 없으리라.
서방세계에서 중동을 전부 중동으로 뭉뚱그려 생각하듯이 중동에서도 유럽을 전부 유럽으로 뭉뚱그려서 생각했다. 어쩌다 보니까 러시아도 ‘기독교 국가’라는 이유로 테러 목표 안에 포함되고 말았다. 정확히는 정교회였지만, 어쨌거나 기독교는 기독교 아닌가.
무엇보다 말이다. 알 카에다가 만들어진 이유가 무엇인가? 알 카에다의 원류란 무자헤딘 아니겠는가? 무자헤딘이 무엇이던가? 바로 소비에트 공산주의에 정면으로 저항하던 용사들의 모임이 아니겠는가? 이건 어떻게 보면 소비에트의 유산을 떠맡은 러시아의 자업자득이라고 해도 좋았으나, 그렇다고 당시 소련이 아프가니스탄-소련 전쟁을 하고 싶어 하진 않았었다. 도리어 피하려고 했었지.
어쨌거나 결론은 서방세계에서 중동에 세력 투사해서 제대로 성공해본 전적이 없다 이 말이다. 어쨌거나 중동에 세력 투사를 하려는 놈들은 죄다 병신이었다.
그런데 대체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난 건데?
“누가 말 좀 해보게.”
블라디미르 푸틴의 앞에는 수많은 엘리트가 있었지만, 그 누구도 입 열기를 꺼렸다. 누군가 말하길 정치인들은 가장 현명하지만 멍청하다고 했던가? 정치인은 만수무강에 도움이 되는 일에 집착하는 사람과, 자신의 사상을 관철하려는 이들로 분류된다.
문제가 다소 있다면, 이곳에 있는 사람들은 전부 천수를 누리고 싶은 자들뿐이라는 점이었다.
“왜 다들 말이 없나?”
푸틴은 소련이 그리웠다. 그 시절에는 저렇게 아가리를 싸물고 있으면 옥수수 좀 손봐주고 굴라그로 보내면 그만이었는데, 지금은 그게 안 되질 않는가. 하려면 제대로 세상과 영구한 작별을 시켜줘야 한다니. 참으로 서글픈 세상이 아닐 수 없었다.
그들의 기분은 딱 이 심정일 것이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왜 정치인이 되어서 태양으로 다가가는 이카로스가 되려고 하고 있는가.’
혹자는 큰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른다고 했던가. 그 말이 딱 맞아들어가고 있었다. 사실 이 경우는 햇빛의 은혜로움에 만족하고 있었는데 태양이 손수 지상까지 강림하사, 아낌없이 몸 불살라 지상을 불태워 버리는 것에 가까웠지만, 태양은 사람이 어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지 않은가. 태양을 어떻게 할 게 아니라 자기 한 몸 어떻게 간수할 생각을 해야지.
물론 입을 열어서 아무 말이나 지껄일 수 있었다. 물론 그 뒷감당은 천상천하 유아독존 푸틴의 기분에 따라서 경질 한 번으로 끝날 수도 있었고,
“하루 주지. 내일 이 시간에 내 자리에 중동으로 진격할 수 있는 작전보고서가 없으면.”
음, 모두가 알고 있겠지.
“티 파티다.”
* * *
“티 파티 좋지.”
“그럼 일정에 넣습니까?”
“아니, 자네 미쳤나?”
“…없던 일로 하죠.”
‘이 미친 조울증 대통령 새끼!’ 이상한 장단 맞춰주기에 지친 카드 비서실장은 진짜 강제로라도 대통령의 일정 사이에 정신검사를 넣어야 하나 고민하고 있었다.
“일단, 이 정도면 괜찮겠지.”
실시간으로 테러를 막아내고 있다는 보고가 속속들이 올라오는 것을 보니 한편으로는 불안하면서도 실시한 조치가 효험을 보고 있다는 것에 안심했다. 제아무리 내가 미래를 알고 있고 전력으로 움직이고 있다곤 하지만, 그것이 잘될 것이라는 보장은 세상 어디에도 없었다. 도리어 하는 일마다 이렇게까지 잘 돌아가니 진짜로 하느님이 보우하고 계신 게 아닌가 의구심이 들 정도였다.
어쨌거나 국외에서는 매우 흥미로운 정보들이 들어왔다.
“그건 그렇고 중동놈들. 설마 러시아를 건드리다니.”
무자헤딘이 왜 일어났는지 생각해보면 썩 불가능한 일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그렇지. 러시아를 건들다니? 소련 시절 후유증으로 골골대고 있었지만, 곰이 골골댄다고 너구리가 곰을 잡을 수는 있겠나?
뭐, 실상 결국에는 유럽과 러시아 둘 중 누가 먼저 이라크를 먹느냐의 싸움이 되겠지.
그건 그렇고 슬슬 긴장이 풀리는 감이 없잖아 있었다.
9.11 당시에는 완전무결한 강한 대통령을 연기해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강박적으로 움직이고 있었지만, 지금 와선 그것이 많이 풀린 상태였다. 무엇보다 그렇게 살다간 진짜로 정신이 이상해질 것 같았다.
뭐, 솔직히 말해서 그건 어디까지나 내가 생각한 강력한 조지 W. 부시였으니까.
“뭐, 그리고.”
조금 또라이 같은 편이 더 살맛 나지 않겠는가? 주변국이나 동맹국은 죽을 맛이겠지만. 미합중국의 대통령씩이나 되다 보니까 할 수 있는 또라이 짓도 참으로 글로벌 했다.
‘아, 북핵 문제도 어떻게 해보긴 해야 하는데.’
어떻게 할까. 짓고 있는 핵무기 실험장을 하나하나 조목조목 불러주면 알아서 지리지 않을까? 아니면 항모전단에서 핵무기 연구 시설만 어떻게 좀 몇 번 한반도 위를 날아주면서 폭격하면 손쉬울 거 같긴 한데, 하긴 그렇게까지 하면 진짜로 전쟁이지.
그런데 전쟁, 전쟁이라. 중동도 아니고 북한인데 전쟁을 피할 필요가 있나? 그래도 바로 아래가 한국인데 한국이 어떻게 하지 않을까?
그렇다고 벌써부터 한국으로 뭘 몰아주자니 의회에 할 말이 없는데.
적어도 북한이 정식적으로 공표를 해야 제대로 된 명분이 서지 않나? 아니면 합동훈련이라도 하면서 도둑이 제 발 저리게 압박이라도 줘볼까. 분명 조선 방송에서 리춘히 아나운서가 특유의 억양으로
“조선의 첫 수-소탄! 시험! 완-전! 성공!”
이러면서 있는 거 없는 거 술술 다 불어주면 그게 명분 아닌가?
지금부터라도 압박에 들어가 봐? 아니지, 아니야. 그래도 중동이 조금 진정된 다음에 움직여야 할 필요성이 있었다. 막말로 무슨 일이 있을 줄 안단 말인가? 러시아랑 유럽이 돌아서 서로 싸우기라도 하는 날에는 그것을 중재할 나라는 정말로 미국 정도였다.
따라서 북한 개입 부분에 대해서는 약간의 여지를 둘 필요가 있었다.
그러고보면 일본도 있지. 1980년대에 버블이 터지고 나서 황화론은 점점 사라져가고 있었지만, 아직까진 완전히 사그라지지 않은 시대인지라 일본을 견제하자고 하면 ‘지금 시기에?’ 같은 말이 나온다 하더라도 썩 반대할 이유는 없었다.
동맹국이 말이 동맹국이지. 틈만 나면 물어뜯으려고 하는데 왜 봐줘야 하는가? 무엇보다도 내가 마지막으로 봤던 일본은 이미 미국의 영향력에서 완전히 벗어나려고 하고 있었다. 중국과 미국 사이에서 간을 보고 있었는데, 그 결정타가 F-35 유실사건 아닌가. 캐노피 등은 발견되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동체가 발견되지 않았다. 그 이유는 솔직히 추측의 영역에 머물기는 했지만, 분명 중국과 관련이 있으리라.
그것도 아니면 그냥 일본 항공자위대가 병신이거나.
“그건 그렇고 유럽은 정말로 개입할 여지가 없어졌구먼.”
러시아와 유럽은 눈이 완전히 돌아갔다. 거기에 미국이 끼려면 못 낄 것도 없지만, 이득이 없었다. 이득이. 사우디나 쿠웨이트 같은 석유 빵빵한 나라면 또 모를까. 가난한 바위의 나라라고 불리는 이라크를 왜 건드려 이라크를. 이라크에서 석유가 나오지 않는 건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아까운 전비까지 팍팍 써가면서 먹고 싶을 정도로 탐나지는 않았다.
지금 미국에게 필요한 자세는 직접적인 세력 투사가 아니라 제1차 세계대전처럼 열심히 유럽에 물건이나 팔아 재끼는 일이었다. 아마 앞으로는 이쪽에 손 벌리는 일이 많을 거다. 특히나 이라크 유전이나 군부대 근처에서 하루 죈 종일 폭탄이 터지기 시작하면 더더욱 말이지.
테러의 가장 최악인 부분을 충분히 맛본 다음에도 그렇게 콧대 높게 있을 수 있다면 그건 그거 나름대로 대단한 일이었고 고개를 숙이고 들어온다면 어림도 없지! 암! 최대한 뜯어먹거나 배척하거나 둘 중 하나였다.
“뭐, 그래도 유럽에 멀쩡한 외교 라인이 있긴 해야겠지?”
정말로 확 끊어버리면 외교를 가장 개판으로 한 대통령으로 역사에 남을 것이 틀림이 없었다. 그것만은 사양이지. 암, 그렇고 말고.
뭐, 그건 그거고. 가만히 생각해보면 이것 참 드림 매치가 따로 없었다. 지금은 과거의 영광에 불과할 정도로 약해졌지만, 다들 대단한 그랜드 타이틀 하나씩은 가지고 있는 국가들이 아닌가? 대영제국, 소비에트 연합, 프랑스 제1제국, 독일 제3제국. 이탈리아는 빼자고.
상대적 강세였던 오스트리아 해군한테도 떡발리고, 비문명국이라면서 깔보던 에티오피아한테도 지고, 하다못해 제2차 세계대전에서는 그리스한테도 애먹어서 나치한테 손 벌린 친구들이 아닌가. 당시 그리스가 뭐가 문제였냐면, 기갑전력이라고는 오토바이 밖에 없던 친구였다.
도대체 이탈리아에는 무슨 마가 끼었길래 근대에 들어와서부터는 털리기만 했다.
“설마 이번에도 털리진 않겠지?”
설마 그렇겠는가!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