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orge Bush's Great America RAW novel - Chapter (250)
조지 부시의 위대한 미국-249화(250/377)
< 249편 >
11월 2일. 본디 부시의 다음으로 미국 역사의 주인이 되었을 흑인 한 명이 정치의 비정함에 통탄하고 아주 잠시 퇴장한 뒤, 다시 한번 부시는 백악관의 주인이 되었다.
역시나 예상대로 원 역사처럼 박빙이랄 것도 없었다. 물론 그렇다고 이제는 사라진 북한처럼 100% 지지율이 나온 건 아니지만, 적어도 제대로 된 민주주의 국가에서 나올 만한 득표수는 아니었다.
“압도적인 표 차로 연임에 성공하신 것을 축하드립니다.”
행정부는 한 번 개편되었으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중추 같은 인물들은 그대로였다. 대표적으로 예를 들면, 갑자기 늘어난 ‘서류의 산’ 사이에서 당황하고 있는 부시에게 기립 박수를 보내는 앤드루 카드 비서실장 같은 사람 말이다.
“뭔데, 이거?”
“뭐겠습니까? 결제하셔야 할 서류지.”
다시 집권 초로 돌아간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어마어마한 서류의 양에 부시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이상하군. 내 예상이 맞으면 구체적으로 이것의 9할 정도는 없어야 하는데.”
그것을 위한 권력 이양 아니었던가? 물론 주목적은 너무나도 강력해진 권력을 분산하는 것이었지만,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불어난 일감을 줄이는 것도 있었다.
“대통령님께서 벌여 놓은 일이 이렇게나 많으신 겁니다. 개인적으로 저도 좀 당황했습니다만, 반드시 대통령님께서 보시고 결제해야 할 것들입니다.”
“이런 젠장, 그럴 리가.”
그렇게 말하고 가장 먼저 손에 들어오는 서류를 읽었는데, 과연 그 제목이 실로 비범했다. 제목만 3줄이나 되었지만, 그것을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
‘북극해에 SLBM을 다수 배치하자고? 이건 또 어떤 미친놈이 올린 거야?’
부시는 제목을 확인한 그 즉시 서류를 책상에 던져 버렸다.
“비서실장, 이거 입안자 누구야?”
“아시지 않습니까?”
딕 체니를 중심으로 뭉쳐 있는 인간들이었다. 딕 체니는 확실한 구심점이자 부시 치세의 수단이긴 했지만, 가끔 어쩔 땐 도저히 통제할 수 없을 정도로 날뛸 때가 있었다. 지금처럼 말이다. 다만 그래도 부시를 무시하려고 하는 인간들이 아니었기에 망정이었다. 다소 과격해서 그렇지 확실히 부시의 사람이었다.
“볼 것도 없군. 반려해야겠어. 자기들도 될 거라고 판단해서 올린 건 아니겠지.”
우리는 이러한 뜻을 지니고 있으니, 대통령 각하는 충분히 헤아려 주시길 바란다. 뭐 대충 그런 뜻으로 올린 것이리라.
부시 또한 러시아에 대해서는 ‘첩보 사태’처럼 다소 막 나가는 경향이 없잖아 있었던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나, 북극해에 대규모 SLBM이라니.
이건 도를 넘어서다 못해 아예 ‘우리는 전쟁을 원한다.’라는 의지의 표명이나 다름없었다. 그냥 전쟁도 아니고 하늘에서는 낙진이 떨어지고 바다는 방사능으로 오염되는 그런 핵전쟁 말이다.
“재임 첫날 가장 먼저 본 서류가 이런 끔찍한 서류라니. 설마, 다른 것도 다 이런 식인가?”
부시는 두렵다는 듯한 눈길로 서류의 산을 가볍게 훑었다. 흰색은 종이요. 검은색은 잉크일진대, 그 단순한 것들이 세상 그 어떤 폐기물보다도 끔찍해 보였다.
“어쩌면요? 저도 전부 검토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멀쩡한 것도 있습니다. 예를 들면 ‘새로운 고속도로’ 같은 것 말입니다.”
“어디가 멀쩡한지 모르겠는데. 이미 전문가들이 수차례 교차 검증해서 가장 최적의 경로에 새로운 고속도로를 짓고 있는데, 그걸 더 추가하겠다고? 국가 예산이 넘쳐흐르는 꿀이라도 되는 줄 아나? 그보다 이게 도대체 왜 여기까지 올라온 건가. 각 부처에서 처리해야 할 일들이잖아. 아니면 연방 의회라든가!”
물론 의회에서 하는 짓이라곤 자기들한테 유리한 법안 통과시키고 불리한 법안 부결시키는 일이지만, 그래도 거기서 처리해야 할 거 아닌가?
의회나 각 부처가 일하지 않는다는 건 아니다. 그저 3년 정도 일도 제대로 못 하는 것들이라면서 온종일 두드려 팼더니, 어느 순간부터 판단 능력이 좀 많이 흐려졌을 뿐이지.
부시는 힘이 빠졌는지 의자 등받이에 기대더니, 이내 고개를 뒤로 젖혔다. 그러고 나서 중얼거리기를, ‘이놈의 대통령 자리 이번 임기만 끝내면 다신 거들떠보지도 않겠다.’라며 다시 앞으로 돌아왔다.
“대통령님이 그만큼 많이 빼앗아온 것 아니겠습니까. 그동안 그렇게 면박을 줬으니 덜컥 넘어가기에는 겁이 날 만도 하죠. 아니면 로비라도 들어간 것 아니겠습니까. 이쪽을 좀 알아봅니까?”
“그런 식으로 하나하나 로비를 전부 내가 알아보려고 했다간, 온종일 그것만 보고 있어도 절반조차 볼 수 없겠지. 지금까지 해 왔던 대로 하게.”
솔직히 최근 들어 모든 일이 지루하고 고루했다. 서류에 사인하는 안건들은 하나같이 지루하지도 고루하지도 않았지만, 부시도 결국에는 사람 아닌가. 사람 즐기라고 만든 게임도 지루해지는 마당에 일이 지루해지지 않을 턱이 있나.
‘하긴 그나마 나는 나은 거지. 다른 대통령이었으면 인수인계하기 무섭게 로비 대응하느라 장난 아니었겠구먼.’
선거 자금은 어디 땅 파서 나오던가? 다 후원받는 거 아니겠는가. 민간 차원에서의 후원은 말 그대로 후원이다.
그저 ‘기부’나 ‘도움’이지 제대로 된 대가를 바라고 하는 행위가 아니란 말이다. 법적으로도 비슷하다.
그러나 정치적인 후원은 다르다. 로비라고 불리는 것들은 정당한 대가가 돌아오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것들이다. 물론 그것들을 부시처럼 날로 먹고 쳐 낼 수 있다면 이야기가 다르겠지만, 딥 스테이트니 일루미나티니 하는 것들이 신빙성을 가지고 대중에게 다가가던 시절이 존재하던 것은 다 이유가 있는 것이다. 지금도 꽤 진지하게 믿는 사람이 있잖은가?
부시 행정부의 기조든, 케네디 정부의 기조든 대외적으로 말하는 기조는 모조리 같다.
실업 수치나 소득 불평등 해소. 진정한 국민의 나라니, 경제 발전이니. 그런 누구라도 알기 쉬운 목표에 부차적으로 조그마한 각자 자신의 꿈과 성향을 담아내는 것이다.
예를 들면 대표적으로 ‘오바마 케어’ 같은 것들이다. 이것들을 하나로 함축하면 결국에는 민생(民生)인데, 역대 행정부마다 이것을 구현하는 렌즈만이 바뀔 뿐이다.
어쨌든 결론만 따지자면 정부는 어느 정도는 로비에 끌려 다니게 된다. 그리하면 선거 때 했던 이야기는 증발하고 좋든 싫든 로비라는 빚을 해소하기 위해서 상당 부분은 아니더라도 일부는 기득권층에 끌려 다니게 되니, 결국 최종적으로는 체감되지 않을 정도로 자잘한 부분에서밖에 차이를 볼 수 없다.
현실이 이렇다 보니, 국민이 살아가는 데 하등 쓸모없는 음모론 따위를 믿을 법도 하다.
“삭신이 아프군. 아니, 다시 말해야겠어. 삭신은 쑤시는 정도인데, 눈은 타들어 갈 듯 아파.”
“그건 큰일이군요. 주치의를 부릅니까?”
“아니, 자네면 충분할 것 같군. 저 빌어먹을 로비스트 놈들의 서류를 좀 분류해 보게. 이번에는 해저터널이야. 해저터널. 다른 것도 있구먼. 크라 운하? 인도양과 태국만을 잇는 거야 좋지. 아니, 근데 그걸 왜 우리가 해.”
물론 장기적으로 직간접적인 경제 효과를 얻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그런데 그걸 감수하면서까지 대신해 줄 공사는 절대 아니었다.
애당초 이런 제안서 자체가 여기까지 올라오는 것 자체가 기적이라고 할 수 있었다. 물론 우리 현명하신 대통령님께서는 그 제안서를 가차 없이 구겨 버려 의자 위에서 상주하고 있는 애완묘 화이트의 장난감으로 던져 줬지만 말이다.
차라리 운하에 투자할 거면 파나마 운하를 확장하고 말지. 무슨 국가 정책이 개인의 영달이나 꿈을 위해서 존재하는 줄 아는가? 물론 국가의 이익과 합치했을 때는 가능할지도 모르겠다. 당장 부시의 주머니 안에 들어 있는 스마트폰만 해도 그런 부류였으니 말이다.
‘이걸로 iOS는 당당하게 NSA(국가안보국)에서 건드릴 수 있겠군.’
정부 자금이 상당히 투자되었으니,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었다. 다만 그것이 공공연하게 손 덴다는 소리는 아니었다.
필요할 때 건드리겠다는 소리였다. 그것만으로도 애플에는 청천벽력이겠지만, 본디 국가 안보보다 중요한 건 국민밖에 없다. 다시 말하자면, 국민을 지키기 위해선 무슨 짓이든 할 수 있다는 거다.
‘그래도 NSA는 CIA처럼 제멋대로 폭주는 하지 않아 다행이야.’
자신의 명령을 확대해석해서 온갖 패악질을 부리려던 모습이 아직도 생생했다. 반대로 말하자면, 그들이 해 왔던 일이 원래 이런 일이라는 소리기도 했다.
국가의 그림자에서 봉사하는 일 말이다. 다만 부시는 그림자 안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싫어했다. 필요도 그다지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나 정말로 필요하지 않다는 건 아니었고 검처럼 휘두르기보다는 방패처럼 막는 데 주력하기 바랐을 뿐이었다.
“긴급 문서입니다.”
부시는 임기 내내 긴급이라는 소리가 이렇게 반가웠던 적이 없었다. 쓰레기 같은 것들만 보고 있다가 그나마 가치가 있는 글자의 나열을 보게 되어서 기쁜 탓이었다.
“몇 달이고 질질 끌더니 드디어 전쟁 종결인가?”
그렇지 않아도 매사에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이었다. 다행인 점은 부시의 걱정처럼 중동에서 무력을 통한 내전이 다시 일어나지는 않았다는 점이었다.
‘그리고 나쁜 점은 이제 EU는 궁지에 몰렸다는 거고. 덕분에 우리 행정부는 목표를 새로 정하게 될 처지에 처했지.’
중동에서 심심하면 여전히 EU군을 상대로 테러가 터지는 마당에 세계 평화는 무슨 얼어 죽을 세계 평화인가. 여기저기 손을 보고 있긴 하지만, 크고 작게 전쟁이 벌어지고 있었다. 그게 그나마 내전 수준에서 끝나고 국가 사이의 총력전은 아니라서 망정이지.
그렇다고 자신이 정한 줏대를 상황이 여의치 않는다고 바꿀 부시가 아니었다. 부시는 보고서 귀퉁이를 몇 번 만지작거리더니, 다른 서류와는 달리 꼼꼼하게 읽어 내리기 시작했다.
“현상 유지인가?”
“그렇습니다. 남오세티야는 미승인국으로 남았고, 조지아는 여전히 남오세티야를 조지아의 고유 영토라고 주장하는 중입니다. 다만 휴전이 결정되었을 뿐입니다.”
만약 남오세티야가 러시아에 흡수 합병되는 게 아니라 독립국으로 남는다면, 먼 훗날에는 러시아가 만든 분단국가라고 조지아는 고래고래 소리 지르겠지만, 그건 먼 미래의 일이었다. 지금 상황으로 보았을 때는 남오세티야가 러시아에 합병될 확률이 높았다.
“조지아에 멀쩡한 도시는 있나?”
“없습니다. 조지아는 망했습니다.”
조금의 망설임조차 없이 즉시 답이 나왔다.
“거참, 단호하군.”
“다만 EU가 복구해 준다면 이야기가 다르겠군요. 뭐, 그렇지 않아도 어차피 이 전쟁이 이렇게 오랫동안 지속하게 된 이유는 EU의 지원 때문 아닙니까. 적어도 조지아가 아주 헛된 꿈을 꾼 건 아니었군요. 재기할 시간도 갖추고 그럴 의지도 충분히 있다는 걸 보여 줬으니까 말입니다. 구호물자라도 보내시겠습니까?”
“조지아는 우리가 보내지 않아도 된다네. 그보다 내가 정해 준 물량은 확실하게 보충한 건가?”
물량이란 구호 물품을 말하는 것이었다. 인도네시아 대지진에 대비한 전 세계에 투하할 대규모 구호물자 말이다.
“조만간 사용해야 할 겁니다. 사용하지도 않고 쌓아 두는 구호물자는 의미가 없죠. 그리고 유통기한 문제도 있고.”
“적어도 올해 안으로 사용하게 될 걸세.”
제일 올바른 것은 이것을 사용해야 할 일이 없는 것이지만, 아무래도 그건 불가능한 일이리라.
사람이나 국가는 어떻게 해도 자연만큼은 부시도 어쩔 도리가 없었다. 만약 허리케인 같은 것이라면 혹시 모르겠다.
일단 중국 공장 개수부터 달라진 만큼 허리케인 생성에 작용하는 온갖 조건이 바뀌어서 정해진 날짜에 생겨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지구 깊숙한 곳에서부터 작용하는 힘만큼은 바뀌지 않으리라.
“허, 재앙 예언이라도 하시는 겁니까? 마치 어디 고대 종족의 샤먼 같군요. 인공위성으로 날씨를 예측하는 현대에는 어울리지 않습니다만.”
훗날 비서실장은 입이 재앙이라는 말을 뼈저리게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