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orge Bush's Great America RAW novel - Chapter (251)
조지 부시의 위대한 미국-250화(251/377)
< 250편 >
크리스마스.
비록 인류 최대의 명절은 아니지만, 적어도 절반 이상의 국가가 이벤트적인 의미로 즐기는 날인 건 맞았다.
마케팅을 위한 날이라고 해도 별로 상관없다. 진지하게 성(聖)스러운 의미로 받아들이는 이들보다는, 성(性)스러운 날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더 많으니 말이다.
아이를 만드는 것이 성(聖)스럽다는 뜻이라면, 세계인 대부분이 크리스마스를 성스럽게 생각하고 있다고 해도 그다지 틀린 말은 아니리라.
이 일은 정확히 크리스마스인 12월 25일 이후인, 26일 0시 58분에 일어났다.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섬 서부. 인도양 해저에서 지진이 일어났다. 수직단층 운동으로 인해 9.3의 강도로 일어났으며, 과학적인 방법으로 관측된 지진 중에서는 세 번째로 가장 큰 지진이었다.
인간의 상상을 가볍게 초월하는 에너지 방출이었으나, 해저에서 일어났기에 그것만으로는 눈에 띌 정도로 직접적인 피해는 없었다.
전 지구상에서 이 진동을 감지했으며, 지구의 자전에 영향을 주어, 하루가 2.28마이크로초 더 빨라졌다.
그리고 결정적으로는, 21세기 최악의 쓰나미가 발생했다.
“대통령님, 긴급입니다.”
평소 이상으로 딱딱하게 굳은 표정으로 비서실장이 부시에게 문서 한 장을 들고 다가왔다. 그에 반해 부시는 평온하기 짝이 없는 표정과 느긋한 행동거지를 보였다. 마치 비서실장의 손에 들린 그 ‘긴급’이라는 것의 정체를 이미 알고 있다는 듯이 말이다.
“알고 있네.”
그것을 지켜보던 비서실장은 얼굴에서 힘을 풀더니, 이내 미묘한 표정으로 바뀌었다.
시선은 대통령이 장식해 놓은 20cm짜리 작은 트리에 가 있었다. 이 긴급이 어째서 하필 크리스마스 다음 날 일어난단 말인가?
“저희가 드디어 지진을 일으킬 힘이라도 손에 넣은 겁니까?”
“아, 지진을 일으킬 힘이라. 그것이 진실이라면 실로 그 힘을 손에 넣은 나라는 에덴이요, 지도자는 신과 같은 권능을 휘두르겠군. 그랬다면 좋겠지만, 그냥 직감적으로 조만간 이런 일이 벌어질 줄 알고 있었지. 구호 성금은 다른 나라에 맡기게. 우리는 그동안 모아 놓은 구호품이나 대량으로 풀어.”
사실 대통령의 억지로 인해 구호물자는 과포화 상태였다. 물건이라는 건 결국 창고가 있어야 보관하고 보존할 것 아닌가? 창고에 더 들어가지 않는다고 그냥 밖에다 대충 비닐 씌워 방치하면 도둑들이 훔쳐 가기 일쑤다.
그렇다고 창고를 더 짓자니 그것도 그것 나름대로 다 돈인지라, 결국에는 컨테이너로 합의를 보게 되는데, 그 컨테이너도 마찬가지로 돈이다. 돈, 돈, 돈. 모조리 돈이란 말이다. 그 컨테이너마저도 한계치에 닿아 있었다.
“아, 그렇지. 인도에 주둔 중인 우리 군에는 별문제 없나?”
“예, 대통령님의 명령대로 항만에 정박해 있지 않고, 티모르해에서 훈련 중이어서 피해가 전무했습니다.”
쓰나미는 해안에서는 강력하지만, 바다에서는 쓰나미를 느끼는 건 사실상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오스트레일리아 방어 합동훈련을 핑계로 오스트레일리아 북부의 티모르해에서 24시간 훈련 도중이었다.
“좋아. 그래도 이런 부분은 잘 풀리는군. 인도적 차원이라곤 하지만, 대가로 정말로 아무것도 지불하지 않을 생각은 아니겠지.”
물에 빠진 사람 구해 줬더니 보따리 내놓으라고 하는 경우도 종종 있지만, 설마 반대의 경우라고 없을 리가 있나. 원래 가장 사람이 절박할 때가 협상하기 좋은 때이다.
물에서 빠져나오기 위해서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라고 해도 이상할 것도 없다.
여기는 자본주의 사회니까 말이다. 물론 ‘인도적 차원’이라는 꼬리표가 붙은 만큼 직접 요구하진 않겠지만, 그만한 대가를 내놓게 될 터였다.
샌프란시스코의 항만 근처에 대규모로 적재되어 있던 구호물자들이 인도네시아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소말리아 등 동아프리카 해안 국가에는 다른 곳보다 더 빠르게 움직일 수 있는 수단을 중심으로 운송되었다. 대부분 해로로 운송되었는데, 화물선이 정박할 곳까지 완전히 박살이 나는 바람에 곤란을 겪어야만 했다.
직격으로 맞은 인도네시아 수마트라섬 서부의 상태는 실로 끔찍했다. 사방이 물 천지인데 마실 물은 없고 저 물 위로 둥둥 떠내려가는 건 가판대에 진열해 놓았던 음식인데, 손에는 결단코 닿을 일 없다. 이곳이 진정 탄탈로스의 타르타로스가 아니면 어디란 말인가?
물론 지진과 쓰나미가 제아무리 강력하다고 한들 인도네시아의 존립 자체가 흔들릴 만한 건 아니었다. 그러나 무리한 군의 현대화 진행으로 인해 국방비로 지출한 상태에서 타격을 입었으니, 앞으로 인도네시아의 미래는 최소 10년은 뒤로 퇴보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었다.
‘돌아 버리겠군.’
그것을 직감한 인도네시아의 5대 대통령인 메가와티 수카르노푸트리는 남들 모르게 속으로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답답함을 도저히 이겨 내지 못할 것 같았다. 본디 재선에 실패할 운명이었으나, 운명의 장난인지 사우디가 이대로는 끝낼 수 없다며 발악하며 기름값을 하락시킨 덕분에 민심은 여전히 잠잠했고 용케도 집권을 이어 갈 수 있었다.
인도네시아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면 뭐 하나. 천기가 따라 주질 않는데 말이다. 언젠가 인도네시아 어딘가에서 지진이 일어나리라는 건 이미 알고 있었다.
과학자들이 투자금을 따내기 위해서 떠벌리는 것들을 이성의 가위로 꿈을 절제하고 잘만 골라 들으면 썩 무용지물만은 아니다.
그중에서는 경험적으로 알고 있었던 지진에 대한 것도 있었다. 인도네시아에서 지진은 그렇게 드문 일이 아니었다.
인도네시아라는 나라가 1,500여 개의 섬으로 구성된 까닭에 영토가 넓은 탓도 있지만, 섬으로 이루어진 제도이기에 지진과 해일은 피할 수 없는 운명이었다.
다만 그것의 강도가 설마 이 정도로 높고 파괴적일 줄은 몰랐다는 거지. 과학자들이 상정한 시뮬레이션을 보고 들을 때까지만 해도 그때 부서지는 것은 컴퓨터 안에서 0과 1로 구성된 자그마한 한낱 폴리곤 쪼가리에 불과했다.
그러나 그것이 현실에 나타났을 때 인도네시아인은 전부 저도 모르게 신을 찾았다. 그것은 그녀라고 해도 예외가 아니었다.
사실 그것을 눈으로 본 사람은 모두가 자신의 신을 찾을 수밖에 없었다. 어째서 고대인들이 해일을 두고 신의 분노라 칭했는지, 분노한 신에게 바칠 제물을 찾았는지 전부 이해할 수 있었다.
만약 인위적으로 저 끔찍한 무언가를 멈출 수 있다면, 사람이 아니라 그것이 설령 황금 수십 톤이라고 해도 절대로 아깝지 않았다. 그러나 자연재해를 멈추기에는 과학이 깨달은 경지가 낮아 어쩔 도리가 없으니, 차라리 재해가 지나가고 나서 그것을 복구하는 데 전력을 다해야만 했다.
‘가장 피해를 많이 본 건 아체인가?’
아체는 수마트라 가장 북부에 있는 주(州)였는데, 특별 행정구역으로 지정되어 있었다. 동남아시아에서도 손꼽힐 정도로 부유한 동네라는 말이었다. 한국으로 치면 부산이 난장판이 된 셈인데, 직간접적으로 인도네시아 전역에 조금씩 영향을 줄 터였다.
가장 먼저 해야 하는 건 의식주를 보급하는 것이다. 이것을 다르게 말해 구호물자라고도 부르는데, 의와 식은 출혈을 조금 감당하면 당장이라도 해결할 수 있으나 주만큼은 어떻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주택 건설이라는 게 만들라고 해서 당장 만들어지는 것도 아니잖은가. 게다가 시내에 침수된 구역을 재개발하거나 그대로 써야 했는데, 예산 문제로 재개발은 무리였다. 그나마 쓰나미에 완전히 쓸려 나간 부분을 재개발할 수 있는 거지.
뭣하면 항만에 도로도 다시 만들어야 했고, 내비게이션도 다시 업데이트해야 했다. 뭐 따로 명령하지 않아도 내비게이션은 알아서 하겠지만 말이다.
적어도 6개월은 인명 구조 및 의식주 해결에 힘써야 할 것이고, 2년 정도는 수마트라섬의 공권력과 행정을 복구해야 했고, 5년 전후로 아예 이전의 모습으로 돌려놓아야 할 터였다.
그 와중에도 중앙 정부의 의향보다는 수마트라섬의 지방 자치의 의견을 따라야 할 판이었다. 중앙 정부가 그만한 힘이 없어서 그렇다는 게 아니라, 원조를 받다 보면 아마 그렇게 추진할 것이라는 이야기였다.
그 재건을 위해서 장기적으로 수입도 해야 한다. 인도네시아 내부에서는 전부 소화해 낼 수 있는 양이 아니기 때문이다. 수입해야 할 품목도 실로 다채로웠다. 앞서 말한 의식주에 들어가는 게 품목이 하나던가?
단순히 음식 주고 옷 주는 선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가전제품 따위도 들어간다. 사람들이 간과하는 것이 있는데, 휴대전화는 소비재가 아니라 필수 품목이다.
현대에서 살아가기 위해서는 필수적이지 않은가? 물론 없어도 살아갈 수는 있겠지만, 그걸 현대 사회에 녹아들어 살아간다고 표현할 수는 없으리라.
주택을 만들기 위해서는 시멘트도 대량으로 필요할 터고 건설자재에는 목재나 철근. 그리고 현대 사회에서 필수인 전선도 종류별로 필요하다. 목재나 철근만 있으면 끝인가? 이것을 옮기고 운용할 중장비도 필요하다.
이것들을 시간 내에 맞추기 위해서는 전부는 아니더라도 상당수 수입해야 한다. 그리고 의식주만 해결하면 끝이 아니라 의약품 따위도 있어야 할 것 아닌가? 수재민들을 치료하는 데 지금 가지고 있는 재고로 치료가 가능이나 할까? 가당치도 않다.
그리고 소비재. 인간이 아무리 궁지에 몰렸다고 한들 소비재를 소비하지 않을 턱이 없다. 간단하게는 주류나 담배부터 심하면 설탕 같은 품목 또한 소비가 수배로 늘어날 터다.
풍족하지 못한 현실을 잊기 위해서 말이다. 그래도 이 정도는 국내에서 어떻게든 해결할 수 있다는 게 그나마 유일한 위안거리였다.
그리고 수입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았다고 그게 끝인가? 그럴 리 없다. 피해와 손실액 그리고 복구 재건에 필요한 내용을 제대로 파악해야, 수입을 시작하든 말든 할 것 아닌가? 그리고 이게 정말로 끝일 리가 없다.
자연도 복구해야 한다.
자연이 휩쓴 것을 인간이 복구해야 한다니, 실로 모순이었지만 그리하지 않으면 인간이 궁지에 몰리니, 어떻게든 복구해야만 했다.
그중에서도 산호초를 집중적으로 복구하지 않으면 생태계가 망가질 지경이었다. 생태계가 망가지면 어민들의 생계가 위험해지고 만다. 그렇게 되면 다시 위험해지는 것은 인도네시아 아닌가.
그리고 이건 이번 지진으로 피해를 본 다른 나라도 다 거기서 거기일 터였다. 예를 들면 인도 말이다.
인도의 경우에는 아직 파악 중이지만, 타밀나두에서는 추정 약 12만에 이르는 주택이 쓸려 나갔다고 들었다.
‘이제 호되게 당했으니, 온갖 주에서 쓰나미 경고 시스템도 설치해 달라고 보챌 거고 채무도……. 채무는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완화해 주리라고 기대하는 수밖에 없겠군.’
“대통령 각하, 미국으로부터 이런 문건이.”
그것은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할랄 인증이 붙은 이슬람 구호품을 대량으로 보낸다는 문건이었다. 이미 화물선이 출발했고 화물선의 정박과 구호품 인수를 승인해 달라는 것이었다.
“미국에서 지원?”
그 거대한 규모를 수치상으로 듣고 나서 머릿속으로 이미지화했을 때, 메가와 수카르노푸트리는 저도 모르게 먼 나라 이국의 성조기가 사랑스러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