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orge Bush's Great America RAW novel - Chapter (252)
조지 부시의 위대한 미국-251화(252/377)
< 251편 >
발 빠르게 거절할 틈도 없이 무상으로 주긴 했지만, 그 막대한 물량이 정말로 완벽하게 무상일 리가 없었다. 그것쯤은 정치는커녕 조금만 신문을 접하고 살았다면 누구나 알 수 있는 것이었다.
이것이 금괴나 현금과도 같이 구체적이고 물질적으로 눈에 보이는 것으로 돌아오는 건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개개인의 ‘감사의 기분’ 같은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것으로 돌아오는 것도 아니었다.
“인도네시아가 미치지 않고서야 앞으로 우리 억지를 적어도 한두 번 정도는 들어줄 거야. 그렇지 않나?”
부시는 정말로 쓸모없는 개소리라고 생각한 서류 한 장을 종이비행기로 접어 날렸다. 날리자마자 화이트가 그것을 유심하게 쳐다보더니, 이내 부시가 날린 비행기는 하얀색 괴수에 의해서 체공 시간 2초를 채우지 못하고 집무실 바닥으로 추락했다.
“그거야 원래부터 그렇습니다만, 적어도 이젠 당분간 무기 구매 건으로 말 바꾸는 일은 없겠죠.”
지금 당장이야 현대화를 위해서 미국산 무기를 쓴다곤 하지만, 결국 그것도 한계가 있는 법이다. 제대로 적응하고 나면 좋든 싫든 어쩔 수 없이 국산화를 시도하게 된다. 이건 어떤 나라도 같다. 하물며 적어도 돈만은 넘쳐나는 국가 연합이라면 더더욱.
물론 그 과정에서 정치든 기술적이든 온갖 난관이 있기야 하겠지만, 라이선스 공장이 국내에 있든 말든 자국의 무기 체계를 외국에 맡기는 짓은 실로 불안정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모든 국가가 하나도 빠짐없이 일단 여건만 되면 성능이 다소 떨어지더라도 자국산 무기를 사용하는 것에는 다 이유가 있다.
그러나 이번 건으로 아세안 연합의 맹주국이라 할 수 있는 인도네시아에 빚을 하나 달아 뒀으니 쉬이 손바닥 뒤집듯 할 수는 없을 터였다. 머잖아 동남아는 미국산 무기로 가득 차리라.
‘차마 100년이라곤 못하겠지만, 적어도 반백 년은 가겠지.’
그리고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못해 흘러넘쳤다. 어차피 그들을 무장시키려는 것은 중국 견제를 위함이었지만, 중국이 저 모양 저 꼴이 되어서야 당분간은 별 의미도 없었다.
다만 중국 땅이 가지고 있는 잠재력은 이 아메리카 대륙만큼이나 짐작하기 어려웠다.
4천 년 역사 동안 4대 문명의 발상지로서, 분열과 결합을 반복해 온 제국을 지탱해 온 땅으로서 꾸준하게 학대받아 온 땅이지만, 반대로 말하자면 이러한 역사를 전부 소화해 내고도 끝이 보이지 않는 땅이었다.
아마 이번 빚만 어떻게든 갚고 나면 다시금 잠시 호수 아래 몸을 숨긴 이무기는 독수리를 낚아채기 위해서 승천하리라. 따라서 미국이 해야 하는 일은 호수에서 나오지 못하도록 호수를 아예 얼려 버리는 것이었다. 그마저도 시간이 지나면 햇볕에 녹아 언젠가는 다시 하늘길이 열리겠지만, 그땐 또 다른 방법이 있으리라.
그래서 그 호수를 얼려서 잔뜩 독이 오른 이무기를 동태로 만드는 방법이다. 부시는 그 방법을 몇 가지 알고 있었다.
사실 알고 있었다기보다는, 본능적으로 중국이 싫어할 만한 것들이나 민감한 것들을 깨닫고 있었다.
“이보게 비서실장, 이제 슬슬 대만을 건드려 보려고 하네.”
“대만을? 의미가 있습니까? 채무자의 심사를 뒤틀어 놓을까 봐 걱정입니다만.”
비서실장은 모라토리엄이나 디폴트를 걱정하고 있었다. 그렇지 않아도 지금 ‘빚’이 성립되는 것은 미국이 대만을 옹호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기도 했다.
거기다 청나라의 정식 후계라는 암묵적인 긍정도 되었다. 이 두 가지가 족쇄라는 형태가 되어 중국의 다리를 붙잡았지만, 반대로 말해서 이 족쇄만 풀어 버리면 정당성을 확보하고 그때야말로 눈엣가시 같은 대만을 짓눌러 버릴 수 있었다.
한마디로 당은 정통 계승의 당위성을 증명하기 위해서 이렇게나 말도 안 되는 요구까지 받아들였는데, 그동안 대만은 무엇을 했는가? 정확히는 ‘대만은 어째서 아직도 정통정부를 부르짖는가?’가 성립이 가능하다.
애당초 대만을 국가로서 인정하지 않고 지방으로 인식하고 있긴 했지만, 어쨌든 국내적이든 대외적으로든 군을 보내서 점령하더라도 침묵하리라.
누가? 바로 미국이 말이다. 세계의 경찰을 자처하고 있으며, 실상 웬만한 국제기관의 주인이 침묵하면 비난하고 규탄할지언정 세계는 일반적인 ‘내전’으로 받아들이게 되리라.
애당초 대만은 20세기 무렵에 이미 UN에서 자리가 없어진 지 오래였고. 중화민국이 아니라 섬의 이름인 대만이라고 에둘러 부르는 이유도 전 세계가 대만을 정식 국가로 인정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었다.
여기서 긁어 부스럼으로 대만을 건드리게 되면, 그때야말로 정말로 중국이 전력을 다해서 반발하는 때다. 물론 반발하는 방식이야 여러 가지겠지만, 가장 현실성 있는 대답은 너무나도 뻔하다.
“그럼 그때야말로 정말로 돈 되는 건 다 뜯어 가면 그만인 거고. 내가 평생 중국인으로부터 수전노 소리 좀 듣는 거 빼곤 문제는 딱히 없겠군. 아니 그런가?”
그 과정에서 강제적인 징수가 이어짐과 동시에 미국도 손해를 보겠지만, 부시는 돈이 무서워서 움츠리고 싶지는 않았다. 돈 때문에 전전긍긍하는 건 전생만으로도 충분했다. 그렇다고 돈을 무시하겠다는 이야기는 아니었지만, 필요 이상으로 돈에 벌벌 떠는 짓은 그만두기로 했다.
“애당초 도대체 뭘 어떻게 건드리시겠다는 겁니까? 그러니까 정확히 말입니다.”
“다른 동남아 나라랑 똑같지. 대만 땅에도 군사력을 좀 팔아 볼까 하는데.”
“군사력? 무기를 말입니까? 대만이 원하는 건 이지스함이겠지만, 아무리 그래도 중국이 그걸 좌시하겠습니까?”
“그럴 리가. 이 소식을 듣고 경기나 일으키지 않으면 다행이지. 무역이 엉망진창이 되겠군.”
당연한 소리였다. 물론 개인화기 따위를 판매하는 것만으로는 정말로 경기를 일으키진 않겠지만, 그것이 만약 브래들리나 에이브람스 따위의 기갑 병기. 혹은 이지스함 같은 대공 방어 체계가 확립이 가능한 병기일 경우에는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게다가 어차피 판매한다고 한들 이지스함을 제외하면 대만이 그것을 유지할 수 있을지나 의문이긴 했다.
“그렇다면?”
“일종의 특수한 용병 같은 관계지. 일반적인 의미는 아니겠지만, 남중국해에서 주둔해 있는 해군이 일본 열도를 오갈 때 대만을 스치듯이 반복적으로 지나간다면 꼴이 재미있게 돌아갈 것 같지 않나?”
요컨대 대만 정부의 의사대로 동남아에 주둔 중인 미 해군이 대만을 지나가는 ‘일정’을 협상하에 정할 수 있게 해 주겠다는 소리였다.
어차피 무력시위 자체는 저번 북한 때처럼 자주 있는 일이었다. 그땐 실로 노골적이었지만, 이번에는 은연중에 이뤄져야 할 터였다.
“그것만으로도 중국에서 심한 반발이 있을 겁니다. 감당할 수 있겠습니까?”
지나간다고는 하지만, 실상 상시 주둔과 별 다를 바가 없었다. 애당초 한국에서 주한미군이 왜 중요했던가?
북한이 남한을 공격하면 피해를 받은 세계 최강의 군대가 자동으로 참전하게 되기 때문 아니었던가?
그것을 알기에 북한은 남한 땅을 포탄으로 두드리는 일은 있어도 절대로 미군 기지는 건드린 적이 없었다.
북한이 사라진 지금, 이제 대학에서 좀 관심이 있다 하는 사람들이나 찾아보는 역사책에서나 볼 수 있는 정보가 되어버렸지만, 어쨌든 이건 다른 나라의 주둔군도 비슷비슷했다.
“아, 우리가 감당하지 못할 건 또 뭔가? 우린 채권자라네. 채무자가 좀 강하다고 한들 채무자에 불과해. 우리는 매사에 조금 더 당당해져도 된다는 말이지. 정 뭣하면 대만에 자신을 지킬 수 있는 ‘약간의 기술’을 가르쳐 줄 수도 있겠지만, 내가 보기에는 대만이 그 정도로 가치가 있어 보이진 않는군.”
“너무나도 당연한 말이군요. 이득 없는 기술 이전은 매국 행위입니다.”
“대통령이 주도하는 매국이라.”
그렇게 말한 부시는 헛웃음으로 웃어 넘겼지만, 비서실장은 그렇지 않은 모양이었다.
“제발 입 좀 조심해 주십시오. 백악관 안이라고 절대적으로 안전한 게 아니라는 사실은 대통령님께서 그 누구보다도 잘 아시지 않습니까.”
“알고 있네. 알고 있어. 참으로 오랜만에 자네가 나에게 주의를 준 것 같구먼.”
비서실장은 분명 어느 순간부터 주의를 주지 않게 되었다. 아마 아무리 주의를 줘도 고쳐지질 않으니 그냥 포기했으리라. 뭐 바뀌는 게 있어야 주의를 주든 말든 할 것 아닌가? 그렇기에 대통령의 이상한 고집을 꺾는 것은 무리라고 판단했고, 그냥 묵묵하게 동서고금을 통틀어도 가장 이상한 대통령의 비서실장으로서 봉사하기로 했다.
“할 땐 합니다.”
그래도 이건 아니다 싶을 땐 비서실장은 얼마든지 입을 열었다. 애당초 비서실장은 누군가를 교정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 자신보다 낮은 사람이라면 모를까. 자신보다 위에 서는 사람을 바꿀 수 있는 사람은 아니란 말이다. 다만 그나마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가는 건 그 누구보다도 자신이 있었다.
“그건 그렇고 앞으로 한 10년 정도는 인도네시아 여론에서 별말이 없겠군.”
이번 구호품 지원은 미국산 무기도 무기였지만, 인도네시아에서 끊임없이 튀어나오던 미국에 대한 반발심을 그래도 한차례 누그러뜨렸다는 데 의의를 둘 수 있었다.
그까짓 구호품을 지원해 준다고 모두가 미국을 우호적인 시선으로 바라보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아체의 민심 정도는 가져갈 수 있다.
쓰나미와 지진으로 파괴되긴 했지만, 아체는 버리는 곳이 아니라 복구해야 하는 곳이었다.
한국으로 따지면, 경상북도에 건물이 무너지고 물에 좀 잠겼다고 해서 정부가 버리겠는가? 아체는 그런 곳이었다. 물론 엄밀히 말하자면 꽤 사정이 달랐지만, 그래도 따지자면 그렇다는 거다.
“적어도 양심이 있다면요. 다만 정부가 바뀌면 어떻게 바뀔지 모르는 거죠.”
“그거야 우리나라도 똑같지.”
부시가 이 백악관에 남아 있을 수 있는 시간은 앞으로 4년이었다. 4년이 지나면 다음 대통령에게 인수인계하러 갈 땐 에어포스원을 타고 갔다가, 돌아올 땐 자차나 민간 항공기 타고 돌아가야 했다.
“문뜩 다음 대통령이 불쌍해지는군. 누구일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저질러 놓은 일들을 본인이 수습하게 생겼으니 말이야.”
“그렇습니까. 저는 제 다음 비서실장이 걱정이었습니다만.”
본디 저번 임기까지만 비서실장직을 맡으려고 했었다. 수명이 실시간으로 줄어드는 꼬락서니를 보고 있으려니, 비서실장의 심신은 마치 1년 정도 사용한 걸레와도 같았다.
휴가를 가도 휴가처럼 지내지 않는 자신을 보고 있노라면, 정말로 이대로 백악관에서 일하다가 죽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부시가 좀처럼 그를 놓아주질 않았다. 그렇게 때를 놓치고 나니 결국 이번 임기에도 비서실장 자리에 있었다.
비서실장이 그런 생각을 하는 동안 부시는 다시 작은 은제 지구본을 돌리고 있었다. 그리고 언제나 지구본은 그가 유심히 지켜보는 나라에서 멈추곤 했다.
“그놈의 땅덩어리가 그렇게 흥미롭습니까?”
그 땅덩어리란 바로 동아시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