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orge Bush's Great America RAW novel - Chapter (253)
조지 부시의 위대한 미국-252화(253/377)
< 252편 >
세계에서 가장 크고 위험한 화약고였던 한반도는 어느덧 그나마 일반적인 화약고 수준으로 격하되었다.
이것이 얼마나 큰 도약인지 안다면 온종일 찬사를 보내도 모자라나, 정작 그 한반도 땅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그것을 잘 체감할 수 없었다. 다만 어떻게든 긍정적인 면만을 바라보려고 노력하고 있었다.
예를 들면 보수적인 당들은 전통적인 반공 전선에서 친북 선전으로 전환했다. 지금 와서 친북이라고 해 봤자 공산당에 고통받은 사람들을 민주주의와 자본주의의 자애로 감싸자는 것이었는데, 본디 자본주의는 점점 심해지고 있는 빈부 격차로 인해서 욕을 먹고 있었던 체제였으나, 정부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이번 결과가 민주주의. 더 나아가서는 자본주의의 승리로 포장되었다.
그 틈을 타서 이번 정부가 대북화해정책을 망가뜨렸다는 사실은 소리 소문 없이 묻혔지만, 어떤 방식으로든 통일된 순간 대북화해정책은 의미 없는 것이 되고 말았다.
그야 논문에 쓰일 수는 있겠지만, 그 사실들이나 글자의 나열이 실질적으로 현실 세계에 영향을 끼칠 수는 없게 되었다는 말이었다.
“엉망진창이로군.”
이제는 두 배나 되는 영토를 실효 지배하게 된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중얼거렸다.
엉망진창이라고 함은 단순히 나라꼴만을 일컫는 것이 아니었다. 실제로 대통령 집무실은 물리적으로도 엉망진창이었다. 서류가 난잡하게 무너져 있었고, 기밀문서가 때때로 섞여 있었다.
그러나 그가 하고자 하는 말은 고작 집무실 상태를 표현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었다. 행정 자체가 꼬이고 있었다.
그나마 잘도 여기까지 멀쩡한 건 어디까지나 그나마 근 미래에 통일될 것을 예견하고 꾸준히 준비를 해 왔기 때문이었다. 아주 짧은 준비였으나, 그것만으로도 이 불의의 사태에 대응하기에는 너무나도 충분했다.
다만 불행히도 그것이 차고 넘칠 정도는 아니었기에 지금 상황에 직면했다.
‘정말로 모든 것이 꼬였다. 이건 아니야. 이건 제대로 된 행정이라고 할 수 없어!’
방법이 정말로 없는 건 아니었다. 차별화하면 그만이다. 정부에서 공인해서 차별화할 것도 없다. 기업들의 반인륜적인 횡포를 눈감기만 하면 그만이다. 그렇게 하면 현재 행정부가 겪고 있는 문제의 9할 정도가 단번에 해결될 수 있었다.
정확히는 ‘눈 가리고 아웅’이라고 표현하는 거지만, 그것만으로도 대한민국 경제는 제대로 굴러갈 수 있었다. 다만 무고한 이북 사람들을 희생양 삼는 것뿐이지. 이건 실제로도 나오고 있는 방안이었다.
경우가 좀 다르긴 하지만, 19세기에 열강들이 왜 그렇게 식민지 확보에 힘쓴 줄 아는가? 불만을 뺄 때가 있고, 시장하고 경제 돌아가게 할 수 있으면 그만이었던 탓이다. 차별의 경우는 다르나 이유는 같다.
‘문제는 그렇게 하면 내가 대통령은커녕 인간 부스러기만도 못하게 된다는 거지.’
인간 현원섭은 기로에 서고 싶어 하지 않았지만, 대한민국 대통령 현원섭은 기로에 설 수 없게 만들었다.
대통령이란 무엇인가? 국민의 최고 봉사자를 뜻하는 것이다. 그러나 대통령마다 그 봉사의 가치는 다르다. 국민의 뜻을 정치에 기탄없이 투명하게 반영하는 게 봉사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국민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국가부터 살려야 한다는 사람도 있다.
어느 쪽이든 과하면 나라와 국민을 전부 망친다. 따라서 이 둘을 적절하게 절충하여 국가를 운영해야만 한다.
이상하고 괴상하게 뻗어 있는 자세한 정치의 가지들을 쳐 낸 완벽하게 원론적인 말이었지만, 분명 이것은 현대 국가 운영의 기초였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국민이라는 게 각양각색이기 때문이다. 그것 때문에 사람 성향마다 각자의 당이 있고, 당은 국민의 목소리를 대변한다.
대통령도 정당이 있다. 그렇기에 결국에는 민주주의의 꽃이라는 ‘다수의 의지’대로 움직일 것 같지만, 사실 그것조차도 아니다.
그렇다면 극심한 빈부 격차는 왜 존재하고, 교과서에서 배우는 낙수효과는 부자들의 현혹이자 사탕발림에 불과하며, 소수 기득권이 나라를 지배한다는 말이 왜 나오겠는가. 언제나 다수는 빈곤한 사람들인데!
정치란 그런 것이다. 이 복잡한 것들을 한군데 모아 어떻게든 꾸역꾸역 자신의 의지를 국민의 의지라고 믿고 억지로 이끌어 가는 것이 바로 정치다.
“치우겠습니다.”
생각의 농도는 높았으되, 시간은 상대성 이론에 걸맞게 실로 찰나였다. 대통령의 중얼거림을 들은 사람들 또한 집무실 꼬락서니를 보고 한 말은 아님을 알고 있었지만, 당장 눈앞부터라도 깔끔해야 나라꼴도 깔끔하게 바꿀 수 있지 않겠는가?
“정무를 시작하지. 북한 합병은 제대로 되어 가고 있는 건가?”
집무실에 들어와 있는 사람 전부 대답을 회피했지만, 그렇다고 침묵을 고수할 수도 없는 노릇인지라 국방부 장관이 입을 열어 대답했다.
원래라면 따로 회의를 열어서 다른 곳에서 만날 예정이었지만, 한 달 정도는 꼼짝없이 집무실에서 대담해야 할 판이었다. 왜냐면 업무가 겹치는 게 너무나도 많아 따로따로 열면 도저히 시간이 물리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이었다.
“아시다시피 문제가 너무 많습니다. 이건 좀 아니다 싶을 정도로 말입니다. 특히 통일부는 더더욱 그렇습니다. 말씀드리기 힘들지만, 실제로 과로사로 인해 다섯 명이 죽었습니다.”
원래 분단되어 있었을 시절 북한 담당이 어디냐? 그러니까 좀 더 직접적으로 말이다. 그건 바로 ‘국정원과 하나원’이다.
정확히는 ‘통일부’가 맞지만, ‘탈북민’들의 머릿속에 남아 있는 것 중 가장 강렬한 인상은 이 두 조직에서 나온다. 통일부 자체는 이름만 들으면 통일을 위한 부서 같지만, 실상은 통일을 위함보다는 실상 북한 외교 체계에 가까웠다.
당장 21세기에 진입하기까지만 해도 진지하게 통일을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물론 그런 사람도 있긴 있었지만, 진정 윗선에서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는 거다. 대북화해협력정책이 정식적으로 수면 위로 올라온 다음부터는 억지로라도 통일을 생각하게 되었지만, 어쨌든 지금 상황은 고작 통일부에서 감당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그렇다고 통일부가 전부 감당하고 있는 것도 아니었지만, 어쨌든 꼴이 그렇다는 거다. 실상 가장 바쁘게 몸을 움직이고 있는 건 하나원과 국정원이었다.
하나원의 경우에는 대규모로 북한에 파견되었고 대규모 채용 공고를 내야만 했다.
이건 국정원도 마찬가지였는데, 국정원의 경우에는 하나원과는 경우가 좀 달랐다. 국정원에서 북한 전담팀을 분리해서 정리한 뒤에 임시든 영구든 새로운 조직으로 개편해야만 했다.
“미치겠군. 사람이 죽을 정도로 최선을 다하고 있는데 상황이 나아질 생각을 하고 있질 않으니.”
차라리 남쪽에서 세금을 더 걷어서 북쪽에 투자할 수 있다면 사정이 나을지도 모르겠으나, 도대체 그 누가 증세를 반긴단 말인가?
“개헌도 해야 하는데, 이걸 어떻게 해야 할지도 감이 안 잡히는군.”
당장 이것도 어제 의회에서 이르기를.
“이제 북한은 우리나라 땅입니다. 당연히 북한의 주민들도 우리나라 주민입니다. 그러니 그들에게 투표권을 줘야 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건 2년 정도는 시간을 두고 민주주의와 자본주의가 뭔지 제대로 교육한 다음이라도 늦지 않습니다.”
“뭐라고? 그사이에 당신네 당으로 끌어들일 생각이면서! 어디서 국회의원 선거를 노리고 개헌을 핑계로 수작질이야! 차라리 자신이 가진 권리가 뭔지 더 알 수 있게 5년이면 충분하다고 봅니다!”
“5년은 너무 깁니다. 4년으로 합시다! 4년이면 자기가 가진 권리가 뭔지 깨닫기에 충분하고도 차고 넘칩니다.”
“4년이 말이나 됩니까? 아니, 멀쩡한 사람들한테 교육하겠다는 게 애당초 말이나 됩니까? 지금 주민들은 실상 당시 반군에 동조하지 않은 사람들입니다. 교육할 필요가 없어요!”
“이 빨갱이 새끼가! 말 다 했어?”
“이 성사 시국에 빨갱이? 저, 저거 미친놈 아니야! 죽고 싶어?”
그리고 주먹질. 그야 국회 공성전에서야 자주 보이는 일이었지만, 과중한 업무 스트레스로 욕설이나 주먹이 나가는 경우도 심심찮게 보였다.
국회의원들이 초인적인 인내심을 가진 사람들이라곤 해도 결국 사람이다. 사람의 심신은 한계치라는 게 존재하고, 그것을 넘어서면 몸은 자동으로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하게 된다. 이 경우에는 폭력이었을 뿐이었지만.
‘돌아 버리겠군. 어떻게 해도 답이 보이질 않아.’
국회는 개판이고, 서류도 개판이고, 나라도 개판이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아직 민족주의 여론이 멀쩡했다는 점이었다.
‘일단 인구수가 늘어났지.’
사실 다른 것보단 이게 컸다. 북쪽 땅을 얻음으로써 얻은 것은 반쯤 말라붙은 천연자원도, 민족의 산이라는 백두산도 아니었다. 바로 사람이었다. 사람이 늘어남으로써 일단 미래의 인구 문제를 해결했다. 당장은 더 많은 문제에 직면하겠지만 말이다.
‘인구수까지는 좋은데, 복지 진짜 어떻게 하지.’
복지가 그냥 전 국민에게 준다고 땡이 아니다. ‘세금’을 거둬야 하는데, 그 세금이 나올 구석이 없다.
그렇다고 지금 북쪽 국민에게 세금을 바로 거둘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진짜 진심으로 다행인 것은 그나마 인프라는 정상적으로 깔리고 있다는 점이었다.
이것마저 없었다면 정말로 막막하여 북한 땅을 토하는 것조차도 고려해 봐야 했을 터였다. 다행스럽게도 가장 큰 걸림돌인 인프라 문제가 해결되었고, 기업 출진 문제도 해결되었다. 진출이 아니라 출진이라고 표현한 건 실제로도 그렇기 때문이었다.
솔직히 거짓말로라도 북한은 썩 그렇게 매력적인 시장은 아니었다. 그나마 봐줄 만한 것은 미국 자본이 상당히 들어갔다는 점이었고, 앞으로 꾸준히 외국 자본이 몰릴 것이라는 점 정도였다.
대한민국 기업들은 애국심 하나만으로 출진해야 했다. 그리고 그렇게 애국심 마케팅을 할 수 있는 건 피해를 보더라도 다른 곳에서 복구할 수 있는 대기업이나 부푼 꿈을 가진 청년 사업자들 정도였다.
‘국민에 차등을 두지도 않고 증세도 없는 방법…….’
그딴 천국 같은 방법이 도대체 어디 있단 말인가? 그딴 걸 알았으면 현원섭이라는 인간이 대한민국 대통령 하고 있겠는가. 세계 대통령 하고 있었지.
“이렇게 보니까 아주 한국 천자 2세가 따로 없구먼.”
“미 대통령이 한국에 보이는 집착은 확실히 비정상적입니다만.”
장관은 말을 흐렸다. 분명 국내 정치하는 걸 보면 그냥 한국 문화에 대한 선호도가 높다고 저럴 수 있는 게 절대로 아닌데, 이상하리만치 집착했다. 그것도 막상 보면 원래부터 그런 것도 아니고 대통령으로 취임한 다음부터 보였다.
그것 때문에 어마어마한 돈을 들여 그를 관찰하기 시작했지만, 그들이 알 수 있었던 건 그 양반이 진짜 일에 미쳐 있는 상태라는 사실과, 다소 단백질과 섬유질에 편향된 음식 취향뿐이었다. 그리고 그들 또한 지금은 전부 철수한 상태였다.
돈이 한 푼이라도 부족한 상황에서 그것을 유지한다는 건 그야말로 미친 짓이나 다름없었다.
‘차라리 그 양반한테 부탁을 해 봐?’
‘미래를 팔아 현재를 사는 것’도 나쁜 생각은 아닌 것 같았다. 애당초 출자금도 그런 개념 아닌가? 사실 더 나은 방법이 있긴 있었다.
일본이라는 선택지가 있었지만, 그걸 건드렸다간 현재 정부의 근간부터 흔들릴 것 같았다. 현원섭은 지금 민심은 대통령조차 끌어내릴 힘을 가졌다고 믿고 있었다.
‘진짜 어떻게 하지.’
제대로 된 해결책조차 찾지 못하고 대한민국 대통령의 고민은 깊어져만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