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orge Bush's Great America RAW novel - Chapter (255)
조지 부시의 위대한 미국-254화(255/377)
< 254편 >
비서실장이 불편한 휴가를 보내고 있는 동안, 대통령은 대통령 나름대로 불편한 업무를 보고 있었다.
“9.1짜리에 이어서 9.0짜리 지진이 또 났다고?”
“예, 그렇습니다.”
잘못 들은 것이 아님을 깨달은 부시는 망연한 표정을 지었다. 분명 이상했다. 기억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서 차차 흐려지고 있다곤 하나, 그렇게 큰 사건을 가닥부터 완전히 망각할 만큼 흐려지진 않았다.
“벌써 세 번째야. 세 번째. 뭔가 잘못된 거 아닌가?”
분명 한 번 더 날 예정이긴 했다. 그러나 그것은 3월 말쯤에 날 예정이었으며, 8~9 사이에서 일어난 것이지. 절대로 9.1짜리가 아니었다. 그나마 불행 중 다행인 것은, 쓰나미는 나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아직 공개되진 않았지만, 비슷한 진도의 지진이 높은 확률로 한 번 더 날 것으로…….”
부시의 질문에서 잘못됨은 기억의 잘못됨이었으며, 동시에 자신에게 하는 질문이기도 했다. 그러나 보고자는 질책을 받고 있다고 착각하고 말았고, 이내 말을 완전히 마치지 못하고 굳게 입을 다물었다.
‘뭐야? 뭔데?’
처음으로 어느 정도 어긋난 것이 아니라, 완전히 어긋나 버린 상황 탓에 부시는 당혹감과 혼란스러움을 감출 수 없었다.
신의 장난이라도 되는 건지. 아니면 이곳이 지구의 활동만큼은 다른 평행세계라도 되는 건지. 그것조차 아니면 좀 더 일찍 시작된 셰일오일 채굴이 문제가 되었는지는 알 수 없었다.
사실 김갑환이 이 몸에 들어오기 전에도 수압파쇄법에 대한 유해성에 대해서는 한창 조사 중이었으니 말이다. 그나마 그 와중에도 안정성과 미래성을 보인 것이 가스파쇄법이었던 탓에 가스파쇄법에 그렇게 매달린 거였다.
그러나 부시는 이 가설을 부정했다. 만약 셰일오일 때문에 지구에 문제가 생겼다고 한다면, 미국에서 문제가 생겨야지 왜 남아시아에서 지진이 난다는 말인가?
‘그래, 지진이 나는 거야 좋다 이거야. 그럼 대비를 해야지!’
아마 세계 각국의 긴밀한 지원이 아니라, 그냥 돈을 쏟아붓는 정도의 지원이 없다면 동남아시아의 경제가 붕괴하리라. 이렇게 본격적으로 다른 나라를 돕는다는 게 실로 어불성설이긴 했지만, 사람이 떼로 죽을 것이라는데 그것을 방관하고 있다면 대통령이니 나발이니 사람 새끼의 자격조차 없는 것 아니겠는가?
그렇기에 부시는 인도네시아 쪽으로 전화를 걸었다. 정확히는 인도네시아 쪽으로 전화를 걸기 위한 몇 번의 절차를 거칠 곳으로 한 전화였지만, 결과적으로 그 전화는 현 인도네시아 대통령과 연결되었다.
부시는 그녀가 자신의 말을 곧이곧대로 들을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비유하자면, 그렇지 않아도 가진 거라곤 모종삽밖에 없고 손 하나라도 모자랄 시점에 아예 최첨단 중장비를 지원해 주겠다는데 누가 거절하겠는가?
“진심으로 하는 말이오?”
그리고 이것이 그 결과다.
-예, 그렇습니다. 이 이상은 거부하고 싶습니다.
“진심이오? 한 번 더 날 터인데?”
-이유는 많습니다만, 제 입으로 설명하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립니다. 저희는 미국의 과한 개입을 피하고 싶습니다.
부시가 제안한 건 지진으로 인해 파괴된 ‘모든 것의 복구’였다. 절반 이상을 미국에서 부담하고 차후에 어느 정도 혜택을 가져오는 형태를 띠고 있었다. 부시가 생각하기에 이것은 거절할 만한 제안이 아니었다.
“귀하께서 고르고 싶은 게 금이요? 납이요? 하나만 고르시오.”
부시는 드물게도 으르렁거렸다. 금과 납이란 돈과 탄을 비유한 것이었다. 과격한 언사라고 할 수 있었다.
-금과 납이라. 미 대통령께서는 과거 연금술사들이 그렇게 목매달았던 황금 연성의 비법이라도 알아내셨나 봅니다?
그리고 그녀가 그것을 모를 리는 없었다.
“엄밀히 말하면 바꿀 수 있지만, 그리하지 않는 것뿐이오. 수지타산이 맞질 않거든. 하지만 그것이 꼭 필요하다면 해야겠지.”
부시는 이렇게 된 김에 그냥 강하게 나가기로 했다. 조금 오만하게 느껴질 수도 있었지만, 감히 인도네시아 따위가 미국을 무시할 수는 없었다. 우열을 가릴 수 없다는 문화를 제외하면, 자본주의적인 척도로는 모든 면에서 인도네시아는 뒤처지고 있었다.
무엇보다 전쟁이 일어나면, 세상 그 어떤 국가도 미국의 분노 아래 무사할 수는 없었다. 물론 부시가 자신의 말을 듣지 않았다고 인도네시아를 상대로 전쟁을 일으키겠다는 소리는 아니었지만, 적어도 ‘상대방’은 그렇게 생각한다. 정확히는 그동안 줄곧 그렇게 생각해 왔다.
-누가 그걸 모른답니까. 어차피 흑연도 다이아몬드로 바꿀 수 있는 세상에 납이라고 금으로 바꿀 수 없을까. 단지 저희는 그것을 받아들이지 못하겠다는 겁니다. 애당초 이 요구가 밖으로 새어 나간다면 규탄을 받으실 것이라는 점은 알고 계시겠죠?
그러나 그녀는 당당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번만큼은 명분에서 그녀가 우위를 차지했기 때문이다. 이는 명백한 내정간섭이었다.
그리고 이것이 통화의 끝이었다.
‘이런 빌어먹을 놈들. 국민보다 정치가 중요하다 이건가?’
그야 맞는 말이긴 했다. 상상해 보라. 지금 당장 대한민국에 남아시아 대지진 같은 지진이 일어났는데, 일본이 인도적 차원이라면서 어느 날 대규모로 구호품에 인프라 재건까지 지원해 준다고 하는 거다.
앞으로 100년. 아니, 최소 50년 정도 더 지나면 모를까 이걸 기뻐할 놈이 어디 있겠는가. 통일로 인해 민족 감정이 최고점을 찍은 이때 매국노 취급이나 당하지 않으면 다행이지.
하지만 부시는 머리로는 알 수 있어도 그것을 가슴은 알아주질 않았다. 그놈의 국가가 뭐길래 국민을 빈곤하게 하는가?
하긴 당장 북한만 해도 목에 아주 그냥 총칼을 겨누고 들어간 덕분에 간신히 지원 아닌 지원이 시작되지 않았던가?
그리고 한국과 일본으로 비유하긴 했지만, 이건 단순한 자존심 문제가 아니었다. 과할 정도로 높아진 영향력 문제였다. 부시 집권 이전부터 미국이 지속해서 동남아에 끼쳐 온 영향력이 부시 정권에 이르러 드디어 도를 넘어선 것이다.
침탈 수준으로 넘어가고 있다고 여긴 탓이었고, 사실 어느 정도까지는 실제로도 비슷했다. 이 영향력은 부시가 노린 바였으니 말이다. 물론 목적이 다르긴 했지만 말이다.
부시는 분을 이기지 못하고 전화기를 내던지려다가 이내 그만두었다. 아무리 화가 나더라도 애꿎은 전화기에 화풀이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탈력감이 왔다.
‘정치. 정치란 무엇이었던가. 국민을 이롭게 하는 것이 정치 아니었던가?’
필요 이상으로 감상적으로 될 생각은 없었다. 다만 그래도 어디까지나 엿 같은 건 그냥 엿 같은 거다.
사실 부시의 정신 상태는 한순간이나마 필요 이상으로 감상적으로 변할 정도로 불안정하긴 했다. 이는 자신이 아는 것과 완벽하게 다른 점이 나오자, 정신에 큰 틈이 생긴 탓도 있었다.
“진짜 돌아 버리겠다.”
그렇다고 유치하게 ‘이제 동남아는 몰라!’라고 할 생각은 없었다. 다만 돕지 못한 것이 인도네시아 국민들에게 실로 유감일 뿐이었다.
“앞으로 도와주기는 힘들 것 같군.”
단순히 넘어갈 문제가 아니긴 했다. 유럽에서도 중동 문제가 아니었다면, 이 동남아 문제에 대해서 꽤 많은 제재를 가해 왔을 터였다. 당장 동남아에 행사하고 있는 영향력만 해도 상당하긴 했다.
예를 들면 일본, 한국, 인도에 주둔하고 있는 항모전단부터 시작해야 한다. 동남아는 이 항모전단으로 인해서 완벽하게 가둬지고 있었다. 심지어 아래에는 호주도 있었다.
그뿐인가? 현대화에 쓰인 무기 체계도 해군을 제외하면 육군과 공군 모조리 미국산이었다. 경제 부분에서도 아직 베트남에 한정되어 있지만, 점점 동남아 전체에서 단순 노동직 파견으로 인한 외화를 상당히 벌어들이고 있었다. 소위 외국인 노동자라고 불리는 그것 말이다. 그리고 그중에서 가장 큰 고객은 단언컨대 미국이었다.
다만 이런 부분은 분명히 아세안이 미국에 고마워해야 할 것이긴 했다. 김갑환이 신문 뒤적거리던 해에도 아세안은 좀처럼 진척을 보이지 않고 있었으니 말이다. 국가 연합에 순위를 먹이라면, 일단 최고 병신은 누가 뭐라고 해도 아프리카다.
다만 아프리카는 국가 연합 자체가 문제라기보다는, 나라들이 하나같이 모조리 개판이라서 자연스럽게 연합 체제까지 병신이 되어 버린 경우였다.
아세안도 마찬가지였지만, 그래도 엄밀히 말하자면 여러모로 아프리카보다는 사정이 나았다. 그래도 뭔가 하려고 하면 추진은 할 수 있지 않은가? 미국이 압박하긴 했지만, 적어도 압박이라도 하니까 제대로 된 반응이라도 보였다는 사실이 그래도 그럭저럭 굴러는 간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아직은 아세안이라는 국가 연합체를 목표로 하고 있음에도, 나라마다 서로 원수 취급하긴 했다. 하지만 그것도 점점 가까워지면서 감정을 식히면 해결될 문제였다. 아니면 외부로부터 자극을 받거나 말이다.
어쨌거나 아주 가능성이 없는 집단은 아니라는 소리였다. 그렇다고 그놈의 아세안이 당장 인도보다 얻는 게 많으냐고 하면 할 말이 별로 없긴 했지만, 부시는 이득을 보기보다는 인도주의적 문제라고 생각했다.
사실 어느 정도는 알고 있었기에 동남아에 임기 동안에는 더는 간섭할 생각은 없었지만, 무슨 그랜드 슬램도 아니고 세 번이나 되는 지진 덕분에 부시의 머리에도 지진이 났을 뿐이었다. 그마저도 이제는 곧 네 번이 되겠지만 말이다.
거기까지 생각한 부시는 넥타이를 느슨하게 풀었다.
“좋다. 차라리 신이 내린 기회라고 생각하지.”
부시의 마음가짐을 정리할 기회 말이다.
사실 부시가 내건 조건도 좀 문제가 있긴 있었다. 차후에 천천히 이득을 얻어서 본전을 찾는다곤 하지만, 결국 미국의 재화를 끌어다 쓰는 것이었으니 말이다. 그리하면 인간 실격은 면하겠지만, 대통령은 두말할 것 없이 실격이리라.
‘내가 참으로 오만했던 모양이군. 미국이면 전부 할 수 있을 것이라 여겼는데.’
현실은 생각보다 녹록하지 않았다. 제아무리 자본주의 사회라지만, 돈만 많다고 후려칠 수 있는 게 아니고 힘이 강하다고 뭐든지 자신의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반대로 말하면 이미 동남아시아는 미국의 손아귀 안에 있다고 해도 상관없겠지.’
이번 거절은 인도네시아의 마지막 발버둥이나 다름없었다. 주권까지는 빼앗기지 않겠다는 발버둥 말이다.
‘하긴 임기 초기에 여기저기 너무 원조를 많이 하긴 했지. 그것 때문에 국내에서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니야. 이제 쳐 낼 건 쳐 내야겠어.’
그렇다고 해외 영향력 투사를 끝낼 생각은 없었다. 지금 와서 철수한다면 그땐 정말 이도 저도 아니게 될 터였으니 말이다. 그저 보기 좋게 잔가지를 깔끔하게 정리하기로 했다.
다만 부시가 아메리카 퍼스트를 외치기에는 부시가 가진 인류애가 그것을 허용하지 않았을 뿐이었다.
그리고 동남아에는 네 번째 지진이 터졌다. 그 강도는 8.2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