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orge Bush's Great America RAW novel - Chapter (256)
조지 부시의 위대한 미국-255화(256/377)
< 255편 >
* * *
그것은 물로 형성된 거대한 벽이었다.
높은 건물은 본 적이 있다. 도심으로 나가면 발에 챌 정도로 있는 것이 마천루였으니 말이다. 그러나 그만큼 높은 벽은 본 적이 없다. 그리고 그만한 질량은 더더욱 본 적이 없으며 체감해 본 적도 없다.
단 한 가지. 다행인 점은 이미 쓰나미가 언제든지 다시 올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는 상태였으며, 세 번이나 되는 지진으로 인해 충분한 실전 훈련이 되어 있다는 점이었다. 사람들은 무조건 고지대로 올라갔다.
물건들 또한 어느 정도 처분하거나 옮겨 놓아 완전히는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준비되어 있었다.
지진은 시베루트섬과 파당 사이 해저에서 일어났다. 수직단층 운동으로 인한 지진이었으며, 8.2의 강도였다.
“지진이라니, 쓰나미라니. 신이시여!”
고지대에서 관측했을 때 그것은 더는 벽으로 보이지 않았다. 저지대에서 보였던 것은 압박감과 착시에 의한 것이었으니 말이다. 다만 질량만은 그대로였다. 튼튼하지 않은 건물은 말 그대로 쓸려 나갔고 온갖 쓰레기와 자재. 그리고 뿌리째 뽑힌 나무가 부표했다.
“제발! 살려 주세요!”
제때 빠져나오지 못한 이들이 서로 손을 잡으려다가 그대로 물살에 쓸려 나가는 모습은 그야말로 인세의 지옥이라고 할 만했다. 파당 시민들은 어째서 고대에 홍수와 해일이 고대에 신의 분노로 표현되었는지 뼈저리게 깨달을 수 있었다.
지진이 세 번이나 일어났을 때, 그들은 더는 자신만의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것이 정말로 자신에게 다가올 줄은 꿈에도 모르고 있었다.
정부와 과학자들도 한 번 더 일어나리라는 사실은 정황상 짐작했으나, 어디서 어떻게 일어날지는 알 수가 없어 원론적인 대책만을 내놓았고, 대피 훈련만을 반복했다. 훈련이 성과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군인이 훈련을 수료했다고 해서 무적이 되겠는가? 모든 선수가 노력했다고 한들 금메달을 반드시 따느냔 말이다.
대피도 똑같았다. 불시에 덮쳐진 재앙에 모두가 완벽하게 대피를 할 수 있는 건 아니었다. 특히 노인이 동반된 경우에는 더욱이.
그러나.
“아시다시피 동남아시아의 경제가 잠시 무너져 내릴 겁니다. 하지만 그것뿐입니다.”
그래도 어떻게든 바득바득 올라올 게 틀림없었다. 미국의 도움을 받지 않아도 유럽이나 동아시아에서 지원이 올 터였으니 말이다.
국제기구도 있고. 다만 인도네시아가 간과한 것이 있다면, 지금 다들 국내의 일로 바쁘다는 점이었다.
유럽은 말할 것도 없다. 중동을 안정화하기 위해서 전력을 투사하고 있다. 비록 실제로는 그렇지 않더라도 들어가는 예산은 결국에 똑같았다.
동아시아 삼국? 중국은 해외 진출 자체를 포기했고 한국은 북한 소화에 모든 자원을 집중하고 있었다. 그나마 사정이 나은 건 일본이었고 실제로도 일본에서 많은 지원을 받을 예정이었다.
그래서 가장 가까운 나머지 남아시아 국가들. 그러니까 아세안 친구들은 도대체 뭘 하고 있느냐? 아주 간단했다. 사정이 인도네시아와 별반 차이가 없었다. 이번 연속 지진으로 가장 큰 피해를 본 건 인도네시아였지만, 다른 국가들도 나름 피해를 봤다. 말레이시아든 미얀마든 아세안의 회원국 대부분 지진 및 쓰나미 피해 복구에 매달려 있었다.
그나마 멀쩡한 건 멀리 떨어져 있거나, 내륙국인 라오스, 베트남, 마지막으로 필리핀 정도였다. 1, 2차에서는 괜찮았으나 3차에서 하필 타이만에서 난 덕분에 캄보디아 또한 지진에서 피해 갈 수 없었다.
“중국이 아쉬워하겠군. 은혜를 팔아 둘 기회인데. 그래도 경제는 금세 회복세로 돌아설 겁니다.”
-물론입니다. 미 대통령께서 지원해 주시는데 금세 돌아설 겁니다.
부시와 통화하고 있는 사람은 글로리아 마카파갈 아로요 필리핀 대통령이었다. 여성 대통령이었는데, 뒤에서 무기 체계 일원화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협조한 전력이 있었다. 정확히는 전체적으로 미국에 협조적인 분위기였다.
그도 그럴 것이 인도네시아와 같이 특수한 경우가 아니면, 미국의 원조를 그다지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그리고 만약 부정적으로 하려고 해도 일단 받고 나서 시치미를 떼고 말지.
어쨌든 부시가 생각을 정리하던 도중, 남아시아에서 최종적으로 미국의 친구로 선택한 건 필리핀이었다. 미군이 직접 주둔하고 있던 전적도 있고, 유사시에는 아마 가장 협조적일 터였다.
그렇게 외교적인 수사가 잔뜩 함유된 잡다한 잡담이 끝나자 전화가 끊겼다.
그런데 비서실장이 불편하다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처음에는 휴가가 끝나서 그런가 싶었는데, 그건 또 아닌 것 같았다.
“아까 대통령님께서 말씀하신 중국 말입니다. 최근 들어 조용한 게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자네가 그런 말을 할 줄은 몰랐는데.”
정말로 의외였다. 그동안 부시가 내놓은 질문에 대답하거나 반박한 적은 있어도 적극적으로 자신의 의견을 내놓은 건 정말로 손에 꼽을 정도였다.
그것이 기우에 불과한 의견이라고 해도 말이다. 부시는 비서실장의 불안을 불식시키기 위해서 입을 열었다.
“이제 막 회복세에 들어선 나라야. 내 임기 안에는 아무것도 못 할 걸세.”
그리고 실제로 그러했다. 중국은 당분간 정말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섣부르게 태양 아래로 나온 이무기가 태양의 찬란함에 놀라, 온갖 방법으로 뒤틀고 비틀고 그렇게 다시 진흙탕 못으로 돌아갔다.
다만 그렇다. 어쩌면 혹시 모르지. 그 왜 그런 말도 있잖은가?
‘지금 무릎을 꿇은 건 추진력을 얻기 위함일지도 모르지.’
힘이 다해 엎어진 것이 아니라, 착실하게 복수의 칼날을 갈고 있을지도 모른다. 아마도 그럴 것이다.
공식 석상에서 만날 때마다 보이던 리커창의 표독스러운 눈빛을 상기하면 알기 싫어도 알 수 있었다.
“중국 걱정은 잠시 접어 놔도 좋아. 우리는 좋은 시대를 살아가고 있네. 팍스 아메리카나. 내 후임 대통령들이 이상한 삽질만 하지 않는다면 미국은 적어도 이번 세기에서는 세계의 지배자로서 남을 걸세.”
“지배자라. 대통령님이 선택한 단어치고는 좀 그렇군요. 과격하다고 해야 하나, 오만하다고 해야 하나.”
“나답지 않다고 말하고 싶은 거겠지. 그러나 현실이 그러한데 어쩌란 말인가. 지금의 미국이 작심하고 두드려 패면 저항이나 할 수 있는 국가가 있으리라고 보는가?”
없다. 이젠 정말로 없다. 중국은 잠들었고 러시아는 숨을 죽이고 있다. 인도는 군이나 경제나 아직 미국에 비하면 여러모로 모자랐다.
유럽은 결국 언젠가 중동의 안정을 위해서는 유럽이 흔들릴 만큼 유럽의 재화를 모조리 때려 박아야 한다는 모순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중동에서 도망칠 것이다. 아프리카? 제 몸이나 잘 가누면 다행이다.
게다가 나머지 좀 잘 나간다고 하는 국가는 미국의 우방국이거나 동맹이다. 동맹이나 우방국이 영원한 건 아니었지만, 미국이 제풀에 엎어져 수십 갈래로 쪼개지지 않는다면, 그럴 일은 결코 없으리라.
미국의 군대는 날을 거듭하면 거듭할수록 개선되었고, 신병기들은 점점 전선에 배치되고 있다. 부시가 삽질한 적이 없다고는 차마 말할 수 없었다. 다만 그 삽질이 미국의 패권에 영향을 주었냐고 하면, 그건 또 아니었다.
그가 세워 놓은 업적에 비하면 그것들은 집권하는 과정에서 생긴 귀여운 실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어쨌든 중요한 것은 작정하고 점령전으로 들어가면 몰라도 총력전에서 미국을 이길 국가는 없었다.
그렇다고 해도 부시는 그 사실을 과하게 신용하지는 않았다. 힘으로 정권을 바꾸려던 미국이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어떤 꼬락서니가 났는지 확실하게 기억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그러고 보니, 인도네시아는 앞으로 자국과의 외교에서 매사에 소극적으로 임할 것이라고 봅니다만, 대책은 제대로 세웠는지 모르겠군요.”
당연하겠지만, 걱정하는 게 아니라 비꼬는 것이었다. 21세기 초반을 관통하는 주제가 있다. 미국과 정말로 완전히 척을 진 나라는 언제나 가난하다. 그 러시아와 중국조차 완전히 척을 지진 않았다.
그나마 이 법칙에서 벗어난 것이 베트남 정도였지만, 정작 그 베트남도 21세기가 되자 미국과 우호적인 관계를 구축하기 위해서 최선을 다했다. 심지어 베트남인들은 미국에 대부분 호의적이었다.
그것을 알면서도 부시는 일부러 이렇게 대답했다.
“인도네시아 말인가? 안 봐도 뻔하지. 대충 이렇게 말하고 있을 걸세.”
* * *
“걱정하지 마십시오. 제아무리 그 천하의 미국 대통령 조지 W. 부시라고 해도 내정간섭 수준의 요구를 거부했다고 어떤 식으로 인도네시아에 해를 끼치지는 않을 겁니다. 그는 다른 지도자들에 비하면 도리어 유(柔)한 편이니까요.”
“그건 맞지. 맞는 말이지만.”
보좌관의 장담에 인도네시아의 대통령 메가와티 수카르노푸트리는 말을 흐렸다. 아세안은 온전히 동남아시아의 것이어야 했다. 정확히는 ‘인도네시아의 것이어야 했다.’가 맞는 말이지만, 다른 회원국들이 이 말에 동의할 턱이 없었다.
‘지진만 나지 않았어도…….’
아니, 지진까지는 좋다. 쓰나미만 아니었더라면 점진적으로 그렇게 될 수 있었다. 하물며 그것이 한두 번이 아니라, 네 번씩이나 되지 않았더라면 더더욱!
솔직히 말해서 처음에는 성조기가 그렇게나 사랑스러워 보일 수가 없었다. 두 번까지는 어쩔 수 없다면서 그냥 웃으면서 받아들였다. 그러나 세 번은 아니다. 세 번까지 의지한다면, 그건 결코 앞으로 인도네시아가 동남아를 주도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했다.
그렇게 네 번의 지진이 일어났고, 두 번의 쓰나미가 인도네시아를 괴롭혔다. 이제 인도네시아는 이것을 복구하는 데 국력을 모두 집중해야 했다. 그것도 약 3년 정도 말이다. 그것마저도 예산 관련이었고, 완전 복구 자체는 적잖아 10년은 걸릴 터였다.
그냥 눈 딱 감고 미국의 지원을 받아들일까 생각도 해 봤지만, 적어도 그녀가 알고 있는 역사상 나라 중에 현재를 팔아서 미래를 사려고 했던 나라 중 현재까지 멀쩡하게 남아 있는 나라는 없었다.
그녀는 말라 죽는 한이 있더라도 역사 속 그렇게 죽어 간 나라의 전철을 밟을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그리고 이 대통령이라는 직책도 영원히 들고 있을 게 아니잖은가? 언제가 될지는 몰랐지만, 언젠가는 다음 세대에 넘겨줘야 했다.
솔직히 앞으로 인도네시아가 겪을 꼬락서니를 보면 아마 이번 임기가 끝일 것 같았지만, 혹시 모르지. 하늘이 도우셔서 이 자리를 보존할 수 있을지 누가 알겠는가? 그리고 만약 내려오더라도 상관없다. 그저 이 한 몸 바쳐 인도네시아를 남아시아의 진정한 패자로 만들 수만 있다면 뭔들 못하겠는가?
그녀가 개인의 영달을 위하지 않는다는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대통령 자격은 있었다. 단지 정치질만으로 이 자리에 올라선 것은 아니었다.
그렇다면 그녀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그것을 실천하는 게 너무나도 어려워서 그렇지. 대답은 아주 간단했다.
“경제를 살려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