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orge Bush's Great America RAW novel - Chapter (257)
조지 부시의 위대한 미국-256화(257/377)
< 256편 >
현재 하루가 다르게 바뀌고 있는 나라를 꼽는다면 그것은 한국이었다. 한반도 북부는 날을 거듭하면 거듭할수록 눈부시게 달라지고 있었다.
이는 한국의 기술력이나 미국의 자본력이 대단했다기보다는 진짜 북부에는 쥐뿔도 없었던 덕분에, 뭘 하기만 해도 달라 보였던 탓이 컸다.
다만 한국에 비할 바는 아니나, 전후 복구로 한참인 건 비단 한국뿐만이 아니었다. 복구만이라면 제일 규모가 큰 건 인도네시아였고, 그 외에 이번 지진으로 피해를 본 동남아시아 국가도 있었다.
그러나 오로지 장르를 전후 복구 하나로 좁힌다면, 그중 가장 대규모로 전후 복구를 진행 중인 것은 최근 러시아와 전쟁을 치른 조지아였다.
“젠장! 이놈의 잔해는 치워도, 치워도 끝이 없군!”
원 역사보다 더 오랫동안 버틴 조지아는 완전히 총체적인 심부전을 겪어야만 했다. 그나마 남게 된 유일한 인프라가 국도라는 점에서 말 다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이렇게 된 이유는 러시아가 펼친 작전이 통상적인 점령전이 아니라, 단기 결전을 상정한 초토화 작전이었기 때문이었다. 러시아의 기갑연대를 필두로 한 대규모 부대는 차르의 분노를 어김없이 표출했고, 한차례 군축으로 인한 전투력 하락을 필사적으로 부정했다.
그 외에도 생각보다 조지아가 잘 버텼던 탓도 컸다. 유럽의 은밀한 지원을 받은 조지아는 익숙한 고국 땅에서 게릴라전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게릴라전에서 가장 중요한 건 기민성과 돌발성 그리고 여느 부대처럼 제대로 된 ‘보급’이 돌아가는 것인데, 그것을 유럽이 맡아 버리니 러시아로서도 게릴라만큼은 답이 없었다.
결국에 러시아가 택한 것은 위와 같이 초토화 작전이었다. 정말로 모조리 들쑤시고 다닌 것이다. 미국의 적절한 중재가 없었더라면, 적어도 1년은 더 싸울 수 있었으리라.
그렇게 나온 협상안은 실상 현상 유지였고, 남오세티야는 일부 자치권을 획득했으며, 실질 러시아의 위성국 혹은 종속국이 되었다. 아마 10년 내외로 러시아에 흡수 통합될 확률이 높았다.
“시체! 잔해! 시체! 잔해! 시체! 잔해!”
그 조지아의 복구 현장에서 한 사내가 지랄 발광을 떨고 있었다. 그는 조지아 군인이었는데, 작대기 4개짜리. 다시 말해 상병(Corporal)이었다. 다만 상병이라고 해도 한국의 상병과는 사뭇 달랐는데, 작대기부터가 넷이었다. 그래도 어차피 짬을 먹을 만큼 먹었다는 점에서는 별로 다를 바가 없었다.
다르게 말하면 ‘꼬장이나 심술을 부려도 되는 위치다.’ 이 말이렷다. 그러나 이를 불행이라고 해야 할지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지금 이 상병이 부리고 있는 것은 절대로 심술 따위가 아니었다. 도리어 정당한 짜증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젠장! 내 집이 이 꼬락서니가 되다니!”
러시아군의 폭격은 민간 구역이라고 해도 예외가 아니었다. 정확히는 민간 구역에 있는 변전소 같은 게 목적이었지만, 포탄이 꼭 정한 곳으로 착탄할 것이라는 보장은 세상 그 어디에도 없잖은가. 그런 포탄이 없는 건 아니었지만, 적어도 아직까지는 미국만이 운용하고 있었다. 덕분에 국가 주요 시설이 위치한 주변 민간 구역은 콩가루가 되고 말았다.
“내가 직접 손수 지은 주택이었는데!”
솔직히 별로 친하지도 않은 이웃들의 시체는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시체 상태인 게 좀 문제가 되긴 했지만, 이걸로 정신에 충격이 오거나 구역질하기에는 너무나도 많은 시체를 보아 왔다. 시체를 보기만 했을까. 때론 조국을 지키기 위해서 만들기도 했고, 치우기 위해서 만지기도 했다.
“아, 좀 삽질이나 하십시오. 예?”
“네가 뭘 알아! 평생을 바친 역작이었다고! 그리고 이, 이 흔들의자! 왜 이렇게 흔들리니! 어? 외국에서 공수해 온 비싼 가구란 말이야.”
그는 ‘이렇게! 이르케! 어? 부드럽게 흔들려야 할 것 아니야!’라며 반쯤 숯덩이가 되어 버린 흔들의자를 손으로 아기 요람 흔들 듯 열심히 흔들며 광기 어린 목소리로 외쳐 댔다. 그 모습을 보고 있던 후임들이 삽질이나 한 번 더 하라고 쪼아 댔지만, 그는 들은 척조차 하지 않았다.
사실 돌아갈 장소를 잃어버린 군인이, 심지어는 본인이 손수 지은 집이 전소되었으니 저렇게까지 발광해도 전혀 이상하지는 않았지만, 후임들이 그것을 감내하기에는 이런 꼴이 되어 버린 사람이 좀 많았다.
“어휴, 시발. 집 잃은 게 자기 혼자인가. 저긴 반쯤 탄 가구라도 남았지. 나는 집터도 안 남았는데.”
사실 포격 자체는 민간에 그리 큰 피해를 주지 못했다. 다만 포격으로 인한 2차 피해는 심각했다. 예를 들면 화재 같은 거 말이다.
열심히 공병삽으로 평탄화 작업을 이어 가던 후임은 이 상병보다 더 심한 경우였다. 포격도 맞고 화재도 났다. 덕분에 집터조차 남지 않아서 전쟁이 끝나고 자신의 집을 한참을 헤매다가 도로 간판을 보고 그제야 알아차릴 수 있었다.
이렇듯 집뿐만이 아니라 모든 인프라가 박살 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인간의 가장 기본 요건 중 하나인 식수를 위한 상수도 및 수자원 공급 시설은 물론이거니와, 발전소와 변전소는 물론이고 빌딩이나 공장 등 좀 높거나 크다 싶은 건물은 모조리 무너졌다.
조지아 국민을 먹여 살릴 밭과 목장은 모조리 한 줌의 재 가루가 되어 바람에 휘날려 사라졌고, 광산은 아주 그냥 처음부터 다시 파고 내려가야 하게 생겼다.
게다가 행정에도 큰 문제가 있었다. 그럴싸한 건물이 없다시피 해서 모든 국정을 전시(戰時)용 벙커에서 진행해야만 했다. 그뿐인가? 공무원과 군인에게 줄 월급은 또 어쩌고? 그리고 월급을 준다고 해서 그걸로 뭘 사 먹을 수 있어야 했는데 그것도 아니었다. 조지아의 통화인 라리(?)가 휴지 조각이 되는 순간이었다.
정말로 다행인 것은, 전쟁이 끝나고도 유럽에서 여전히 그들을 지원해 줬다는 사실이었다.
조지아를 재건하기 위해서 인재와 물자가 대규모로 들어왔고 인프라를 재건할 수 있을 만한 자재와 원조금이 꾸역꾸역 들어왔다. 자본주의가 도래한 세상에 돈으로 안 되는 건 없었고, 거의 석기시대로 돌아갔던 조지아는 차츰차츰 나아지고 있었다.
“시발. 박봉인 것도 서러워 죽겠는데 이젠 집도 없는 홈리스네.”
다만 나라에 돈이 들어온 것과는 별개로 군인들은 여전히 박봉이었다. 정부에는 여유가 없었고 군인들에게 애국을 강조했다. 당연히 그놈의 애국은 전쟁터에서 게릴라로 싸워 온 이들에게 씨알도 먹히지 않았지만, 그래도 조국의 상황을 어느 정도는 이해하고 있었기에 말로는 불만을 표할지언정 상부에 직접적인 불만을 표출하지는 않았다.
“그럼 제대하시지 말입니다.”
물론 그 이해도라는 것에도 개인차가 있었기 때문에 표출한 자들도 있었지만, 그런 이들은 전부 명예롭게 제대할 기회를 얻게 되었다. 그나마 불명예가 아닌 게 어디인가. 이렇게 제대한 이들은 적지만 연금을 타 먹을 기회를 얻게 되었다.
“할 거다.”
한참 악을 쓰던 상병이 갑자기 진지한 어투로 대답하자, 대충 아무렇게나 대꾸했던 후임병의 표정이 굳었다.
“진심입니까?”
“그럼 너 같으면 박봉 받으면서 이렇게 고강도 노동이 그리도 하고 싶냐? 민간에서 이거랑 똑같은 일 하면 족히 세 배는 받는다더라.”
“거긴 산재 제대로 보장 안 해 줄 텐데.”
당연하겠지만, 행정도 제대로 안 돌아가는 마당에 기업이라고 해서 제대로 돌아갈 리가 없었다.
“우리는 제대로 해 주고?”
그렇게 말하니 할 말이 없었다. 사실 조지아 내부에 있는 조직이나 기업이라면, 사정은 다 거기서 거기였다. 다만 군대가 민간보다 나은 점이 딱 하나 더 있다면, 적어도 복무하는 동안 게릴라전을 펼칠 때 빼고는 밥 굶은 적은 없었다는 것이었다. 소대 은신처에 총알이 부족했던 적은 있어도, 통조림이 모자란 적은 없었다.
전쟁이 끝나고 나서도 비슷했다. 적어도 밥은 전쟁 전과 비슷하게 나왔다. 조지아 국토 전체가 초토화되는 바람에 식자재의 산지가 좀 바뀌긴 했지만, 나온 메뉴는 다 거기서 거기였다.
참으로 놀라운 사실은 그렇게 땅굴에서 통조림 까먹으며 개고생했는데도 종전 이후 먹게 된 짬밥은 역시 아니나 다를까 짬밥이었다는 점이었다.
시장이 반찬이라는 말도 있는데, 어찌 이렇게까지 맛이 없을 수 있는지가 의문이었다. 차라리 굶주리는 게 낫겠다는 전우도 있었다. 어쨌든 말이야 그렇게 했지만, 먹지 않을 리가 없었다. 맛이 없어도 영양은 있었고 일단 쑤셔 넣으면 배를 채울 수도 있었으니 말이다.
“그래도 나중에는 이 직업이 월등히 낫지 않겠습니까?”
지금 조지아에 일자리가 무한정으로 창출되고 있다지만, 결국에 이것도 한때에 불과하다.
러시아가 미쳐서 다시 침공해 온다는 말도 안 되는 경우를 제외한 다음, 그 외의 모든 경우의 수에서 최악을 상정하더라도 아무리 늦는다고 쳐도 20년 내외로 복구될 것임은 틀림없었다.
일개 병사나 조지아의 국민이 아니라, 미래 설계에 차질이 온 청년의 관점으로 보았을 때. 생전 지금과 같은 전쟁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가정하에 미래에 안정성을 추구한다면 연금까지 꼬박꼬박 챙겨 주는 이 군대가 월등히 나았다.
“내가 봤을 때, 머잖아 전쟁이 적어도 한 번 더 날 거다.”
“에이 설마.”
조지아의 국민으로서 화는 나지만, 아무리 봐도 가장 유력한 것은 10년 내외로 팽팽하게 맞서다가 남오세티야가 러시아에 합병되고 끝이었다.
“만약 EU가 없었다면 그랬겠지.”
EU는 공식적으로 조지아의 뒷배가 되고 말았다. 비록 이번 전쟁에서는 뒤에서 지원해준 것이 전부였지만, 다음 전쟁은 그렇지 않았다. EU가 직접 참전하지는 않겠지만, 어떤 방식으로든 러시아를 저지할 것이 틀림없었다. 적어도 중동을 지키고 싶다면 그래야만 했다.
그리고 EU는 인프라를 복구할 원조금과 자재만 준 게 아니었다. 조지아군을 현대화할 때 조련했던 군사 고문단과 함께 국방에 사용될 무기도 대량으로 무상 공여되었다. 무기라고 해서 단순히 개인화기 단계에서 머무른 게 아니라, 유로파이터를 비롯한 전투기나 레오파르트2 등 전차까지 공여되었다.
EU는 조지아를 러시아를 압박할 조커로 성장시킬 생각이었다. 그 김에 머잖아 진짜로 EU에 넣어도 문제는 없었다. 이 분쟁이 해소된다면 말이다. 아마 조지아가 EU에 들어갈 날이 온다면, 그땐 남오세티야가 러시아에 흡수된 다음이거나 조지아의 품에 다시 돌아온 이후였다.
“특히 전차는 이제 막 공장에서 나온 새것으로 줬다니까.”
당연하겠지만, 해외 수출용이긴 했다. 그러나 ‘무상’ 공여되었다는 사실은 그런 사실을 씹어 먹고도 남았다.
“난 다신 전쟁 안 하련다.”
상병은 그 말을 남기고 명예 전역을 하고 말았다. 훗날 그는 우연찮은 기회로 미국으로 건너가 제법 잘나가는 사업가가 되지만, 그뿐이었다.
“비서실장, 왜 자꾸 이런 서류가 올라오는 거야. 조지아에 원조는 필요 없다니까 그러네.”
그렇게 이야기는 다시 미국으로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