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orge Bush's Great America RAW novel - Chapter (258)
조지 부시의 위대한 미국-257화(258/377)
< 257편 >
“이 세상은 완벽하게 돈으로 돌아가지. 아니 그런가?”
부시는 담담하게 서류 결재란에 펜을 놀리며 흘리듯이 말하였다.
“대통령님답지 않은 말이군요.”
그 말을 들은 비서실장이 다음 서류를 건네면서 본인의 생각을 담담하게 말하였다.
“그러나 틀린 말은 아닙니다. 예, 맞습니다. 모든 것은 돈으로 돌아갑니다. 아닐 때도 분명 있지만, 비율로 따지면 극히 제한적이고 국한적이죠. 적어도 21세기로 진입한 다음부터는 더더욱.”
말했듯이 정말로 모든 것이 돈만으로 돌아가진 않는다. 예를 들면 부모님의 무조건적인 사랑 같은 거 말이다. 이런 부류는 절대로 돈과 관련되지 않는다. 가끔 사랑에 조건이 달리는 부모도 있지만, 그건 극히 일부일 뿐이다.
그러나 특별한 일이 있다면, 부모님의 사랑도 삐걱거리기 마련이다. 그럴 때도 돈이 있으면 그 사랑을 주거니 받거니 하는 과정에 굴곡이 없어질 수 있었다.
“그런데 왜 그런 말씀을?”
하지만 지금 이러한 주제가 나온 건 의아하기 짝이 없었다. 문맥상 정말로 갑자기 튀어나왔기 때문이다. 방금만 해도 그들은 조지아. 더 나아가서는 서아시아의 운명에 대해서 논하고 있었다.
조지아는 미국의 손을 완전히 떠나갔다. 애당초 미국의 손에 들어온 적도 없었지만, 이번 기회를 발판 삼아서 적어도 반세기에서 한 세기는 미국의 영향권에 들어올 일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설령 EU가 해체되는 한이 있더라도. 그들은 여전히 유럽의 입김 아래에 있으리라.
“방금 자네 손에 들린 걸 보면 이해가 갈 걸세.”
그것은 방금 교체한 서류였다. 대통령의 말대로 일부러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그것은 본인이 정리한 것들이었으니 말이다. 그러니까 그 다섯 장짜리 서류의 내용을 딱 한 줄로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았다.
도와줘요! 미군맨!
-아프가니스탄
너무 줄였나? 좀 더 늘려 보자. 사실 아프가니스탄은 더 내놓을 것이 없었다. 미국의 원조를 원한다면 정말로 오로지 미국의 인정에 기대는 수밖에는 없었다. 그리하여 미래 성장성과 미국의 우방국으로 남으면 미국에 어떠한 이득이 있는지 온갖 외교적 수사로 꾸민 공문을 보냈고 그것을 ‘분석’한 게 바로 이 다섯 장짜리 서류다.
부시는 이번 임기를 본토의 일에 집중하기로 했다. 그리하여 원조를 줄이자, 자연스럽게 자본이 끝도 없이 올라가던 성장세에도 타격이 왔다. 아프가니스탄에서 급히 굽히고 들어온 것이다.
“입지라도 다질 수 있는 국내도 아니고 외교에서 인정(人情)이라뇨? 말도 안 되는 일입니다.”
“아주 말이 안 되는 일은 아니지. 정확히는 인정보다는 상호 간의 신뢰에 기인하는 거지만. 거대한 폭력에 불합리한 이유로 미약한 힘으로나마 저항하는 이들도 있네.”
마치 청나라와의 전쟁에서 명나라와의 신뢰를 지키려고 했던 조선처럼, 이번에는 예시와는 경우가 좀 달랐다. 긴 교제도 없었고 심지어 옆 동네도 아니었다.
아프가니스탄이 미국에 내줄 것이라곤 아프가니스탄의 미래, 그리고 중국과 러시아를 압박할 수 있다는 전략적인 위치뿐이었다.
지금 당장 미국이 손을 놓는다고 하더라도 아프가니스탄은 적어도 바로 이웃국이자 가상 적국인 파키스탄과 붙어서 이길 자신이 있었다.
물론 핵만 없다면 말이다. 아무리 그래도 이란은 좀 무리겠지만, 이것도 시간이 해결해 줄 수 있는 문제였다.
본래 정통이었으나, 실질적으로는 갑자기 반짝하고 나타난 국가의 외교 관계는 썩 좋지 않았다.
이란과는 아예 척을 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고, 인도와 사이가 좋은데 파키스탄과 사이가 좋을 리 없었다. 투르크메니스탄, 우즈베키스탄, 타지키스탄과는 다소 서먹서먹했다.
그나마 인도가 있고 미국이 있어서 아프가니스탄이 성립될 수 있는 것이었다. 아직 그들만으로는 완전히 자리 잡기가 힘들었다.
그리고 인도. 인도의 경우에는 아프가니스탄이 미국과 원수급으로 척이라도 지지 않는 한에는 매사에 아프가니스탄의 편을 들어줄 확률이 높았다. 그도 그럴 것이 파키스탄을 완전히 궁지에 몰 수 있으니 말이다.
원 역사와는 달리 처음부터 중국 및 러시아 압박을 기조로 잡은지라 파키스탄은 여전히 가난했다. 본래라면 영공 개방으로 풀려야 했을 경제제재가 아직도 이어지고 있었다.
인도를 완전히 미국의 편으로 끌어들일 생각이었기 때문이었다. 적어도 인도는 파키스탄과 한 지붕 아래에서 살 수 있는 부류의 나라는 아니었다. 그렇다면 둘 중 하나와 친해지고 싶다면, 하나는 버려야 할 터였다.
그리고 당연하겠지만 둘 중 하나를 동맹 혹은 우방국으로 고르라고 하면 당연히 인도가 아니겠는가?
다만 정말로 입을 싹 씻을 수는 없기에, 파키스탄에 인도하지 않은 F-16 일부를 무상으로 공여하긴 했다. 게다가 어차피 지금 관계를 회복해 놓더라도 결국 파키스탄과의 관계는 악화할 수밖에 없었다. 실제로도 2016년 이후로 미국과 파키스탄은 회복했던 관계에서 벗어나 악화 일변도를 걷게 되었으니 말이다.
다시 아프가니스탄 이야기로 돌아와서. 아프가니스탄이 미국에 내밀 수 있는 패는 오로지 이러한 지리적 가치뿐이었다. 그나마도 미국에 협조적인 인도가 있어서 실상 의미가 없는 수준이었다.
그렇기에 의회에서도 말이 참으로 많았다.
“하지만 그런 이유로 미합중국 국민의 막대한 혈세를 아프가니스탄에 투자해야 한다는 생각은 들지 않습니다만.”
그리고 비서실장도 마찬가지였다.
“뭐, 그들의 걱정이나 의회 생각대로 바로 원조를 끊지는 않을 걸세. 훗날 아프가니스탄은 강력한 패로 거듭날 거야. 내가 그렇게 만들 생각이거든.”
적어도 앞으로 반세기 뒤면 세대가 바뀌고 그 고마움을 잊을 테지만, 그 반세기만으로 충분했다. 국민이 잊어도 정부는 잊지 않을 터니 말이다. 국가 기조라는 것이다. 기조는 웬만한 일로는 바뀌지 않는다.
‘강력한 패’라는 것은 지금의 아프가니스탄이 아니라 미래의 아프가니스탄을 말하는 것이었다. 부시는 아프가니스탄이 이대로 경제적 약소국에 머무를 리가 없다고 확신하고 있었다. 그리고 말이 약소국이지 이대로 미국이 약 10년. 아니, 5년만 더 지원해 줘도 알아서 잘 클 터였다.
이미 주변국에서 군사력만큼은 이란과 인도 그리고 러시아 같은 전통적인 강대국을 제외하면 가장 강력했다. 진짜로 정치적인 이유나 기타 사유로 바보짓만 하지 않으면 무난하게 일방적으로 구타가 가능할 정도였다.
“인도의 원자력 협정과 NPT 가입은 제대로 추진되고 있나?”
비록 협정은 종잇조각에 눈 가리고 아웅이었지만, 부시는 NPT 가입도 없이 인도의 핵을 용인할 생각은 없었다.
그리고 인도 또한 그냥 날로 먹을 생각은 아닐 터였고, 아마 경제적 부분에서 추가로 도움을 요구해 올 터였다. 아니면 군사적인 부분일 수도 있었다.
사실 군사적인 부분에서는 이미 협조 중이었다. 특히 아준 전차나 테자스 전투기 같은 무기 말이다. 이 둘은 실상 뼈대부터 그냥 갈아엎고 있었고, INASA의 경우 그냥 흑역사화 시키고 새로운 무기 개발에 들어갔다. 다만 외국의 소총을 도입하려는 움직임도 있었다.
미국은 원한다면 낮은 가격에 M4의 라이센스를 팔아 생산할 수 있게끔 도와주겠다고 했으나, 차마 개인화기만큼은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는지 한사코 거절하고 있었다.
“대통령님의 선견지명 덕분에 원활하게 진행 중입니다.”
그 말을 들은 부시가 팔뚝에 올라온 소름을 쓸어내리며 온몸을 부들부들 떨어 댔다.
“미친 소리. 선견지명이라니.”
“선견지명이라면 선견지명이죠. 솔직히 말하자면, 이번 협조는 중국을 미리 박살 내놓은 탓이 컸으니 말입니다.”
이 경우에는 선견지명보다는 그냥 잘 팼다고 하는 게 맞지만, 어쨌든 현재 미국이 중국과 완전히 척을 지고 있으니, 인도가 미국을 보는 눈이 부드러워지면 부드러웠지 나쁠 수가 없었다. 그 와중에 군사 동맹까지 했으니, 현재 인도와 미국 사이는 더 말할 것도 없이 가까웠다.
의회나 여론에서는 인도는 좀 더 진보된 문화 수준을 가져야 한다며 난리지만, 부시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어차피 민주주의 정부나 다른 정부나 다 거기서 거기였다. 겉으로 점잖은 척하느냐 마느냐의 차이일 뿐.
“민주주의가 잘났다는 건 환상이지. 아니 그런가?”
“갑자기 왜 민주주의가 거기서 나온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공식 석상에서 발언하실 때는 다르게 포장하셔야 할 겁니다. 예를 들면 ‘나는 다른 정부 형태라도 충분히 존중한다.’든가, 대충 그런 식으로 말입니다.”
실로 모범적인 답변이었다. 몇 년 전이였다면, 앞에 ‘공산권을 제외한’이라는 말이 들어갔겠지만, 지금 와서는 좀 더 존중하는 단어 선정이 필요했다. 거추장스럽지만, 그게 정치라는 것이었다.
“알고 있네, 알고 있어.”
“그런 사람이 왜 연설만 하면 사람이 바뀝니까. 저희가 열심히 짠 연설문도 무시하고.”
“……때론 현장에 맞춰 과감한 수정이 필요할 때도 있지.”
썩 틀린 말은 아니었다. 현장의 분위기나 시기에 맞춰서 한두 줄 정도는 누락시킬 수도 있었다.
“그래도 일곱 장 중 세 장 분량을 제거하는 건 썩 좋은 생각이 아니었습니다.”
부시의 연설이 아예 누락시키다 못해 재창조하는 수준이라서 그렇지.
“아니, 이 사람아. 일곱 장짜리를 네 장으로 좀 요약한 것뿐이야. 내용 자체를 누락한 건 아니라고.”
사실 연설이 좀 귀찮은 것도 있었지만, 그것보다는 연설하는 동안에도 집무실에 실시간으로 쌓이고 있을 서류가 더 무서웠던 탓이 컸다. 지금이야 절반 이하로 줄어서 그런 일은 없어졌지만, 그땐 정말로 등골이 서늘해질 정도로 무섭긴 했다.
사실 그마저도 본인이 자처한 것이니 따지고 들어가면 할 말이 없긴 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그렇다고 연설문이 빈약해지는 일은 없을 겁니다. 그보다 가정의 평화나 좀 이루셔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 말을 들은 부시는 일부러 짐짓 모른 척했다.
그녀는 재작년부터 정말로 발에 땀이 나도록 국내를 끊임없이 돌고 있었다. 얼굴이야 자주 보고 있지만, 그렇다고 예전만큼 살갑게 굴 정도냐고 하면 그건 또 아니었다. 다만 남편의 직업이 그렇다 보니까 기러기 아빠 대하듯 대할 뿐이었다.
그러나 로라 부시는 절대로 멍청하지 않았다. 어쩌면 특정 부분에 한정해서는 부시보다 월등하게 현명할지도 몰랐다. 그녀가 가는 곳마다 불만이 어느 정도 쭉쭉 빠지는 걸 보면, 능력 하나는 굉장히 출중했다.
그러나 그녀가 부시의 바쁨을 이해하는 것과는 별개로, 로라 또한 사람이다.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점점 멀어질 수밖에 없었다. 이것이 이혼까지 가거나 불화를 가져오지 않겠지만, 로라에게 상당한 스트레스가 되고 있었다.
“음, 조만간…… 아니, 그러니까.”
“세계 평화를 이루겠다는 사람이 왜 그리도 이중적이랍니까. 세계 평화 이전에 가정의 평화나 이루고 오십시오.”
그날 부시는 휴가를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