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orge Bush's Great America RAW novel - Chapter (259)
조지 부시의 위대한 미국-258화(259/377)
< 258편 >
“잘 타는군. 사우디의 유전보다도 더 잘 타.”
부시는 아주 잠깐이지만, 무슨 제갈량이라도 된 기분이었다. 부시는 그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무의식중에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그래서 그가 뭘 태우고 있느냐 하면.
“나는 임기응변에 강한 사람이니까, 이렇게 정립된 계획은 어울리지 않지. 암, 그렇고말고.”
잘 정립된 휴가 여행 계획이었다. 으레 적는 사람들도 있고 적지 않는 사람들도 있지만, 부시는 매번 적는 편이었다. 그리고 계획이 적힌 그대로 실천되는 경우는 없다시피 했다는 게 좀 문제이긴 했지만, 이번만큼은 계획대로 할 생각이었다.
로라 부시의 상태를 보기 전까지는 말이다. 건강 상태가 나쁘다는 건 아니었다. 아니, 어쩌면 나쁠지도 모른다. 적어도 건강한 멀쩡한 인간의 얼굴에 다크서클 같은 건 없다. 화장으로 미쳐 다 가리지 못한 그녀의 눈가는 실로 거무죽죽했다.
그것을 본 부시는 한 장짜리 계획표를 구겨서 바비큐통에 던져 버렸다. 검붉게 타오르는 종이에서는 와인의 타닌을 연상하게 만드는 매캐한 훈연향이 났다.
계획이 하나로 바뀌었으니 계획 따위는 필요 없겠지. 그런 생각으로 던진 것이었다. 그게 아니더라도 지금까지 여행만 하다 온 사람한테 여행을 가자고 한다면, 그건 그냥 미친 짓이다. 물론 가자고 하면 그녀는 군말 없이 따르겠지만, 그래서야 본전 말도 아닌가. 이번 휴가는 다름 아닌 ‘가정의 평화’를 위해서다.
비서실장의 막무가내에 억지로 떠밀려 나오긴 했지만, 일단 그녀를 위한 휴가인 만큼 최선을 다할 생각이었다.
“당신 때문에 더 바빠졌어.”
그녀가 부시를 만나서 한 첫마디가 이거였다.
“진짜로?”
전부 알고 있었다. 그러나 부시는 짐짓 모르는 척했다. 가장의 권위고 나발이고 그냥 인정하기에는 부끄러웠던 탓이다. 매사에 하늘에 한 점 부끄럼 없이 살기 위해서 노력하곤 있지만.
“진짜야. 백악관은커녕 원래 집에도 못 들어오고 있는 거 보면 알잖아. 전 영부인께서는 이 정도는 아니었다고 하더라.”
아무래도 진짜인 모양이었다. 그녀의 업무나 동선 파악 정도는 하고 있었지만, 그 틀 안에서 정확히 무엇을 하고 있는지까지는 확인할 수 없었다. 좀 더 커다란 부분들을 신경 써야 했기 때문이었다.
어색한 표정으로 바비큐통에 고기를 올리고 있던 부시를 보곤 그녀는 작게 키득거렸다.
“저희도 나이를 먹었으니 여행보다는 이런 게 나을 수도 있죠.”
“그럼! 당연하지. 옛 현인께서는 멀리 가지 말고 일상 속에서 평화를 찾으라고 했지. 누구였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고기를 뒤집고 있는 부시. 흔들의자에 앉아서 선글라스를 낀 채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는 로라. 모든 게 다 잘 흘러가는 듯싶었다. 이 말이 나오기 전까지는.
“그런데 한 명은 나이를 정직하게 먹는데, 한 명은 왜 나이를 거꾸로 먹는지 모르겠네요.”
그건 좋은 뜻일 수도 있었고 나쁜 뜻일 수도 있었다. 신체에 대한 것이라면 그것은 칭찬이다. 건강식 섭취와 꾸준한 운동으로 인해 부시의 건강은 인생 그 여느 때보다도 좋았다.
성격에 대한 것이라면, 그것은 비판이다. 9.11 사건 이후부터 부시의 성격은 빈말로라도 좋지 않았다. 당시 연설문을 던졌을 때 대중은 환호했으나, 너무 갔다며 이를 비판한 이들도 적지 않았다.
원래라면 사람 좋은 웃음으로 어물쩍 넘어가는 게 배려와 처세술의 궁극이지만, 결국 궁금증을 이기지 못한 부시는 입을 열었다.
“그건 좋은 뜻이야? 나쁜 뜻이야?”
“글쎄요.”
“그래도 나쁜 뜻은 아니지?”
“글쎄요.”
그녀는 자애로운 표정으로 폭포수처럼 쏟아져 내리는 부시의 질문에 그저 ‘글쎄요.’ 하나로 일관했다.
처음으로 휴가다운 휴가. 7박 8일간의 휴가에서 부시는 수도 없이 많은 ‘글쎄요.’를 들어야 했다. 휴가가 끝나고 다시 백악관으로 출근하는 그날까지.
* * *
“뭘 그렇게 꼬나보나?”
“아뇨. 이상하게 휴가를 다녀오기 전보다 다녀온 후가 대통령님이 더 피곤해 보이셔서 말입니다.”
“……가정 사정이라고 생각하게.”
“가정 사정이라. 저도 이래저래 저번 휴가 때는 사정이 있었습니다. 기억하십니까?”
“으음, 이스라엘인가.”
더 말할 것도 없다. 더 설명할 것도 없고. 그냥 이스라엘은 한마디로 귀찮게 굴었다. 이스라엘이 받는 혜택이나, 원조금이 줄어든 적도 없거늘 이들은 항상 부시가 짜증을 내게 했다. 다시 말해 ‘먹은 만큼 주고 있는데, 왜 더 귀찮게 구느냐?’ 이거였다.
그렇다고 딱히 개인적인 감정으로 이스라엘에 엿을 먹일 생각도 없고 해서, 이스라엘 문제는 대부분 실무진에게 맡기고 있었다.
여기서 말하는 문제는 최근 들어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이의 문제였다. 이게 무슨 문제인지는 두말하면 잔소리고 결론만 말하자면 이렇다.
요컨대 이 둘은 화해하고 싶어 했다. 정확히는 화해보다는 ‘제발 이 끝 모를 분쟁 좀 누가 멈춰 줘!’ 상태였다. 이스라엘이 제2차 인티파다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는 마당에 어느 한쪽이 우세라도 보여야 뭘 하든 말든 하지, 답도 안 보이는 전쟁에 뭘 기대한다는 말인가? 게다가 전쟁의 역사책 속에서 민중을 완전히 적으로 돌리고 점령을 성공한 사례는 없었다.
‘어차피 둘이 협상 자리를 만들어 봤자 파탄할 텐데.’
둘이 지향하는 목적이 마치 자석의 N극과 S극과도 같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실제로도 그러했다. 원 역사에서 부시가 만들었던 협상 자리는 험악한 분위기 속에서 파투 났고, 예전에 빌 클린턴 시절에 체결했던 일종의 자치 협정인 오슬로 협정 또한 흐지부지된 마당에 뭘 어떻게 할 수 있단 말인가?
“내가 봤을 땐 우리 친구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에 평화가 찾아오는 날이 오거든 적어도 그건 둘 중 하나가 없어지는 날이야.”
“실로 민감하군요. 그동안 쌓아 온 이미지를 망치지 않으려면 밖에서는 발언하거나 언급하지 않는 게 좋을 듯싶습니다.”
“젠장, 알고 있어. 알고 있네. 그런데 그게 사실인 걸 어쩌나. 자네는 사과를 떨어뜨리면 그게 위로 솟던가? 아래로 떨어지지. 아마 이 둘은 외계인이 지구에 침략해 오더라도 끝까지 치고받을 족속들이야. 역사가, 민족이 그렇게 만들었지.”
“사실이라도 에둘러 표현하는 방법이 있잖습니까.”
“나는 그런 인간이 못 되네. 원래부터 그렇지. 이 자리에 올라온 이후부터 입이 좀 더럽고 성격이 급해지긴 했지만, 한 번도 마음에 없는 말을 꺼내 본 적은 없어. 이건 자네가 제일 잘 알고 있잖은가?”
“그건 그렇죠. 하지만 세상눈이란 게 그런 거 아니겠습니까? 모두가 대통령님의 생각에 동조해 주지 않습니다.”
비서실장의 잔소리는 로라가 하던 잔소리와는 다른 성질과 의미를 지니고 부시에게 다가왔다. 그리고 대충 비서실장이 왜 이러는지 감이 왔다.
“이런 제기랄, 대학교 교수님이라도 만난 기분이군. 알겠으니까 제발 그만하게. 내가 잘못했어. 확실히 연설문 스무 장 중에 열 장을 생략하고 그걸 다섯 줄로 요약해 버린 건 절대로 좋은 생각이 아니었지.”
“다섯 줄이었습니까?”
“그래, 네 줄. 그래도 폰트만 좀 더 키우면 아슬아슬하게 다섯 줄이 된다고.”
부시는 서류에 손가락으로 스마트폰의 화면을 확대하는 듯한 제스처를 취했다.
“규격에 맞추시죠, 규격에. 이 얼마나 아름다운 울림입니까?”
“세상 모든 것을 규격에 맞출 수는 없는 노릇이지. 키가 커서 옷을 입지 못하는 병사를 보면 키를 맞추기 위해서 다리라도 자를 셈인가?”
“그저 더 큰 규격을 만들면 그만 아니겠습니까. 가령 XXXXXXL 사이즈 같은 거 말이죠.”
“세상에. 거인이라도 입힐 생각인가?”
“솔직히 개인적으로는 거인이라는 게 실존하면 좋겠습니다. 아, 그렇죠. 그러고 보니까 최근에 생명공학이 갑자기 장족의 발전을 이루었죠. 그게 조금만 더 발전하면 생명 그 자체를 인간의 마음대로 설계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비서실장은 말하다가 갑자기 생각난 듯이 턱을 쓰다듬더니, 놀려 먹을거리를 찾았다는 듯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 보니 그 차세대 유전자가위가 대통령님의 발언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하니까 이 또한 선견지명이 아니겠습니까.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대통령 각하.”
“빌어먹을! 그놈의 선견지명 타령 좀 그만하게. 별로 내키지 않으니.”
비록 영감만 준 거라지만, 남의 것을 빼앗아서 온 것 아닌가? 심지어 그 훔쳐 온 사람은 어디 죽거나 미래인도 아니고 멀쩡히 살아서 연구 중인 사람이었다. 인류의 진보를 위해서라지만, 피땀으로 만들어 낸 노력의 결정체를 아무렇지도 않게 훔쳐 오려니 억장이 무너지는 듯했다.
“알겠습니다. 대통령님께서 원하시는 게 그것이라면 저는 기꺼이 입을 다물겠습니다. 하지만 대통령님, 그것 덕분에 대통령님께서 의회에 매번 강력히 주장하셨던 생명공학에 대한 지원금에 대한 불평이 쏙 들어갔음을 알아주시기 바랍니다.”
그걸 모를 리가 있나. 그렇지 않아도 이쪽에 더 투자하기 위해서도 있지만, 그래도 집권 말기에 어떻게든 의료 및 제약 쪽을 두들겨 놓으려는 포석이었는데.
“이러다 파시즘이라도 다시 대두하는 게 아닐지 모르겠군.”
“설마요. 대통령님께서 마음먹고 개헌이라도 진행하시면 모를까. 그리고 정치 잘하고 인기가 높다고 파시즘이 대두하는 건 아닙니다. 그건 대통령님께서 가장 잘 알고 계신 사실이 아닙니까?”
“모르지. 또 다른 방법으로 대두할지도. 원래 인류의 역사는 반복되는 것이라고들 하잖는가. 새삼 루스벨트 대통령께 감사의 기분이 드는군. 그 양반이 아니었으면 이 미친 짓거리를 몇 번이고 더 할 수 있었어.”
“그건 다행이군요.”
이번만큼은 대통령의 발언에 완전히 공감하는 바였다. 사실 부시의 절박한 부탁이 아니었으면 후임자 구해다 놓고 당장이라도 은퇴하고 싶은 게 그의 진심이었다. 이 미친 업무량을 정상적으로 소화해 내기에는 앤드루 카드라는 인간은 너무나도 늙었다.
그런 생각을 하며 다음에 대통령에게 넘길 서류를 검토하고 있던 와중. 부시가 받으라는 서류는 받지 않고 생뚱맞은 말을 하는 것이 아닌가?
“그렇군. 차라리 이게 나을지도 몰라.”
“갑자기 무슨 말씀입니까?”
“아까 말하던 이스라엘 말일세.”
“예, 로비스트들이 극성이었죠. 뭐라도 더 해 달라고 난리였으니 말입니다. 설마, 뭘 더 떼 줄 생각입니까?”
“아니, 떼어 주진 않을 걸세. 원조를 서서히 줄이고 있는 시점에 지출을 늘리고 싶지는 않아. 다만 그렇군.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협상장을 캠프 데이비드로 정해 보려고 하는데 어떤가?”
“아깐 협상은 의미가 없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 둘 사이에 없는 거지. 우린 있지. 적어도 노력은 했다는 생색 정도는 보일 수 있지 않은가?”
“시기가 너무 이른 거 아닙니까? 어제만 해도 PLO(팔레스타인 해방기구)를 쓸어 버리겠다면서 칼을 갈고 있었습니다. 아마 지금 당장 이스라엘이 원하는 건 더 많은 최신 무기와 병사 같습니다만.”
“그렇겠지. 근데 아까 자네가 말하지 않았나.”
부시는 몇 번 수정을 가한, 은빛으로 빛나는 지구본을 곁눈질하면서 대답했다.
“이들도 세상눈이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