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orge Bush's Great America RAW novel - Chapter (26)
조지 부시의 위대한 미국-25화(26/377)
< 25편 >
아리에테(L’Ariete)! 이탈리아의 자랑스러운 강철 숫양이여! 민주주의의 십자군 깃발을 내걸고 가장 먼저 전진하여 하느님의 적들을 섬멸하라!
“우군의 기갑 병력이 섬멸당했다!!! 공군은 뭐 하는 거야!”
민병대와 정규군의 차이가 뭔지 아는가? 장비도 장비지만, ‘훈련도’에 지대한 차이가 있었다. 훈련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바로 머리가 명령을 내리면 손발이 얼마나 따라주느냐의 이야기였다. 이는 고대로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바뀌지 않는 진리이기도 했으며 승패를 결정짓는 중대한 사안이기도 했다. 그러니까 요컨대 군대는 ‘손발이 맞아야’ 한다.
역설적으로 손발이 아무리 맞아도 머리가 병신이라면 손발이 아무리 맞아도 승리를 쟁취할 수 없었다. 가장 구체적인 예시는 구 일본 제국군 되시겠다. 머리도 회까닥. 손발도 따로 노는 병신의 정점이라는 업적을 쟁취한 덕분에 그들은 세계사에 가장 병신 같은 집단으로서 일 획을 그을 수 있었다.
그래서 전쟁에서 손발이 맞지 않으면 어찌 되느냐?
“도대체 왜 다들 저기로 들어가는 거야! 우리가 저길 목숨 걸고 정찰했는데 이 병신 새끼들이!”
“아아악! 쏘지 마! 아군이야 개새끼들아!!!”
“미사일을 쏘지 말라고? 뭐? 거긴 적군이 없어? 영국 애들은 저기에 지금 집중포화하고 있는데?”
훈련 내용도, 교리도 완전히 다른 군대가 엉망진창의 지휘체계로 싸우면 이렇게 된다.
어쨌거나 어째 알 카에다보다 오발탄에 죽거나, 다소 앙금이 쌓여있었던 장교의 머리통에 선물이 선사 되는 경우가 더 많은 것 같았지만, 착실하게 전선은 물량 공세로 나아가고 있었다. 그 꼬락서니가 어째 제2차 세계대전 당시의 소련을 보는 것 같았지만, 그것은 분명 기분 탓이리라.
그러나 이 ‘자유 해방 전선’은 어느 순간을 기점으로 아주 큰 대격변을 겪는다.
“뭐야? 저거 러시아 새끼들 아냐?”
“아후옐(Охуел)! 독일놈들이잖아!”
“러시아군이 여기 왜 있어?”
사건의 전말은 이러하다. EU. 그러니까 유럽 통합 십자군은 다음과 같이 생각했다. 18일 선전포고를 예고했으니까. 17일에 기습 공격하면 충분히 대비하지 못하겠지? 일반적인 전쟁에서는 이는 몹시 비 매너적인 행동이었으나, 상대는 테러리스트였다. 테러리스트에게 인권이란 없었다. 게다가 알 카에다라고 해서 예고를 하고 테러를 한 건 아니지 않은가? 더불어 러시아가 끼어들지도 몰랐다. 이것은 자유 해방 전쟁이기도 했지만, 동시에 중동 이권의 각축장을 여는 가능성이기도 했다. 무슨 일이 있더라도 이라크를 정복해야만 했다.
무엇보다 미국이 했으니 당연히 우리도 할 수 있다고! 가즈아! 데우스 불트!
러시아는 이렇게 생각했다. 18일에 유럽이 선전포고한다고 했으니까 최소한 17일에는 이라크에 진격해야 푸틴의 분노를 피할 수 있겠네? 러시아가 어디 테러리스트들에게 선전포고 때리고 대항하는 나라던가? 더불어 무슨 일이 있어도 유럽에 질 수는 없었다. 유럽의 이권 다툼과 위신과는 조금 다른 이야기였는데, 점령이고 나발이고 현 푸틴 정권은 테러리스트한테 당했다는 사실 자체가 용납되질 않았다. 푸틴의 드높은 인기는 체첸 반군에게 자비 없는 강권를 선보였기 때문이었다. 따라서 무슨 일이 있더라도 주모자인 자르카위를 생포 혹은 사살해 자국으로 가져올 필요가 있었다.
무엇보다 미국이 했으니 당연히 우리도 할 수 있다고! 가즈아! 우라!
물론 상부는 이 사실을 상륙 시점부터 알아차렸지만, 지휘체계부터 보고체계까지 엉망인 마당에 러시아군과 교전하지 말라는 명령이 말단까지 착실하게 들어갈 리가 없었다.
허, 참으로 이성이 남아 있다면. 제발 아무나 1초 만이라도 차분히 생각해볼 수 있다면! 유럽이, 러시아가 이곳을 비슷한 사유로 하루 일찍 침공했으리라는 사실을 유추하는 건 너무나 손쉬운 일이었다.
“이 시발 붉은 광장이 네놈들의 사주였냐!”
“역시 음모론의 뒤에는 언제나 소비에트 KGB 새끼들이 있지!”
하지만 과연 전우의 시체를 보고 난 다음에도 이성적으로 생각할 수 있을까? 몇 년 동안 생사고락을 같이하며 아까까지만 해도 탄창 하나만 빌려달라고 소리 지르던 친구가 놈들의 총알에 맞아 쓰러진 다음에도 이성적인 판단을 할 수 있을까?
“이 좆같은 독일 나치 새끼들!”
“소비에트 이 시발 새끼들아!”
“우라아아아아(Ураaaaa)!!!”
* * *
“이라크에 주둔 중인 알 카에다는 순식간에 와해 되었고 러시아와 유럽 연합 간의 국지전이 일어났다고 합니다.”
“뭐? 왜?”
이건 또 무슨 소리인가? 알 카에다가 삽시간에 무장 해제당하는 거야 예정된 수순이었다지만, 러시아랑 유럽 연합이 왜 전쟁을 해?
“아. 말하지 마. 대충 알겠으니까.”
말하지 않아도 알겠다. 대충 서로 눈치 게임하다가 딱 걸렸구먼? 소련 시절에 얻은 교훈이 헛되지 않도록 점령할 생각은 없었을 거다.
“자르카위는 어떻게 되었나?”
“행방이 묘연합니다.”
“어, 그건.”
둘 다 이라크에 주둔한다는 소리잖아. 무슨 냉전 시대 동독이랑 서독도 아니고.
“따로 온 전문은 있나?”
“상세히 길지만, 요약하자면 ‘NATO 협약에 따라서 군을 보내줄 것.’ 뭐 대충 그런 소리 같습니다만.”
“한 입으로 두말하기, 있기 없기? 쫄리면 뒈지시던가.”
“알아서 잘 다듬어 보내겠습니다.”
이라크만 침공하면 끝날 줄 알았지? 이제 시작이다. 이 머저리들아. 하지만
“슬슬 그것도 해결해봐야 하는데.”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미국의 패권이 완벽하게 흔들리기 시작한 사태. 동시에 세계 전체가 출렁이는 2008년 세계 대공황의 전주곡이었다.
버블이라. 누가 지었는지는 까먹었지만, 참으로 잘 지은 이름이었다. 세상에 터지지 않는 거품은 없지. 하지만 새로운 성장 동력이 있다면 연착륙을 시키거나, 적어도 내 임기 내에서 터지지 않게 할 수는 있었다. 나 다음의 일? 지금 나만 해도 죽을 거 같은데 먼 미래까지 생각하면 그게 사람 새낀가 전지전능한 신이지.
‘나만 아니면 돼!’ 수준은 아니었지만, 당장 눈앞에 쌓여있는 문젯거리가 산더미인데 무슨 수로 장밋빛 미래에 눈을 돌린단 말인가? 그리고 그게 장밋빛인지 핏빛인지 어떻게 구분하는데? 알고 있는 정보는 잊어버리기 전에 대충 ‘인문학적 세계 경제와 정세에 따른 다각적 관찰에 따른 미래예측론’이라는 논문에 틈틈이 적어 내리고 있었다. 물론 제목은 대충 아무렇게나 지어낸 거고, ‘~이래서 이렇게 될 것이다.’라고 정말 예측처럼 적어놓았다.
어쨌거나 버블을 그나마 약하게 만들기 위한 새로운 성장 동력이란 바로 오일 셰일이었다. 체니와 럼즈펠드가 괜히 중동에 눈깔이 돌아가도록 매달린 게 아니었다. 저유가 시대를 가져온다면 그들의 생각대로 미국의 패권은 앞으로 수년간은 확실히 보장될 수 있었다. 그들의 신념이 멍청한 거였지, 머리까지 멍청한 건 아니었으니까. 정말로 멍청했다면 그 자리까지 올라오지도 못했다. 어쨌거나 버블 때문이라도 미국의 미래는 앞으로 오일 셰일에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었다.
처음에는 도저히 수지맞지 않는 장사겠지만, 고유가가 그 수지를 넘어섰을 무렵에는 울며 겨자 먹기로 단가를 낮춰야겠지. 울상이 정유 재벌 놈들의 얼굴을 생각하니 참으로 흡족했다. 원판 되시는 조지 부시가 딱히 유감이 있는 건 아니고 내가 유감이 좀 있었는데, 재벌 2세 놈 하나가 내 차를 조져놓는 바람에 차가 없어졌거든.
음주운전 이야기? 아, 물론 하지 않았지. 음주운전을 당해봤다. 차 살 돈으로 국밥 사 먹기? 할부 끊고 차 빼는 순간에 그랬다니까. 시발 운전대 딱 5분 잡아봤어! 운전학원 운전 연수 시간 빼면 그 5분이 내 운전 인생의 시작과 끝이다.
합의금으로는 그냥 얌전히 국밥 사 먹었다. 가만있자. 그 새끼가 지금 몇 살이지? 존재는 하고 있나? 미합중국 대통령의 힘으로 다신 음주운전 못하게 아주 개박살을 내주겠다!
그런데 그놈이 있다면 김갑환인 나도 존재하고 있을까?
“대통령 각하?”
“아무것도 아닐세.”
“굉장히 무서운 표정을 하고 계셨습니다만.”
아직은 그 진실과 마주할 생각이 없었다.
“좋아 생각을 전환해보자고! 월스트리트 쪽이랑 전쟁이라도 해야겠군!”
“월스트리트? 거길 왜 건드리십니까?”
하긴 어떤 미친놈이 다른 것도 아니고 감히 미국의 버블이 터질 것이라 예상해보겠는가? 세계에서도 한 줌조차 되지 않는 아주 극소수의 인간만이 버블을 인지하고 있었고. 그 인지하고 있는 사람 중에서도 미국의 버블을 제대로 예측 중인 인물은 손가락에 꼽혔다. 비유적인 의미가 아니다. 진짜로 손가락으로 꼽을 수 있었다. 시간이 흐르면 좀 더 늘어나겠지만, 적어도 2001년에는 그랬다.
“그린스펀을 불러오게.”
“그린스펀?”
“연준본부의 의장을 불러오라는 이야기일세.”
나는 내가 하는 말이 진심이라는 사실을 깨달은 비서실장의 얼굴이 단단히 굳어가는 것을 보았다. 하긴 월스트리트랑 전쟁이라도 한다고 하면 나라도 말리겠다만, 미국의 몰락이 점차 다가오고 있는 이 시점에서는 전쟁이든 합의든 협력이든 뭐든 필수였다. 다만 가장 빠르고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방법이 전쟁일 뿐이지.
“대통령 각하. 잘 아시겠지만, 돈을 만지는 자들과 척을 지는 일은 썩 재미있는 일이 아닙니다.”
“그럼 내가 재미로 이러고 있다는 건가?”
“아니, 그것이.”
“자네는 지금 누구와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잊은 모양이로군? 나는 미합중국 대통령일세. 난 미국을 가장 올바르게 끌고 갈 의무를 지고 있는 사람이야. 고작 내 몸이나 보신하고 말년에 추억거리나 쌓자고 이 자리에 올라온 줄 아는가!”
“알겠습니다!”
“나는 역사상 가장 위대한 대통령이 될 생각이 없네, 대신 미국을 역사상 가장 강력한 나라로 만들어 놓을 걸세!”
비서실장이 까라면 까야지. 뭘 그리 자꾸 알려고 하는지 모르겠다.
‘아이 씨. 의회도 한 번 싹 물갈이를 하거나 실각시켜야 하는데.’
그건 그렇고 네오콘은 어떻게 되먹었길래 인재가 하나도 없나? 당장 버블에 관해서 물어보면 우리 미국이 그럴 리 없다면서 중동에 미사일이나 발사해서 석유나 털어오자고 할거고, 테러에 대해서 대책을 가져오라고 하면 ‘테러의 근원은 어디인가? 중동! 중동인을 전부 죽이면 테러가 일어나지 않는다!’ 같은 개소리나 지껄일 거 같아서 뭘 물어보지도 못하겠다.
가만 생각해보니, 사실 럼즈펠드는 네오콘에 남은 최소한의 안전장치가 아니었을까? 하도 병신 짓을 해서 그렇지 남들 견제하기에는 럼즈펠드보다 좋은 사람도 없었는데. 하긴 그래도 남겨두지는 않았을 거다. 득보다는 실이 많은 친구였지.
다만 의외인 것은 부통령이 휘청거리고 기둥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는 럼즈펠드가 실각당했음에도 아직 네오콘이 건재하다는 것이었다. 진짜로 스탈린식 숙청이라도 하고 싶었다. 차라리 그냥 멍청하기라도 했으면 좋겠는데, 자신이 좆됨을 느꼈을 때 무슨 일이라도 할 수 있는 인종이 바로 정치인이었다. 내가 모르는 사이 무언가가 진행되고 있음은 분명하리라. 그리고 그건 아주 몹시 불쾌했다.
하지만 이제 내가 모르는 건 없지.
“자아, 이제 패를 까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