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orge Bush's Great America RAW novel - Chapter (260)
조지 부시의 위대한 미국-259화(260/377)
< 259편 >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에서 ‘일’이 날 때마다 서방 세계는 중동 문제로만 취급하면서 유감만을 표하였다. 그러나 유감이 적대로 변하는 건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중동을 어떻게든 안정 상태로 만들고 싶어 하는 EU와 무장 항쟁을 통해서라도 자신이 쟁취해 내고 싶은 바가 있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이들은 점점 사이가 멀어지고 있었다.
단지 유럽이 이 문제에 관여하지 않는 이유는 이들의 중심에 미국이 있기 때문이었다. 다시 말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은 오롯이 미국의 영역이라는 말이었다.
당연히 EU도 마음 같아서는 관여하고 싶어 했다. 현재 EU만큼이나 발이 넓고 오지랖도 넓은 나라는 미국밖에 없었다. 다시 말해서 미국이 관심을 조금만 접으면 EU의 영향력 안으로 넣으려고 안간힘을 쓸 터였다.
이미 중동에 아주 잠깐이지만 내전 없음을 선포한 EU였다. 실제로도 내전이 없긴 없었다. 정확히는 그동안 내전이었던 것이 다른 양상으로 바뀐 것이었다. 단지 공격의 대상이 그들의 정부에서 EU 평화유지군으로 바뀌었을 뿐이었다.
그러나 아주 효과가 없는 건 또 아니었다. 분명 EU의 정책으로 인해 테러 감소 효과나 몇몇 무장 단체들이 조용하게 변한 사례가 있긴 있었다.
특히 이렇게 조용해진 단체들은 현재 진행형으로 진행 중인 쿠르드족의 독립에 큰 영향을 받고 있었다.
그러니까 일단은 항쟁을 그만두고 힘도 모을 겸, 쿠르드족이 독립하면 자신들에게도 기회가 돌아오도록 평화 항쟁으로 노선을 바꾸고 있었다. 단순히 정치인들의 허풍선이 공약이 될지, 아니면 진실로 독립이 이루어질지에 대해서 논하곤 했는데, 만약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그 모아 둔 힘을 터뜨리면 그만이었고. 그 반대라면 간만 보고 있었던 평화 노선으로 완전히 바꾸면 그만이었다.
그런데도 지금 항쟁하는 부류들은 바로 이런 부류였다.
“이슬람이여 일어나라! 제국 시절의 옛 고토를 되찾자!”
“우리는 네놈들과 협상하지 않는다!”
“더러운 기독교 놈들! 기어코 놈들이 있지도 않은 당근을 미끼 삼아 조국을 무너뜨리려 하는구나! 깨어난 무슬림들아! 궐기하라! 꾸란을 받들어라!”
각자 다른 이상을 신봉하긴 했지만, 이들의 공통점은 목에 칼이 들어와도 자기 할 말 하는 극렬 주의자 같은 사람들이었다는 점이었다. 칼이 총이 되더라도 별로 다를 게 없었다. 이런 이들은 개인 차원에서는 신실한 신자들로 비치기에 십상인지라, 협조자들이 많아서 대놓고 활동을 해도 잡기가 힘들었다.
물론 잡는다고 해도 문제였다. 신분만 알아내면 잡는 건 문제가 아니지만, 이런 부류들은 구심점이 사라진다고 해서 뿔뿔이 흩어지지 않는다. 아주 잠시 흩어졌다가 다시 새로운 구심점을 찾아서 일어날 뿐이다.
흐르는 물이 칼로 가른다고 정직하게 갈라지던가? 아주 잠깐 분단될지 몰라도 곧 다시 하나로 돌아가는 것이 순리이고, 뿌리째 뽑히지 않은 잡초가 봄이 되면 다시 기세등등하게 올라오듯 그들은 정말로 최후의 한 명까지 몇 번이고 일어설 터였다.
“그러니까 애초에 둘 사이에 평화란 불가능한 일이지.”
물론 이것도 몇십 년이나 백 년 단위를 넘어가면 달라질지도 모른다. 그러나 적어도 근미래에 일어날 일은 아니었다.
만약 평화가 찾아오더라도, 그것은 진정한 평화가 아니다. 마치 휴전을 통해 북한과 남한으로 분단되어 있었던 한반도처럼 말이다. 정말로 둘 중 하나가 사라지기 전까지는 이러한 사태가 지속할 터였다.
“그럼 이번 협상은 실질적으로 보여 주기용이군요. 그것 말곤 무의미하지 않습니까?”
비서실장이 서류를 정리하면서 천연덕스럽게 대꾸했다.
“설마. 그냥 보여 주기 용이라면, 구태여 캠프 데이비드까지 쓸 것도 없지. 내가 저 땅으로 날아가기만 하면! 확 그냥!”
부시의 말을 얌전히 듣고 있던 비서실장이 중간에 말을 끊어 버렸다. 세 치 혀도 단련하면 날카로워진다지만, 그의 혀를 검으로 비유한다면 실로 천하에 둘도 없는 명검이렷다.
“어차피 그 땅에서 총 맞아 죽을 거, 제가 직접 죽여 드리겠습니다. 이 버튼이었던가요?”
적어도 단순한 말 몇 마디로 미합중국 대통령의 속을 걸레짝처럼 난도질할 수 있는 사람은 비서실장 정도밖에 없었다. 그 외에는 그의 처라든가. 그러나 그것은 입장의 차이에서 오는 것이지 말로서 이기는 것이 아니었다.
어쨌든 비서실장은 허공에 대고 열심히 손가락으로 책상 아래에 달린 붉은 버튼을 누르는 시늉을 했다. 그것은 실로 훌륭한 팬터마임이었다.
“거기 가서 맞아 죽으면 로켓을 맞고 죽겠지. 총을 맞고 죽겠나. 그리고 버튼에 지문 인식 기능을 넣은 건 정말로 잘한 생각이라고 생각이 드는군. 적어도 허벅지로 눌러서 발사는 되지 않으니.”
“무슨 악의 지도자도 아니고 집무실에 중화기 무기고 같은 걸 설치해 놓는답니까.”
“악의 지도자라. 썩 틀린 말은 아니지. 원래 사람이라는 건 상대적인 거 아닌가?”
“아인슈타인의 명언을 비틀어서 아무 데나 가져다 붙이지 마십시오.”
“걱정하지 마시게. 앞으로 미래를 주도하는 수단이 될 인터넷에서는 대충 아무 인물 흑백사진 옆에다가 아무런 글귀나 적어 놓아도 다 믿을 거야.”
“아무리 그래도 사람들이 그렇게까지 머저리일 리가 없습니다. 장난 그만 치시죠. 슬슬 시간입니다.”
사실을 말해도 이해받지 못하는 것만큼 슬픈 일이 있을까? 아마도 그래도 지구는 돈다던 갈릴레이 갈릴레오 또한 같은 심정이 아니었을까? 정작 갈릴레이 갈릴레오는 그런 말을 한 적이 없으니 참으로 이보다 명확한 예시가 또 없었다.
“그래, 캠프 데이비드로 가야지.”
어디론가 이동해야 할 때마다 항상 1시간은 반드시 늦는 다는 푸틴을 본받고 싶었지만, 미국 항공 기술의 결정체인 마린원은 어림도 없다는 듯이 정해진 시간대로 캠프 데이비드까지 무사히 부시를 에스코트했다. 걸린 시간은 고작 20분이었다.
시간에 맞춰 입장했고, 그리하여 가망 없는 협상을 위해서 삼국의 대표가 드디어 한곳에 모였다.
각국 정부의 수장을 초청할 때나 사용하는 캠프 데이비드를 사용했다는 점에서 무게감이 있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이번 협정에서 저 미 대통령의 속내를 까 봐야겠다. 그리고 팔레스타인 놈들을 궁지에 몰아넣는 거지. 이 협정에 승자는 없으랴.’
‘더러운 유대인 놈들. 이 손이 우리를 쫓아내고 탄압한 손바닥이렷다? 참으로 붉구나. 참으로 붉어.’
‘저 이스라엘 양반은 1년 뒤에 심장발작 오던가? 아니지. 심장마비가 아니라 뇌졸중이었던가? 그때 죽었던가, 살았던가? 하긴 지진도 네 번이나 나는 마당에 심장마비가 반드시 올 것이라는 보장도…….’
가슴속에 각기 다른 야망을 품은 서로 다른 인종 셋이 카메라에 잡혔다.
순서대로 현 팔레스타인 임시 정부의 수반이자, 미래에 팔레스타인의 대통령이 되는 마흐무드 압바스.
현 이스라엘 총리인 아리엘 샤론. 마지막은 당연히 이 캠프 데이비드의 주인 부시 W. 부시였다.
그들은 웃는 낯으로 덕담을 건네며 악수를 했고. 이것들은 고스란히 사진으로 찍혔다. 언제나 그렇듯 협상장에서 정치인들은 사진이라는 작은 테두리 안에서만큼은 평화 그 자체였다.
그렇다고 그것을 티 내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그들은 진실로 협상을 바라고 있었다. 정확히는 남을 등쳐 먹고 사기 혹은 강화나 다름없는 유리한 조건을 가진 협상을 원하고 있었다. 마치 오슬로 협정처럼.
협정에 대한 말문은 부시가 먼저 열었다.
“자, 이 전쟁 아닌 전쟁을 그만두고 싶지 않습니까?”
우수한 통역관들 덕분에 번역되는 데는 일순이면 충분했다. 그 말을 들은 마흐무드 압바스와 아리엘 샤론은 서로 각기 다른 표정을 지었다. 한 명은 명백히 낯짝이 굳었고, 한 명은 여전히 웃음을 잃지 않고 있었다.
그리고 그중 당연히 웃고 있는 것은 아리엘 샤론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스라엘의 후견인이 누구인지 모두가 알고 있잖은가?
그리고 미국 정부에 포진한 유대인 로비스트들의 숫자는?
최근 들어서 이스라엘에 동조하지 않는 미국 국적을 가진 유대인이 늘어났다고는 하나, 그건 아직 먼 미래의 일이었다. 아직은 이스라엘에 적극적으로 동조하는 유대인이 더 많았다.
그렇기에 그는 이번 협정에서 매사에 유리한 입장을 고수할 수 있으리라고 굳게 믿고 있었다. 이는 얼굴에 긴장을 풀기 위해서 안간힘을 쓰고 있는 마흐무드 압바스도 같았다.
평화 협정이라곤 하지만, 시답잖은 조건에서 쳇바퀴에 들어간 햄스터처럼처럼 같은 자리를 맴돌리라는 사실을 직감했던 탓에 더더욱 그러했다.
그가 맡은 임무는 협상을 잘 끌어가는 것이 아니라, 실상 이번 평화 협상이 ‘탐욕스러운 이스라엘 탓’으로 파투 나는 그림을 그리는 게 최선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어차피 말도 안 되는 조건을 내올 것이니 그리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
그러나 섣불리 부정해서는 아니 되었다. 미국이 캠프 데이비드까지 썼다는 건 진정으로 이제 좀 그만 좀 싸우라고 압박하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사실 이러한 자리가 난 이유도 대충 감이 오긴 했다.
최근 들어 EU가 중동에 직접 영향력을 투사하기 시작하고 이라크는 각축장으로 만든 주제에 이젠 아예 새로운 나라까지 건국시키겠다고 나섰으니, 미국으로서는 한 시라도 빨리 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이가 좀 좋아지길 바라고 있으리라.
아니면 적어도 겉으로나마 평화를 유지하든가. 틈만 나면 가자 지구에 폭격을 퍼붓는 사이가 아니라.
이스라엘 측으로서도 이번 협정이 제대로 굴러갈 것이라곤 생각하고 있지 않았다. 왜냐면 빌어먹게도 EU가 이스라엘을 압박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감히 뒤에 있는 나라가 누군지 알면서 그런 압박을 해 오느냐?’라고 물어볼 수도 없었는데, 미국이 이 압박에 침묵하고 있었던 탓이었다.
다만 아직 무기를 그렇게 열심히 손해 보는 가격으로 팔아 주고 있는 것을 상기하면, 이스라엘에서 손을 떼려는 모양새는 아니었다. 여하간 유리한 입지를 가지고 있지만, 그렇다고 이것이 절대적인 고지냐고 물으면 그건 또 아닌지라 겉으로는 유들유들하게 웃고 있지만, 속은 답답하기 짝이 없었다.
협상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당연합니다.”
“그렇습니다.”
이에 모두가 동의했다. 지금 맺으려는 것이 바로 그 평화 협정이 아니던가? 자세한 협정으로 들어갈 시간이었다. 무의미한 시간 낭비나 다름없는 협정이었을 ‘예정’이었던 것으로.
“알겠습니다. 그렇다면 미합중국은 이 시간 이후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지역에서 일어나는 모든 폭력 사태를 좌시하지 않을 겁니다.”
이 말이 나오기 전까지는 말이다. 통역관을 통해 전해진 내용은 마흐무드 압바스와 아리엘 사론이 전율하기에 충분했다.
특히 이 거한의 사내가 아군이라고 철석같이 믿고 있었던 아리엘 사론은 이렇게 생각했다.
‘이 양키 새끼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