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orge Bush's Great America RAW novel - Chapter (261)
조지 부시의 위대한 미국-260화(261/377)
< 260편 >
이 양반이 도대체 무슨 개수작인지, 그리고 무슨 의도로 그런 개수작을 부렸는지. 아리엘 샤론은 너무나도 현명한 탓에 단번에 알아차릴 수 있었다.
그는 군인 출신이었다. 젊은 나이에 공수부대 여단의 지휘관을 맡아서 총 여덟 개의 작전에 몸을 담았으며, 그렇게 쌓은 공훈으로 눈가에 제대로 된 주름이 생기기도 전에 육군보병학교 교장직을 맡았다. 이스라엘이 인재가 없는 곳도 아니고 고작 30세밖에 되지 않는 젖비린내 나는 애송이를 교장직에 앉혀 뒀을 리가 없다.
후에 3, 4차 중동전쟁에서 38기갑사단 사령관으로 취임하여 이스라엘의 영광스러운 승리를 항상 최선두에서 이끌었다.
재수 없는 소리가 될 수도 있지만, 실제로 그는 유능했다. 군략에 능하다고 정치에 능하리라는 법은 없지만, 그는 정치에도 상당히 능했다.
자유당에 몸담아 자신의 손으로 운명을 잡아 낸 아리엘 사론은, 그가 쟁취한 운명에 걸맞게 기꺼이 총리가 되었다.
전쟁 영웅 출신 11대 총리가 생각하기에 이 개수작의 전말을 능히 상상하자면 이러했다.
‘EU를 견제하기 위해서 이스라엘에 주둔하려고 하는군! 팍스 아메리카나 패권 유지를 위해서!’
하긴 자신이라도 저 자리에 앉아 있으면 기꺼이 그렇게 하리라. 아니, 그렇게 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 도대체 왜 다들 저 인간을 중심으로 이중인격이니 미친놈이 해괴한 소문이 도는지 알 것만도 같았다.
‘고작 몇 개월 전에 팔레스타인의 국부라고 할 수 있는 야세르 아라파트가 뇌졸중으로 사망했다. 40일의 추모 기간이 끝난 지는 더더욱 얼마 되지도 않았지. 이 시점에서 평화 협상을 걸어 온 건 완벽한 노림수였다! 세상에나!’
아니, 그보다 지금이 유일한 기회였다. 이스라엘의 대대적인 반발만 억누를 수 있다면, 평화를 일궈 낼 수 있을 터였다. 설령 그것이 더 큰 공포로 인한 모순된 평화라고 할지라도 말이다. 그리고 대관절 모순된 평화가 뭐가 잘못되었단 말인가? 도리어 인류 문명의 발족 이래로 이 행성에 진정한 평화가 찾아온 적은 있고?
어차피 지금 평화도 전부 냉전에서 승리한 팍스 아메리카나가 만들어 낸 허상이 아닌가? 더 나아가면 냉전이 만들어 낸 부산물인 핵으로 서로를 겨누고 있기에 성립되는 평화였다.
지구상의 모든 국가는 다들 등 뒤로 단검을 숨기고 평화를 구가한다. 실로 구밀복검이라 할 수 있었다.
‘빌어먹을. 지금 와서 미국과 떨어지기에는 너무나도 큰 손실이다. 물론 영원히는 아니고 아무리 길어 봤자 이 대통령의 임기인 4년에 불과하겠지만, 그것만으로도 타격이 꽤 커.’
그러나 4년이라는 보장은 어디에서 나오는가? 아리엘 샤론의 머릿속에서 나왔다. 그렇다면 근거는 무엇인가? 그것은 미국의 제22차 수정헌법에 근거한다. 그리고 이번 대통령은 헌법에 손을 댈 수 있을 정도의 권력을 가지고 있다.
‘게다가 이스라엘 로비는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그게 선거철이 아니더라도. 이렇듯 정치적 생명까지 걸어가면서 이렇게까지 해야만 해야 하는 이유……. 그건 이 소름 끼치는 양반이 그저 착해서는 아니겠지.’
그는 인간의 선함을 믿지 아니하였다. 정확히는 사람의 선함에는 반드시 이유가 있다고 생각하는 부류였다. 그리고 적어도 정치판에 선 사람 중에서 선함의 이유는 대부분 영달이었다. 영달이 아닌 사람도 있었지만, 그런 사람들은 높이 올라가지 못하고 날개가 꺾이기 일쑤였다. 너무 깨끗한 물에서는 고기가 살 수 없다. 고기가 살 수 없는 물은 사람도 마실 수 없다.
‘적극적으로 미국의 편을 들어줘야 하나? 이게 이스라엘의 찬란한 미래와 진정한 영광을 위함인가?’
아니, 그랬다간 다른 사람이 아니라 아리엘 샤론의 정치적 생명이 끝나 버린다. 민심을 등한시한 총리가 떨어질 자리는 널리고 널렸다. 그렇기에 떨어지지 않기 위해서 안간힘을 다해서 지지대를 만드는 것이지.
‘조국에 대한 애국도 애국이지만, 영달을 빼놓는다면 이야기가 처음부터 성립 자체가 되질 않지.’
그러니까 정리해 보자. 아리엘 샤론이 제한된 정보로 단지 한 호흡이라는 단시간 내에 내놓은 결론을 보자.
‘이 인간. 천연덕스러운 표정을 지은 이 인간이 기어코 현대의 나폴레옹이 되려고 하는군?’
다시 한 호흡. 결론을 냈으니, 결론을 지지할 증거들을 조합하기 위해서 머리를 필사적으로 굴렸다. 마치 군인 시절로 돌아간 것만 같았다. 그땐 정말로 한 걸음 한 걸음이 전부 생과 사에 직결되어 있었다.
‘최근에 권력을 상당 부분 내려놓은 것은 애당초 의미가 없다.’
권력이란 나누는 것이 아니라 나누어지는 것이다. 이것이 무슨 차이인가 하면, 권력이 진정으로 분산되기 위해서는 권력자가 다른 사람들에게 선심 쓰듯이 던져 주는 게 아니라 일종의 ‘끌어내려서 서로 나눠 가지는 과정’이 필요했다.
권력자가 다른 이들에게 권력을 나누어 줘 봤자 그건 결국에는 자기 ‘입지 만들기’에 불과하다. 심하게 말하면 자신을 적대하는 개와 친해지기 위해서 먹음직스러운 뼈다귀를 던져 주는 것에 불과하다.
쉽게 말해서 손안에 확실한 현금을 쥐고 있느냐, 아니면 손해를 감수하고 주식을 사느냐의 차이다. 공통점은 결국 둘 다 투자자의 재산이라는 점이었다.
‘권력을 나눈다더니, 도리어 공고히 만들고 있었군. 그렇다면 그동안 지지부진했던 우리 로비스트 활동도 설명이 된다. 자신의 미래에 이스라엘의 도움은 필요가 없다 이거군.’
그렇다면 이 자리는 어찌하여 만들었는가? 단순히 또 다른 권력 강화를 위함인가? 한반도의 분단을 종결시키고 이어서 유서 깊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땅에 평화를 가져온 대통령 타이틀이라. 탐이 나지 않을 리가 없었다.
아리엘 샤론 본인조차 총리라는 자리와 입지를 무시하면서까지 탐이 나는데, 어찌 초강대국의 대통령으로서 이 타이틀에 탐이 나지 않겠는가?
그렇지 않아도 2005년 가장 유력한 노벨평화상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마당이었다. 심지어 이미 노벨 재단에서 수여하려고 했었지만, 그 유명한 ‘나는 아직 한반도에 진정한 평화를 가져오지 못했다.’라는 발언으로 거부했었다.
‘젖과 꿀이 흐르는 땅에 진정한 평화를 가져온 자라. 미국 종교계에서도 한 손 거들겠군.’
본디 신께서 약속했을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은 아이러니하게도 혈(血)과 골(骨)이 흐르는 땅이 되었다. 가나안은 주인이 몇 번이나 바뀌면서 꾸준히 쌓인 시체만큼이나 점점 믿음과 약속은 타락하고 저주받은 땅으로 변해 갔다.
‘추론은 끝났다. 그렇다면 내가 선택해야 할 선택지는…….’
아주 찰나였지만, 부시는 아주 잠시 아리엘 샤론의 의식이 회담장이 아니라 어디 멀리 저편 너머에 갔다 왔음을 깨달았다. 그것을 알아차릴 수 있었던 건 그의 초점이 필요 이상으로 흐렸던 탓이다.
“대충 깨달았으리라 생각하지만, 데이비드 캠프에 초대하는 건 한 ‘국가의 지도자’들입니다.”
그 말을 들었을 때 아리엘 샤론은 자신의 의심을 확신으로 바꿨다. 추론 기반으로 한 빈약하기 짝이 없는 상상이라고? 알게 뭔가. 자신이 그렇게 생각했다. 그리고 설령 그것이 아니더라도 미 대통령의 기분을 마음대로 거스를 수는 없는 일이다.
다른 대통령이라면 문제가 없다. 차라리 다른 대통령이었다면 적당히 성의만 보이면 그만이다.
하지만 확신 안에서도 빛에는 반드시 그림자가 따라오듯이 일말의 의심은 남아 있었다.
그는 입을 열어 자신의 의문을 해소하기 위해서 반사적으로 입을 열었다.
“그 뜻은, 설마?”
“미 정부에서는 팔레스타인 정부를 정식으로 승인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차후에 이 건을 UN에 올리겠습니다. 괜찮겠습니까?”
더도 덜도 없었다. 이건 일단 협상을 하기 전에 격부터 제대로 맞추겠다는 뜻이었다.
여기서 부정하고 이 회담 자체를 미룰 것인가? 인정할 것인가? 다만 인정하고 싶지 않았지만, 이것이 수면 위로 올라오는 건 시간문제이긴 했다.
그리고 대만과는 달리, 이스라엘은 중국처럼 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국가도 아니다. 더불어 이스라엘은 두 번이나 이어진 인티파다로 국가 이미지를 완전히 망쳐 놨다.
따라서 팔레스타인 정부 승인이 UN으로 올라가면 결과는 불 보듯 뻔했다.
사실 정상적이었다면, 여기서 미루는 게 옳으나, 지금은 도박 수를 던질 때였다. 적어도 그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를 총리로서, 지휘관으로서 만들어 준 육감이 핑핑 돌아가고 있었다.
그러나 이 감이 맞을까? 단순히 자신의 착각이 아닐까? 만약 자신이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국민이 이것을 인정할까? 그렇지 않아도 인티파다 때문에 지지율도 점점 하락세를 타고 있는 마당에 만약 지금 잡으려는 동아줄이 썩은 동아줄이라면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한단 말인가?
“……인정하겠습니다.”
부시는 그 반응에 짐짓 놀랐다. 그가 잘못 발언했거나 통역관이 실수했을 가능성을 점쳤지만, 그건 아닌 거 같았다. 그러나 이것을 포커페이스처럼 차마 겉으로 표현하지 않을 방법이 없어서 부시는 그저 지금까지 짓고 있던 은은한 미소와는 달리, 함박웃음으로 화답했다.
마치 첫 단추를 무사히 껴 넣었다는 듯이 연기했다.
‘흠, 생각보다 순순히 받아들이는데. 하긴, 2차 인티파다 중재를 해 주지 않았으니 똥줄이 탈 만도 하지. 본래 2003년에 끝났을 운동이 2005년까지 이어졌으니.’
본래는 받아들이지 않으면 다소 압박할 생각이었다. 어차피 날림으로 돌아갈 협정이었으나, 그렇다고 아무것도 하지 않을 리가 있나.
부시가 예상한 설계도는 어차피 서로 좋게 좋게 이야기하다가 끝내는 것이었다. 그 김에 이스라엘에 좀 작작 나대라고 경고도 주고, 팔레스타인에는 미국은 평화를 바란다는 메시지도 심을 겸 말이다.
그럼 미국은 할 만큼 한 거다. 두 국가의 수장을 직접 불러서 캠프데이비드까지 사용했다. 더불어 폭력 사태를 더는 좌시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이게 첫 번째 목적인 보여 주기였다.
그렇다면 두 번째는 무엇인가?
“이야기가 매끄럽게 흘러가니 너무 좋습니다. 그럼 팔레스타인 자치 정부를 지금부터 정식 정부로서 간주하겠습니다. 세부적인 부분은 두 분께서 조율해 주시길.”
이건 놀랍게도 아리엘 샤론의 추론이 일부 맞아떨어졌다.
그건 바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땅이 지금 누구의 영향권에 있는지 EU에 다시금 알려 주는 것이었다. EU가 중동에 손을 본격적으로 뻗기 시작하면서 손 닿는 대로 영향권에 편입하고 있었다. 최근에 팔레스타인에 손을 빌려주려는 정황이 포착되었기 때문에, 부시는 조금 조급해질 수밖에 없었다.
적어도 근 미래에 이스라엘과 떨어질 수 없는 운명이라면, 차라리 이런 식으로 헛짓거리에 불과하지만, 허수아비 중재라도 해서 영향권을 유지할 수밖에 없었다.
다만 이번에는 마치 4연속 지진처럼 부시조차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결과가 나오려고 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