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orge Bush's Great America RAW novel - Chapter (262)
조지 부시의 위대한 미국-261화(262/377)
< 261편 >
아리엘 샤론이 고작 덕담 몇 마디 나눌 시간에 불과한 찰나 안에서 범인의 사고와는 동떨어진 발상으로 퍼즐 조각을 맞춰 가고 있을 때, 마흐무드 압바스 또한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다만 결론은 아리엘 샤론과 같았으되 결론이 도출된 과정에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면, 그것은 입장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미 대통령의 연이은 외교적 무례에 눈이 돌아가도 이상하지 않을 아리엘 샤론과 달리, 마흐무드 압바스의 도출 과정은 희망찼다.
‘독재를 위한 미 대통령의 정치 욕심에 의한 것이라곤 하지만, 비로소 팔레스타인에 광명이 찾아왔군.’
아리엘 샤론이 정치적 및 외교적. 그리고 국익을 두고 저울질하면서 어렵사리 이 모욕과도 같은 조건에 수긍했지만, 마흐무드 압바스는 곧이곧대로 하늘에서 내린 행운이라 여기며 이 기회를 어떻게 살릴까 궁리하기 시작했다.
최고는 이스라엘이 조국의 땅에서 퇴거하는 것이겠지만,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하니 적절한 타협을 통한 차선책이 필요했다. 그러나 그동안은 서로 생각하고 있는 타협의 선이 언제나 평행선을 긋고 있었다는 문제점이 있었다.
둘 중 하나가 사라지지 않으면, 영원히 이 분쟁은 종결되지 않을 것 같았다.
기자들이 나가고, 비공식 협상이 시작되었다.
“자, 판이 깔렸군요. 협상해 봅시다.”
아리엘 샤론은 노골적으로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당장이라도 마흐무드 압바스의 목을 졸라 죽이고 싶었다. 아마 이스라엘로 돌아가는 공항에서 내리자마자 사람을 시켜서 그렇게 할지도 모르겠다며 속으로 투덜거렸다.
마흐무드 압바스는 가장 중요한, 그리고 그동안 가장 문제시되었던 문제 중 하나를 거론했다.
“우선 가자 지구는 물론 팔레스타인 지역의 모든 유대인 정착촌을 철거해 주시오.”
그 팔레스타인의 국경이 어디부터 어디까지냐에 따라서 다르겠지만, 이것을 구태여 논하지는 않았다. 사실 다른 것보다도 바로 이 부분이 핵심이었다. 잇따른 인티파다로 이스라엘은 생각보다 궁지 아닌 궁지에 몰려 있었다.
인티파다는 그냥 단순히 어디 선진국에서 볼 수 있는 피켓 따위를 들고 행진하는 평화 시위 같은 것이 아니라, 트럭에 거치된 경기관총이 동원된 총격전이나 화염병이나 사제 폭탄이 동원된 폭력 시위는 물론, 심심하면 자폭 테러까지 동원된 일종의 민족 봉기였다. 민중 봉기라고 할 수 없는 이유는, 애당초 나라와 민족이 다른 탓에, 실질 독립운동의 양상을 띠었다.
사실 다른 나라도 방금 인정해서 다른 나라가 된 거지. 불과 수초 전까지만 해도 나라조차 아니었다. 요컨대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인티파다는 압제자 이스라엘로부터 팔레스타인 민족의 대규모 독립운동이었다.
“으음.”
마흐무드 압바스의 기세등등한 퇴거 요청에 아리엘 샤론은 침음을 흘렸다. 마흐무드 압바스는 평소에 적잖아 점잔을 빼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가 유약하다거나 딱히 책상물림이라는 것도 아니었다. 그는 훌륭한 독재자의 기질이 있었다.
독재자의 공통점이 무엇인가? 기회를 잡을 줄 알며, 때때론 잔인해질 줄 알고, 권력에 대한 집착이 망집으로 바뀌기 전까지는 어떤 방면으로든 뛰어난 능력의 소유자라는 사실이다.
물론 세상 사람 다 똑같을 수는 없듯이. 상황과 사람에 따라서 그렇지 아니한 경우도 종종 있긴 하지만, 어찌 되었든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 모든 공통점을 씹어 먹는 공통점이 하나 있는데, 그건 바로 어떤 식으로든 자기 보신의 천재들이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마흐무드 압바스는 이렇게 건방질 정도로 당당하게 요구해도 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이렇게 강하게 나오고 있다는 소리였다.
이러한 태도는 아리엘 샤론에게 꽤 당혹감으로 다가왔다.
‘이미 사전에 이야기가 되어 있나?’
미 대통령의 묵인 아래에 팔레스타인이 조금 이르게 같은 무대로 올라오긴 했지만, 여전히 전세 자체가 바뀐 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서는 무대가 같아진 것뿐, 팔레스타인은 여전히 무대 엑스트라에 불과했다.
하지만 만약 저 인두겁을 뒤집어쓴 악마와 이미 계약이 되어 있다면? 저 탐욕스러운 악마가 팔레스타인의 영혼을 대가로 주목받지 못하는 엑스트라를 주역으로 끌어올렸다면?
‘오, 세상에! 마치 성경을 보는 듯하구나!’
음악가나 화가 같은 예술인들이 작품을 위해서라면 악마와 계약이라도 할 수 있다고 푸념하는 것을 자주 들었지만, 대관절 악마가 사람의 영혼을 주무를 수 있다는 것을 빼면 사람보다 나은 점이 무엇이 있단 말인가?
악랄하기론 눈앞에서 방실방실 웃고 있는 저 양키가 더 하지 않은가? 그는 오로지 자신의 보신만을 위해서 미국이 만들어 낸 가장 위대한 유산 중 하나인 자유주의 정신을 짓밟으려고 하고 있었다.
‘이미 모든 대본이 있는 판에서 내가 꼭두각시처럼 조종당하고 있다면?’
그러나 삽시간에 부정했다.
‘그럴 리는 없다. 여기서 중요한 건 어디까지나 균형이야. 저 악마가 원하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균형이 필요하다.’
보통 균형이라고 하면 평행을 이룬 시소 따위를 생각하겠지만, 실제로 균형이란 조금 다르다. ‘축’이 다르면 한쪽에 10kg을 올리고 반대쪽에 1kg을 맞춰도 균형이 맞춰질 수 있었다.
따라서 만약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탄압을 막기 위해선 팔레스타인을 이스라엘만큼 키워 줄 게 아니라, 단지 다리에 족쇄만 달아서 억제만 할 수 있으면 그걸로 충분하다.
일단 다사다난한 국내 정치 문제도 있고, 저 조지 W. 부시라는 인간이 정말로 인간을 초월하는 악마와도 같은 지능의 소유자가 아닌 한, 지금 와서 팔레스타인을 키우고 싶지 않을 터였다. 팔레스타인이 급격하게 커 버리면 결국 대립의 지속일 뿐이었다.
따라서 최대한 이스라엘 총리라는 입장을 배제하고 보더라도 최고는 신생국 아닌 신생국 팔레스타인이 이스라엘로부터 적절한 영토를 보장받아 성립된 뒤, 서로 민족을 완전히 분단시켜서 남남이 되는 게 최고였다.
완전 남남이라는 게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하겠지만, 적어도 저치 입장으로 생각해 보았을 때 이게 최고일 터였다.
“그건 좀 힘들 것 같습니다. 하지만 단계를 밟아서 점진적으로 퇴거하는 정도라면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시간에도 무력 충돌이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적어도 임의로라도 국경선을 긋고 서로 물리도록 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국경선이다. 아마도 가자 지구를 당연하다는 듯이 발언하는 걸 보면, 가자 지구는 무슨 일이 있더라도 반드시 가져가겠다는 의사 표명인 듯싶었다.
‘젠장, 마음만 같아서는 다 무효라고 외치고 싶군!’
이 소식을 고국에 들고 가면 조만간 쿠데타가 일어날지도 몰랐다. 국민은 몰라도 군부는 더 싸우고 싶어 했다. 그리고 딱히 국민이라고 해서 전부 평화를 원하는 건 아니었다.
‘차라리 쿠데타가 일어났으면 좋겠다.’
쿠데타가 일어나서 팔레스타인에 있는 모든 아랍인을 몰살하는 거다. 그럼 모든 일이 편해진다. 그럼 국내 문제는 종결되고 미국도 만족할 터였다. 테러가 간간이 일어나긴 하겠지만, 요즘 세상에 테러 안 나는 나라가 얼마나 된다고 그러나?
제대로 된 국가 중에서 꼽아 봤자 동아시아 삼국 정도였다. 그렇다고 지금도 테러가 없는 것도 아니었다. 그 테러 때문에 성장세가 해를 거듭하면 거듭할수록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고, 심지어 그 기록도 해를 거듭하면 매번 갈아 치우니 미치고 환장할 지경이었다.
어차피 지지도도 나락까지 떨어져 자연스럽게 끌어 내려질 예정이었다. 그렇다면 차라리 국가의 미래를 위해서 이 한 몸 이스라엘에 바쳐 쿠데타 정부를 세우고 그들이 전쟁을 이어 가 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것은 불가능한 일이었고, 일어나서도 안 되는 일이었다. 윤리니, 뭐니 그런 고리타분한 게 아니었다. 그렇지 않아도 국제적 왕따 수준의 위치를 지닌 이스라엘이 정말로 공식적으로 그런 일을 벌였다가는 그냥 넘어갈 수 없었다.
아니, ‘넘어간다. 만다.’를 거론할 수준을 넘어서 필시 이스라엘은 역사책에서나 볼 수 있었던 그저 그런 나라로 기억되리라.
그렇게 망하고 나면 시대를 뛰어넘어 다시금 일어난 자랑스러운 유대인의 나라는 마치 나치처럼 두고두고 조리 돌림 되리라. 본디 역사란 오롯이 승자의 전유물이다.
보라. 세상에서 가장 많은 전쟁 범죄와 학살을 일으킨 영국의 상징인 유니언잭은 그대로 쓰이지만, 새 발의 피에 불과한 하켄크로이츠는 금지되지 않았던가? 아마 이스라엘이 무너지는 날이 온다면, 그날은 필시 다윗의 별이 혐오의 대상이 되는 날이리라.
“예루살렘이라니! 이건 억지입니다. 이건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억지라뇨? 지금 실효적으로 지배하지도 못하면서 억지라고 하시는 겁니까?”
임시에 불과했지만, 서로의 형편에 맞게끔 국경선이 그려졌다. 처음에는 완전히 일치하지 않았으나, 밀고 당기며 합을 맞추는 동안 점점 얼추 비슷한 그림이 그려졌다.
그러나 유독 한 도시만큼은 절대로 서로의 주장을 굽히지 아니하였는데, 그 도시란 바로 아브라함 계통 종교라면 누구나 갈망하여 소유권을 두고 끊임없는 분쟁을 일으켰으며, 시체를 양분으로 쌓아 올린 도시 ‘예루살렘’이었다.
예루살렘을 두고 절대로 끝나지 않는 협상을 이어 가고 있던 두 사람은 옆에서 보고 있던 부시의 표정에 미묘한 변화가 생겼다는 것을 단번에 감지할 수 있었다. 서로가 침묵하니, 그제야 그 사내가 입을 열었다.
“예루살렘은 제대로 된 국경선이 그어지기 전에 중립지대로 남기는 건 어떻습니까? 절반씩 통치하는 겁니다.”
‘마치 개미집 관찰이라도 하는 듯한 저 뉘깔을 보라. 나에겐 저 오만방자한 미국인이 거인이나 다름없구나. 그러나 거인을 탓할 수는 없겠지. 팔레스타인이 아직 작은 탓이다. 그리고 얕잡아 보일 만큼이나 작아진 것 또한 팔레스타인 탓이구나.’
독재자 아랍인은 자괴감과 굴욕을 느꼈으며.
‘아무래도 냉전 시대 베를린처럼 분단을 원하는 모양이군. 제삼자의 시선에서는 가장 합리적인 형태야. 하지만 우리는 무슨 일이 있더라도 반드시 예루살렘을 손에 넣겠다.’
절박한 유대인은 불만족을 느꼈다.
‘그래 봤자 어차피 평화를 위한 임시 국경에 불과하다. 재협상에서 보자.’
물론 그때까지 총리 자리에 앉아 있다면 말이다. 그렇지 않을 확률이 높았다. 하지만 이 협상을 통해서 동아줄이 하늘에서 내려온 정도는 아니지만, 적어도 동아줄을 만들 재료 정도는 얻었다.
그 외에는 많은 이야기가 오고 갔다. 자극적인 의견들이 논의되었지만, 이야기가 계속 공허하게 겉돌며 힘을 가지지 못한 단순한 단어의 배열로서 소멸했다.
그리하여 협상은 무사히 끝났다.
결론적으로 이번 협상에서 나온 것은,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을 공식으로 인정한다는 것과 임시나마 국경이 그어졌다는 것.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누가 뭐라고 해도, 이것으로 원 역사보다 몇 배는 더 위험하게 변했던 제2차 인티파다가 공식적으로 끝났다는 점이었다.
‘악마! 악마! 악마! 아아! 실로 악마로다! 파멸이 도래한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음에도 도저히 거부할 수 없구나!’
‘이건 알라께서 직접 내려준 기회다. 팔레스타인의 자주독립을 위해서, 더 나아가 나의 찬란한 미래를 위해서 안배해 주신 운명이다!’
각자만의 특색을 살린 독특한 생각을 가지고.
‘와, 이게 되네?’
그중 한 명은 좀 더 특출나게 독특하긴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