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orge Bush's Great America RAW novel - Chapter (263)
조지 부시의 위대한 미국-262화(263/377)
< 262편 >
“골이 급속도로 아픕니다.”
“뭐, 왜. 뭐가 문제인데.”
백악관으로 돌아가니 비서실장이 심각한 표정으로 관자놀이를 지긋하게 누르고 있었다. 누가 보면 미국이 내일 당장 무너지기라도 하는 듯한 표정이었다.
“문제라고 할 만한 건 없습니다. 다만 갑자기 상상조차 하지 못한 일이 벌어져서 그동안 쌓아 놓은 저희 계획이 물거품이 된 것만 빼면. 예, 다 좋죠. 그럼요.”
부시가 절대로 안 될 것이라 장담했기에 계획을 완전히 이 회담 이후에 어떻게 중재해야 할지. 혹은 어떻게 무시해야 원활하게 무시할 수 있을지, 또는 어떻게 해야 이스라엘로 흘러나가는 이 막대한 자금을 좀 줄일 수 있을지에 대해서 많은 계획을 비서실장을 비롯한 보좌관. 그리고 온갖 전문가들이 세우고 지우고 있었다.
“가끔 저는 말도 안 되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마치 백 투 더 퓨처같이 과거로 돌아가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내 선택으로 인해서 역사가 바뀐다면 나는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가? 하지만 적어도 하나는 확실합니다.”
비서실장은 비장한 목소리를 유지하며 손으로 강하게 보고서를 두들겼다.
“과거로 돌아간다면, 저는 저한테 그 빌어먹을 성립조차 되지 않을 보고서를 위해서 밤을 지새울 필요는 없다고 분명하게 말해 둘 겁니다.”
눈이 마치 잘 익은 체리라도 보듯이 충혈되어 있는 꼴을 보아하니, 정말로 밤을 새우긴 한 모양이었다. 적어도 하루에 1시간조차 숙면하지 못한 건 확실해 보였다.
“휴가 좀 받겠나?”
“휴가 다녀온 지 얼마나 됐다고 무슨 휴가입니까. 됐습니다. 항상 대통령님이 맞으리란 보장도 없고. 번거롭게 손대지 않고도 해결되는 것만큼 좋은 일이 어디 있다고 그러십니까.”
“원래 연속으로 일을 하면 효율이 떨어지는 법일세.”
“언제는 연속으로 일하지 않았다는 듯이 말합니다?”
그것도 그러했다.
“하긴 이러니까 이 자리에 앉아 있는 거 아니겠는가?”
이 자리가 아무나 시킨다고 할 수 있는 자리가 아니었다. 정작 이렇게 말하고 있는 부시 또한 자기를 시켜 주면 잘할 자신이 있다면서 낑낑거리지 않았던가? 막상 해 보고 나니까 생각했던 것과는 꽤 거리가 있었다. 역시 상상하는 것과 직접 해 보는 건 상당한 괴리감이 있었다.
“그럼 이제 새로운 계획을 짜야겠군. 그래도 건진 게 한둘 정도는 존재할 거 아닌가? 설마, 그 많은 종이가 전부 무용지물이 된 건 아니겠지?”
그 보고서라는 물건은 두께만 5cm였다. 장수는 따로 언급하지 않아도 되리라.
“다행스럽게도 그건 아닙니다. 그 이후 계획도 수립해 있었죠. 거기부터는 거의 정보 취합을 통한 추론이 아니라 공상의 영역이긴 했지만, 그 공상이 실제로 현실에 나타나 버렸으니, 마냥 쓸모없는 건 아니겠죠.”
“어디 보자.”
비서실장이 말한 대로 거의 공상의 영역이라곤 해도, 전문가들이 내놓은 답이었다.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만한 건 마지막 다섯 장이었는데, 그들도 진지하게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이가 중재되리라곤 생각하지 못했다. 적어도 나중이면 모를까 지금 시점에서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의 독립을 인정할 것이라곤 절대로 생각하지 못했다.
만약 한다고 하면, 이름뿐인 독립에 적당한 자치권을 주고 장기적으로는 흡수하리라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실제로도 그러했었다. 보고서를 작성한 이들이 간과한 건 오로지 하나였다.
해외 사정에는 능통했으나, 내부 사정은 해외 사정만큼이나 능통하지 못하여 자신들의 대통령이 얼마나 막 나가는지 완전히 잊고 말았기 때문이었다.
“흠, 이스라엘이 이 상황 자체를 모욕으로 느끼고 미국에 선전포고라. 이건 누가 쓴 거지?”
“모든 상황에 대응하기 위한 보고서입니다. ‘뭐든지 일어날 수 있다.’라는 가정하에 쓴 보고서기 때문에 당연히 그런 말도 안 되는 것도 있죠. 그리고 지금 일어난 평화협정도 그렇게 말도 안 되는 부류입니다. 이 보고서를 쓴 사람들은 차라리 지금 일어난 일들이 이스라엘의 기만 전략이기를 바라고 있을 겁니다.”
“이건 아니고. 이것도 아니고.”
쓴 건 보좌관들과 전문가들이고 그것들을 다시 엮은 건 비서실장이었다. 어차피 고생한 건 부시가 아니었기 때문에 듣는 둥 마는 둥 하면서 한 장 한 장 빠르게 넘겼다. 여전히 말도 안 되는 것들도 있었고, 그럴싸해 보이는 것들이나, 부시 또한 적극적으로 동의할 만한 것도 있었다.
팔레스타인이 이스라엘과의 전면전에서 승리했을 경우, 팔레스타인이 규모를 키워 EU를 끌어들였을 경우,
“테러리스트가 캠프 데이비드를 습격했을 경우? 이 미친놈은 누구인가? 혹시 할리우드에서 온 건가?”
“그쪽 방면의 도움도 있었습니다. 기한 내에 맞추기 위해서 정말로 있는 인재 없는 인재 다 긁어모아서 만든 겁니다.”
“그러니까 그 말은?”
“예, 맞습니다. 영화계 인물이죠.”
“이런 젠장.”
“뭐, 그렇다고 해서 그 사람이 자격이 없는가 하면 그건 또 아니라서. 여하간 그건 그런 보고서입니다. 애당초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기한 내에 맞추라고 하신 건 대통령님 아닙니까?”
그 또한 나름 옳은 말이었다. 그리고 그런 쪽에 협조 받는 게 썩 흔하지 않은 편은 아니었다. 그러나 흔하다는 말은 아니어서 특별한 편이긴 했다. 이번 같은 경우에는 이미 인재가 마를 대로 말라서 어쩔 수 없이 정말로 기용할 수 있는 자원은 모조리 사용한 덕분에 생긴 이례적인 일에 불과했다.
“협정이 성공했으나, 불이행으로 제3차 인티파다가 일어났을 경우 이건 좀 쓸 만해 보이는군.”
실제로도 그럴 거 같긴 했다. 원 역사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지지 않았던가? 팔레스타인이 성립된 이후로 2019년에도 거기서 거기였다.
정확히는 제3차 인티파다가 일어났을 경우 미국이 처신해야 할 지침 같은 것이었는데, 결론만 말하자면 이스라엘에 더 많은 지원을 할 것을 권고하고 있었다.
“흠, 마음에 들진 않는군.”
실로 그러했다. 마음만 같아선 지금 당장이라도 지원을 끊어 버리고 싶었다. 아프가니스탄도 점점 축소하려는 마당에 이스라엘에 왜 이렇게 많은 지원을 해 줘야 한단 말인가? 그렇지 않아도 이것 때문에 평화 대전략에 자꾸 모순이 생겨나는 와중이었는데 말이다.
마침 아주 임시라지만, 평화가 찾아왔으니 다행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게 한 달은 갈지가 의문이었지만, 아무리 그래도 1주일은 가지 않겠냐면서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찾았군.”
부시가 찾고 있었던 평화협정은 거의 마지막쯤에 있었다. 분명 캠프 데이비드 평화협정으로 인해서 주체가 되어야 했을 터인 평화협정이 마지막에 있는 이유는, ‘실패’를 상정으로 시작한 보고서였던 탓이었다.
그리고 인재가 메말랐다고 했는데, 뭐 인재를 쫓아냈다거나 그런 게 아니라, 이미 그런 인재들은 다른 곳에 쓰이지 못할 정도로 바쁘게 갈려 나가고 있었다.
어릴 적 김갑환은 에밀레종에 대한 전설을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와서 생각해 보길 갓난아이조차 일해야 할 정도로 대형 작업이라는 게 왜곡된 게 아닐까 싶었다.
“‘모든 계획을 포기하고 점진적으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균형을 맞춰야 한다.’ 과연 정론이군.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너무 부족한데. 그리고 이런 식이면 이스라엘이 배신이라면서 길길이 날뛸 텐데.”
“걱정하지 마십시오. 그걸 위해서 지금 그 보고서를 작성한 태스크 포스는 아직 해산하지 않았습니다. 또 다른 새로운 보고서를 써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으면 거의 좋아 죽으려고 하겠군요. 그건 저도 마찬가지니 이 또한 걱정하지 마시길.”
“알았네, 알았어. 헛수고했다는 건 나도 알아. 그런데 급하니 어쩔 수 없지. 당장 새로 써 오라고 하게.”
“헛수고해서 수고했다고 꼭 전해 주겠습니다.”
“물론이지. 꼭 전하게.”
물론 정말로 그럴 리는 없겠지만, 집에도 제대로 못 들어가고 업무 스트레스가 쌓이다 보니, 서로 이런 식으로 스트레스를 풀곤 했다.
그 모습을 보던 한 마리가 한심하다는 듯이 쳐다보더니 하품을 하고는, 다시 자세를 잡으며 자리에 앉아서 눈을 감았다.
‘세상일이 생각하고 전혀 다르게 돌아가니 곤란하군.’
이렇게 말하면서도 머릿속에서는 많은 생각이 핑핑 돌아가고 있었다. 균형을 맞춰야 하긴 했다. 그런데 균형을 맞춘다는 게 절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차라리 대리전에서 냉전처럼 균형이 아니라 압도적으로 이겨야 하는 상황이면 쉬울 것 같았다. 하지만 이건 그것과는 사정이 전혀 달랐다. 천칭은 어느 한쪽으로 천칭이 기울면 다른 쪽에 더 많은 저울추를 올리면 그만이다.
하지만 이스라엘의 후견인인 이상, 팔레스타인에 추를 올려 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차라리 EU를 적극적으로 끌어들일까?’
최근 들어서 점점 NATO의 의존하지 않으려는 듯한 움직임이 포착되었다. 그 증거로 독일 국방군에는 2001년보다 1.5배는 더 많은 전차가 확인되었다. 명백하게 군비증강에 힘을 쓰고 있다는 증거였다.
주적 되시는 러시아가 군비 감축 도중에 전력 증강을 하고 있다는 건, 미국이 세워 놓은 패권에 도전하겠다는 뜻이기도 했다.
‘하지만 아직은 괜찮다.’
자만심이나 그런 게 아니라. 정말로 괜찮았다. 현대의 패권이 재래식 전력으로 바뀌기에는 너무나도 늦었다. 단순히 지역 패권 정도면 모를까. 세계 패권을 논하려면 군사력이 아니라 경제력으로 논해야만 했다.
세계를 지배하는 나라는 경제력이 강한 국가다. 물론 EU가 경제력에서 휘청거린다는 건 아니었다. 지금 당장은 미국만큼 클 여력은 없었다. 진짜로 유럽이 하나로 통일이라도 되면 모를까. 어차피 국가의 연합에 불과했다.
‘게다가 유럽은 결국 휘청거릴 수밖에 없어.’
적어도 부시 시대의 이야기는 아니겠지만, 그리스라는 어마어마한 폭탄이 유럽 남부에 도사리고 있었다.
어디 그뿐인가? 스페인과 이탈리아는? 그런데 이러한 와중에 지금 군 규모를 키우고 무기를 더 찍어 내고 있으니 황당하기 짝이 없다.
특히 이탈리아군은, 지난 세계대전 최약체의 악몽에서 벗어나려는 듯 정말로 군대만큼은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예산은 물론 훈련 강도도 몇 배로 높였고, 실전 경험 축적을 위해 중동 파견도 제일 많이 보내고 있었다.
특히 무기 또한 신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었다. 그중 하나가 돌격소총 사업이었는데, 얼핏 보아하니 훗날 제식으로 채용될 ARX-160의 초기형을 닮아 있었다.
세부적인 부분에서 살짝 달랐는데, 예를 들면 폴리머를 사용하지 않고 플라스틱으로 제작되었다는 점 같은 부분이었다.
그래도 아마 정식 채용될 즈음에는 폴리머로 바꾸지 않나 싶기도 했지만, 그래 봤자 다른 나라 이야기였다.
“차라리 이스라엘을 어떻게 할 생각보다는 팔레스타인을 어떻게 하는 방법이 나을 것 같군. 팔레스타인과 다른 국가의 연대를 유도할 수 있나?”
“서구권에서는 아일랜드가, 그리고 동구권에서는 러시아가 가능할 겁니다. 그 외에도 이집트 정도입니다만, 저희가 개입하지 않아도 팔레스타인이 그 정도는 알아서 하지 않겠습니까?”
그게 문제다. 작금의 중동은 이제 막 일어난 팔레스타인이 어떻게 알아서 할 수 없을 정도로 살벌했다.
“우방국 정도는 만들어 놔야 천칭의 균형이 맞을 텐데.”
방법이 아주 정말로 없는 건 아니었다. 다만 어떻게 할까가 문제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