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orge Bush's Great America RAW novel - Chapter (266)
조지 부시의 위대한 미국-265화(266/377)
< 265편 >
“러시아가 우리를 배신했다고?”
엄밀히 말하자면, 배신한 게 아니라 러시아에 달라붙은 종양을 절제 수술한 거지만, 솔직히 러시아의 사정 따위 그들이 알 바인가? 그들은 러시아가 지랄하든지 EU가 지랄하든지 오로지 세계에서 가장 큰 건축물 건설 현장만이 눈에 들어왔다.
동서고금을 통틀어서 가장 큰 모스크를 지어 알라의 영광을 재현하려는 세기의 초거대 프로젝트에서 감히 ‘러시아의 사정 따위’가 발목을 잡게 할 수는 없었다.
“역시 이교도 놈들을 믿는 게 아니었다. 우리의 터전은 우리의 힘으로 지켜 나가자!”
과학과 지성의 시대인 21세기 정부에서 이교도 소리가 나오다니! 그러나 이슬람 근본주의가 정권을 잡은 동이라크에서는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었다. 그들은 아프간에서 탈레반이 이루었던 것을 그대로 동이라크에 옮겨 담았다.
예배와 꾸란을 제외한 모든 문화 활동은 금지되었으며, 이를 어기는 사람은 그들만의 방식으로 해석한 율법에 따라서 처형당했다. 경제는 오로지 땅에서 끊임없이 솟아나는 원유와 더불어 러시아에서 보내 주는 원조에 의존하고 있었으며, 날이 가면 갈수록 동이라크는 황폐하게 변해갔다.
죽어 가는 독재국가도 살릴 수 있는 게 석유라지만, 그 석유로 번 돈을 전부 사용해 버리면 의미가 없었다. 게다가 하필 딱 지금이 그 석유라는 자원이 헐값에 팔리고 있는 시점이었다. 따라서 현재 동이라크 정부는 오로지 러시아의 지원에만 의존하고 있었다.
“자력갱생 좋다. 하지만 앞으로 식량 문제는 어떻게 해야 하나? 서이라크의 식량 산출량은 우를 다 먹여 살릴 수 없다.”
특히 식량 부분에서 의존성이 높았는데, 원조라고 해도 딱히 돈만 지원해 준 것이 아니라 거의 모든 것을 공급받고 있었다. 동이라크 내에서는 무기 공장을 제외하면 제대로 돌아가는 공장이 없었으며, 무기 공장이라고 해도 실상 제조하는 것이 아닌, 제품을 조립하는 것에 가까웠다.
진짜로 무기를 생산하는 무기 공장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거의라는 건, 말 그대로 ‘거의’다. 생산품이 나오는 공장이 있긴 있었다. 그래 봤자 나오는 건 동네 대장간 수준의 짝퉁 AK 시리즈와 조악한 로켓 그리고 민수용 트럭을 개조한 테크니컬 정도였다.
“애당초 저 이교도에게 손을 빌리고 있었다는 것 자체가 문제였다. 우리에겐 총이 있어. 그리고 사람들이 있지. 구역을 나눠서 아편을 길러 내고, 식량에 될 만한 작물을 기르면 그만이다.”
요컨대 국민을 노예처럼 부리겠다는 의미였다. 언제는 안 그랬냐만, 어쨌든 지상낙원을 만들겠다는 비틀린 대의 아래에 동이라크 국민은 오늘도 신음하고 있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어지간히 골수 이슬람 근본주의자가 아닌 한 동이라크로 탈주하고 있었는데, 동이라크 정부의 입장에서 이는 노동력과 세수가 빠져나가는 것이다 보니 국경의 경계를 강화하고 서로 신고하도록 정책을 펼쳤다.
“저놈입니다. 저놈이 도망치려고 짐을 꾸리고 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굶주린 이들은 쉬이 변절했다. 식량과 승진에 눈이 먼 이들은 무고한 시민들을 신고하곤 했다. 이는 국지 다발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현상이었으며, 동이라크 몰락의 신호탄이기도 했다.
애당초 동이라크는 자급자족이 불가한 땅이었다. 인구수는 나날이 하락했고, 이윽고 슈퍼 사스에 직격탄을 맞았을 땐 다행스럽게 인도주의적 차원 겸 영향력 유지를 목적으로 러시아를 통해서 백신이나 치료제 등이 들어왔다.
“이게 바로 우리를 현혹하는 악마의 물건이다! 우리는 절대로 현혹되어선 아니 된다! 오로지 신실한 신앙과 진실한 간절함만이 병마를 물리치고 낙원에 한 걸음 더 다가가게 만들 수 있다!”
러시아로부터 받은 의료 지원 물품을 부정한 것이라면서 일부는 국민이 보는 앞에서 태우고 일부는 지도층을 위해서 비밀 금고에, 그리고 남은 것은 이란이나 동이라크 등에 되팔았다는 점만 빼면 그래도 그럭저럭 버틸 수 있었을지도 몰랐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비밀 금고는 전기가 끊어지더라도 완벽하게 일정한 온도로 유지됩니다. 내용물은 절대로 상하지 않습니다. 다만 이 이상 용적을 늘리려면 자가발전으로는 무리입니다. 역시 발전소를 다시 지어서 가동하실 필요가…….”
“아니, 이 이상은 필요 없다. 다른 나라에 팔면 그만이야. 그리고 발전소라고? 그런 사탄의 건축물 따위는 지을 수 없다. 이제 다음 달이면 모든 발전소가 이 동이라크에서 사라질 것이다.”
동이라크와 러시아는 이 멍청한 짓을 총 세 번 반복했고, 드디어 네 번째에 이르렀을 무렵 푸틴의 인내심이 한계에 닿았다.
그러니까 아사로 죽어 가는 것도 모자라서, 다른 나라에서는 이미 끝난 팬데믹이 휩쓸고 있는 이때, 하필 동이라크를 지탱해 주는 가장 큰 기둥 중 하나인 러시아 원조가 절묘한 시점에 뚝 끊겨 버렸다는 소리였다.
정부가 성립된 이후로 실상 러시아의 보호국으로서 제대로 된 외교 활동조차 하지 않았으나, 국내외 중동 테러리스트들을 규합하려는 행동은 보였다. 실상 외교 대신이었지만, 탈레반 잔당은 거의 다 동이라크에 정착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었다.
동시에 많은 국제 테러리스트들의 도피처이기도 했다. 알 카에다도 상당수가 동이라크에서 활동하고 있었다. 정확히는 잠복 중이라는 말이 맞겠지만, 거점을 만들어서 상당한 무기를 비축하고 있으니 거기서 거기였다.
러시아로부터 지원이 끊긴 것을 안 다른 조직에 의해서 토지를 대가로 많은 지원을 받을 수 있었다. 많다고 해 봤자 어차피 언 발에 오줌 누기에 불과했지만, 그것만으로도 당장은 버틸 수 있었다. 다른 나라는 몰라도 확실히 동이라크는 완벽하다고 할 정도로 안전했기 때문에 그들은 이곳에 투자했다.
게다가 UN이나 EU 그리고 미국의 국경 개방 및 감찰 요구도 전부 거부하고 있었다. 이 사랑스러운 안전지대에 투자하지 않고 어떻게 참는단 말인가?
“우리는 형제요. 도움이 필요하거든 언제든지 말씀하시오.”
게다가 동이라크군이 약한가 하면, 그건 또 아니었다. 물론 대부분은 오합지졸이었지만, 몇 개의 전쟁을 거쳐 전장에서 숙련된 전문가도 있었고, 이곳에도 명장은 아니어도 양장(良將)은 있었다.
게다가 러시아에서 구매해 오거나, 원조해 준 무장으로 잘 무장해 있었기 때문에라도 위험한 집단이었다. 30대의 T-90과 구식이라곤 하지만, T-72 100대로 무장해 있었다. 역시나 국가라서 그런지 단순한 테러 집단 수준은 아니었다.
“총알을 팔자고? 허 참, 아무리 그래도 이래도 되나?”
“어차피 총 쏠 일도 없는데 뭐 하러? 의심하는 것 같으면 그냥 배교자 좀 쏴 버렸다고 하면 그만이지!”
그나마 좀 다행이라면, 세계 제일의 모스크 건축에 집중하고 있어서 전차나 개인화기를 비롯한 모든 무장은 제대로 된 관리가 이뤄지지 않고 있고, 그 양장들이라는 놈들은 환희에 찬 기도에 빠져 거짓된 평화에 물들어 갔다.
“알라는 위대하시다! 평화 또한 위대하다!”
평화에 물들었다고 해도 딱히 향락에 빠진 것은 아닌지라 신(身)에 살이 올라오진 않았으되, 심(心)에는 우수에 젖은 군살이 올라왔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도 일선에서 멀어져 뒷방 늙은이가 되기에 충분했다.
밤에 위성으로 이라크를 보면, 한쪽은 어둠 천지였고, 한쪽은 밝기 그지없었다. 그렇게 동이라크는 점점 몰락하고 있었다.
모스크바의 새벽은 실로 한산했다. 며칠 전까지만 활기는 아니더라도 그럭저럭 사람들이 다녔다는 것을 상기하면 이는 확실히 이변이었다.
다만 이것이 모스크바의 치안이 나쁘다는 건 아니었다. 돌아다닐 이유가 없다는 것도 아니었다. 단지 이건 며칠 전에 모스크바에서 영 좋지 않은 일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황산 테러는 이미 세계에서 잘 알려진 방식의 테러였다.
당연히 모스크바에 사는 모든 시민 또한 이를 알고 있었다. 그러나 설마 그 테러가 자신에게 일어날 것이라곤 그 누구도 당하기 전까지는 생각해 본 적 없었다.
“러시아의 모든 경찰력을 동원해서라도 놈들을 잡아내!”
잇따른 황산 테러로 경찰 인력은 증가하였고, 순찰은 강화되었으며, 새벽은 흉흉해졌다. 불특정 다수를 만나게 되는 지하철이나 버스 혹은 거리에서는 모두가 신경을 곤두세웠다.
비로소 불신의 시대가 온 것이다. 그래도 좀 나은 점은 푸틴이 칼을 빼 들곤 치안에 신경 쓰고 있다는 점이었다. 도중 황산 테러를 당했을 때, 시민들에 의한 즉결 처분에서 무죄가 나오기도 했다. 여기서 말하는 즉결 처분이란 린치에 의한 사망, 다시 말해서 범인이 밟혀 죽었다는 소리다.
그리고 그 범인은 놀랍지 않게도 난민이었다. 난민 취급에 대한 불만으로 인해서 벌어진 일이었는데, 당연히 일부의 일탈이었다. 난민 전체가 잘못한 건 아니지만, 그래도 민심이라는 건 항상 생각하기 편한 쪽으로 흘러가는 것 아니겠는가?
그 덕분에 인종차별이 심화되었으며, 모스크바는 조금 더 차가워졌다.
“그것참 흉흉하군.”
부시는 여기까지 읽고 나서 동향 보고서를 접었다.
“미국 말고는 모두가 힘든 시기입니다.”
“힘든 시기라……. 그렇군. 솔직히 말해서 사우디만 없었으면 러시아도 힘든 시기는 아니었을 텐데. 그것참 아쉽게 되었군. 주 고객인 유럽이 다른 수급처를 찾아 버렸으니 팔기도 어려울 텐데.”
“수급처를 찾았다고 한들, 어디 유럽이 그것으로 만족하겠습니까?”
당연한 일이었다. EU 회원국들은 하나도 빠짐없이 산업의 규모를 키우고 있었다. 정확히는 의도치 않게 키워지고 있다가 맞는 말이었지만, 어쨌든 현대의 모든 산업에 막대한 양의 석유가 들어간다는 사실은 딱히 다를 것도 없었다.
하다못해 서비스 사업을 하려고 해도 온갖 물품이 필요하지 않은가? 그 물품도 결국 석유가 필요하다.
석유! 석유! 석유! 가지지 못하면 진절머리 나는 물건이지만, 가지고 있으면 이것보다 든든한 물건이 또 없다. 현대사회는 석유가 만들어 낸 사회이자 문화였다.
“그래도 어쩔 수 없이 수요는 줄어들지 않겠나? 그리고 우리나라에서도 제법 팔리는 중이라고 알고 있는데?”
“딱히 이 땅에는 셰일만 있는 게 아니니까요. 더 유서 깊고 채산성 있는 방법이 있죠.”
셰일은 주력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보조 수단이었다. 사우디가 한풀 꺾이는 순간부터는 셰일이 주가 되긴 하겠지만.
“사우디를 어떻게 해 볼 수는 없겠나?”
반대로 말해서 사우디만 꺾을 수 있다면, 당장이라도 미국은 더 높은 곳으로 날아갈 수 있었다. 다른 경쟁자들이 절대로 따라올 수 없는 진실로 한 세대는 더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
“보고서를 올립니까?”
“아니, 되었네. 어차피 제풀에 꺾일 거야. 그래도 나름 한 성깔 좀 하는 친구들을 건드려서 좋을 건 없지.”
솔직히 마음만 같아서는 폭격이라도 하고 싶다는 말은 속으로 집어삼켰다. 하도 짜증 나서 저도 모르게 나온 생각이지, 이걸 정말로 말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이란과의 전쟁이라면 모를까, 사우디라니!
그래도 나름 친미 국가였다. 단지 지금은 그들의 ‘밥그릇’을 지키기 위해서 분투하고 있을 뿐이었다. 개한테서 먹고 있던 밥을 빼앗으면 어떻게 되는가?
“그래도 개한테 물리고 나서 아무것도 안 하는 건 좀 아니지. 보조금이 좀 남아 있나?”
“예. 본래 장기간을 상정했기 때문에 약 5억 달러가 남아 있습니다. 대통령님이 생각하시는 게 뭐든지 일단 실행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 정도면 넉넉하게 남아 있었다. 그러나 비서실장은 제 입으로도 이렇게 말하긴 했지만, 그러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별거 아닐세. 그냥 그래…….”
상대가 강 대 강을 원한다면, 강대국의 도리로서 필히 강 대 강으로 맞서야 하지 않겠는가?
“우리도 증산해야지.”